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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그녀와 단둘이

무진은 뭐든 꾸물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설 연휴 하루를 남기고 모든 일을 다 처리한 무진은 성연에게 필요한 것들 준비하게 해서 함께 성연이 살았던 마을로 향했다.

최근에 사람들의 생활이 점차 좋아지면서 마을에 석유길이 뚫려 이제 바로 차를 타고 마을 안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

마을은 시내에서 차로 대여섯 시간 거리였다.

무진은 누구도 부르지 않고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성연이 어렸을 때 살았던 작은 마을로 향했다.

외할머니는 성연에게 분명 특별한 존재였지만, 무진은 이 순간 혼자 그녀 곁에 있고 싶었다. 어느 누구도 끼어들지 않은 채로.

성연은 조수석에 앉아 턱을 괸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

옆모습임에도 무진은 보기 좋았다.

윤곽이 뚜렷하고 턱 선이 뚜렷했다.

한참을 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차량 거리가 꽤 먼데, 운전할 수 있겠어요? 아니면 우리 택시를 대절해서 가요.”

“날 너무 무시하지 마.”

무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비록 혼자서 장거리 운전을 한 적은 없지만, 무진은 자신의 운전 실력에 대해 자신 있었다.

대여섯 시간밖에 되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성연과 단둘이었다.

별로 피곤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가는 도중 내내 성연은 졸음을 참으며 무진 옆에서 말을 걸었다.

성연의 머리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본 무진은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손을 들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피곤하면 자, 도착하면 내가 깨워줄게.”

“피곤해요?”

어젯밤에 외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또 무진과 함께 고향에 간다는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했던 성연은 이제서야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무진이 자신과 함께 고향에 가는데 자신이 잠들다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

“난 안 피곤해. 괜찮으니까 자.”

무진의 음성이 무척 부드러웠다.

눈을 가느다랗게 좁힌 채 무진을 잠시 바라보는가 싶더니 성연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옆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무진이 차를 잠시 세웠다.

그리고 뒷좌석에서 담요를 가져다 성연의 몸을 덮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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