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은 회사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WS그룹 직원 사이에서 의론이 분분했다.어쨌든 전체 보안실에 근무하는 직원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일시에 그처럼 많은 사람을 해고한 것을 보아 안금여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 지 있었다.그동안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해고될까 봐 극히 조심했다.사람들은 보안 요원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해고되었는지도 잘 몰랐다.그저 강무진 대표의 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 소식은 강상철, 강상규의 귀에도 전해졌다.배후의 주모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본보기로 삼은 안금여의 의도를 강상규는 바로 알아차렸다.몇 차례 충격을 받았던 강상철은 부상까지 겹쳐 건강도 좋지 않았다.집에서 휴양 중이던 강상철을 강상규가 집으로 찾아와 이 일을 의논했다.강상규가 속으로 욕을 하며 강상철에게 말했다.“형님, 큰 형수가 회사에서 사람들을 해고할 때 얼마나 가차없었는지 아세요? 주주들도 정말이지, 말 한 마디 못하고, 정말 쓸모없는 놈들이에요.”‘예전에 자신들에게 부화뇌동해서 강무진을 짓밟을 때는 얼마나 신나게 밟아 댔는지 그새 잊었단 말이야?’지금은 찍 소리도 못하고 있었다.“지금 강무진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크게 주니, 자연히 아무 말도 못하는 게지. 우리가 강무진만큼 저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할까 봐 말이야.”두 늙은 여우도 저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이게 바로 현실이었다.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편에 붙을 이들이다.지금 회사 내의 저울은 점점 강무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이대로 가다가는 회사에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판이다.“무진이 놈 목숨이 어찌 그리 질긴지. 그렇게 오랫동안 끙끙거리면서도 아직 죽지 않다니.” 강상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덫에 걸릴 때마다 어찌 그리 매번 위기를 빠져나가는 지.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넌 무진이 신변에 유능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유능한 수하도 없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어?” 강상철은 가볍게
무진의 몸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체력은 여전히 약한 상태였다.얼굴색도 아직 창백했다.성연은 이제 무진이 단 시간에 회복되기를 바라지 않았다.무진이 목숨을 건지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았다.깨어난 후 며칠 쉬었더니 무진은 거의 회복되었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나가려 했다.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은 뒤에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성연이 문을 막고 섰다.“어디 가시려고요?” 눈썹을 치켜세운 성연의 모습에서 은근한 분노가 느껴졌다.‘이 남자, 도대체 조금도 깨달은 게 없단 말이야?’‘자기 몸 상태에 대해 어쩜 이리도 생각이 없는 걸까?’“회사에 나가서 어떤지 좀 보고 싶어.” 성연의 마음을 살짝 구슬리려는 듯한 어조로 무진이 입을 열었다.성연의 마음이 약해지기를 바라며 이렇게 완곡하게 말을 했다.“몸이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다는 거 몰라요?” 성연은 무진에게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무진 씨에게 회사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이야?’‘어찌 되었든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나도 알아. 할머니가 회사에 계시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또 어떤 트집을 잡는 건 아닌지.”무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무진 씨는요? 당신이 지금 회사에 가면 할머니를 가장 걱정시키게 되는 거라고요! 안돼요, 못 가요. 집에서 쉬어요.” 성연이 다다다 말을 쏟아 낸 후, 문 앞을 막고 서서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 만약 무진이 오늘 진짜 회사에 간다면, 앞으로 다시는 무진을 간병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성연의 굳어진 안색을 보니 화가 많이 난 것 같아 보였다.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채 그 자리에 섰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옆에서 지켜보는 집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했다.성연과 무진이 다투는 건 지금 처음 보았다.누구의 말을 거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무진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마치 바람이 불면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저 몸으로는 견디지 못 할 게 분명했다.집사도 무진이 회사
서재 안.무진도 이번에 자신이 왜 열이 나고 앓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손건호가 지금 무진과 이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무진은 턱을 괸 채 사건을 분석했다.“아마도 강상철은 아닐 거야. 강상규 쪽에서 했을 테지.”부상을 당한 데다 제왕그룹으로부터 타격을 입은 강상철이 그리 빨리 손을 쓰기는 힘들었다.지금은 이번 일을 계획하고 시도할 기운이 없을 것이다.생각해 보니, 역시 강상규 쪽에서 손을 쓸 가능성이 커 보인다.강상철과 강상규는 한 편이었다. 이번에 강상철에게 속한 지사들의 경영권을 회수하면서 강상규 쪽도 영향을 받아 손해를 입었다.강상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당할 리가 없다.손건호가 물었다.“보스, 어떻게 대응할까요?”무진이 손끝으로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요즘 강진성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손건호가 대답했다.“작은 사모님의 의붓 여동생인 아연과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는데,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아마 사람들은 아연에게 꽤 미색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강진성의 눈에 들만큼.그러나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다.게다가 아연은 성연의 의붓 여동생이기도 하다.강진성과 같이 엮이게 되면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들로서는 좋을 게 없었다.무진이 잠시 침음을 흘린 후 지시했다.“가서 무슨 약점 같은 거 없나 찾아봐.”비교적 주무르기 쉬운 편인 강진성은 귀찮아질 일을 이미 벌이고 있었다.강상규는 여태껏 자신의 사정을 봐 준 적이 없다. 당연히 무진도 절대 저들을 쉽게 봐 주지 않을 것이다.나가서 즉시 그 일을 조사하겠다는 뜻으로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진이 또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똑똑, 하는 소리가 아주 낭랑하다.무진은 문 밖에서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고개를 들어 손한기에게 말했다.“오늘 여기까지 하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도록 하고.”손한기가 고
요즘 송아연은 강진성을 유혹하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들은 오래전부터 관계를 맺으며 여러 호텔들을 돌아다녔다.손이 큰 강진성이 아연에게 선물도 많이 보냈다.돈에 눈이 먼 송아연 같은 여자는 돈으로 매수하면 된다고, 강진성은 아주 의기양양하게 생각했다.그리고 아연은 말을 잘하는 편이라 강진성의 마음을 얻는 데 성공했다.아연과 같이 있는 시간이 꽤 길어졌다.그런데 요 며칠 아연은 몸이 좀 이상한 걸 느꼈다.아침에 일어나면 먹은 것들을 대부분 그대로 토한다.입맛도 없었다.송종철이 출근하러 나간 후, 집에는 임수정과 아연 두 사람만 있었다.강진성이 또 수표로 아연 가정의 어려운 상황을 도와주었다.지금 아연은 집안의 보배였다.엄마 임수정뿐만 아니라 아버지 송종철도 아연을 무척이나 애지중지하ㅏ며 거의 원하는 대로 들어주고 있었다.두 사람은 또 아연을 위해 보양식을 만들어 주려 아예 전문 세프를 초빙하기까지 했다. 그래야 힘을 내어 계속 강진성을 꼬실 수 있을 테니까.어쨌든 지금 송씨 집안에서는 아연을 통해 가세를 일으켜 반등하기를 바라고 있었다.아침에 임수정은 아연에게 제비집 요리를 직접 가져다주었다.“아연아, 이거 정말 몸에 좋은 요리야. 너희 아버지 사업 파트너가 준 건데, 자기 먹는 것도 아까워서 너 먹으라고 가져왔어.” 제비집은 윤택이 흐르며 투명해 보이는 게 딱 봐도 상등품이었다.예전에는 이런 귀한 음식들을 자주 먹어 보지 않았다.아주 맛있어 보여 분명히 먹고 싶었다. 그런데 숟가락이 입에 닿는 순간 바로 구토가 올라와 즉시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갔다.임수정도 깜짝 놀랐다.얼른 일어나서 아연의 뒤를 쫓아갔다.“아연아, 아연아, 아이고, 무슨 일이야?” 임수정이 아연 뒤에서 등을 두드려 주었다.화장실에서 한참을 웩웩거렸지만 제대로 토해 낸 건 없었다.아연을 거실로 데리고 간 임수정이 따뜻한 물 한 잔을 건넸다.아연은 물을 마신 후에야 속이 좀 편해졌다.“아연아, 이런 지 얼마나 됐니?” 임수정은 속으로 계산하기 시작했다
차에서 내린 임수정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움직이자 아연은 즉시 불만스러워했다.“엄마, 우리 지금 진찰을 받으러 온 거예요, 아니면 물건이라도 훔치러 온 거예요? 나는 지금 강진성의 여자 친구라구요.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우리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허름한 병원에 와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겠어요?” 아연은 인테리어가 좀 허름한 병원을 보면서 눈에 혐오감을 느꼈다.필사적으로 몸을 낮추려던 임수정은 아연의 날카로운 음성에 주위를 둘러보았다.“아이고, 조상님, 좀 조용히 해. 이따가 알게 될 테니. 아무튼 엄마가 널 해칠 리가 있겠니?”아연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렸다.결국 임수정의 노파심에 설득을 당한 아연이 결국 병원에 들어갔다.접수하고 또 검사를 한 후, 의사가 아연의 이름을 불렀다.임수정이 아연과 함께 들어갔다.의사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에게 진찰을 끝낸 의사가 말했다.“송아연 씨, 임신하셨습니다. 아이가 7주 정도 되었네요.”“임신이라고요? 진짜예요?” 아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어 했다.아연의 마음 속에 놀라움에 이어 강렬한 기쁨이 뒤따랐다.아이가 생겼다는 것은 자신이 강씨 집안 셋째 손주 강진성의 아내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앞으로 쓸 돈을 걱정할 일은 없겠지?“정말입니다. 아기가 건강하네요.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사 받으러 오세요. 또 휴식에도 많이 주의하시고 격렬한 운동은 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영양도 충분히 보충해야 합니다.”의사가 웃으며 아연에게 말했다.“선생님, 감사합니다.”인사한 아연은 임수정을 끌고 나갔다.임수정은 아직도 좀 멍한 상태이다.과연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 아연의 임신이 확실했다.병원 내 사람이 없는 곳을 찾은 임수정이 아연에게 물었다.“아연아, 너 이 아이, 어떻게 할 거야?”“당연히 낳아야지.” 아연이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임수정을 바라보았다.“그런데 강진성이 낳으라고 할까?” 임수정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처음에는
지금 아이가 생긴 게 임수정은 기쁘면서도 절반은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중요한 건 강진성 쪽의 태도를 보아야 했다. 만약 강진성이 이 아이를 원한다면 당연히 크게 기뻐할 일이다.그러나 만약 강진성이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북성에서 최고 권세를 가진 강씨 집안과 자신들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기다리기 힘들었던 아연은 집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바로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서프라이즈가 있으니 나오라고 불렀다.강진성은 아연과 꽤나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마침, 요즘 다른 여자를 찾지 못한 참이어서 나오라는 아연의 말에 알았다고 승낙했다.강진성이 다가오자 아연은 즉시 앞으로 뛰쳐나와 강진성을 껴안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음성으로 불렀다.“진성 씨.”강진성이 경박스럽게 아연의 턱을 들어올렸다.“왜? 우리 애기는 하루도 날 안 보면 생각이 나는 거야?”“물론이죠. 나는 시시때때로 진성 씨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게 한이에요.”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말해 줄 서프라이즈가 있다며? 도대체 무슨 서프라이즈야?”강진성이 웃으며 물었다.아연이 그의 귓가에 대고 음성을 낮추어 말했다.“나, 임신했어요.”아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진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뭐?”아연은 강진성의 얼굴을 못 본 척하며 다시 한번 말했다.“나, 임신했어요.”아연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매번 예방 조치를 했던 강진성은 그런데 어떻게 임신할 수가ㅏ 있지, 하고 생각했다.“이 아이, 내 아이가 맞아?” 강진성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이렇게 말하자 아연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잊지 말아요. 난 당신이 처음이었어요. 이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애라는 거예요?” 강진성이 양심도 없다고 아연은 생각했다.‘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어?’“얼마나 됐어?” 강진성이 물었다.“의사가 7주라고 했어요.” 아연이 대답했다.강진성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7주면 자신이 아연을 막 알게 되었을 때가
아연의 말에 강진성은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 자신이 아연의 손에 꼼짝없이 잡혀 있음을 생각하고 어쩔 도리 없이 참았다.우선 아연을 달랜 뒤에 집에 가서 어른들과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아연은 마지못해 강진성을 믿기로 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강진성은 할아버지에게 가서 이 일을 상의했다.할아버지 강상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강상규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로 강진성을 향해 집어던졌다.“내가 송아연에게 접근하라고 한 걸, 넌 이렇게 접근한 거냐? 일도 제대로 못해내는 덜 떨어진 놈 같으니. 을 성사시키기에는 부족하고 일을 망치기에는 남은 녀석! 이렇게 자기 관리를 못해?”할아버지가 어찌나 화를 내는지 강진성은 당연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이 일은 확실히 자신의 잘못이다. 할아버지가 아연에게 접근하라고 시키셨고, 그 역시 그대로 따랐다.게다가 송아연은 꽤 예쁘장하게 생겨서 좀 데리고 놀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아이를 가져서 곤란하게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강진성이 울상을 지었다.하필이면 송아연이 임신을 할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당연이 자신이 원한 결과가 아니었다.“지금 잘못을 알았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야? 돈에 눈이 먼 여자애가 마음먹고 달라 들었는데. 아이도 일부러 작정하고 가진 건지 누가 알아? 네가 걔 수에 넘어간 걸 아직도 모르겠어?” 강상규는 송아연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아이를 가진 거라고 속으로 의심했다.일찍이 손자 강진성에게 송아연에게 접근해 보라고 시켰을 때, 이미 송씨 집안에 대해 조사했었다.그래서 그들의 인성이 어떤지 이미 파악했었다.송 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이지 자신의 생각을 쇄신시켰다.‘얼마나 생각이 깊어서 감히 내 손자를 건드려?’‘죽을 지 살 지도 모르고 말이지.’그 가능성을 생각한 강진성도 송아연을 원망하는 동시에 마음이 차가워졌다.“할아버지, 지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마음을 정하지 못한 강진성이 할아버지 강상규에게 도움
강진성 역시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는 아직 제대로 다 놀지도 못했는데.송아연 같은 평범하고 재미없는 여자가 자신을 구속하다니.그런데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강진성은 집에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밖에 나가지도 않은 채.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아냈다.그리고 바로 아연을 불러냈다.아연은 요 며칠 집에서 임수정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켰다.임수정 또한 자신의 딸이 어떤 보물 덩어리를 품고 있는지 점차 알게 되었다.앞으로 그녀는 강씨 집안의 장모가 되는 것이다.앞으로 찬란한 꽃 길이 펼쳐질 것이다.무엇을 더 원하겠는가?임수정은 벌써 상상이 된다.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꿈만 같은 날들이.송성연 그 백여시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강씨 집안 셋째 도련님, 강진성도 나쁘지 않았다.앞으로 성연이 자신을 만나면 공손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어?생각할수록 임수정은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이전보다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아연을 보살폈다.아연의 한 몸에 그들 일가족의 온 기대를 걸고서.요 며칠 임수정은 아연을 포동포동하게 살찌우기 위해 직접 요리하기도 했다.아연이 주문할 필요도 없었다.좋다는 것들은 죄다 아연 앞에 내밀었다.며칠 후, 강진성이 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아이 문제가 분명했다. 대책이 생겼나 보다.임수정도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대화 내용을 들었다.그래서 아연의 옷 차림을 도와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연아, 반드시 이 보물단지 손자를 꼭 지켜야 해. 엄마의 남은 인생이 모두 너에게 달렸어.”임신한 사실을 알고부터 아연은 아주 의기양양했다.그러나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지금 좀 당황스러웠다.그녀 자신도 아직 어린아이일 뿐인데 말이다.뱃속에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니,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또 임신한 사람은 쉽게 감상적으로 되는지, 아연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근심이 가득했다.한창 이야기하고 있던 임수정은 멍하니 있는 아연을 쳐다보았다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