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에서 내린 임수정이 무척이나 조심스럽게 움직이자 아연은 즉시 불만스러워했다.“엄마, 우리 지금 진찰을 받으러 온 거예요, 아니면 물건이라도 훔치러 온 거예요? 나는 지금 강진성의 여자 친구라구요.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 그리고 지금 우리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이런 허름한 병원에 와서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겠어요?” 아연은 인테리어가 좀 허름한 병원을 보면서 눈에 혐오감을 느꼈다.필사적으로 몸을 낮추려던 임수정은 아연의 날카로운 음성에 주위를 둘러보았다.“아이고, 조상님, 좀 조용히 해. 이따가 알게 될 테니. 아무튼 엄마가 널 해칠 리가 있겠니?”아연은 여전히 눈살을 찌푸렸다.결국 임수정의 노파심에 설득을 당한 아연이 결국 병원에 들어갔다.접수하고 또 검사를 한 후, 의사가 아연의 이름을 불렀다.임수정이 아연과 함께 들어갔다.의사 앞에 나란히 앉은 두 사람에게 진찰을 끝낸 의사가 말했다.“송아연 씨, 임신하셨습니다. 아이가 7주 정도 되었네요.”“임신이라고요? 진짜예요?” 아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믿을 수 없어 했다.아연의 마음 속에 놀라움에 이어 강렬한 기쁨이 뒤따랐다.아이가 생겼다는 것은 자신이 강씨 집안 셋째 손주 강진성의 아내가 될 수 있다는 의미가 아닌가?앞으로 쓸 돈을 걱정할 일은 없겠지?“정말입니다. 아기가 건강하네요. 앞으로 정기적으로 검사 받으러 오세요. 또 휴식에도 많이 주의하시고 격렬한 운동은 하면 안됩니다. 그리고 영양도 충분히 보충해야 합니다.”의사가 웃으며 아연에게 말했다.“선생님, 감사합니다.”인사한 아연은 임수정을 끌고 나갔다.임수정은 아직도 좀 멍한 상태이다.과연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 아연의 임신이 확실했다.병원 내 사람이 없는 곳을 찾은 임수정이 아연에게 물었다.“아연아, 너 이 아이, 어떻게 할 거야?”“당연히 낳아야지.” 아연이 왜 그런 걸 묻느냐는 듯한 눈빛으로 임수정을 바라보았다.“그런데 강진성이 낳으라고 할까?” 임수정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처음에는
지금 아이가 생긴 게 임수정은 기쁘면서도 절반은 걱정스러운 마음이었다.중요한 건 강진성 쪽의 태도를 보아야 했다. 만약 강진성이 이 아이를 원한다면 당연히 크게 기뻐할 일이다.그러나 만약 강진성이 원하지 않는다면 자신들로서도 어쩔 수가 없었다.북성에서 최고 권세를 가진 강씨 집안과 자신들이 어떻게 싸울 수 있겠는가?기다리기 힘들었던 아연은 집에 돌아와 잠시 휴식을 취한 뒤 바로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서프라이즈가 있으니 나오라고 불렀다.강진성은 아연과 꽤나 마음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마침, 요즘 다른 여자를 찾지 못한 참이어서 나오라는 아연의 말에 알았다고 승낙했다.강진성이 다가오자 아연은 즉시 앞으로 뛰쳐나와 강진성을 껴안았다. 부드럽고 달콤한 음성으로 불렀다.“진성 씨.”강진성이 경박스럽게 아연의 턱을 들어올렸다.“왜? 우리 애기는 하루도 날 안 보면 생각이 나는 거야?”“물론이죠. 나는 시시때때로 진성 씨와 함께 있지 못하는 게 한이에요.”아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나한테 말해 줄 서프라이즈가 있다며? 도대체 무슨 서프라이즈야?”강진성이 웃으며 물었다.아연이 그의 귓가에 대고 음성을 낮추어 말했다.“나, 임신했어요.”아연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강진성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했다.“뭐?”아연은 강진성의 얼굴을 못 본 척하며 다시 한번 말했다.“나, 임신했어요.”아연과 관계를 가질 때마다 매번 예방 조치를 했던 강진성은 그런데 어떻게 임신할 수가ㅏ 있지, 하고 생각했다.“이 아이, 내 아이가 맞아?” 강진성이 눈살을 찌푸렸다.그가 이렇게 말하자 아연의 기분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잊지 말아요. 난 당신이 처음이었어요. 이 아이가 당신 아이가 아니면 누구 애라는 거예요?” 강진성이 양심도 없다고 아연은 생각했다.‘어떻게 날 의심할 수가 있어?’“얼마나 됐어?” 강진성이 물었다.“의사가 7주라고 했어요.” 아연이 대답했다.강진성은 잠시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7주면 자신이 아연을 막 알게 되었을 때가
아연의 말에 강진성은 분노를 느꼈지만, 지금 자신이 아연의 손에 꼼짝없이 잡혀 있음을 생각하고 어쩔 도리 없이 참았다.우선 아연을 달랜 뒤에 집에 가서 어른들과 상의할 수밖에 없었다.아연은 마지못해 강진성을 믿기로 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강진성은 할아버지에게 가서 이 일을 상의했다.할아버지 강상규가 얼마나 화가 났는지는 말할 것도 없었다. 강상규는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바로 강진성을 향해 집어던졌다.“내가 송아연에게 접근하라고 한 걸, 넌 이렇게 접근한 거냐? 일도 제대로 못해내는 덜 떨어진 놈 같으니. 을 성사시키기에는 부족하고 일을 망치기에는 남은 녀석! 이렇게 자기 관리를 못해?”할아버지가 어찌나 화를 내는지 강진성은 당연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이 일은 확실히 자신의 잘못이다. 할아버지가 아연에게 접근하라고 시키셨고, 그 역시 그대로 따랐다.게다가 송아연은 꽤 예쁘장하게 생겨서 좀 데리고 놀아도 괜찮겠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런데 아이를 가져서 곤란하게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할아버지, 잘못했습니다.” 강진성이 울상을 지었다.하필이면 송아연이 임신을 할 줄이야,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당연이 자신이 원한 결과가 아니었다.“지금 잘못을 알았다고 해서 무슨 소용이야? 돈에 눈이 먼 여자애가 마음먹고 달라 들었는데. 아이도 일부러 작정하고 가진 건지 누가 알아? 네가 걔 수에 넘어간 걸 아직도 모르겠어?” 강상규는 송아연이 처음부터 작정하고 아이를 가진 거라고 속으로 의심했다.일찍이 손자 강진성에게 송아연에게 접근해 보라고 시켰을 때, 이미 송씨 집안에 대해 조사했었다.그래서 그들의 인성이 어떤지 이미 파악했었다.송 씨 집안 사람들은 정말이지 자신의 생각을 쇄신시켰다.‘얼마나 생각이 깊어서 감히 내 손자를 건드려?’‘죽을 지 살 지도 모르고 말이지.’그 가능성을 생각한 강진성도 송아연을 원망하는 동시에 마음이 차가워졌다.“할아버지, 지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마음을 정하지 못한 강진성이 할아버지 강상규에게 도움
강진성 역시 그 아이를 원하지 않았다.그는 아직 제대로 다 놀지도 못했는데.송아연 같은 평범하고 재미없는 여자가 자신을 구속하다니.그런데 할아버지는 자신에게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강진성은 집에서 며칠 동안 고민했다.밖에 나가지도 않은 채.결국 스스로 방법을 찾아냈다.그리고 바로 아연을 불러냈다.아연은 요 며칠 집에서 임수정에게 자신의 생각을 주입시켰다.임수정 또한 자신의 딸이 어떤 보물 덩어리를 품고 있는지 점차 알게 되었다.앞으로 그녀는 강씨 집안의 장모가 되는 것이다.앞으로 찬란한 꽃 길이 펼쳐질 것이다.무엇을 더 원하겠는가?임수정은 벌써 상상이 된다. 앞으로 자신에게 펼쳐질 꿈만 같은 날들이.송성연 그 백여시에게 기댈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강씨 집안 셋째 도련님, 강진성도 나쁘지 않았다.앞으로 성연이 자신을 만나면 공손하게 대해야 하지 않겠어?생각할수록 임수정은 통쾌한 마음이 들었다.그래서 이전보다 더 세심하고 조심스럽게 아연을 보살폈다.아연의 한 몸에 그들 일가족의 온 기대를 걸고서.요 며칠 임수정은 아연을 포동포동하게 살찌우기 위해 직접 요리하기도 했다.아연이 주문할 필요도 없었다.좋다는 것들은 죄다 아연 앞에 내밀었다.며칠 후, 강진성이 아연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했다.아이 문제가 분명했다. 대책이 생겼나 보다.임수정도 수화기에서 들려오는 대화 내용을 들었다.그래서 아연의 옷 차림을 도와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아연아, 반드시 이 보물단지 손자를 꼭 지켜야 해. 엄마의 남은 인생이 모두 너에게 달렸어.”임신한 사실을 알고부터 아연은 아주 의기양양했다.그러나 뒤늦게 현실을 깨달은 지금 좀 당황스러웠다.그녀 자신도 아직 어린아이일 뿐인데 말이다.뱃속에 갑자기 아이가 생겼다니, 도저히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또 임신한 사람은 쉽게 감상적으로 되는지, 아연의 얼굴에는 저도 모르게 근심이 가득했다.한창 이야기하고 있던 임수정은 멍하니 있는 아연을 쳐다보았다
연일 걱정을 하고 있었던 데다 강진성이 겁을 주자, 아연은 완전히 겁에 질려 버렸다.이미 위태할 정도로 심리적 한계에 내몰린 아연은 마음을 정하지 못한 채 집에 돌아가 임수정에게 알렸다.강진성의 말은 사실이었다. 강씨 집안의 위세는 북성에서 하늘을 찌를 듯했다. 비록 셋째 일가라 하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든 자신들을 일어나지 못하게 할 것이다.그리고 막상 강씨 집안을 고소한다 해도 저들을 이길 수는 없을 것이다.처음에는 임수정이 아연을 설득했었다.그러나 지금 강씨 집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생각하자 이제 엄마 임수정이 쉽게 포기하려 들지 않았다.마치 다 잡은 걸 두 눈 멀쩡히 뜬 채 놓친 듯했다.게다가 아연이 이미 아이를 가졌는데 어떻게 그리 간단히 끝내자고 한다고 끝낼 수 있단 말인가?임수정이 아연을 보며 말했다.“강진성이 정말 그렇게 말했다고? 돌아설 여지가 하나도 안 보여?”“그 사람이 정말 그렇게 말했어. 엄마, 그만둘까 봐.” 강씨 집안과 직접 맞서다니.그리고 뱃속의 아이에 대해서 정말이지, 일말의 기대도 없었다.“안 돼, 방법을 생각해 봐야겠다. 아빠가 돌아오면 다시 얘기하자.” 의자에 앉아 있는 임수정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아연이 그렇게 쉽게 아이를 가질 줄은 정말 몰랐다.이 아이는 그들에게 있어서 뜻밖의 선물이었다.강진성은 되는 대로 돈을 써서 자신들을 떨쳐내려는 생각이겠지?자신들이 떨쳐내고 싶다고 떨쳐지는 그런 쉬운 존재란 거야?아연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 채 엄마 임수정의 말만 들으며 조용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임수정이 아연의 손등을 가볍게 토닥이며 위로했다.“괜찮아, 걱정 마. 엄마가 알아서 할게.”아연은 아무렇게 고개를 끄덕였다.마음에 얼마간 상처를 받았다.어찌 되었든 강진성과 꽤나 오래 함께 시간을 보냈건만, 이 아이는 강진성의 아이였다.그런데 그가 이렇게 잔인하게 나오다니.송종철은 퇴근하고 돌아오자, 임수정이 이 일을 송종철에게 말했다.강씨 집안을 상대할 생각에 저도 모르게 겁
송종철 세 식구는 기세 등등하게 강씨 집안 고택으로 갔다.마침 안금여도 집에 있었다.그들이 찾아왔다는 집사의 보고에 사실 안금여는 약간 놀랐다.‘송씨 집안 사람들이 왜 왔지?’속으로 궁금했지만 집사를 시켜 들어오라고 했다.저들의 목적이 무엇이든 안금여가 저들을 꺼릴 이유가 뭐란 말인가?당연히 그럴 필요가 없는 일이다.송씨 집안 세 식구가 자리에 앉자 안금여는 집사에게 차를 내오라고 했다.차가 아직 나오지도 않았는데, 임수정이 참지 못하고 찾아오게 된 자초지종을 털어 놓았다.긴장한 임수정의 말은 아주 빨랐지만, 안금여는 똑똑히 알아들었다.간단히 말해, 강진성이 지금 아연을 임신시킨 채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는 것.안금여는 강상철, 강상규의 두 손자가 어떤 성품인지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뼛속까지 나쁜 놈들로 건들건들거리며 놀기를 좋아했다.평소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서 안금여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그 두 사람은 당연히 강상철과 강상규가 가르치고 단속해야 할 터.그러나 지금 안금여는 눈 앞에 있는 송씨 일가에 대해 더 어이가 없었다.임수정은 성연이의 계모다. 성연이 이 재혼가정에서 홀대 받은 건 그렇다고 치자.‘그런데 작은 딸을 제대로 관리 못해서 임신을 하게 해.’이것은 강씨 집안에 있어서 그야말로 막대한 오점이 될 터였다.‘강진성 이 놈은 강씨 집안 자손이 되어서는 왜 이렇게 선도 안 지키고 노는 거야.’지금 강씨 집안이 저 어린 놈들로 해서 오물을 뒤집어쓰게 생겼다.차를 한 모금 마신 안금여는 차 향기에 간신히 마음속의 분노를 누를 수 있었다.“지금 말씀하신 게 모두 사실입니까?” 안금여가 느릿느릿 물었다.임수정이 곧장 대답했다.“당연히 사실입니다. 회장님, 제가 어떻게 제 딸의 순결을 가지고 농담을 하겠습니까? 임신진단서도 받았는데, 보여 드리겠습니다.”말하면서 정말 가방에서 진단서 한 장을 꺼내 안금여에게 건넸다.안금여는 거절하지 않고 바로 받았다.“좀 보지요.”안금여는 속으로 화가 치밀었다.강진성과
임신진단서를 보고 난 안금여는 더 화가 났다.참 장하기도 하다. 들은 바로는 강진성과 송아연과 함께 한 지도 얼마되지 않았다고 하던데,만나자마자 아이부터 만들다니.이 모든 게 강씨 집안에서 생긴 일이다.어쨌든 북성의 명문대가인 강씨 집안이 가장 중시하는 게 예절과 규율이다.그런데 강진성이 이런 짓을 벌이다니.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안금여는 의연하게 분노를 눌렀다.그리고 직접 강상규와 강진성에게 전화를 걸어 건너오라고 불렀다.그리고 집사에게 강씨 집안의 모든 어른들에게도 연락해서 증인이 되게 했다.30분이 안되어 모두들 속속 달려왔다.그러나 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온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보았지만, 서로의 시선에서 망연함만 확인했다.안금여 회장이 이처럼 대대적으로 사람들을 불러들인 걸 보면 아마도 무슨 큰일이 난 것 같았다.이때 아래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불안감과 긴장감에 휩싸였다.안금여가 자신을 거명할까 봐 두려울 정도다.안금여와 강무진의 무자비한 수단을 사무실에서 이미 보았지 않나?자신들은 강상철, 강상규만큼 밑천이 두둑하지도 않았다.만약 지금 관리하고 있는 한 두 회사의 경영권을 회수한다면, 그럼 그들은 정말 버틸 방법이 없었다.모두들 단정하게 앉은 채로 아무도 감히 입을 열지 못했다.거실 안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 조용했다.임수정도 강씨 집안의 엄격한 규율을 처음으로 느꼈다.안금여가 강씨 집안에서 이처럼 위엄이 있을 줄은 몰랐다.외부에서 잘 나가는 이 인사들도 강씨 집안에서는 꽁무니를 사리는 존재일 뿐.여기까지 생각하자 임하는 저도 모르게 약간 의기양양한 느낌이 들었다.보아하니 이번에 자신이 안금여를 찾으러 온 건 정말 상대를 잘 찾은 듯하다.강진성과 강상규는 제일 마지막에 도착했다.안금여가 또 무슨 꼬투리를 잡고 자신들을 난처하게 하려는 줄 알았던 것이다.두 사람은 오는 것도 좀 귀찮았다.근데 송씨 집안 세 식구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있는 걸 본 순간, 안금여가 그들을 돌아오게 한 목
안금여의 말이 끝나자 듣고 있던 일가 친척 어른들 또한 상당한 불만을 드러냈다.뒤에서 강진성과 강상규를 비난했다.“진성아, 아가씨를 임신시켜 놓고 내 몰라라 팽개치다니 이건 너무 무책임한 행동이 아니냐? 이 일이 밖으로 알려지면 우리 강씨 집안이 어떻게 고개를 들 수 있겠니?”“그러게 말이야. 진성아, 셋째 형님, 이번 일은 옳지 않습니다. 어떻게 진성이 저렇게 처신하도록 방임할 수 있습니까? 우리가 이 북성에서 웃음거리가 되어야겠습니까?”“이 일 처리 방식도 타당하지 않습니다.”강씨 집안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었다.밖에서 놀 때 놀더라도, 모두 강씨 집안이라는 깃발을 들고 있다는 사실을.마찬가지로 강씨 집안 사람이라면 모두들 영욕을 함께 해왔다.설사 자신들이 하지 않았다고 해도 이런 우스운 이야기가 새어 나가면 외부 사람들은 단지 강씨 집안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을 뿐이라 비웃을 터였다.그리고 평소 그리 똑똑해 보이던 강상규가 지금은 어찌 그리 멍청해 보이는지.이런 사소한 일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다니.강씨 집안의 어린 자손 중에는 놀기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다.지금 이 시대에 낙태는 이미 그리 희귀한 일도 아니었다.그러나 어찌 되었든 빛 가운데 드러나지 않도록 모두 뒤에서 몰래 처리해 왔다.이 일처럼 겉으로 드러나게 되면 문제가 달라지는 것이다.게다가 방계가 아니라 본가에 속하는 강상규가 자신의 손자조차도 제대로 단속 못해 다른 방계 친척들에게 본보기가 되지 못했기에 더욱 비난을 받는 것이다.강씨 집안의 사람으로서 자신에게 주어진 책임을 항상 깨닫고 있어야 했다.사람들이 모두 이 일에 대해 한 마디씩 하자 강상규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기 시작했다.그리고 난데없이 무진을 탓하기 시작하며 모든 책임을 무진에게 떠넘기려 했다. 음산하고 괴상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그 전에 무진이도 송성연과 결혼하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우리 진성이만 비난하는 겁니까?”무진이는 해도 되는 일을 자기 손자 진성이는 왜 해서는 안되느냐는 뜻이다.
모혜정은 원래부터 성연을 경계하고 있었다.지금 성연의 말이 모혜정을 더욱 경계하게 만들었다.“뭘 하려는 거야?”성연은 남몰래 미소를 지었다.‘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모혜정이 이렇게 말하는 걸 보면 안진검이 어디에 있는지 분명히 알고 있을 거야.’성연은 짐짓 거짓으로 말했다.“내가 직접 안진검 씨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어요. 안진검 씨가 더 이상 나하고 얽히지 않고, 당신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걸 똑똑히 밝혀야겠어요. 당신은 정말 안진검 씨를 좋아하는 것 같은데, 근거 없는 오해 때문에 피해를 주고 싶지 않아요.”“정말이야?” 모혜정은 믿지 못하는 눈치였다.“당연히 정말이죠. 당신이 말한 것처럼 내게는 이미 훌륭한 약혼자 강무진 씨가 있는데, 어떻게 안진검 씨를 또 마음에 두겠어요? 당신이 오버했지만 그래도 내가 도와주겠어요. 안진검 씨 앞에서 똑똑히 말하겠어요.”성연은 입술을 꽉 깨문 채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모혜정은 성연의 말을 진짜로 여겼다.“먼저 손을 놔주면 내가 당신을 데리고 가겠어.”자신의 말이 먹혀 들었다고 생각한 성연은 모혜정의 손을 놓았다.마침 성연이 차를 가지고 왔기에 안진검이 있는 곳으로 가는 것도 수월했다.모혜정의 안내 하에 교외에 도착했다.성연은 일부러 의심스러운 척 가장하며 물었다.“미스 모, 길이 틀리지 않은 게 확실해요? 안진검 씨가 어떻게 이런 곳에 있어요?”‘어쩌면 여기에는 내가 모르는 교묘한 계략이 숨겨져 있을지도 몰라.’“내가 왜 속이겠어? 내가 안내할 테니까 차는 여기 두고 따라와.” 모혜정이 먼저 차에서 내리자 성연도 따라서 내렸다성연도 따라 차에서 내렸다.모혜정은 성연을 데리고 꼬불꼬불한 길을 한참 간 뒤 래커로 덕지덕지 칠한 문을 열었다.주변의 환경을 자세히 관찰한 성연은, 여기 폐기된 공장 아래의 지하실에는 은밀하게 감춰진 카지노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귀청이 터질 듯한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왔다.땀 냄새와 담배 냄새가 뒤섞여
이렇게 대규모로 찾고 또 무진과 성연의 사람들이 직접 출동했다.이치대로라면 곧 사람을 찾을 수 있어야 했다.하지만 지금 이틀을 찾았지만 찾지 못했다.‘안진검이 도대체 어디에 숨어 있는지도 모르겠어.’그래함과 유채연은 아직 여행을 가지 않았다.그래함은 또 여행 가이드북에서 유채연과 함께 가고 싶은 곳을 살펴보았다.호텔 입구에 왔을 때 성연은 뜻밖에도 모혜정을 만나게 되었다.지금 이미 안진검의 진면목을 발견한 성연은, 모혜정에 대해서도 전혀 호감이 없었다.‘그저 권세에 빌붙는 사람일 뿐이야.’모혜정에게 인사도 하고 싶지 않았다.성연을 본 모혜정이 곧장 성연 쪽으로 달려올 줄은 몰랐다.“송성연, 염치가 있어? 강무진이 있어도 부족해? 왜 밖에 나가서 이 남자 저 남자 꼬시는 거야!”성연은 모헤정의 말에 눈살을 찌푸렸다.‘지난번에 내가 안진검과 만났을 때와 기본적으로 같은 구도야.’‘그런데 그때 오해가 풀렸잖아?’‘왜 모혜정이 이렇게 말하는 거야?’대답하기 귀찮아진 성연은, 그냥 지나쳐서 호텔 안으로 들어가고 싶었다.모혜정이 앞으로 나서서 성연을 막았다.“당신이 이렇게 부끄러운 줄 모르는 여자인 걸 강 대표가 알아? 제발 부탁인데 진검 씨 좀 그만 꼬셔.”“나이도 어린 X이 어떻게 이렇게 뻔뻔스럽지?”“다른 사람의 약혼자가 그렇게 좋아? 굳이 끼어들어야 해?”모혜정의 말투는 온통 모욕과 욕설이었다.마치 성연이 무슨 엄청난 범죄라도 저지른 것 같았다.‘호텔 입구에 지금 다행히 지나가는 사람이 없어.’‘그렇지 않았다면, 모혜정 이 무지막지한 여자가 길거리에서 마구 욕하는 모습에 틀림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거야.’“모혜정 씨, 그런 근거 없는 얘기는 하지 마세요. 제가 어떤 사람인지 당신이 판단할 이유가 없어요.” 성연은 담담하게 말했다.‘지금 모혜정은 감정 때문에 맹목적으로 이성을 잃었어.’‘지난번에 안진검을 우연히 만난 뒤로 다시 보지 못했어.’‘내가 어디서 안진검을 꼬셨다고 모혜정이 이렇게 말하나 몰라.’모혜
전화를 끊은 성연은 서재로 달려가 이 상황을 무진에게 알렸다.얘기를 들은 무진은 멍해지면서 좀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이 안진검이 성연에게 접근한 데에는 틀림없이 목적이 있을 거야. 어쩐지 얼마 전에 오웬이 살해되었지.’‘아마 이 양자인 안진검이 한 짓일 거야.’‘다행히 안진검이 아직 본격적인 일을 하지 않았는데, 그자의 진면목을 발견했어.’성연도 마음속으로 다행이라고 느꼈다.‘애초에 안진검은 확실치는 않지만 나를 통해서 무진 씨와 연결되려고 했어.’‘무진 씨와 사업 얘기도 하겠다고 했어.’‘아마도 무진 씨의 회사가 목표였을 거야.’‘이제야 안진검이 어떤 사람인지 알겠어!’성연의 안색이 별로 좋지 않은 것을 본 무진이 성연의 어깨를 토닥였다.“결혼식을 앞두고 있으니 어떤 사고도 일어나선 안 돼. 내가 안진검을 찾아낼게.”“내 생각에 적호도 아마 안진검이 데려온 것 같아요.”성연은 두 사람이 나타난 시간이 일치하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안진검이 오자 적호도 왔어.’‘그러나 그때 안진검은 여전히 우리 곁에서 좋은 사람 노릇을 하고 있었지.’ 성연은 구역질이 났다.성연은 안진검이 정말 열정적이라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구시가지 그쪽에서 사람을 구한 걸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어.’“그럴 수 있어. 하지만 걱정하지 말고 나한테 맡겨. 내가 잘 처리할게.” 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지금은 어느 곳이든 사람들이 주시하고 있어.’‘만약 내가 성연과 결혼식을 올린다면’‘MS 가문 쪽은 제일 불만이 많을 거야.’‘지금 안진검은 MS 가문의 대표야. 안진검을 찾아내기만 하면 MS 가문 사람들은 틀림없이 쉽게 손을 대지 못할 거야.’“내가 사람을 제대로 보지 못했어요.” 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말했다.무진이 성연의 뺨을 어루만졌다.“이게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어? 안진검이 위장을 너무 잘한 거지. 안진검은 대외적으로 투자자의 신분이라서, MS 가문의 양자라는 건 아무도 몰라.”‘이 자료들은 유럽에 있지 않으면 찾아내기 어려워
저녁을 먹은 무진은 밤에 서재로 가서 서류를 처리했다.성연은 꽃밭에 가서 약재들이 어떤지 볼 생각이었다.손에 이미 도구를 다 챙겼는데, 뜻밖에 미스 샤넬의 전화를 받았다.“미스 샤넬, 웬 일이세요?” 성연은 미스 샤넬이 무슨 일로 직접 자신에게 전화를 걸었는지 궁금해했다.[조금 사소한 일이긴 한데, 그래도 말해야 할 것 같아서요.] 유럽으로 돌아간 미스 샤넬은 생각할수록 뭔가 이상했다.아마도 그건 성연에게는 중요하지 않겠지만.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려니, 미스 샤넬은 시종 마음이 불안했다.결국 잠시 생각한 뒤에 성연에게 먼저 연락한 것이다.“미스 샤넬, 하실 얘기가 있으면 그냥 하시면 돼요.” 성연은 사실 미스 샤넬과 사형 사이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좀 두려웠다.‘두 사람이 줄곧 사귀고 있었지만 너무 급하게 확정했어.’‘혹시 한 사람이 후회하게 된 건 아닐까.’하지만 미스 샤넬이 전화한 건 그런 이유 때문이 아니었다.미스 샤넬이 굳은 어조로 말했다. [그 남자가 누군지 생각났어요.]이 뜬금없는 말에 성연은 좀 어리둥절했다.“미스 샤넬, 무슨 남자요?”미스 샤넬이 눈썹을 찌푸렸다.[우리가 여행을 갔을 때 만났던 그 익숙했던 얼굴 말이에요. 누군지 생각났어요.]그때만 해도 미스 샤넬은 저 사람이 왜 여기 나타났는지 너무 이상했다.지금 생각하면 그 남자의 행동은 너무나 의심스러웠다.[그 사람은 바로 MS가문의 사람이에요. MS 가문의 대장로가 입양한 양자로 이름은 안진검이에요.]성연은 원래 그 일은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미스 샤넬의 말을 들은 성연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안진검이 MS 가문의 사람일 줄은 몰랐어.’미스 샤넬은 성연의 대답을 듣지 못하자 다시 말했다.[혹시 MS 가문과 하는 사업이 있어요?]미스 샤넬은 두 사람과 MS 가문 사이에 일어난 일을 몰랐다.‘사업 협력은 고사하고 원수 사이인 걸.’다만, 그 동안 일의 경과가 너무 복잡해서, 성연도 미스 샤넬에게 어떻게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