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수정과 송종철은 성연이 상대하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성연이 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이번 일로 모든 사람이 다 알게 되었다.강씨 집안 쪽에는 안 그래도 미운 털이 박혔는데.임수정은 죄를 인정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만약 자신이 딸을 부추겨서 이런 일을 했다는 걸 사람들이 알게 되면 앞으로 어떻게 살겠는가?그래서 임수정은 강진성에게 이 일을 덮을 씌우기 위해 속으로 궁리했다.자신들이 연루되어서는 안 된다.그들은 모두 각각 다른 칸막이에 있어서 심문하기 편리했다.경찰이 물었다.“강진성 씨가 당신 따님과 관계를 맺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입니까?”“네, 강진성이 철이 없는 우리 딸과 억지로 관계를 맺어서 지금 우리 딸이 임신을 했습니다. 그런데 강씨 집안에서 책임을 지려고 하질 않습니다.”임수정은 속으로 이미 대답할 말을 다 준비하고 있었다.송종철은 임수정의 말을 듣고는 어안이 벙벙했다.이번에야 말로 진짜 강씨 집안에 미움을 단단히 받게 생겼다.임수정에게 물어본 뒤 경찰은 송종철을 보며 다시 물었다.“부인께서 진술한 상황이 사실인가요?”송종철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상황에서 그 역시 인정할 수는 없었다.만약 그가 입을 열지 않는다면, 임수정은 아마 그의 가죽을 벗길 것이다.이어서 경찰은 임수정에게 상황을 다시 물었다.임수정은 두말할 것 없이 모든 책임을 강진성에게 떠넘겼다.강진성을 온갖 쓰레기 같은 놈으로 말했다. 자신이 먼저 강진성에게 접근하라고 딸을 부추겼다는 사실은 쏙 빼고서.이쪽 조사가 끝나자 경찰은 저쪽으로 건너가서 강진성을 조사했다.강진성은 즉시 욱하기 시작했다.“이런 개X리! 내가 주로 어울리던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송아연이 스스로 원한 거예요. 우리가 관계가 가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나한테 명품 가방, 팔찌 따위를 요구했다구요!”클럽에서 친구들과 한창 신나게 놀고 있을 때 경찰들이 와서 가타부타 없이 그를 경찰서로 데리고 온 터였다.
연락을 받은 강상규는 즉시 경찰서로 달려왔다.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듣고 강상규는 완전히 화가 났다.그만큼 큰 돈이 나갔는데도 일이 이렇게 되자 정말 구역질이 났다.붉으락 푸르락 한 얼굴의 강상구가 송종철과 임수정 앞으로 걸어갔다.“너희 송씨 집안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군! 약속을 어겼으니 계약서 상에 명시한 대로 합의금10배로 나에게 배상해.”이 지경에 이른 마당이니 모두 최대한 자기 이익을 찾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다.10배면 200억, 그런데 송씨 집안은 지금 몇 억도 내놓지 못할 테지.어떻게 그런 많은 돈을 낼 수 있겠어?그러나 강상규가 진짜 그 합의 내용대로 따를 것을 끝까지 요구한다면 자신들로서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그리하여 임수정과 송종철은 이 일을 또 성연에게 떠넘겼다.“어르신, 이 일은 우리가 말한 게 아닙니다. 성연이가 폭로한 겁니다. 우리와는 상관없습니다.” 임수정이 성연을 확실하게 팔아 넘겼다.그러나 그녀의 눈에는 사실이 그랬다.자신들은 개인적으로 성연을 찾아갔을 뿐이다.그런데 성연이 경찰에 신고해 버린 것이다.그러니 이 일은 그들도 어쩔 수가 없었다.이렇게 난리가 나 버리자 송아연의 임신 사실을 모두가 다 알아버렸다.이게 어떻게 자신들이 원한 것이겠는가?강상규 같은 교활한 사람이 송종철과 임수정이 성연에게 찾아가 무엇을 하려고 했는지 어찌 짐작하지 못하겠는가?그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너희 두 사람이 할 일 없이 송성연을 찾아갔겠어? 너희들 이 호랑말코 같은 것들 내 눈앞에서 어디 거짓말을 해? 재미없을 줄 알아.”“어르신, 이 일이 이렇게 된 건 정말 우리가 원한 게 아닙니다.” 임수정이 불쌍한 척하기 시작했다.강상규는 몹시 화가 났다.송종철과 임수정이 속셈을 가지고 성연을 찾아갔다면 일이 이렇게 되었을까?그러나 송성연도 미워 죽을 지경이다.송성연이 일부러 이런 일을 벌인 걸지도 모르고.“너희들 기다려, 나중에 다시 결판을 내자!” 임수정은 송아연을 강진성에게 시집보내고 싶어 했
무진도 연락을 받고 경찰서로 찾아왔다.전반적인 과정은 성연과 관계가 없었다. 증인이 된 성연은 경찰들에게 칭찬을 받기도 했다.그래서 무진이 와서 바로 성연을 데려갈 수 있었다.송종철과 임수정의 심문실을 지날 때 성연의 뒷모습을 본 두 사람은 성연에게 이를 갈았다. 성연을 뼈를 뽑고 껍질을 벗기지 못한 것이 한스러웠다.그들의 아이디어가 이렇게 성연에 의해 망가졌다.경찰서까지 오게 하다니 정말 재수가 없었다.무진이 경찰서 입구에 나와서야 물었다.“괜찮아?”성연은 어깨를 으쓱했다.“괜찮아요. 내가 무슨 일이 있겠어요?”그녀의 설명을 듣고 있던 무진의 안색이 아직도 좋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은 그의 안색이 좀 이상해 보였다.“무진 씨, 화난 거 아니죠?” 성연이 머리를 긁적거리며 약간 이해가 안되는 표정으로 물었다.“화 안 났어.” 무진이 잠긴 음성으로 말했다.“화도 안 났다면서 표정이 왜 그래요? 이번에 내가 잘못한 건 없잖아요?” 성연이 가볍게 콧방귀를 뀌었다.그녀는 나름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다.“임수정과 송종철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 돈에 눈이 먼 인간들이야. 저들과 만나기 전에 먼저 나한테 전화했어야 했어. 만약 저들이 당신에게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면 어쩌려고 그랬어?”무진의 눈에는 걱정하는 마음이 깊이 담겨 있었다.성연은 그가 경찰서의 전화를 받고 얼마나 마음이 조급했을지 전혀 상상하지 못했다.심지어 중요한 회의까지 미루고 급히 달려온 참이었다.성연은 그저 불퉁거리기만 했다.“겨우 저 두 사람이 날 어떻게 할 수 있다고요?”그녀의 말에 무진의 표정이 더 나빠졌다.성연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 남자를 달래러 했다.“알았어요,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꼭 기억해서 미리 전화할게요. 화내지 마요.”성연이 무진의 소매를 잡고 애교를 부렸다.어린 계집애가 먼저 수긍하고 애교를 부리자, 무진이 차마 더 이상 나무랄 수 없었다.성연의 이마를 가볍게 두드리며 말했다.“다음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집에 돌아온 성연은 무진에게 이 일을 말했다.방금 경찰서 입구에서 이런 말을 하기는 불편한데다가 무진이 화가 나 있어서 입을 열기가 더 어려웠다.무진의 화가 거의 가라앉은 것을 보고 성연은 비로소 말을 했다.무진이 물었다.“너는 마지막에 강진성이 곤경에 빠질 것을 진작 예상했어?”성연도 부인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는 확실히 이렇게 생각한다.강상규는 졸렬한 수단을 사용해서 하마터면 무진을 죽을 뻔했다.그러니 강진성이 피를 좀 흘리게 해야 한다고.강상규도 화가 많이 난 것을 보고 그녀는 안심했다.그리고 지금 이 일이 생김으로써 송씨 집안과 강상규 쪽도 철저히 틀어진 셈이다.강상규는 송씨 집안에 대한 나쁜 인상을 가지게 됐으니, 앞으로 송아연이 강씨 집안에 들어오는 일은 더욱 불가능할 것이다.성연은 경찰에 신고하기 전에 이 일들을 모두 똑똑히 생각했다.한꺼번에 그들 모두를 계산에 다 넣었다.성연은 원래 이렇게 하고 싶지 않았다.임수정과 송종철이 자신을 찾아와 일부러 이런 말을 하며 구역질나게 하지만 않았어도.그녀도 어쩔 수 없이 강요당했잖아?무진이 한숨을 쉬었다. 성연이 자신을 위험에 빠트리는 게 싫었다.이 일로 강상규의 사소한 원한은 갚은 셈이지만, 저쪽에서는 틀림없이 원한을 품고 이 일을 성연에게 계산하려 할 것이다.그러나 일이 이미 발생했고 성연이 이 일을 건드렸다.무진은 어떻게든 성연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게 할 것이다.“나를 위해 복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만, 다음에는 그럴 필요 없어. 나는 네가 이런 일에 연루되는 게 싫어. 알겠어?” 강씨 집안의 은원은 정말이지 너무 깊었다.강상철, 강상규 쪽은 늘 암수를 썼다.무진은 성연만 지켜볼 수가 없었다.그는 성연이 다칠까 봐 두려웠다.“나는 무진 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요.” 성연이 발끝을 노려보았다.“나는 네가 똑똑하고 그들도 두려워하지 않는 걸 알아. 그러나 내가 두려워. 만약 너한테 일이 생기면 나는 어떻게 해? 응?” 무진이
강상규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화가 나서 어쩔 줄 모르는 중에 어쨌든 그 계집애에게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는 화가 나서 고택에 가서 이 일을 안금여에게 알렸다.“형수님, 어떻게 제가 이렇게 벙어리 냉가슴 앓는 소리를 해야만 하나요? 진성이도 손자인데 아직 경찰서에 쭈그리고 앉아 있어요. 성연이가 꾸민 짓이에요. 일부러 그랬습니다.” 강상규는 앉지도 못한 채 서서 말하며 몸을 떨었다. 얼굴도 시퍼렇게 변한 걸 보니 화가 엄청 많이 난 모양이다.“서방님, 이 일은 성연이를 부르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성연이가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겠어?” 안금여는 성연에게 전화를 하려고 했다.이때 무진과 성연이 이미 현관문을 넘어 들어왔다.“할머니, 부르지 마세요. 저 이미 왔어요.” 성연의 목소리가 입구에서 들렸다.강상규가 고개를 돌려 성연을 보니 더욱 화를 참을 수 없었다.“네가 고의로 그 일을 폭로한 것이 아니냐? 너는 도대체 무슨 속셈이냐? 형수님이 너를 감싸고 있다고 마음대로 하는 거야? 오늘 네가 나에게 실토를 하지 않으면 내가 오늘 너랑 끝장을 볼 테다.” 강상규는 화가 났는지 거의 말을 가리지 않았다.이전에 그는 성연을 싫어했지만 성연 앞에서 독설을 한 적은 없었다. 이번이 처음이다.성연은 마음속으로 그녀가 설사 고의적이라 하더라도 강상규는 그녀를 어찌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만약 그들이 그런 일을 하지 않았고 자신에게 약점을 잡히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있었겠는가?성연은 조금도 사양하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셋째 할아버님, 말씀이 옳지 않아요. 할아버님은 손자를 잘 가르치지 못하셨잖아요? 일을 잘못한 게 먼저인데 또 책임도 지려 하지 않았어요. 제 아버지와 계모도 나에게 방법을 생각해내라고 강요하는데, 내가 왜 경찰에 신고할 수 없습니까? 저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도록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잖아요?”강상규는 성연을 노려보았고, 성연도 이에 질세라 노려보았다.강상규는 그녀에게 말문이 막히자 더 화가 나
안금여는 성연을 단단히 감싸며 질책조차 하지 않았다.다른 방법을 찾지 못해 화가 났었던 강상규는 지금 고택에 와서 더 화가 났다.고택을 떠난 그는 인맥을 동원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며 손자를 꺼내려 안간 힘을 썼다.이 일이 이렇게 된 까닭은 강진성의 잘못만은 아니었다.강상규 쪽 셋째 일가의 체면도 있었다.만약 그가 한 사람도 건지지 못한다면 그건 자신의 얼굴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그는 부하들에게 방법을 강구하라고 통지했다. 반드시 손자 강진성을 최대한 빨리 경찰서에서 빼내야 한다.오래 있을수록 자기 집안은 창피를 당할 수밖에 없다.이와 동시 늦은 밤, 강상규는 경호원을 송씨 집안으로 보냈다.송씨 세 식구는 웃으며 20억을 어떻게 쓸지 얘기하고 있었다.송아연은 차 한 대를 갖고 싶어 했다. 오래전부터.그러나 송종철은 지금이 고비라고 생각했다.만약 이 돈으로 차를 산다면, 너무 낭비하게 된다.임수정은 오히려 불만스러워했다.“이 돈은 우리 딸이 얻은 것인데, 차 한 대 사주는 것이 어때서?”만약 아연이 차를 사서 몰고 나가면 엄마인 자신의 체면도 설 것이다.송종철은 지금 회사가 얼마나 어려운지 전혀 모른다고 생각했다.세 사람이 각자 다른 마음을 품고 있을 때 갑자기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임수정은 무방비 상태로 문을 열었다.거실에 경호원 여러 명이 침입하는 것을 보았다.임수정은 모두 놀라서 몇 걸음 물러섰다.“당신, 당신들 도대체 뭐야?”송종철도 검은 옷을 입은 사람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검은 옷차림의 남자들의 리더 같아 보이는 사람이 송씨 일가족을 힐끗 본 후에 냉소를 지었다.“강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일이 이렇게 된 이상 배상하면 그만이랍니다. 그러나 당신들이 돈을 받고 합의까지 한 이상 아이는 절대 그냥 둘 수 없답니다. 당신들이 알아서 가지 않는 다면 강 사장님이 당신들을 대신해서 결정을 내려 주실 수밖에.”말하면서 손을 흔들자 경호원 몇 명이 앞으로 나와 아연을 끌고 갔다.아연이 즉시 비명을 질렀다
송아연이 도착하자마자 바로 수술을 시작할 수 있도록 강상규는 사전에 병원부터 모든 것을 안배해 두었다.어찌나 준비가 잘 되었든지 눈깜짝할 사이에 수술을 마친 아연이 회복실로 들어왔다.아랫배에서 미세한 진통만 느껴지자 아연은 비로소 아이가 완전히 없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그 동안 송종철은 여기저기 알아보며 사정을 한 뒤에야 딸 아연이 있는 병원을 알고 황급히 달려왔다.송종철과 임수정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수술은 이미 끝나 있었다.창백한 모습의 아연을 본 임수정이 눈물을 흘렸다.“아연아, 흑흑, 불쌍한 내 딸.”아연의 얼굴은 핏기라고는 전혀 없이 푸른 빛이 돌 정도로 창백했다.옆에서 울부짖는 엄마 임수정을 보며 송아연은 입술을 짓씹었다가 이를 갈며 말했다.“모두 성연 때문이야. 성연이 다 까발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거야?”‘성연, 내가 잘 되는 꼴을 못 보지?’‘분명 내가 강씨 집안에 시집 가면 집안의 관심과 애정을 빼앗길까 그런 거야.’‘그런 이유로 이런 계략을 쓴 게 분명해.’정말 감쪽같이 속였다.시골에서 올라온 촌뜨기라 아무것도 모르는 성연이니, 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생각했었더니.그러나 이제 확실하게 알았다. 성연이 양의 탈을 쓴 여우라는 걸.성연과 부딪힐 때마다 재수가 없었다.화가 난 임수정의 얼굴에도 분노가 가득했다.“강씨 집안, 정말 너무 심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강씨 집안의 혈육인데, 어떻게 이렇게 모질게 나올 수가 있어?”‘우리가 돈 좀 받는 게 뭐 어떻다고?’‘어찌 되었든 아연이 강씨 집안 자손의 아이를 가졌는데, 아이를 봐서라도 사정을 봐 줄 수도 있지 않는가 말이야.’하지만 이 점에 대해서 강씨 집안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원래는 계획에 없었던 아이였다.두 사람의 울음 소리를 들으며 마음이 초조해진 송종철이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그만해, 그런 방법으로 강씨 집안에 시집가려면 게 결국 실수였어. 이제 아이도 없으니 그 일은 더 이상 언급하지 마.”그들 세 사람 중 송
무진은 계속 사람을 시켜 강상규 쪽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었다.그래서 다음날 무진과 성연도 아연의 일을 알게 되었다.사실 성연은 듣고서도 별 다른 느낌이 없었다.일말의 동정심도 들지 않았다.결국에는 이 모든 게 송씨 집안의 업보인 것이다.임수정이 제안을 했을 때 송아연도 거절하지 않았으니.저 가족은 그야말로 미쳤다. 돈을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정도로.결론적으로 송아연은 본인의 허영심으로 그녀 자신을 해친 셈이다.‘하지만 이게 나와 무슨 상관이람.’‘심은 대로 거두는 거지.’송씨 일가는 자신들의 욕심으로 쓴맛을 본 것일 뿐이다.그러나 이번 일로 강상규가 얼마나 잔혹한 인간인지 알 수 있었다.이런 악랄한 서슴지 않을 수 있는 확실한 악당.어찌 되었든 자신의 증손자임에도 불구하고 손자 며느리로 마음에 차지 않는다고 인정 사정없이 강제로 낙태를 시켜 버리다니.이 소식을 들은 성연이 침묵에 잠기자, 무진은 그녀가 송씨 집안의 처지에 마음이 쓰이는 줄 알았다.그래서 성연의 머리카락을 아래위로 쓸면서 말했다.“성연이 네가 마음 쓸 가치도 없는 가족이야. 애초에 송아연이 강진성을 유혹한 것도 임수정이 부추긴 거고. 그때 이렇게 되리라는 걸 생각했어야지. 그런데 수술까지 시키다니, 셋째 할어버지가 이렇게 강경하게 나올 줄은 몰랐어. 어쩌면 오히려 잘 된 거야. 할아버지도 강진성도 모두 송아연을 마음에 안 들어 하는 마당에 그 집에 가면 하루도 잘 못 지낼 게 뻔해.”그러나 송씨 일가는 이런 부분은 아예 하지 않았다.저들이 염두에 두는 건 오로지 강씨 집안의 돈과 권세일 뿐.하지만 그런 것들을 어디 그렇게 쉽게 손에 넣을 수 있겠는가?정말 허황된 생각.송아연도 바보인 게, 이쯤 되자 명백한 사실도 분간이 안되는 모양이다.성연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말했다.“무진 씨는 내가 저 가족들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해요? 너무 나는 그저 셋째 할아버지를 상대하기가 참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사람이 어쩜 그리 잔인한지. 앞으로 상대하려면
곧이어 편안하게 잠이 들 수 있도록 무진의 손바닥을 눌렀다.“두 손에서 따뜻한 기운이 솟아오르는 게 느껴져요?” 성연이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래, 정말 편해. 이 마사지 방식은 순수한 마사지가 아니지?”궁금해진 무진이 물었다.성연이 의기양양하게 미소지었다.“물론 아니지요. 이건 원기의 순환이 막힌 위치를 정확하게 찾아서 혈액 순환을 더욱 잘 되게 하는 거예요. 설마 아무 곳이나 막 누르겠어요? 침술로 다시 한번 시도해 볼까요?”“그럴 필요 없어!”무진은 바로 고개를 저으면서 거절했다. 문제가 없다는 건 알지만 저렇게 긴 바늘이 살 속에 들어온다고 생각하니 아무리 생각해도 아플 것 같았다.“좀팽이 같으니! 마누라 시험 대상이 되는 것도 싫다는 거죠!” 입을 삐죽 내미는 성연의 모습이 얼마나 귀여운지는 말로 할 수 없었다.무진이 바로 제의했다.“그럼 서한기를 오라고 해. 그 친구하고는 평소에 많이 연습했겠지?”“새로운 수단을 개발할 땐 가끔 할 때도 있었어요. 예를 들어... 귀 언에 침을 놓는 거라든가.”무진은 정말 간담이 서늘해져서 얼른 서재에서 나왔다.마침 서한기와 마주치자 아주 엄숙하게 말했다.“사모님이 너를 찾고 있어. 빨리 가 봐!”“어? 보스가 저한테 무슨 중요한 임무를 맡기려고 찾는 걸까요? 바로 올라갈게요!” 서한기는 이번에 성연이 시도하는 것이 발바닥에 침을 놓는 것임을 꿈에도 몰랐다.곧 처절한 비명 소리가 서재에서 들려왔다.곧이어 성연의 성난 목소리가 이어졌다.“비명은 왜 질러? 이제 겨우 바늘 하나 찌른 건데, 정말로 아프겠어? 네 마음의 작용 때문인 거야!”1층 로비에 있는 무진에게는 서한기의 비명이 정말 끝없는 슬픔처럼 여겨질 뿐.풍성한 저녁 식사가 끝난 후, 무진은 성연을 데리고 정원 밖을 산책했다.무진이 성연의 배를 어루만지며 뱃속의 아기들과 교류하려고 했다.“얘들아, 내 보배들아, 착하지. 엄마를 들볶으면 안 돼. 알겠지?”“여보! 아직 배아기라서 그다지 크지 않아요. 당신이 말하는
곧바로 전화를 받은 샤넬 가문의 가주는 무진과 인사를 나눈 뒤, 갑자기 가라앉은 목소리로 실혼전을 언급했다.[강 대표님, 실혼전 그 조직은 정말 대단히 은밀한 조직이더군요. 제가 줄곧 여기저기 알아보고 조사했지만, 여전히 구체적인 걸 찾아낼 방법이 없습니다. 마치 고위층의 거물급 인사가 보호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은밀한 임무를 맡아서 해 주겠지요!]무진은 충격을 받았다. 만약 자신의 부하들이 조사할 수 없다면 그래도 정상을 참작할 만했다. 필경 유럽 그쪽은 자신의 세력 범위에 속하지 않기에.‘그러나 적어도 100년 가까이 세력을 쌓은 유럽의 명문 가문인 샤넬 가문조차 추적하지 못한다면, 그건 실혼전이 정말 은밀한 조직이고 국제적으로 유명한 정보기관보다 더 무섭다는 걸 말해주는 거야.’비록 추적에는 실패했지만 무진은 그래도 감사를 표했다.“가주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또 조사를 부탁했던 진교철의 투자회사에 대해서는 알아내셨습니까?”[알아냈습니다! 아주 볼품없는 작은 회사인 것 같아요. 심지어 제가 직접 그 회사 근처에도 가봤는데, 파리 외곽에 있는 정말 초라하고 볼품없는 곳이었어요. 그런 회사에 무슨 신기한 점이 있겠어요? 척 보기만 해도 사기꾼 회사인 것 같아요.] 샤넬 가주는 의아하다는 듯한 말투였다.무진의 눈이 가늘어지면서 깊은 생각에 잠겼다.[강 대표님, 진교철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저도 조사해 봤습니다. 유럽에서 계속 사업은 하고 있지만 유럽에 자주 오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미국에 많이 있어요! 그쪽은 제가 터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진교철의 배후에 도대체 어떤 인물이 있는지 전혀 알아내지 못했습니다.]파악한 상황들을 하나씩 설명하던 샤넬 가주가 마지막으로 협력 사항에 대해서 물었다.[강 대표님, 우리 와이너리의 와인이 이미 출시되기 시작했습니다. 가능하다면 강 대표님 나라에 좀 더 널리 보급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윤은 각자 반씩 나누고 싶은데 강 대표님 생각은 어떻습니까?]무진은 생각해 보
[이상효 씨, 정말 죄송합니다. 화물에 대해서 조사해 봤는데, 이 화물에 무슨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지금은 부두에 압류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미 진교철 씨에게 화물을 빼낼 수 있는 인맥을 좀 알아보라고 했습니다.]그 말을 들은 이상효는 어안이 벙벙했다.‘반나절 동안 연계진의 연락을 기다렸는데, 바로 이런 소식이나 듣게 되다니.’ 자신도 모르게 조급해진 이상효가 재촉했다.“연 회장님, 이건 어떻게 하실 겁니까? 회장님 회사에서 물건 인수를 책임지고 있으니, 어쨌든 문제가 생겼다고 나 몰라라 하지는 않겠지요? 이 물건 대금은 모두 저희가 대신 지불하는 거라서, 천 톤이나 되는 화물에 문제가 생기면 저희가 정말 배상해야 합니다!”[누가 나 몰라라 한다는 겁니까? 이상효 씨가 이렇게 말하는 건 신뢰가 부족하다는 반증이겠지요. 이제 막 협력이 시작되었는데, 이 화물 때문에 우리 신용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시간을 좀 주세요. 또 계속 이어서 물건을 시장에 깔고 기선을 제압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WS그룹에서 알아차리게 된다면, 틀림없이 우리와 가격 전쟁을 벌일 겁니다!]연계진이 아주 냉담한 말투로 말하자 이상효는 한 마디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연계진의 그런 명령식 말투에 갈수록 화가 났다.그러나 이익을 위해서 연계진은 그래도 참아야 했다. 한 차례 간청한 뒤 반드시 그 물건들을 되찾겠다고 맹세했다.전화를 끊은 이상효는 온몸이 힘이 빠져지면서 맥이 풀렸다지금 소지연은 한마디도 하지 못한 채 숨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손을 내민 이상효에게 와인 병을 건네주자, 병째로 그대로 들이켰다.“또 화물을 발송해야 해?” 이상효가 갑자기 묻자 소지연은 멍해졌다.이런 문제를 이상효가 자신에게 물어볼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소지연은 이상효를 자극해서 기분 나쁘게 만들까 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른 채 머뭇거렸다.“빨리 말해 봐. 당신은 프로잖아! 이번에는 당신 말을 들을게!” 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만약 연계진이 정말로 나를 가지고 논 거
이씨 가문의 저택. 이상효는 지사의 최근 회계 장부를 모두 소지연에게 넘겨주었다.“전부 다 유럽 업무의 명세서인데, 문제가 있는지 좀 살펴 볼래?” 이상효는 유럽 수출에 대해서 전혀 경험이 없었다. 단지 연계진이 자신을 끌어들였으니 당연히 자신에게 이익을 가져올 거라고만 생각했다.이상효를 돕기로 선택한 이상 소지연은 당연히 책임을 다해야 했다.임신한 뒤 소지연은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벗어날 수 없는 이상 순종할 수밖에 없어. 노예가 된 기분이지만 때리고 걷어차면서 비웃고 모욕하는 것보다는 나아.’옆에서 한가하게 술을 마시고 있는 이상효의 머릿속에는 온통 돈 생각이 가득했다. ‘적어도 수백만 달러는 벌 수 있을 거야.’‘게다가 보름도 안 되는 기간에 말이야!’‘연계진과 함께 하기로 한 건 역시 잘한 일이야. 비록 연계진이 강무진보다 능력이 떨어져서 결국 패배하게 되더라도 나하고는 크게 관계가 없어.’‘지금은 돈만 있으면 다 돼!’한 시간 정도 지나자 소지연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면서 심각해졌다.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면서 회계 장부를 하나씩 반복해서 검사했다.“아니야, 어떻게 계산해도 금액이 맞지 않아. 도대체 어디에 문제가 생긴 걸까?”“뭘 중얼거리는 거야? 장부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바로 말해. 중얼거리지 말고!”참지 못한 이상효가 차갑게 소리를 질렀다.고개를 돌린 소지연이 이상효를 쳐다보며 물었다.“화물 명세서가 더 많아요. 혹시 상대방이 아직 계산해 주지 않는 품목이 있어요?”“다 줬어. 유럽에 있는 연계진의 투자회사하고 우리가 직접 거래한 건데 아직도 정산하지 않은 게 있어? 연계진도 이 품목들을 우선 결제하겠다고 말했어.” 이상효가 소리를 질렀다.“그럼 이상한데요! 우리는 모두 10척의 화물선으로 화물 4천여 톤을 보냈어요! 그런데 상대방은 3천여 톤만 계산했어요. 나머지는요? 결산 리스트가 없다는 건 물건을 받지 못했다는 뜻이거든요. 빨리 전화해서 확실하게 물어보세요!”소지연이 진지하게 알려줬지만 이상효는
마음을 놓을 수 없었던 무진은 성연과 함께 WS그룹 산하 병원에서 가장 실력이 좋은 산부인과 의사에게 한 번 진찰을 받았다.의사는 입덧은 아주 정상적인 현상이니, 성연이 먹어도 올리지 않는 음식만 찾으면 문제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또 입덧을 완화하는 약도 처방해 주었다.“최신 약인데 부작용도 거의 없어요. 이 약을 먹으면 입덧은 확실히 많이 좋아질 겁니다.”의사는 자신의 앞에 있는 사람이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대단한 인물이라는 걸 전혀 모르는 것처럼 무진에게 거듭 당부했다. “남편께서 반드시 임산부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고, 임산부의 정서에 더 주의해야 합니다. 임산부는 때로는 예민하고 연약해지기도 하는데, 까탈스러운 게 아니라 반드시 주의해야 할 현상이라는 걸 알아야 합니다. 아시겠지요?”의사가 진지한 표정으로 말하자 무진도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 의사는 또 임산부를 전문적으로 케어하는 방법을 담은 책도 주었다.무진은 한껏 들뜬 기분으로 성연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서재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의사가 준 책을 열심히 읽었다.그래서 손건호가 상황을 보고하러 왔을 때도 떠들지 말라고 손짓했다.“보스, 정말 아주 중요한 상황입니다!”“잠깐만 기다려. 우선 이 주의사항을 다 봐야 해. 세상의 어떤 일이라도 아내의 임신보다 중요하지는 않아!”무진이 불만스럽게 말하면서 손사래를 쳤다.잠시 멍하니 있던 손건호가 곧 크게 기뻐했다.“축하합니다, 보스. 사모님께서 마침내 임신하셨군요!”손건호는 씩 웃으면서 얌전하게 무진이 책자를 다 볼 때까지 기다렸다.커피를 한 모금 마신 무진이 비로소 천천히 물었다.“뭔가 알아냈어?”“보스, 안진검 기억하시죠? 최근 무심결에 한 가지가 떠올라서 계속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안진검이 연계진과 진교철의 투자회사가 전에 MS 가문과 합작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해결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 중에서 MS 가문의 실력이라면 진교철을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텐데, 결과는 그렇지 않았기에 의문이
연계진의 파티가 끝나고 이틀 뒤.이른 아침부터 속이 한바탕 뒤집어지면서 토할 것 같은 느낌에 성연은 바로 화장실로 뛰어갔다.“성연아, 왜 그래? 속이 불편해? 뭐 잘못 먹은 거 아니야? 바로 병원에 가 보자!” 재빨리 성연의 뒤로 가서 등을 토닥여 주던 무진이 초조하게 연거푸 물었다.한동안 헛구역질을 하던 성연이 그 말을 듣더니 바로 임신확인서를 무진에게 건네주었다.어리둥절해진 무진은 좋지 않은 생각을 떠올렸다. ‘성연이가 무슨 심각한 병을 숨긴 건 아니겠지?’무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황급히 성연이 건넨 종이를 살펴보았다.결국 쌍둥이라는 글자를 보고는 한참동안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그러다 갑자기 크게 기뻐하며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하하하... 임신이야? 쌍둥이라니? 성연아, 정말 대단해!”흥분과 기쁨에 바로 성연을 안고는 몇 바퀴나 돌면서 침실로 돌아왔다.“임신이야! 내가 아빠가 되는 거야!”평소 차분하던 무진의 모습은 사라지고 마치 아이처럼 펄쩍펄쩍 뛰면서 즐거워했다.“어지러우니까 돌지 말고 내려줘요. 또 토하고 싶어요.”성연이 재빨리 멈추라고 소리쳤다. 무진이 자신을 안고 계속 빙빙 돈다면 입덧만 더 심해질 것이기에.자신이 너무 흥분했다는 걸 깨닫자, 무진이 서둘러 성연을 내려놓았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두 눈을 빛내면서 성연을 바라보았다.“정말 잘됐어, 여보! 정말 대단해! 쌍둥이라니...”무진의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떠올랐다 남편의 눈빛에 가득 담긴 사랑을 느끼자 성연의 마음에도 행복이 가득 차올랐다.하지만 입덧은 여전히 계속되었다. 남편과 정답게 눈을 마주치고 싶었지만 황급히 다시 화장실로 뛰어가야 했다.“욱- 욱-”이어지는 구역질 소리.무진이 바로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 얼굴을 보고도 또 토하고 싶은 거야?”그 말을 듣자 성연은 입덧을 하는 와중에도 절로 웃음이 나왔다. 입덧이 좀 잦아들자 그제서야 고개를 돌려 삐진 아이 같은 표정의 남편을 바라보았다.“왜 나한테 말도 안 하고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