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아이가 생긴 게 임수정은 기쁘면서도 절반은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중요한 건 강진성 쪽의 태도를 보아야 했다. 만약 강진성이 이 아이를 원한다면 당연히 크게 기뻐할 일이다.그러나 만약 강진성이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북성에서 최고 권세를 가진 강씨 집안과 자신들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기다리기 힘들었던 아연은 집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바로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서프라이즈가 있으니 나오라고 불렀다.강진성은 아연과 꽤나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마침, 요즘 다른 여자를 찾지 못한 참이어서 나오라는 아연의 말에 알았다고 승낙했다.강진성이 다가오자 아연은 즉시 앞으로 뛰쳐나와 강진성을 껴안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음성으로 불렀다.“진성 씨.”강진성이 경박스럽게 아연의 턱을 들어올렸다.“왜? 우리 애기는 하루도 날 안 보면 생각이 나는 거야?”“물론이죠. 나는 시시때때로 진성 씨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게 한이에요.”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말해 줄 서프라이즈가 있다며? 도대체 무슨 서프라이즈야?”강진성이 웃으며 물었다.아연이 그의 귓가에 대고 음성을 낮추어 말했다.“나, 임신했어요.”아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진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뭐?”아연은 강진성의 얼굴을 못 본 척하며 다시 한번 말했다.“나, 임신했어요.”아연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매번 예방 조치를 했던 강진성은 그런데 어떻게 임신할 수가ㅏ 있지, 하고 생각했다.“이 아이, 내 아이가 맞아?” 강진성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이렇게 말하자 아연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잊지 말아요. 난 당신이 처음이었어요. 이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애라는 거예요?” 강진성이 양심도 없다고 아연은 생각했다.‘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어?’“얼마나 됐어?” 강진성이 물었다.“의사가 7주라고 했어요.” 아연이 대답했다.강진성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7주면 자신이 아연을 막 알게 되었을 때가
아연의 말에 강진성은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 자신이 아연의 손에 꼼짝없이 잡혀 있음을 생각하고 어쩔 도리 없이 참았다.우선 아연을 달랜 뒤에 집에 가서 어른들과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아연은 마지못해 강진성을 믿기로 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강진성은 할아버지에게 가서 이 일을 상의했다.할아버지 강상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강상규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로 강진성을 향해 집어던졌다.“내가 송아연에게 접근하라고 한 걸, 넌 이렇게 접근한 거냐? 일도 제대로 못해내는 덜 떨어진 놈 같으니. 을 성사시키기에는 부족하고 일을 망치기에는 남은 녀석! 이렇게 자기 관리를 못해?”할아버지가 어찌나 화를 내는지 강진성은 당연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이 일은 확실히 자신의 잘못이다. 할아버지가 아연에게 접근하라고 시키셨고, 그 역시 그대로 따랐다.게다가 송아연은 꽤 예쁘장하게 생겨서 좀 데리고 놀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아이를 가져서 곤란하게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강진성이 울상을 지었다.하필이면 송아연이 임신을 할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당연이 자신이 원한 결과가 아니었다.“지금 잘못을 알았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야? 돈에 눈이 먼 여자애가 마음먹고 달라 들었는데. 아이도 일부러 작정하고 가진 건지 누가 알아? 네가 걔 수에 넘어간 걸 아직도 모르겠어?” 강상규는 송아연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아이를 가진 거라고 속으로 의심했다.일찍이 손자 강진성에게 송아연에게 접근해 보라고 시켰을 때, 이미 송씨 집안에 대해 조사했었다.그래서 그들의 인성이 어떤지 이미 파악했었다.송 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이지 자신의 생각을 쇄신시켰다.‘얼마나 생각이 깊어서 감히 내 손자를 건드려?’‘죽을 지 살 지도 모르고 말이지.’그 가능성을 생각한 강진성도 송아연을 원망하는 동시에 마음이 차가워졌다.“할아버지, 지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마음을 정하지 못한 강진성이 할아버지 강상규에게 도움
강진성 역시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는 아직 제대로 다 놀지도 못했는데.송아연 같은 평범하고 재미없는 여자가 자신을 구속하다니.그런데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강진성은 집에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밖에 나가지도 않은 채.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아냈다.그리고 바로 아연을 불러냈다.아연은 요 며칠 집에서 임수정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켰다.임수정 또한 자신의 딸이 어떤 보물 덩어리를 품고 있는지 점차 알게 되었다.앞으로 그녀는 강씨 집안의 장모가 되는 것이다.앞으로 찬란한 꽃 길이 펼쳐질 것이다.무엇을 더 원하겠는가?임수정은 벌써 상상이 된다.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꿈만 같은 날들이.송성연 그 백여시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강씨 집안 셋째 도련님, 강진성도 나쁘지 않았다.앞으로 성연이 자신을 만나면 공손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어?생각할수록 임수정은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이전보다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아연을 보살폈다.아연의 한 몸에 그들 일가족의 온 기대를 걸고서.요 며칠 임수정은 아연을 포동포동하게 살찌우기 위해 직접 요리하기도 했다.아연이 주문할 필요도 없었다.좋다는 것들은 죄다 아연 앞에 내밀었다.며칠 후, 강진성이 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아이 문제가 분명했다. 대책이 생겼나 보다.임수정도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대화 내용을 들었다.그래서 아연의 옷 차림을 도와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연아, 반드시 이 보물단지 손자를 꼭 지켜야 해. 엄마의 남은 인생이 모두 너에게 달렸어.”임신한 사실을 알고부터 아연은 아주 의기양양했다.그러나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지금 좀 당황스러웠다.그녀 자신도 아직 어린아이일 뿐인데 말이다.뱃속에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니,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또 임신한 사람은 쉽게 감상적으로 되는지, 아연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근심이 가득했다.한창 이야기하고 있던 임수정은 멍하니 있는 아연을 쳐다보았다
연일 걱정을 하고 있었던 데다 강진성이 겁을 주자, 아연은 완전히 겁에 질려 버렸다.이미 위태할 정도로 심리적 한계에 내몰린 아연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 임수정에게 알렸다.강진성의 말은 사실이었다. 강씨 집안의 위세는 북성에서 하늘을 찌를 듯했다. 비록 셋째 일가라 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들을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그리고 막상 강씨 집안을 고소한다 해도 저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처음에는 임수정이 아연을 설득했었다.그러나 지금 강씨 집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자 이제 엄마 임수정이 쉽게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마치 다 잡은 걸 두 눈 멀쩡히 뜬 채 놓친 듯했다.게다가 아연이 이미 아이를 가졌는데 어떻게 그리 간단히 끝내자고 한다고 끝낼 수 있단 말인가?임수정이 아연을 보며 말했다.“강진성이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돌아설 여지가 하나도 안 보여?”“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말했어. 엄마, 그만둘까 봐.” 강씨 집안과 직접 맞서다니.그리고 뱃속의 아이에 대해서 정말이지, 일말의 기대도 없었다.“안 돼,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아빠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자.” 의자에 앉아 있는 임수정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아연이 그렇게 쉽게 아이를 가질 줄은 정말 몰랐다.이 아이는 그들에게 있어서 뜻밖의 선물이었다.강진성은 되는 대로 돈을 써서 자신들을 떨쳐내려는 생각이겠지?자신들이 떨쳐내고 싶다고 떨쳐지는 그런 쉬운 존재란 거야?아연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엄마 임수정의 말만 들으며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임수정이 아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위로했다.“괜찮아, 걱정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아연은 아무렇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에 얼마간 상처를 받았다.어찌 되었든 강진성과 꽤나 오래 함께 시간을 보냈건만, 이 아이는 강진성의 아이였다.그런데 그가 이렇게 잔인하게 나오다니.송종철은 퇴근하고 돌아오자, 임수정이 이 일을 송종철에게 말했다.강씨 집안을 상대할 생각에 저도 모르게 겁
송종철 세 식구는 기세 등등하게 강씨 집안 고택으로 갔다.마침 안금여도 집에 있었다.그들이 찾아왔다는 집사의 보고에 사실 안금여는 약간 놀랐다.‘송씨 집안 사람들이 왜 왔지?’속으로 궁금했지만 집사를 시켜 들어오라고 했다.저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안금여가 저들을 꺼릴 이유가 뭐란 말인가?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다.송씨 집안 세 식구가 자리에 앉자 안금여는 집사에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차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임수정이 참지 못하고 찾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긴장한 임수정의 말은 아주 빨랐지만, 안금여는 똑똑히 알아들었다.간단히 말해, 강진성이 지금 아연을 임신시킨 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안금여는 강상철, 강상규의 두 손자가 어떤 성품인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뼛속까지 나쁜 놈들로 건들건들거리며 놀기를 좋아했다.평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안금여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그 두 사람은 당연히 강상철과 강상규가 가르치고 단속해야 할 터.그러나 지금 안금여는 눈 앞에 있는 송씨 일가에 대해 더 어이가 없었다.임수정은 성연이의 계모다. 성연이 이 재혼가정에서 홀대 받은 건 그렇다고 치자.‘그런데 작은 딸을 제대로 관리 못해서 임신을 하게 해.’이것은 강씨 집안에 있어서 그야말로 막대한 오점이 될 터였다.‘강진성 이 놈은 강씨 집안 자손이 되어서는 왜 이렇게 선도 안 지키고 노는 거야.’지금 강씨 집안이 저 어린 놈들로 해서 오물을 뒤집어쓰게 생겼다.차를 한 모금 마신 안금여는 차 향기에 간신히 마음속의 분노를 누를 수 있었다.“지금 말씀하신 게 모두 사실입니까?” 안금여가 느릿느릿 물었다.임수정이 곧장 대답했다.“당연히 사실입니다. 회장님, 제가 어떻게 제 딸의 순결을 가지고 농담을 하겠습니까? 임신진단서도 받았는데, 보여 드리겠습니다.”말하면서 정말 가방에서 진단서 한 장을 꺼내 안금여에게 건넸다.안금여는 거절하지 않고 바로 받았다.“좀 보지요.”안금여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강진성과
임신진단서를 보고 난 안금여는 더 화가 났다.참 장하기도 하다. 들은 바로는 강진성과 송아연과 함께 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다고 하던데,만나자마자 아이부터 만들다니.이 모든 게 강씨 집안에서 생긴 일이다.어쨌든 북성의 명문대가인 강씨 집안이 가장 중시하는 게 예절과 규율이다.그런데 강진성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안금여는 의연하게 분노를 눌렀다.그리고 직접 강상규와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건너오라고 불렀다.그리고 집사에게 강씨 집안의 모든 어른들에게도 연락해서 증인이 되게 했다.30분이 안되어 모두들 속속 달려왔다.그러나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온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지만, 서로의 시선에서 망연함만 확인했다.안금여 회장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걸 보면 아마도 무슨 큰일이 난 것 같았다.이때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안감과 긴장감에 휩싸였다.안금여가 자신을 거명할까 봐 두려울 정도다.안금여와 강무진의 무자비한 수단을 사무실에서 이미 보았지 않나?자신들은 강상철, 강상규만큼 밑천이 두둑하지도 않았다.만약 지금 관리하고 있는 한 두 회사의 경영권을 회수한다면, 그럼 그들은 정말 버틸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단정하게 앉은 채로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거실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 조용했다.임수정도 강씨 집안의 엄격한 규율을 처음으로 느꼈다.안금여가 강씨 집안에서 이처럼 위엄이 있을 줄은 몰랐다.외부에서 잘 나가는 이 인사들도 강씨 집안에서는 꽁무니를 사리는 존재일 뿐.여기까지 생각하자 임하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의기양양한 느낌이 들었다.보아하니 이번에 자신이 안금여를 찾으러 온 건 정말 상대를 잘 찾은 듯하다.강진성과 강상규는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안금여가 또 무슨 꼬투리를 잡고 자신들을 난처하게 하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두 사람은 오는 것도 좀 귀찮았다.근데 송씨 집안 세 식구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본 순간, 안금여가 그들을 돌아오게 한 목
안금여의 말이 끝나자 듣고 있던 일가 친척 어른들 또한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뒤에서 강진성과 강상규를 비난했다.“진성아, 아가씨를 임신시켜 놓고 내 몰라라 팽개치다니 이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냐?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우리 강씨 집안이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니?”“그러게 말이야. 진성아, 셋째 형님, 이번 일은 옳지 않습니다. 어떻게 진성이 저렇게 처신하도록 방임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이 북성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야겠습니까?”“이 일 처리 방식도 타당하지 않습니다.”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밖에서 놀 때 놀더라도, 모두 강씨 집안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마찬가지로 강씨 집안 사람이라면 모두들 영욕을 함께 해왔다.설사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우스운 이야기가 새어 나가면 외부 사람들은 단지 강씨 집안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뿐이라 비웃을 터였다.그리고 평소 그리 똑똑해 보이던 강상규가 지금은 어찌 그리 멍청해 보이는지.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강씨 집안의 어린 자손 중에는 놀기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다.지금 이 시대에 낙태는 이미 그리 희귀한 일도 아니었다.그러나 어찌 되었든 빛 가운데 드러나지 않도록 모두 뒤에서 몰래 처리해 왔다.이 일처럼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게다가 방계가 아니라 본가에 속하는 강상규가 자신의 손자조차도 제대로 단속 못해 다른 방계 친척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했기에 더욱 비난을 받는 것이다.강씨 집안의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항상 깨닫고 있어야 했다.사람들이 모두 이 일에 대해 한 마디씩 하자 강상규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리고 난데없이 무진을 탓하기 시작하며 모든 책임을 무진에게 떠넘기려 했다. 음산하고 괴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 전에 무진이도 송성연과 결혼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우리 진성이만 비난하는 겁니까?”무진이는 해도 되는 일을 자기 손자 진성이는 왜 해서는 안되느냐는 뜻이다.
모두들 너도 한마디, 나도 한마디 하며 강상규의 말문이 막히게 했다.이렇게 침묵하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이미 벌어진 일, 어떻게 해결하느냐가 중요하다.그래서 안금여는 강상규와 강진성을 바라보았다.“셋째 서방님이 알아서 하세요. 이 일은 서방님이 해결 방법을 찾으세요.”그리고 그녀는 또 임수정과 그 가족을 바라보았다.“부인, 그 쪽에서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인지 앞으로 처리하기 좋도록 사람들 앞에서 말씀해 보세요.”강상규와 강진성이 입을 열기 전에 임수정이 바로 말했다.“우리 아연이와 강진성 군이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아이까지 생겼습니다. 비록 우리 아연이 나이가 아직 어리지만, 우선 두 사람이 약혼이라도 하면 어떨까요? 아연이의 뱃속에 든 아이는 어쨌든 강씨 집안의 혈육입니다. 회장님도 이 불쌍한 아이가 고통받는 걸 그냥 두고 보지 않으시겠지요?” 임수정은 우선 감성팔이를 했다.임수정은 강씨 집안이라는 이 큰 나무에 붙어 위로 오를 작정이었다.누구든 괜찮았다. 강씨 집안을 발판으로 삼기만 한다면 앞으로 자신들의 일은 걱정할 필요가 없을 테니.약혼 얘기가 나오니 강진성이 제일 먼저 반대했다.그는 냉담하게 말했다.“나는 송아연과 약혼할 생각 없습니다.”송아연과는 그저 놀기만 했을 뿐이다.게다가 돈에 눈이 먼 이런 여자를 어떻게 곁에 둘 수 있단 말인가?보기만 해도 너무 끔찍했다. 이런 돈독 오른 여자는.송아연과 놀았던 건 단지 데리고 놀리 좋아서였을 뿐이었다.결국 그녀는 자신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강진성의 단호한 목소리를 들은 아연이 눈물을 흘렸다.“진성 씨, 지난번에 날 가장 좋아한다고 그랬잖아요? 모두 잊었어요?”“그건 그저 달래려고 한 말일 뿐이야, 그걸 믿어?” 강진성은 송아연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나는 당신 아이의 엄마예요. 당신은 이 아이에 대해 말할 권리가 없어요.” 아연이 배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사실 그녀도 강진성에 대해 별다른 애정이 없었다.이런 행동 모두가 연기였다.엄마 임수정이 자신의 이익
예민주는 곧바로 기분이 나빠졌다.원래 길을 잃은 두 아이가 펑펑 울게 만든 다음에, 무진에게 아이들이 그다지 순하지 않다는 걸 보여줄 생각이었다.그러나 예상 외로 아이들은 영리한 데다가 일찌감치 철도 들었다. 졸지도 떠들지도 않은 데다가 얌전하게 장난감을 가지고 놀 줄 어떻게 알 수 있을까!무진은 오후에 회의가 있어서 점심 휴식 시간이 제한적이었다.어떻게 해야 아이들을 여기에 좀 더 머물 수 있게 할 수 있을지, 예민주도 아직 좋은 방법을 찾아내지 못했다. 두 아이가 이렇게 영리한 핑계를 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그들 부자 세 사람만 지낼 기회를 절대 줄 수가 없었기에.결국 세 사람이 대표 집무실에 함께 있게 되었다.“어떻게 된 거야? 이건 그렇게 둘러댈 일이 아니야.”“너 계속 큰소리로 말하지 마! 이렇게 시끄러운 것도 몰라?”이제 세 사람은 이미 오후 내내 함께 있게 되었다. 특히 지금 무진은 회의를 하러 갔기에, 대표실에는 그들 세 사람밖에 없었다. 예민주는 이미 싫어하는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나른한 자태로 소파에 기댄 예민주의 얼굴에는 온통 경멸하는 표정만 가득했다.집에서도 이렇게 엄하게 꾸지람을 들은 적이 없었기에, 사진은 정말 억울해서 입을 열었다가 다시 예민주에게 말려들곤 했다.사진이 낮은 소리로 울먹이면서 말했다.“그런데 아줌마, 우리는 그냥 게임을 하고 있었어요.”예민주는 이제 숨기지 않고 냉담한 목소리로 바로 호통을 쳤다. “조용히 해! 아무도 너희들 응석을 받아주지 않아!”예민주의 말투는 아주 야박해서 두 아이가 감당할 수 있을지도 전혀 꺼리지 않았다.역시나 예민주의 말이 막 떨어지자, 사진은 이미 엉엉 울기 시작했다.눈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내렸다. 가뜩이나 초롱초롱한 사진의 두 눈은 지금 완전히 눈물에 젖은 가련한 모습이었다.사무는 평소 집에서는 여동생을 싫어하는 듯한 모습이었지만, 사실은 몹시 마음이 아팠다.한 손으로 여동생을 가볍게 안고 달래면서 말했다.“괜찮아, 괜찮아. 좀 있다가 아
“예민주가 무슨 일인들 못하겠어?” 성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차갑게 내뱉었다. 예민주의 모습을 떠올리자, 한바탕 구역질이 났다.클래식한 파텍필립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서, 다음 순간 성연은 이미 성큼성큼 방문을 나섰다.“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 문 앞에 도착한 성연이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는 서한기를 보면서 소리쳤다.10여 분 후, WS그룹 1층.두 손으로 운전대를 꼭 잡은 채, 성연은 아주 멋진 드리프트 솜씨로 차를 건물 입구에 세웠다.주차 도우미 직원과는 불과 1미터도 채 안 되는 거리만 남았기에, 직원은 이미 쓰러질 지경이었다.“무즌 주차를 이렇게 해요?” 이렇게 거친 주차 방식을 보자, 직원은 마음속으로 화가 났다.무의식적으로 차 안에 있는 사람을 가리키면서, 한바탕 퍼부으려고 했다.그러나 바로 그때, 운전석의 차문이 열리고 성연이 차에서 내렸다.자신에게 다가온 직원의 눈길을 마주하고서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한바탕 퍼부으려던 직원은 성연의 깊은 눈빛을 마주하자 결국 말문이 막혔다.“차는 주차장으로 옮기지 말고 여기에 그래도 놔 둬요! 만약 내가 돌아왔을 때 차가 다른 곳에 있다면, 당신은 이 일을 계속할 수 없을 겁니다!”“하지만 아가씨, 이건 규정에 맞지 않습니다.”성연은 살짝 미소를 지으면서 거리낌 없이 말했다.“나를 믿어요.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에요.”말이 끝나자, 성연은 대답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안으로 걸어갔다. 마치 뒤에 천군만마가 있는 것처럼 당당하고 기세 등등한 걸음걸이였다.성연의 곁에는 아무도 다가갈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1층의 안내 데스크.“대표님은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데스크의 여직원은 계속 그 자리에 있었기에, 방금 밖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모두 한눈에 볼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은 당황스러운 마음을 억누른 채 최선을 다해 응대할 수밖에 없었다.“약속을 하셨습니까?”성연은 입술을 오므린 채 가볍게 웃었다.“대표님은 어디 계세요?”“죄송합니다만, 대표
‘그 여자는 분명히 그 다른 쪽이라고 했어. 즉, 그 여자가 알려준 건 잘못된 방향이었어.’‘만약 그 여자가 방향을 몰랐다면, 위치를 말하지 않았을 거야. 그러나 그 여자는 그렇게 자신있게 위치를 말했어.’‘그건 자신이 있다는 말이야!’이렇게 생각하자, 예민주에 대한 사무의 인상은 더욱 좋지 않았다.다음 순간, 턱을 살짝 든 사무가 두 여자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말했다.“제 여동생이 아직 저쪽에 있어요. 잠깐만요, 제가 가서 여동생을 데리고 올게요.”여동생이 있다는 말을 듣자 좀 놀랐지만, 소년이 돌아서는 걸 보자 그제서야 비로소 대답했다.“아, 여동생! 그래, 그래.”화장실에 간 후, 사무와 사진은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 못된 여자가 혹시 함정이라도 파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가 없기에.하지만 아버지가 아직 거기에 있다는 걸 떠올리자, 앞으로는 더 조심해야 한다는 첫 교훈도 얻게 되었다. 이 놀이는 오후 내내 계속되었다.한편 다른 한쪽. 시재 백화점에 갔다가 별장으로 돌아온 성연은 양 손에 큰 봉투 두 개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온갖 장난감이 가득했다.이것들은 모두 성연이 업무를 마친 뒤에 특별히 아이들을 위해 고른 장난감이다. ‘요 며칠 동안 정말 너무 바빴어. 집에 돌아오면 이미 늦은 밤이거나, 좀 일찍 집에 돌아와도 저녁을 먹고 다시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지.’성연은 여전히 아이들에게 빚을 진 듯한 느낌이었다.집을 열자 거실은 조용했다. 위층에서도 별다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우리 사진이, 사무? 엄마가 돌아왔어!”눈살을 살짝 찌푸리면서 성연이 말했지만, 아이들의 열정적인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사진아? 사무야? 너희들 집에 있니?”“사무야?”아래층에서 계속 몇 번이나 소리쳐도 여전히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이렇게 큰 집에 성연 자신의 목소리만 울릴 뿐.“보스, 아이들은 지금 집에 없습니다.”이때 서한기가 부랴부랴 달려왔다.“집에 없다니?” 성연이 눈썹을 바짝 세웠다. 순간 마음속에
“그 여자는 이전에 엄마하고 알고 지냈던 것 같아. 다만 아직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모르겠어.”“그럼 이따가 우리 어떡하지?” 사진이 약간 지친 듯한 기색으로 말했다.오전 내내 이곳을 왔다갔다했으니 아이에게는 에너지 소모가 컸다.그리고 방금 위층으로 올라갈 때, 아이들은 여전히 아주 자신있게 서한기보고 먼저 가라고 했다. 그때는 자신감이 가득했지만 지금은 ‘후회막심’이다.‘지금 아직 한기 아저씨가 있다면. 바로 집에 가서 편하게 누워서 쉴 텐데.’“일단은 우리 계획대로 그 여자한테 엄마에 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마. 우리가 아빠를 찾으러 온 건 그 여자하고 상관이 없어.”원래 신중한 사무지만, 지금 사무의 말은 오빠라는 사무의 입장과 아주 딱 맞게 진지했다.두 아이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앞으로 걸어갔다. 방금 전에 화장실에 가겠다고 한 건 핑계였지만, 막상 바깥에 나오자 화장실에 가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하지만 한참을 가도 식당 창문이나 작은 방은 곳곳에 있는데, 예민주가 말한 화장실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그 여자가 우리를 속인 건 아니겠지?”억울한 듯이 분홍색 입술을 삐죽 내민 채 사진은 움직이기도 귀찮았다.여동생의 이런 모습을 보자, 사무는 그 자리에 선 채 눈을 반짝이며 한 바퀴 둘러보았다.“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딴 데 가지 말고. 알았지?”말을 마친 사무는 왔던 길을 다시 달려갔다.“오늘 가지는 좀 맛이 없어.”“그래도 괜찮은데. 먹기 싫으면 나한테 줘.”사무는 식사 중이던 두 아가씨의 앞으로 갔다.“누나, 실례합니다. 여기 화장실이 어디에 있어요?”목소리는 여리지만 태도는 아주 공손했다.밥을 먹고 있던 두 아가씨는 그 말을 듣자 먹던 동작을 멈췄다. 사무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갑자기 눈빛을 반짝였다.‘어디서 이렇게 귀여운 아이가 온 거야?’ ‘뚜렷한 이목구비에 심플한 검은색 스웨터만 입었는데도 잘 어울리는 걸.’‘얼굴의 통통한 젖살이 큐티 작살인데!’‘그야말로 너무나 귀여운 아이야!’사무는
두 아이를 보면서 예민주는 더욱 초조했다.마음속에 잘 기억해 놓은 뒤, 예민주의 노기는 빠르게 수그러들었다. 다시 아이들을 바라볼 때는 이미 이전의 온화한 모습을 회복했다.“사진아, 너희들은 이전에 외국에서 잘 살았다면서? 그런데 왜 갑자기 귀국한 거야?”마치 큰 언니가 아이들을 배려하는 듯 예민주는 아주 잘 알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그러나 지금 두 아이는 이미 이 여자의 목적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눈치챘다. 당연히 경계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엄마의 집이 바로 여기에 있어요. 엄마가 한번 가보자고 해서 돌아왔어요.”목소리는 아직 어린 티가 나지만, 깊이를 알 수 없는 해맑은 눈빛으로 쳐다보면서 또박또박 말하는 사진의 대답은 가히 ‘예술의 경지’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아까까지만 해도 술술 잘 말하더니, 갑자기 왜 이렇게 빈틈이 없어진 거야?’예민주는 기분이 좀 꿀꿀했지만 그래도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이번에 돌아와서 낯선 사람들을 본 적이 있니? 너희들이 오늘 이곳에 와서 아빠를 찾는 것 같은데, 누가 너희들에게 뭔가 말한 거 아니야?”예민주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춘 채 계속 집요하게 물었다. 무진이 자신의 모습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진에게 등을 진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사진은 혼란스러운 모습으로 눈썹을 찌푸린 채 예민주를 쳐다보았다.“아줌마, 우리하고 함께 여기서 논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왜 계속 그런 거만 물어봐요?”“맞다. 아줌마, 우리 엄마 알지요? 우리 엄마한테 지금 데리러 오라고 하면 안 돼요?” “오늘 우리를 괴롭힌 사람들을 엄마가 꼭 혼내 주게요!”“맞아요, 맞아요! 누가 우리를 괴롭힌 걸 알면, 엄마가 반드시 호되게 혼을 내줄 거예요.”두 아이가 서로 주고받으면서 한 마디씩 하는데, 호흡이 기가 막히게 잘 맞았다. 예민주는 표정이 붉어졌다는 것도, 심지어 심장박동도 빨라졌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이 두 녀석의 말을 들으니, 송성연이 이 두 녀석을 아주 진지하게 단
예민주가 무진을 보러 매일 회사에 올 수는 없는 노릇.그러나 자신이 잘 쓰는 방법을 사용해서 WS그룹에 자기 부하를 하나 심었다.매일 무진의 스케줄을 예민주는 똑똑히 알고 있었다.오늘 아침 전화한 사람은 두 아이가 몰래 대표실에 들어갔는데, 줄곧 대표님을 아빠라고 불렀다고 말했다.평소 기발한 행동을 해서 명문가에 시집가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다.운성 경제의 명맥을 쥐고 있는 무진과 누가 관계를 맺고 싶지 않겠는가!매일 프런트에서 자칭 ‘강무진의 아내'라고 주장하는 여자들을 몇 명이나 상대해야 하는지 모를 정도였다.‘거의 대부분은 프론트에서 차단되지.’‘그런데 오늘 대표 집무실로 직접 들어온 아이들이 있다니.’원래 예민주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머릿속에 문득 성연의 모습이 번뜩였다.‘결국 당황한 마음을 주체하지 못하고 황급히 회사로 달려왔는데.’‘뜻밖에도 정말 송성연과 관계가 있었어!’예민주는 다시 눈앞의 이 두 아이에게 눈길을 돌렸다.예민주의 눈빛에 음험한 기운이 스쳐 지나갔다.“너희들은 평소에 엄마하고 같이 있지 않니?”사진이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그래요, 매일 엄마하고만 같이 있어요. 그래서 아빠가 보고싶어요.”아이가 자신에게 우호적인 모습을 보이자, 예민주는 내친 김에 계속 캐물었다.“너희들은 이전에 줄곧 외국에 있었는데, 아빠 가족들이 너희들을 찾지 않았어?”“아빠 가족들요?” 뭔가를 눈치챈 듯, 사진이 고개를 돌려서 옆에 있는 오빠를 바라보았다. 눈빛을 교환한 두 아이는 자신들만 알 수 있는 작은 신호들을 사용했다.‘이 여자는 그냥 회사를 좀 구경하게 해 주는 게 아니라, 다른 목적이 있는 것 같아!’사무는 두 손을 꼭 잡은 채 작은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아주머니, 이게 잘 안 들어가는데요? 좀 도와 주실래요?”갑자기 사무의 목소리가 들렸다. 손에는 어디서 났는지 모르는 레고 블록을 든 채.예민주는 계속 묻고 싶었지만, 사무가 성깔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어쩔 수 없이 그 요청을
남자는 전혀 표정이 변하지 않은 채 조용히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 약간 쉰듯한 목소리에서는 차가운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예민주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이 두 아이 귀엽지 않아요? 오히려 오빠가 그렇게 쫓아냈는데, 만약 누군가 영상이라도 찍었다면, 회사의 명성에 영향을 주지 않겠어요?”“누가 감히 우리 WS그룹을 함부로 보도할 수 있겠어?”무진의 말에는 힘찬 기세가 담겨 있었다.무진이 결코 지나치게 허풍을 떠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으니 이렇게 강경할 수 있는 것이다.무진이 이렇게 말하자 예민주는 잠시 할 말이 없었다.하지만 잠시일 뿐!다시 무진에게 다가간 예민주가 작은 소리로 무진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사실 쟤들은 이 참에 오빠하고 잠시 함께 있기 위한 핑계였어요.”예민주가 다가오자, 순간 그윽한 향기가 무진의 코에 스며들었다.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린 무진이 몸을 살짝 옆으로 움직였다. 두 사람 사이에 막 좁혀졌던 거리가 다시금 벌어졌다.무진은 다른 사람의 접근을 절대 좋아하지 않는다. 이렇게 접근해서 기회를 틈타 상류층으로 오르려는 여자들도 적지 않았다.심지어 한 번만 만나려고 머리를 쥐어짜내는 사람들도 있다.그런 사람들은 이미 습관이 되었다.매번 비서진이 쉽게 대처했지만, 지금 옆에 있는 사람은 예민주다.자신의 여자 친구인.무진의 이런 습관을 예민주도 사실 잘 알고 있다. 평소에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예민주는 절대로 이렇게 짙은 향수를 뿌리지 않는다.그래야 무진이 자신과 함께 있을 때, 무진이 이렇게 배척하지 않을 테니까.하지만 지금 예민주는 이 ‘금기’를 잊어버린 게 분명했다.방금 무진의 동작은 지금 예민주의 눈에는 적나라한 거부이자 분명한 소외감이었다.그러나 예민주는 감히 이 억눌린 마음을 마음속에 묻어두어야 했다.겉으로는 그래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가장했다.입가에 줄곧 미소를 지은 채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나는 애들하고 얘기를 해 볼게요. 애들이 왜 대표실을
“감탄할 수밖에 없어! 저 아가씨가 사랑 앞에서 저렇게 자신을 낮출 수 있다니!”“내가 말하고 싶은 건, 우리 대표님 여자친구는 정말 총명하다는 거야!”“뭔데? 뭔데? 나만 모르는 거야?”“...”회사에서는 업무 시간에 뒷담화를 하지 못하도록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그러나 어떻게 그런 일이 없을까?어떻게 다 금지할 수 있을까?지금 회사 사람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여전히 신나게 떠들어대고 있었다.오히려 당사자들은 그렇게 호들갑스러운 모습이 아니었다.아이들을 데리고 이미 회사 식당에 온 예민주는 룸에 도착했다.평소에 무진은 사실 사실 이쪽에는 거의 오지 않았다. 손건호가 식사를 가지고 오면 늘 대표 집무실에서 식사를 했다.하지만 여전히 무진을 위한 개인 공간이 갖춰져 있었다.바깥의 인테리어도 좋지만, 내부 공간은 여전히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바로 돈이 있어서 좋은 점!단지 식사를 하는 공간이지만, 룸 안에는 대형TV와 편안하고 넓은 가죽 소파가 갖춰져 있었다. 또 각종 커피 메이커, 정수기, 그리고 국외에서 수입한 첨단 설비들이 갖춰져 있어서 그야말로 작은 휴게실이나 다름없었다.“아줌마, 회사 구경을 시켜준다고 하지 않았어요? 방에는 왜 왔어요?”사진은 자신의 작은 다리를 열심히 움직이면서 무진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했다.하지만 남자들이 이동하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오빠, 나 아빠 옆에 있고 싶어.”무진의 행동이 이렇게 소원하자, 사진은 작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 억울한 듯한 표정으로 오빠를 바라보면서 위로를 얻으려고 했다.여동생을 힐끗 본 사무가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쉬었다.“나도 어쩔 수가 없어.”“엉엉. 사진이한테는 너무 어려워!” 두 눈에 눈물을 머금은 채 슬피 우는 소녀의 울음소리가 마음을 아프게 했다.예민주는 들어오기 전에 미리 장난감과 먹을 걸 준비해 달라고 시켰다.지금 이미 예민주가 시킨 물건들을 보내왔다.이쪽을 보니 무진은 옆에 있는 아이의 마음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얘들아, 너희들은 어느 집 아이들인데 지금 회사에 있는 거니?”온화한 모습으로 살짝 몸을 숙인 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예민주의 모습에는 어떤 허세도 보이지 않았다.두 아이는 이전에 이 여자를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아빠와 사이가 좋은 모습을 본 데다가, 이렇게 부드러운 태도인 걸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우호적’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흥분한 표정으로 초롱초롱한 눈빛을 빛내면서 사진이 가장 먼저 대답했다.“저희는 여기를 구경하고 싶어요.”사진은 여린 목소리로 거절할 수 없는 이유를 말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예민주는 고개를 돌려서 무진을 한 번 보았다. 무진은 복잡한 눈빛으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그래, 그럼 아줌마가 너희들 회사 구경을 시켜줄까?”“이제 곧 점심 시간이야. 너희들도 회사 식당에서 식사를 할 수 있어. 아줌마가 맛있는 걸 사줄까?”예민주의 제안은 시원시원하고 아주 열정적이라서 도저히 거절할 수가 없었다.어느새 다가온 무진이 눈썹을 치켜세우면서 말했다.잘 이해가 되지 않는 듯한 목소리였다.“민주야, 이 두 아이는 내력이 분명하지 않아. 그렇게 애들을 여기 남겨두고 놀게 하다가, 무슨 일에 엮일 지도 몰라.”“괜찮아요. 이 두 아이가 무슨 나쁜 생각을 가지고 있겠어요. 그저 단지 여기를 지나다가 궁금해서 좀 더 구경하고 싶을 뿐일 거예요.”예민주가 시간을 보니 마침 12시가 다 되었다.“같이 한 바퀴 돌아볼래요? 오빠도 한참동안 나하고 함께 있지 못했잖아요.”철이 든 모습의 예민주가 기대에 찬 시선으로 무진을 바라보았다.결국 무진의 마음속 예민주에 대한 미안함이 이성에 승리를 거두었다.두 아이는 지금도 무진에 대해서 희망을 품고 있었다.‘사무실에 있을 때는 우리한테 냉담했지만, 결국 우리 친아빠야.’ ‘그런 상황에서 우리가 잘 알지 못해서 잘못했던 부분이 있을 수도 있어.’모두 처음 겪은 일이기에, 잠시 동안 기분이 다운되어 있었던 아이들도 마음을 놓았다.‘어렵게 왔는데, 아빠하고 좀 더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