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음식들은 성연과 강운경이 함께 만들었다.젊었을 적엔 음식 솜씨가 좋았던 안금여였지만, 할머니가 무리하는 게 싫었던 성연이 소파에 앉아 쉬게 했다.거실에서 안금여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던 무진은 시시때때로 주방 쪽을 바라보았다. 성연은 무척이나 바쁜 모습이다.옆에서 보던 안금여가 무진을 놀렸다.“무진아, 네 눈이 아예 성연이에게서 떨어질 줄을 모르는구나. 내 보기에, 너희 둘 이때까지 별 진전이 없어 보여. 그러면 안 되지, 무진아.”안금여의 말투에서 원망의 의미가 약간 느껴졌다.“성연이 아직 어려요.” 어쩔 수 없다는 말투로 대답하는 무진의 마음은 더 무기력하게 느껴졌다.아직 스무 살도 안 된 성연이한테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짐승도 아니고.게다가 아직 이성에 눈을 뜨지 못한 성연을 겁먹게 할까 무진은 걱정이 되었다.“네 말도 일리가 있다만, 내가 보기에 성연이는 아주 특출 난 아이야. 너는 성연이보다 나이도 훨씬 많은데, 만약 성연이가 제 또래의 남자아이를 좋아하기라도 하면 그땐 어떻게 하려고.” 안금여는 지금 무진 옆에서 연극을 하고 있는 중이다.자신의 손자는 무슨 말이든 속에 감추려고만 한다.누군가 계속 밀어붙이지 않으면 절대 진심을 말하지 않는다.“성연인 그러지 않을 겁니다.”무진이 단정적인 어투로 말했다.무진은 성연이 약속을 아주 중시하는 사람이란 걸 잘 알고 있었다.이전에 숱한 킹카들이 성연의 곁을 맴돌며 대시해도 성연은 꿈쩍하지 않았다. 그러니 그는 당연히 이 문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았다.그러나 이후 성연이 자신의 곁을 떠난다면 그땐 확신할 수 없을 것이다.무진이 걱정하는 것은 이 문제일 따름이다.무진의 찌푸려진 아미를 보며 안금여는 하마터면 웃을 뻔했다.그녀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혹여라도 무진이 민망함에 성질이 나 성연을 데리고 가버리기라도 할까 봐.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주방 쪽에서도 준비가 다 되었다.맛깔스러워 보이는 음식들이 차례차례 식탁에 올려졌다.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무진은 뭐든 꾸물거리는 사람이 아니었다. 설 연휴 하루를 남기고 모든 일을 다 처리한 무진은 성연에게 필요한 것들 준비하게 해서 함께 성연이 살았던 마을로 향했다.최근에 사람들의 생활이 점차 좋아지면서 마을에 석유길이 뚫려 이제 바로 차를 타고 마을 안까지 들어갈 수 있었다.마을은 시내에서 차로 대여섯 시간 거리였다.무진은 누구도 부르지 않고 자신이 직접 차를 몰고 성연이 어렸을 때 살았던 작은 마을로 향했다.외할머니는 성연에게 분명 특별한 존재였지만, 무진은 이 순간 혼자 그녀 곁에 있고 싶었다. 어느 누구도 끼어들지 않은 채로.성연은 조수석에 앉아 턱을 괸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옆모습임에도 무진은 보기 좋았다.윤곽이 뚜렷하고 턱 선이 뚜렷했다.한참을 무진을 바라보던 성연이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차량 거리가 꽤 먼데, 운전할 수 있겠어요? 아니면 우리 택시를 대절해서 가요.”“날 너무 무시하지 마.” 무진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비록 혼자서 장거리 운전을 한 적은 없지만, 무진은 자신의 운전 실력에 대해 자신 있었다.대여섯 시간밖에 되지 않는데다, 무엇보다 성연과 단둘이었다.별로 피곤하다고 느껴지지 않았다.가는 도중 내내 성연은 졸음을 참으며 무진 옆에서 말을 걸었다.성연의 머리가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는 것을 본 무진은 차마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손을 들어 성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피곤하면 자, 도착하면 내가 깨워줄게.”“피곤해요?” 어젯밤에 외할머니를 만나러 간다는 생각에, 또 무진과 함께 고향에 간다는 생각에 쉽게 잠들지 못했던 성연은 이제서야 졸음이 쏟아지기 시작했다.그런데 무진이 자신과 함께 고향에 가는데 자신이 잠들다니 이게 무슨 경우란 말인가?“난 안 피곤해. 괜찮으니까 자.” 무진의 음성이 무척 부드러웠다.눈을 가느다랗게 좁힌 채 무진을 잠시 바라보는가 싶더니 성연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옆에서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자 무진이 차를 잠시 세웠다.그리고 뒷좌석에서 담요를 가져다 성연의 몸을 덮어주었다.
성연과 외할머니가 같이 살았던 조그만 집은 농촌에서는 아주 흔하게 볼 수 있는 조그만 단층집이었다.외할머니가 계실 때는 마당에 꽃도 많이 심으며 정성 들여 가꾸었다.그러나 지금은 관리하는 사람이 없으니 마당에 잡초만 무성했다.좀 황량해 보일 정도다.다시 이곳에 발을 들이자 비로소 외할머니가 정말 없다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다.앞으로는 여기서 자신이 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 테지.자상한 미소의 노인은 그저 기억 속에만 존재할 뿐.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낀 성연은 왠지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갑자기 어깨에 손을 얹은 무진이 나지막한 음성으로 성연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앞으로 네 곁엔 내가 있어. 괜찮아. 외할머니는 하늘에서 잘 지내실 거야.”귓가에서 들리는 무진의 음성에 저도 모르게 치밀어 오른 감정을 천천히 가라앉혔다.당시 진미선이 집을 팔았다고 하면서 성연에게 돈을 주었지만, 성연이 나중에 이 집을 다시 사들였다.이 집은 외할머니와 자신의 추억이 깃든 유일한 장소였기에, 다른 사람들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생각해 보니, 병이 나 돌아가신 외할머니는 더 이상 여기에 없고, 이제 이런 생명 없는 물건들만 남아 있었다.성연은 화단 밑에서 열쇠를 꺼내어 문을 열었다.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아 집 안에 먼지가 가득 쌓였기는 하지만, 평소에 무척이나 깔끔하게 관리했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소파의 먼지를 닦고 깨끗한 매트를 새로 깐 성연이 그 위에 무진을 앉혔다.“방금 왕씨 아주머니한테 왜 내 친구 오빠라고 했어요?”“너 아직 나이도 어린데, 고향을 떠나자마자 약혼자가 있다고 하면 동네 어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물론 무진은 사람들에게 자신과 성연의 관계를 밝히고 싶었지만, 결국 성연의 입장을 먼저 고려했다. 어차피 이곳에는 자주 오지 않을 것이니, 이렇게 말해서 이곳의 어른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다.무진의 설명을 들은 성연은 무진이 자신의 입장을 염려했다는 걸 알았다.하긴,
성연과 무진은 계속 손을 잡은 채 마을 내 시장을 구경했다.한시도 손을 놓지 않았다.지인을 만난 성연은 바로 솔직하게 인정을 했다. 이 사람이 자신의 약혼자라고.어른들은 무진의 인물이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시장을 도는 내내 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았다.성연은 백합 한 다발을 골랐다. 외할머니가 생전에 가장 좋아하셨던 꽃이었다.또 과일 몇 가지와 채소를 산 뒤에 이웃 아주머니의 주방을 빌린 성연은 직접 외할머니가 좋아하시던 음식 몇 가지를 만들었다.그 동안 무진이 빌려온 바구니에 성연이 준비한 음식들을 담았다.일일이 물건을 다 담은 성연은 무진의 손에 작은 화환이 하나 있는 것을 보았다.궁금한 표정으로 성연이 물었다. “이건 어디에서 난 거예요?”무진은 바로 말했다.“이건 외할머니께 드리는 첫인사 선물이야. 처음 뵙는 자리에 빈손으로 가면 나에 대한 외할머니의 인상이 안 좋을 거 아냐.”성연이 입술을 동그랗게 오므리며 살짝 웃었다.“사람만 좋으면 외할머니는 그냥 좋아하실 걸요?”그녀도 무진이 이렇게 세심하게 마음 쓸 줄은 몰랐다.‘이 모든 게 무진 씨가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기 때문이겠지. 그래서 지금 이런 저런 것들을 다 세심하게 고민한 것이고.’외할머니는 성연이 산에 묻어 드렸다.산길을 걷는 무진과 성연에게서 편안한 분위기가 흘러나왔다.금세 산 정상에 오른 두 사람 눈 앞에 묘비가 하나 보였다.성연이 준비해 온 것들을 하나하나 묘비 앞에 늘어놓은 후에 외할머니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할머니, 할머니 보러 제가 왔어요.”고요한 미소와 자상한 얼굴의 사진 속 노인은 젊었을 적에는 고혹적인 분위기의 뛰어난 미인이었음이 분명했다.세월도 그녀의 아름다움을 가릴 수는 없었다.성연이 다가와 무진을 잡아당겼다.“할머니, 이 사람이 제 약혼자예요. 저한테 엄청 잘해 줘요.”잠시 묘비를 바라보던 무진은 성연의 외할머니에게 허리를 깊이 굽히며 인사했다. 아주 엄숙한 태도에 말투도 매우 정중했다.“할머님, 성연이를 이렇게 잘 키워
외할머니께 제사를 드린 후, 성연은 무진을 데리고 마을 곳곳을 구경시켜 주었다.마을엔 성연이 살았던 흔적들로 가득했다.작은 마을의 풍경이 아름다웠다. 개발되지 않은 이곳의 시냇물은 도시의 수도보다 훨씬 맑고 깨끗했다.부지런히 일하는 어른들만 보이는 마을에는 공장이 없어서 공기도 아주 맑았다.성연과 무진은 작은 시냇가를 따라 걸었다.익숙한 이 모든 것을 바라보는 성연의 가슴엔 추억으로 가득 찼다.성연이 무진을 향해 말했다.“어렸을 때, 동네 친구들과 함께 이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잡아 들판 저쪽에서 구워 먹었어요. 그런데 나중에 불을 완전히 끄는 것을 까먹어서 하마터면 밭의 짚더미를 홀랑 다 태워먹을 뻔한 거 있죠. 집에 돌아가서 외할머니한테 한 대 맞았어요. 그 일로 외할머니한테 유일하게 맞았던 때예요.”이전의 일들을 떠올리니 여전히 웃음이 나는 성연.“아팠어?” 무진이 성연의 손을 어루만지며 미간을 찌푸렸다. 마치 애초에 맞았던 사람이 마치 자신인 것처럼.성연을 대신해서 모든 것을 감당하지 못해 한스러울 정도다.다행히도 그들의 만남은 그리 늦지 않았다.한순간 멍한 표정을 지었던 성연이 웃으며 말했다.“안 아팠어요.”당시 아프지는 않았지만 아주 무서웠다. 처음으로 자상한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실망하고 화난 표정을 짓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었다.성연일 때린 후 외할머니는 우시며 몰래 약도 발라 주셨다.그 후로 성연은 두 번 다시 외할머니를 화나게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고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그녀는 이 세상에 자신을 원하는 이는 외할머니뿐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에.만약 외할머니가 자신을 원하지 않았다면 정말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성연은 아직도 무서워서 제멋대로 굴지 못한다.이제 모두 지나간 일들에 불과했다. 성연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무진이 자신의 불우했던 과거를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손을 잡은 채 걸어 내려가던 두 사람이 큰 나무 아래에 이르렀을 때, 성연이 나무를 가리키며 말했다.“알아요? 이것은 소귀나무예
이어 성연과 무진은 서로 처음 만났던 창고로 걸음을 옮겼다.어쩌면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는지도 모른다. 무진이 부상을 입고, 성연이 딱 맞춰 나타나 구했다.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이 창고 입구에서 멈추었다.성연은 당시 측은지심이 일어나 무진을 구해준 게 무척 다행스럽게 생각했다.아니었으면 아마 그 후의 일들은 모두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성연과 무진이 마주 선 상태.무진이 성연의 손을 잡았다.“처음에 나를 구해준 사람이 너 맞지?”그들은 처음부터 이 일을 알고 있었다. 단지 드러내지만 않았을 뿐.무진은 성연이 어떤 목적으로 숨겼는지 몰랐다. 아마도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겠지. 무진도 이해할 수 있었다.처음에는 성연이 쓸모가 있겠다는 생각에 곁에 두었다.나중에는 성연을 떠나게 두고 싶지 않았다. 이 일을 말하면 성연이 도망갈까 걱정하면서.이제 무진은 거의 때가 되었다는 걸 느꼈다. 어떤 일들의 베일을 한 꺼풀 한 꺼풀씩 벗겨야 할 때였다.성연은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당시 무진 씨 옷차림을 보고 일반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어요. 게다가 그렇게 큰 상처를 입혔다면 틀림없이 보통 원수가 아닐 테고. 사실 그때 원래는 무진 씨를 구할 생각이 없었는데, 무진 씨가 너무 잘생긴 거예요.”그녀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맞아, 나 얼빠야.’“그럼 내가 정말 운이 좋았군. 네 시선을 끌만한 얼굴을 가져서.”무진이 실소를 흘리며 말했다.“맞아요, 안 그랬으면 구하지 않았을 거예요.” 성연이 태연하게 인정했다.무진이 가볍게 몇 차례 웃은 뒤에 말했다.“당시에 너를 몇 번이나 찾아 왔었어. 며칠이나 찾아도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더군. 그때 어쩌면 하늘은 우리를 위해 더 좋은 재회를 준비하고 있었던 모양이야.”그가 성연을 찾고 있을 때, 하느님은 성연을 그에게 보내기로 작정을 한 모양이다.성연이 눈에 의아한 기색을 띄고 회상했다.당시 성연이 외할머니의 장례를 다 치른 후 바로
아주머니와 그녀의 시어머니는 성연과 무진을 밥 먹고 가라고 붙잡았다.성연은 차마 매정하게 뿌리치지 못해 무진의 소매를 잡아당겨 남았다.이런 가정식 음식을 먹은 지도 한참이 되어서인지, 성연은 아직도 매우 그리워한다.식사를 하면서 어른들 몇 명과 최근 근황을 이야기했다.어른들은 그녀가 잘 지내고 있다는 말을 듣고 모두 매우 기뻐했다.그날 저녁, 성연과 무진은 더 이상 머물지 않고 북성 시로 돌아갔다.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주차하는 소리에 얼른 옷을 걸친 집사가 문 앞까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두 사람이 집으로 돌아오자 비로소 마음이 완전히 놓였다.집사가 웃으며 맞이했다.“도련님, 작은 사모님, 돌아오셨습니까? 야식 좀 드시겠습니까?”먼 길을 다녀오는 동안 성연은 배가 좀 고팠다. 그러나 무진과 성연 두 사람도 손과 발이 있는 어른인데 어떻게 집사를 깨워 늦은 저녁을 준비하게 하겠는가?비록 고용된 관리집사라 해도 강씨 집안에서 십여 년을 지낸 바로 어른인 셈이다.그래서 성연이 따뜻한 음성으로 말했다.“우리 이미 먹었으니 준비할 필요 없어요. 가서 쉬세요.”집사는 아무 말없이 고개를 들어 무진을 한 번 쳐다보았다.무진이 집사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집사가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 그럼 도련님도 일찍 쉬십시오.”말이 끝낸 후 집사는 바로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성연은 소파 위로 뻗었다. 장시간 차에 앉아 있었더니 역시 엉덩이가 좀 아팠다.쿠션을 끌어안은 채 소파에 기대어 핸드폰을 가지고 놀았다.역시 집에 돌아와서 취하는 가장 편안한 자세.아마도 그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진의 집은 언제부턴가 마음속 안전 지대가 되어버렸다. 무진이 코트를 끌러 한쪽에 던졌다.“배고프니?”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약간요. 준비하러 갈 거예요?”“응, 뭐 먹고 싶은데?” 무진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부엌으로 걸음을 옮기려 하는 순간,무진이 정말 음식을 준비하려 하자 얼른 쫓아간 성연이 그의 손을 잡으며
겨울방학에 할 일이 없었던 성연은 온라인으로 연결해서 주연정을 위해 수시로 두 과목을 보충지도해 주었다.게다가 날씨가 추워져 성연은 집에만 콕 틀어박혀 있었다.무진은 가능한 한 업무를 집으로 가져와 처리하며 성연이 집에서 지루하지 않게 하려 애썼다.무진은 본래 성연이 추위를 잘 탄다고 생각해서 해남으로 휴가를 보내려 했다. 거긴 일년 내내 따뜻한 곳이니까.그러나 성연은 왔다갔다하며 소란을 피우고 싶지 않았다. 게다가 곧 설인데다 무진도 그만하면 되었다.하지만 집에 있어도 무진에 출근했다가 퇴근하고 돌아올 때면 성연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거나 또 재미있는 작은 물건들을 가져다주기도 한다.성연은 매일 이런 작은 물건들로 시간을 보냈다.무진은 당연히 집에 있을 수 있으면 회사에 나가지 않았다. 부득이한 일이 있을 때가 아니면 나가지 않았다.무진이 이렇게 왔다갔다하는 것을 본 성연은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무진 씨 회사에 출근하세요. 나 혼자 집에 있어도 돼요.” 이러는 게 너무 번거롭게 느껴진 성연이다. 게다가 무진의 몸은 많이 좋아졌지만 그래도 쉴 수 있으면 가능한 한 쉬어 주는 게 좋았다.“회사는 여기서 멀지 않아. 그리고 회사가 너만큼 중요하진 않아.”무진은 다이렉트로 자신의 감정을 전해온다.성연은 이 남자가 점점 말을 너무 잘한다는 생각이 들어 일부러 말했다.“무진 씨, 은근 사람을 꼬시는 멘트를 잘하는 것 보니 경험이 많은가 봐요?”성연은 무진의 나이에 연애를 해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일 거라 생각했다.하지만 무진이 자신을 대할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면 어쩐지 마음이 묘하게 불쾌했다.“실망시켜서 미안해.”말하면서 무진이 코끝이 맞닿을 만큼 가까이 다가오자 두 사람의 숨이 거의 하나로 섞일 듯했다. 긴장한 성연이 꼴깍 침을 삼켰다.‘이런 동작은 반칙이지 않나?’“이렇게 자랄 때까지 정말 딱 한 사람에게 작업 걸었는데, 그게…… 바로 너야.” 무진이 몸을 낮춘 채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온몸이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