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철과 강상규가 수감되면서 무진을 해치려 한 일이 폭로되었다.북성에서 WS그룹이 차지하는 지위와 그 영향력은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비교할 수 없었다.당시 WS그룹 앞에 서 있는 경찰차들을 보고 많은 언론이 달려들었다.또 전 직원들 사이로 퍼져나가며 이 일이 완전히 수면 위로 드러나자, 자연히 언론에서도 사건의 전말에 대해 알게 되었다.언론이 곧장 기사를 써서 실음으로써 북성 시가 떠들썩했다.기사 아래 수많은 댓글들이 달렸다.심지어 블로거들까지 가세해서 이 사건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등, 이 사건에 대한 열기가 엄청났다.[두 늙은이 모두 곧 칠십이 되는 60대라며? 자기 아들과 손자까지 다 있는 사람이 왜 자기 집안의 어린 장손을 축복하지 못하는 거지? 어떻게 천륜에 어긋나는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을까?][강씨 집안 큰 집과 둘째, 셋째 일가의 사이가 계속 좋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해. 그렇지만 큰 집에서 다른 일가들에게 큰 잘못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이번에도 막다른 지경까지 내몰려서 이렇게 한 거겠지?][강무진 대표를 위해서 잠시 애도를. 이런 집안 어른이 있다니, 정말 가문 전체가 불행해.][…….]요 며칠 거의 온 북성 시에서 이 일에 대해 떠들고 있었다.WS그룹은 일반인들에게 아주 잘 알려진 기업이었기에, 상류사회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모두 입을 모아 강상철, 강상규를 규탄했다. 천륜도 모르는 이런 비도덕적인 사람은 그냥 두면 안된다고.무진은 아주 빨리 기사들을 내리도록 압력을 넣었다.WS그룹의 지분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 가능성은 최대한 제거해야 했다.비록 강상철, 강상규의 행위가 지나치긴 했지만, 무진 또한 바라던 대로 두 사람을 고소해 수감시켰다.그러나 어찌되었든 저들 모두 WS 그룹의 사람임은 분명했다.이런 일이 생겼으니, WS그룹에 크든 작든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무진이 제때에 기사를 막았지만, 이번 사건에 대한 열기는 결코 식지 않았다.강상철, 강상규의 연령이 높긴 하지만, 살인 교사 등의 범죄를 저
강상철과 강상규의 자식들 중 일부는 해외에서 독립된 일가를 이루며, 강씨 집안의 일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강씨 집안처럼 뿌리가 오래된 큰 가문은 수많은 일가 친척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집안의 지분을 나누다 보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그래서 둘째, 셋째 일가는 다른 사업들을 벌였고, 국내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고 싶지 않았던 이들은 해외에 나가서 그 곳의 사업을 관리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어쨌든 그렇게 그들은 모두 강상철과 강상규의 사업을 도왔다.이때, 자신들 아버지의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은 자식들이 바로 해외에서 서둘러 귀국했다.자신들의 아버지가 국내에서 벌인 일들에 대해 그들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요 몇 년 동안 처자식들 모두 아버지 강상철, 강상규의 도움으로 아주 잘 지내왔다.강상철과 강상규가 부정축재한 재산을 자신들도 부족함 없이 누렸다.부친의 나이가 많으니 자식들이 상관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번 사태로 강상철과 강상규의 아들이 각각 한 명씩 해외에서 들어왔다.강상철의 아들 강명수와 강상규의 아들 강명호.둘째, 셋째 일가는 시종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기에, 두 사람의 관계도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었다.귀국한 당일, 강상철의 집에 모인 두 사람은 안금여와 무진을 어떻게 설득할지를 두고 대책을 세울 예정이었다.강상철의 부인 이선애는 남편이 한 짓에 분노가 일었지만, 어찌 되었든 수십 년을 부부로 지낸 사이였다.강상철이 연행되어 수감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하지만 집안에서 내조만 하던 그녀는 집에서 마음만 졸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이런 상항에, 아들이 귀국하자, 비로소 의지할 기둥이 생긴 듯했다.아들 강명수를 본 그녀의 얼굴은 거의 눈물 범벅이었다. “명수야, 네 아버지, 얼마나 영민한 분이었니? 이건 엉겁결에 저지른 실수가 분명해. 네가 꼭 네 아버지를 구해야 한다. 그 나이에 교도소에서 어떻게 지내실 수 있겠니?” 강상철의 부인은 아들 강명
이튿날, 강명수와 강명호는 선물을 한 꾸러미 사서 강씨 집안 고택으로 안금여를 찾아갔다.“큰어머님, 여러 해 못 뵈었는데도 예전과 다름없이 젊어 보이십니다.”말을 잘하는 편인 강명호는 안금여를 보자마자 칭찬을 늘어놓았다.웃는 얼굴에 침 뱉을 수도 없었거니와 모두 강상철과 강상규가 한 짓이기에, 두 시 조카들에게까지 못 본 체할 수는 없었던 안금여가 두 사람을 따라 같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입에 침이라도 바른 듯하구나. 모처럼 너희 둘이 방문했구나.”강명호와 강명수는 서로 눈을 맞춘 뒤에 자신들이 방문 목적과 강상철, 강상규의 일을 꺼냈다.“큰어머님, 저희 아버지께서 잠시 이성을 잃으셨습니다. 부디 용서해 주시고 한 번만 아량을 베풀어 주세요. 모두 한 가족 아닙니까?” 강명수는 울상을 지은 채 강상철, 강상규를 위해 사정을 했다.아버지가 아무리 큰 잘못을 지었다 해도 감옥에 들어가는 상황까지 가서는 안 된다고 생각으로.“맞습니다, 큰어머님. 만약 두 분의 존재가 걸리신다면, 두 분이 나오자마자 저희가 해외로 모셔 가서 큰어머님과 큰집 식구들이 신경 쓰시지 않도록 하겠습니다.”둘째, 셋째 일가가 회사의 실권을 놓고 도전하는 것에 큰 집이 늘 신경을 쓰고 있음을 강명호는 잘 알고 있었다. 강명호와 강명수는 먼저 지연작전을 써서 큰집이 강상철과 강상규를 풀어주게 할 생각이었다.다른 일은 나중에 결정해도 되었다.당장의 급선무는 두 노인이 안에서 고생하지 않도록 하는 것.“너희 둘 또한 무진의 숙부들이다. 그런데 너희들은 알고 있었니? 바로 너희들 아버지가 사람을 사서 무진의 차에 손을 대게 해서 무진의 차가 강으로 추락했다. 만약 무진의 명이 길지 않았더라면, 너희들이 지금 보게 되는 것은 아마도 무진의 시신이었겠지. 너희들은 어른이니 일의 경중을 아주 잘 분별할 수 있을 것이다.” 안금여는 사건이 발생한 과정을 남김없이 두 사람에게 말해주었다. 옳고 그름을 잘 식별하기를 바라며.강상철과 강상규는 정말 무진의 목숨을 노렸으므로, 지금 무
강명수와 강명호, 두 사람이 먼 해외에서 달려온 것만으로도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할 도리를 다한 셈이었다.그러나 안금여는 강상철과 강상규를 용서하고 싶지 않았다.계속 인정에 끌려 내버려 두었기 때문에 강상철, 강상규의 횡포가 점점 더 심해졌고, 결국 이런 사단까지 벌어진 게 아닌가?이번에는 무슨 말로 설득하더라도 절대 생각을 바꾸지 않을 작정이었다.“너희들의 말은 내 잘 들었다. 오늘 날 설득하러 왔겠지만, 내 너희 두 사람에게 말하마. 일은 이미 벌어졌고 번복될 여지는 없다. 법에서 정한 대로 서방님들에게 판결을 내리겠지. 너희들이 이 늙은이를 보러 온다면 무척 기쁠 테지만, 너희들 부친 일로 찾아온다면 그럴 필요 없다. 나는 결코 두 사람을 그냥 풀어줄 생각이 없다.” 명확하게 의사를 표시하며 안금여는 결정을 철회하지 않을 것임을 밝혔다.두 조카는 자연히 큰어머니 안금여의 마음을 돌릴 수가 없었다.강명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그는 안금여가 적어도 조카들의 낯을 좀 봐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그런데 뜻밖에도 안금여는 조금도 인정을 남기지 않았다.자신과 강명호가 직접 부탁을 하는데도, 안금여는 전혀 생각을 돌리지 않았다.결국 강명호가 강명수의 팔을 툭 친 뒤에 웃으며 말했다.“네, 알겠습니다, 큰 어머님. 다음에는 저와 명수 형이 큰어머님을 뵈러 오도록 하겠습니다. 이건 큰어머님 드리려고 사온 건강 보충제입니다. 해외 수입품인데, 시간 나실 때 드셔 보십시오.”말을 마친 후 강명호는 강명수의 팔을 잡아당기며 바로 고택을 떠났다.밖으로 나오자 강명호의 손을 뿌리친 강명호가 음산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저 노파, 진짜 자신이 뭐라도 되는 줄 알아. 어찌 되었든 일개 아녀자에 불과한 처지에 우리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다면 지금처럼 되지도 못했을 거면서. 이제 와서 안면몰수를 해?”“명수 형님, 아직 큰 집 경계를 벗어나지 않았느니, 말을 좀 조심하세요.” 강명호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영민하신 작은 아버지에게서 어떻게 저렇게
늦은 저녁, 무진과 성연이 고택을 방문하자 안금여는 그 날 있었던 일을 무진에게 말해 주었다.무진의 생각을 알고 싶었기에.강씨 집안에 많은 일가 친척들이 있었지만, 강상철, 강상규만 육친이라 할 수 있었다.무진이 무언가 다른 생각이라도 가지고 있을까 염려가 되었지만, 안금여는 무진의 의견을 존중할 작정이다.안금여는 역시 그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그런데 안금여의 말을 들은 무진이 두 어 차례 냉소를 터트렸다.“제 목숨을 거두려던 사람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습니다.”무슨 말을 하려다 입을 벌렸던 안금여는 결국 도로 입을 닫았다.무진은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냉엄한 성정이다.가족에게 잘하는 거야 당연히 말할 필요가 없지만.자신을 해치려는 사람들에게 인정을 베풀 리가 없었다.안금여는 무진의 태도가 옳다고 생각했다. 우유부단해서는 회사를 운영하기 힘들 테니까.이후 며칠 동안의 회의 석상에는 강상철과 강상규의 자리를 완전히 빼 버렸다.임원진들은 시선을 내려 뜨고 반듯이 앉은 채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이 틈에 무진은 강상철과 강상규의 수중에 있던 실권을 대부분 거두어 들였다.허수아비나 마찬가지 신세가 된 두 사람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구치소에서 나온다고 하더라도, 그때는 그룹에서의 지위와 영향력이 곤두박질쳐 있을 터였다.일부 이사들과 주주들이 막으려 들었지만, 강상철, 강상규가 없는 지금 그룹의 최종 결재권은 가진 강무진 총괄대표가 결정한 일이다.그래서 지금 불만이 있다해도 감히 입을 열어 말하지 못하는 상태.강상철과 강상규가 없는 한, 앞으로 자신들이 의지해야 할 사람은 강무진 대표였다.지금 이 상황에서는 이사나 주주라 해도 대표 강무진의 눈 밖에 나서는 안되었다.‘그래, 못 본 걸로 하는 거야.’그리고 강상철, 강상규에게서 회사 운영권을 회수하는 건 정상적인 일이다.강상철, 강상규와 달리 무진이에게 사고가 났을 때 임원진들은 자신들의 자리를 염려했다.그전까지 강상철과 강상규에게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던 강무진은
여러 날을 바쁘게 지내는 동안, 성연 쪽의 일도 대략 일단락되었다.지난 번에 무진에게 말한 게 더는 핑계가 아니게 되었다. 벌써 기말고사 기간이 된 것이다.다만 기본기가 탄탄한 성연이었기에 시간을 빼서 다른 일을 해도 큰 영향이 없었다.시험이 끝난 후 결과가 복도에 붙었다. 예전처럼 또 1등을 차지한 성연은 별다른 긴장감도 느껴지지 않았다.원래 성적을 보러 갈 생각도 없었지만, 주연정이 성연에게 성적을 보고 와서 알려주었다.성연에게 성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그러나 성적이 좋으면 선생님에게 휴가계를 내고 말하기가 더 편리해질 뿐.이게 바로 우등생의 특권이다.단조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성연을 보고 무진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왜 그래? 방학이 즐겁지 않아?”“괜찮아요.” 성연이 차분하게 대답했다.학교에 가지 않으면 성연을 묶고 있던 속박이 하나 줄어드는 셈이지만, 원래 학교 생활을 체험해 보려고 학교에 들어간 성연이었기에 별 차이가 없었다.“방학인데 어디 놀러 가고 싶은 데 없어?” 성연의 생각을 듣고 싶었던 무진이 물어왔다.별다른 계획을 세우지 못해서 성연이 마음에 안 들어 할까 걱정이었다.무진은 성연이 겨울방학 내내 집에 머물게 두지 않기로 했다.기분 전환 삼아 어디 가는 것도 좋고.“무진 씨 나를 데리고 놀러 갈 시간이 있어요?”성연이 되려 무진에게 질문을 던졌다. “이제 막 작은 할아버지들로부터 회사 몇 군데를 회수했으니, 수습할 시간이 필요하지 않아요?”중요한 일들을 해야 하는 무진의 시간을 뺏고 싶지 않았다.또 자신이 놀고자 한다면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을 터라, 모두 똑같았다. 놀든 안 놀든 상관없는 것이다.당장 시급한 일은 무진의 회사였다.무진이 자신 때문에 마음이 분산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놀러 갈 시간과 기회는 아직 많이 있었다.“아무리 바빠도 그 정도 시간은 뺄 수 있어. 가고 싶은 곳 있으면 나한테 말해. 데리고 갈 테니.” 무진이 입술 양끝을 당기며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었다.‘성연
성연은 주연정의 집과 무진의 저택 엠파이어 하우스를 왔다갔다했다.왔다갔다하는 동안 어느새 설이 다가왔다.주연정의 집은 돈이 많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이 모두 일하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이었다. 부모님 두 분 모두 성격이 유순한 사람들로 딸 주연정에게도 아주 잘했다.주연정처럼 이런 환경에서 자란다면 분명 행복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애정 가득한 부모님과 단란한 가정, 성연은 때로 저도 모르게 주연정을 부러워했다.다른 사람에게 보충수업을 해 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던 성연은 꽤나 신기한 기분을 느꼈다.설이 다가오자 성연은 설 전후로 한동안 수업하러 못 갈 거라고 주연정에게 미리 알렸다.그래서 혼자 풀어보도록 연습 문제를 미리 준비해 주었다.그러자 주연정이 잔뜩 아쉬운 시선으로 성연을 보며 말했다.“성연아, 아니면 너 우리 집에서 설을 보내지 않을래? 우리 부모님도 너를 반기실 거야. 두 분 모두 널 아주 좋아하시거든.”“괜찮아, 설에는 나도……가족과 함께 보내야지.” 잠시 생각하던 성연이 활짝 웃었다.예전에는 집에 자신과 외할머니 두 사람밖에 없었다.외할머니와 함께 지내는 걸 좋아하긴 했지만,두 사람밖에 없는 집은 썰렁할 수밖에 없었다.외할머니가 가셔서 올해는 혼자 설을 지낼 줄 알았다.그러나 강무진의 가족들을 만나면서 어쩌면 하늘이 자신에게 준 선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성연이 이렇게 말하자 주연정은 자연스럽게 수긍했다.설날의 떠들썩한 분위기 속에서 당연히 가족들과 함께 보내야 하는 법.주연정은 아쉬움을 뒤로 하며 성연의 손을 잡고 말했다.“그럼 설날에 심심하면 놀러 와.”“그럴게, 그럼 나 간다.”성연이 손을 흔들며 차에 올라탔다.차는 안금여가 있는 고택으로 바로 향했다.세밑이 되자, 안금여는 고용인들을 시켜 새 창호를 붙이고 초롱을 내다 걸었다.강씨 집안에서 설을 쇠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내 걸린 초롱과 울긋불긋한 장식들로 인해 설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웅장하면서도 고색 찬연한 모습의 고택에 이런 장
설 음식들은 성연과 강운경이 함께 만들었다.젊었을 적엔 음식 솜씨가 좋았던 안금여였지만, 할머니가 무리하는 게 싫었던 성연이 소파에 앉아 쉬게 했다.거실에서 안금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무진은 시시때때로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성연은 무척이나 바쁜 모습이다.옆에서 보던 안금여가 무진을 놀렸다.“무진아, 네 눈이 아예 성연이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구나. 내 보기에, 너희 둘 이때까지 별 진전이 없어 보여. 그러면 안 되지, 무진아.”안금여의 말투에서 원망의 의미가 약간 느껴졌다.“성연이 아직 어려요.”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대답하는 무진의 마음은 더 무기력하게 느껴졌다.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성연이한테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짐승도 아니고.게다가 아직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한 성연을 겁먹게 할까 무진은 걱정이 되었다.“네 말도 일리가 있다만, 내가 보기에 성연이는 아주 특출 난 아이야. 너는 성연이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데, 만약 성연이가 제 또래의 남자아이를 좋아하기라도 하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안금여는 지금 무진 옆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중이다.자신의 손자는 무슨 말이든 속에 감추려고만 한다.누군가 계속 밀어붙이지 않으면 절대 진심을 말하지 않는다.“성연인 그러지 않을 겁니다.”무진이 단정적인 어투로 말했다.무진은 성연이 약속을 아주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숱한 킹카들이 성연의 곁을 맴돌며 대시해도 성연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그러나 이후 성연이 자신의 곁을 떠난다면 그땐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무진이 걱정하는 것은 이 문제일 따름이다.무진의 찌푸려진 아미를 보며 안금여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무진이 민망함에 성질이 나 성연을 데리고 가버리기라도 할까 봐.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방 쪽에서도 준비가 다 되었다.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차례차례 식탁에 올려졌다.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