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다음 날도 무진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다행히 성연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열은 내려간 상태였다.하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링거의 수액은 그저 수면 작용만 있을 뿐.그래서 무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무진 상태로서는 잠을 자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수면 상태에서 신체 회복이 더 빠를 수 있으니 말이다.무진은 그동안 너무 쉬지 않았다.성연은 거의 잠시도 무진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했다.직접 곁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매 시간대마다 무진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이상 증세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 하니까.하지만 무진이 자리를 비우자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무진이 없는 동안 회사 업무는 모두 할머니 안금여가 무진을 대신해 처리했다.임원진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중에 강상철이 회의 석상에 나타났다.상식적으로 봤을 때, 강상철의 상처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을 터였다.그런데 하필 무진이 자리를 비운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강상철의 움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강상철을 바라보는 안금여와 강운경의 얼굴에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두 사람 모두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상철을 바라보았다.강상철이 나타나면 항상 좋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적개심이 뼛속에 새겨져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다시 침착함을 되찾은 안금여는 평소처럼 안건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한 후, 각 부서의 실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회의에 참석해서 난리를 칠 줄 알았던 강상철이 의외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보아하니 의견을 제시하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강운경과 안금여는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설마 강상철이 양심껏 아무 말 안 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고?’안금여의 말이 끝나가는 데도 강상철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드디어 회의 진행을 마친 안금여가 테이블 위 서류들을 정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자리에서 일어
비록 연로했지만 안금여의 위엄은 여전했다.무진이 자리에 있을 때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니었으나.자리를 지키고 있은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주치의가 매일 방문해서 무진의 건강을 체크했다.그리고 성연이 사람들 모르게 무진을 치료하는 중이다.창고에 있는 인삼을 모두 꺼내 무진의 보신용으로 사용했다.인삼탕을 달여 매일 조금씩 무진에게 먹였다. 물론 성연이 직접 끓인 인삼탕이다.성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무진을 간병했다.무진에 대해서는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은 채 돌보는 중이다.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않고 있지만 무진의 몸이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예전 같은 허약 상태는 벗어났다.매일 방문해서 무진의 몸을 체크할 때마다 주치의는 신기하게 생각했다.물론 가장 좋은 약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 만으로 이런 효과를 내기는 힘들었다.아무래도 무진의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난 듯하다.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성연이 인삼탕을 들고 침실로 들어왔을 때도 주치의는 아직 가지 않고 있었다.성연이 능숙한 자세로 무진의 몸을 받쳐 안은 채 무한한 인내심으로 한 입 한 입 무진에게 탕을 떠먹였다.입으로 들어가던 탕이 도로 흘러나오자 성연이 휴지로 깨끗이 닦았다.그 모습에 주치의는 성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저 어린 나이에 이처럼 세심하게 간병하다니.그래서 농담으로 한 마디 했다.“대표님의 몸이 이렇게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데에는 사모님의 세심한 간병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주치의 말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성연이 난감해하자 오히려 옆에 서 있던 집사가 대신 입을 열었다.“그럼요. 사모님이 어찌나 세심하게 도련님을 돌보시는 지. 잠도 줄여 가며 매일 직접 간병하십니다.”집사까지 추켜세우는 말을 하자 더 쑥스러워진 성연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모두 과찬이세요. 일반적인 간병 수준일 뿐이에요.”자신은 단지 무진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그리고 또 달리 말하자면 무진 역시
성연은 며칠 동안 잠을 설쳐가며 쉬지 않고 무진을 간병했다.인삼탕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그리고 드디어 무진의 의식이 돌아왔다.무진이 눈을 뜨는 순간, 성연은 하마터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정신이 들어요? 몸은 좀 어때요?” 기쁜 나머지 목소리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성연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다.눈을 뜨는 순간 가장 보고 싶었던 얼굴이 보이자 무진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깨어났으니 됐어요.” 성연이 한숨을 돌렸다.자신의 노력이 그래도 효과가 있었다.적어도 무진이 깨어났으니까.침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집사가 의식을 차린 무진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도련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대표님 모르시죠? 작은 사모님이 요 며칠 거의 눈도 붙이지 못한 채로 대표님을 간병하셨습니다.”“고생했어.” 무진이 손을 들어 올려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었다.그러나 이제 막 깨어난 상태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힘들지 않아요. 무진 씨, 자기 몸에 좀 더 신경 쓰면 안 돼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하느님, 부처님이라도 당신 못 구했어요.” 성연이 원망이 섞인 말투로 타박했다.자기 몸을 돌볼 줄 모르는 무진에게 화가 난 듯했다.“그런데 내가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지?” 무진은 집에 도착한 그 순간까지 밖에 기억이 안 났다.회사에서부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움을 느껴서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다. 그러나 작은 감기로 이리 오래 누워있을 리는 없지 않나?“한기가 들면서 고열이 난 게 병을 촉발시킨 주요 원인이에요. 하지만 누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닌지 조사하고 있어요. 곧 결과를 알 수 있을 거예요.”이 일을 생각하던 성연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그녀의 미간도 같이 무심결에 찌푸려졌다.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미간을 살며시 쓸었다. 미간의 주름을 펴고 싶다는 듯이.“나는 괜찮아. 넌 이제 이런 것들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 게.”어떤 일이든 성연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무진
무진의 건강 회복은 강상철과 강상규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강상철이 지금 큰 집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다친 몸으로 회의에 참석했건만, 그런 자신 앞에서 위세를 부리던 안금여라니.어찌나 인정 사정없이 구는지.강상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기는 요즘 하루도 좋은 날이 없긴 했다.강상철의 표정을 본 집안의 고용인들이 모두 알아서 그 앞을 피해 다녔다.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모두 몸을 사렸다.사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겁내는 것이다.차를 마시던 강상철은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집어 던질 뻔했다.강무진 그 놈은 도대체 왜 그렇게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무슨 목숨이 그렇게나 질긴지, 나 원.’……그 시각.안금여의 지시를 받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이에게서 회신이 왔다.무진이 앓아 눕게 된 원인이 당시 회사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했다.마침 엠파이어 하우스에서 무진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 보고를 들은 안금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화를 끊고서도 안금여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니 화가 많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모두가 안금여의 말을 아주 똑똑히 들었다.말할 것도 없이 냉방 담당자가 누군가에게 매수된 게 틀림없는 상황.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안금여가 성난 음성으로 말했다.“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찾아내세요.”이번 일로 무진이 죽다 살아났다.‘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단 말인가?’양심이라고는 없는 그 사람들이 미워 죽을 지경이다.‘이리 악랄한 짓을 하다니, 천벌을 받을 놈들.’“할머니, 진정하세요.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누군지 반드시 알아낼 거예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할머니 건강을 해쳐서는 안돼요.” 성연이 안금여의 등을 부드럽게 쓸며 위로했다.그 놈들은 당연히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 때문에 할머니의 건강을 해롭게 할 가치는 전혀 없었다.“엄마, 성연이 말이 맞아요. 이제 원인을 알아냈으니 진짜 주모자를 찾는 것도 멀지 않았어
엠파이어 하우스를 나온 안금여는 즉시 회사로 갔다.당직을 섰던 보안요원을 사무실로 불러 하나하나 캐물었다.그날 밤 당직자는 단 두 명.캐묻는 건 간단했다.“그날 밤, 두 사람 중 누가 냉난방기의 조절 리모컨을 작동시켰어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안금여의 전신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뿜어져 나왔다.그러자 보안 요원 두 명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회장님이 물으시는데 빨리 대답하세요.”옆에 서 있던 안금여의 비서가 혐오감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덜덜 떨고 있는 보안 요원을 바라보았다.보안 요원 두 사람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그날 저녁에 온도조절기는 저희 두 사람이 교대로 관리했습니다. 제가 볼 때만 해도 계속 상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입만 살아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안금여가 냉소를 지었다.“상온, 상온이라.”곧이어 그녀가 손을 내밀자 비서가 즉시 서류 한 장을 건넸다.“대표실 입구의 온도계 기록입니다. 방금 상온이라고 했나요? 그런데 왜, 이 지점에서 실내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거죠?” 안금여가 서류로 책상에 내려쳤다.저들 스스로는 아주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안금여 쪽에서 실마리를 찾아냈다.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었다.안금여 쪽에서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밝혀냈다.보안 요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 시선을 마주하더니 그 중 하나가 큰 소리로 반박했다.“회장님,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 아마도 온도조절기가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이 일을 저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강상규가 돈으로 저 두 사람을 매수했고, 강상규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냉방장치에 장난을 친 것이다.물론 저 두 사람이 그 사람을 들여보낸 것이고. 저들은 그냥 모른 척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물론 냉방장치는 저들과 확실히 무관했다.그러니 저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일 터.“아직도 궤변을 늘어 놓는 겁니까?” 안금여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쏘아보았다.조금 전 두 사람의 소소한 동작을 안금여의 눈에도 들어왔다.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
이 일은 회사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WS그룹 직원 사이에서 의론이 분분했다.어쨌든 전체 보안실에 근무하는 직원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일시에 그처럼 많은 사람을 해고한 것을 보아 안금여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 지 있었다.그동안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해고될까 봐 극히 조심했다.사람들은 보안 요원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해고되었는지도 잘 몰랐다.그저 강무진 대표의 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 소식은 강상철, 강상규의 귀에도 전해졌다.배후의 주모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본보기로 삼은 안금여의 의도를 강상규는 바로 알아차렸다.몇 차례 충격을 받았던 강상철은 부상까지 겹쳐 건강도 좋지 않았다.집에서 휴양 중이던 강상철을 강상규가 집으로 찾아와 이 일을 의논했다.강상규가 속으로 욕을 하며 강상철에게 말했다.“형님, 큰 형수가 회사에서 사람들을 해고할 때 얼마나 가차없었는지 아세요? 주주들도 정말이지, 말 한 마디 못하고, 정말 쓸모없는 놈들이에요.”‘예전에 자신들에게 부화뇌동해서 강무진을 짓밟을 때는 얼마나 신나게 밟아 댔는지 그새 잊었단 말이야?’지금은 찍 소리도 못하고 있었다.“지금 강무진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크게 주니, 자연히 아무 말도 못하는 게지. 우리가 강무진만큼 저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할까 봐 말이야.”두 늙은 여우도 저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이게 바로 현실이었다.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편에 붙을 이들이다.지금 회사 내의 저울은 점점 강무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이대로 가다가는 회사에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판이다.“무진이 놈 목숨이 어찌 그리 질긴지. 그렇게 오랫동안 끙끙거리면서도 아직 죽지 않다니.” 강상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덫에 걸릴 때마다 어찌 그리 매번 위기를 빠져나가는 지.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넌 무진이 신변에 유능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유능한 수하도 없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어?” 강상철은 가볍게
무진의 몸은 많이 회복되었지만 체력은 여전히 약한 상태였다.얼굴색도 아직 창백했다.성연은 이제 무진이 단 시간에 회복되기를 바라지 않았다.무진이 목숨을 건지는 것만 해도 쉽지 않았다.깨어난 후 며칠 쉬었더니 무진은 거의 회복되었다고 생각하고 회사에 나가려 했다.옷을 갈아입고 아침을 먹은 뒤에 막 문을 나서려는 순간, 성연이 문을 막고 섰다.“어디 가시려고요?” 눈썹을 치켜세운 성연의 모습에서 은근한 분노가 느껴졌다.‘이 남자, 도대체 조금도 깨달은 게 없단 말이야?’‘자기 몸 상태에 대해 어쩜 이리도 생각이 없는 걸까?’“회사에 나가서 어떤지 좀 보고 싶어.” 성연의 마음을 살짝 구슬리려는 듯한 어조로 무진이 입을 열었다.성연의 마음이 약해지기를 바라며 이렇게 완곡하게 말을 했다.“몸이 아직 회복되지도 않았다는 거 몰라요?” 성연은 무진에게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았다.‘무진 씨에게 회사가 그렇게 중요하단 말이야?’‘어찌 되었든 자신의 몸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 아닌가.’“나도 알아. 할머니가 회사에 계시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둘째, 셋째 할아버지가 또 어떤 트집을 잡는 건 아닌지.”무진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그럼 무진 씨는요? 당신이 지금 회사에 가면 할머니를 가장 걱정시키게 되는 거라고요! 안돼요, 못 가요. 집에서 쉬어요.” 성연이 다다다 말을 쏟아 낸 후, 문 앞을 막고 서서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 만약 무진이 오늘 진짜 회사에 간다면, 앞으로 다시는 무진을 간병하지 않을 거라고 속으로 다짐하면서.성연의 굳어진 안색을 보니 화가 많이 난 것 같아 보였다.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채 그 자리에 섰다.분위기가 순식간에 싸늘해졌다.옆에서 지켜보는 집사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난감했다.성연과 무진이 다투는 건 지금 처음 보았다.누구의 말을 거들어야 할지 몰랐다.그러나 무진의 창백한 얼굴을 보니 마치 바람이 불면 바로 쓰러질 것만 같았다.저 몸으로는 견디지 못 할 게 분명했다.집사도 무진이 회사
서재 안.무진도 이번에 자신이 왜 열이 나고 앓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손건호가 지금 무진과 이 일에 대해 의논하고 있었다.무진은 턱을 괸 채 사건을 분석했다.“아마도 강상철은 아닐 거야. 강상규 쪽에서 했을 테지.”부상을 당한 데다 제왕그룹으로부터 타격을 입은 강상철이 그리 빨리 손을 쓰기는 힘들었다.지금은 이번 일을 계획하고 시도할 기운이 없을 것이다.생각해 보니, 역시 강상규 쪽에서 손을 쓸 가능성이 커 보인다.강상철과 강상규는 한 편이었다. 이번에 강상철에게 속한 지사들의 경영권을 회수하면서 강상규 쪽도 영향을 받아 손해를 입었다.강상규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당할 리가 없다.손건호가 물었다.“보스, 어떻게 대응할까요?”무진이 손끝으로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렸다.“요즘 강진성은 어떻게 지내고 있습니까?”손건호가 대답했다.“작은 사모님의 의붓 여동생인 아연과 아주 가깝게 지내고 있는데, 어쩔 생각인지 모르겠습니다.”아마 사람들은 아연에게 꽤 미색이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강진성의 눈에 들만큼.그러나 일이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는 생각이다.게다가 아연은 성연의 의붓 여동생이기도 하다.강진성과 같이 엮이게 되면 더 흥미진진해질 것이다.목적이 무엇이든 간에 자신들로서는 좋을 게 없었다.무진이 잠시 침음을 흘린 후 지시했다.“가서 무슨 약점 같은 거 없나 찾아봐.”비교적 주무르기 쉬운 편인 강진성은 귀찮아질 일을 이미 벌이고 있었다.강상규는 여태껏 자신의 사정을 봐 준 적이 없다. 당연히 무진도 절대 저들을 쉽게 봐 주지 않을 것이다.나가서 즉시 그 일을 조사하겠다는 뜻으로 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무진이 또 무슨 말을 하려던 순간,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똑똑, 하는 소리가 아주 낭랑하다.무진은 문 밖에서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는 듯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고개를 들어 손한기에게 말했다.“오늘 여기까지 하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도록 하고.”손한기가 고
소지연은 자신의 불행을 동생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오히려 소태경은 예전의 소지연과 무진 사이의 원한에 대해서 잘 알고 싶었다.그래서 소지연은 대략적인 경과를 말했다. 물론 이야기 중간에 당연히 성연에게 거짓말을 덧붙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소지연은 또 MS 가문과 접촉하고 협력했던 일도 숨겼다.모든 얘기를 들은 소태경은 당연히 누나의 처지에 대한 의분이 가슴에 가득 찼다.“누나, 누나가 이렇게 말하는 걸 들으니, 정말 WS그룹을 계속 돕고 싶지 않아. 나도 내 계획이 있어. 앞으로 할 수 있다면 유럽에 회사를 설립할 거야. 그때는 WS그룹에 의지할 필요도 전혀 없어!”“태경아, 지금 너는 아직 날개가 자라지 않았어. 절대 그런 생각은 하지 마. 내 개인적인 원한은 너와 무관해. 넌 네 일만 잘하면 돼. 그리고 내가 한마디 더 일깨워 줄게. 절대 연계진을 가깝게 대하지 마. 연계진은 강씨 가문에 도전하고 싶어하지만 나는 전혀 할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너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속지 마!”소지연의 의미심장한 당부였다. 그 말을 들은 소태경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강 대표는 MS 가문을 모두 뿌리째 뽑고 후환을 남기지 않았지만, 연계진은 확실히 주제넘은 짓이 분명해. 하지만 가능하다면 누나가 이쪽에서 준비를 좀 하고 있어. 연계진이 쓰러지면 우리 소씨 가문이 오히려 이득을 볼 수 있어!”소태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면서 반짝였다.이 장면에 소지연은 자기도 모르게 질겁하면서 자신이 아직도 동생을 잘 모른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동생도 야심이 있다고 생각하니 아무래도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너희 남매가 오래 떨어져 있었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어. 내가 곧 밥을 해 줄게. 오랫동안 엄마가 만든 밥을 먹지 못했지?” 소지연의 모친은 남매가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저녁이 되어서야 소지연은 소씨 가문에서 나왔다.소태경은 오늘 저녁 항공편으로 유럽으로 돌아가지만, 소지연은 동생을 배웅할 수가 없었다.
운성의 소씨 가문.정원으로 몰고 들어간 소지연은 오래동안 기다렸다. 부모가 나와서 사람을 부르자 비로소 차에서 내려 안으로 들어갔다.마음속으로는 정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소씨 가문이 체면을 유지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부모의 강요에 의해 이상효에게 시집간 소지연은 지옥에 발을 들여놓고 매일 고통속에서 살았다.그래서 부모에게 정말 화가 나서 만나기도 싫었다. 임신한 게 분명했지만 아직 가족들한테도 얘기를 하지 않았다.소지연의 배가 이미 높게 부풀어 오른 걸 보고 놀란 소지연의 모친이 얼른 가서 부축하며 말했다.“지연아, 언제 임신했니? 벌써 4,5개월은 된 것 같구나. 왜 나한테 말도 안 했어! 내가 몸을 보양할 음식을 만들어 줄게.”‘몸을 보양한다고?’소지연은 자신을 비웃으며 쓴웃음을 지었다. ‘무슨 보탬이 되겠어. 이상효에게 욕을 적게 먹고 두대 적게 맞는 게 내 가장 큰 소망인데.’‘다행히도 최근에는 뱃속의 아이가 버텨 주었지. 어쨌든 자신의 친자식이라서 이상효도 더 이상 날마다 나를 함부로 부리지는 않았어.’“왜 상효 그 녀석은 안 왔어?”소지연의 부친이 아무 감정 없는 표정으로 차갑게 물었다.“아빠, 그 사위는 없다고 생각하세요. 지금 소씨 가문의 가업이 예전만 못해서 이상효도 장인어른한테 빌붙을 마음이 없어요.” 화가 난 소지연이 대답했다.소지연의 부친은 갑자기 목이 메이면서 더 이상 묻지 않았다.소지연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익숙했던 모든 게 지금은 좀 낯설었다.당시 WS그룹 유럽지역의 책임자로 얼마나 의기양양했던가? 그때 소지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을 흠모하고 있었고, 얼마나 큰 간격이 있다는 걸 느끼지 못했다. 단지 지척에 있어서 자신이 잡을 수 있다고 느꼈다.지금은 집에 숨어 사는 전업주부가 되어, 매일 빨래와 밥만 하고 남편을 모시며 살고 있다.소지연의 마음이 얼마나 달갑지 않겠는가?수없이 도망치고 싶었지만 분노가 폭발한 이상효가 부모에게 손을 쓸까 걱정이 되었다. 특히 이상효는 최근 연계진과 함께
손님들은 모두 놀라서 상황을 전혀 알 수가 없었다.그들의 눈에는 성연이 조수경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을 뿐인데, 조수경이 마치 귀신이 들린 것처럼 경련을 일으킨 것이다.물론 이런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고, 조수경은 빠르게 정상으로 회복되었다. 조수경은 두 눈에서 분노를 뿜으면서 성연을 매섭게 노려보았다.“죽일 X, 대체 나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다리의 마비감도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느낀 조수경은 몸을 받치고 재빨리 일어났다.사방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의아하고 이해할 수 없다는 눈빛으로 보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단지 당신에게 작은 징계를 내렸을 뿐이에요! 잘 기억해 둬요. 다음에는 이런 쓸데없는 수작을 부리지 말아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을 더욱 난처하게 만들어 주겠어요!”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지으면서 몸을 돌린 성연이 발걸음을 내디뎠다.조수경은 정말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이렇게 비참한 굴욕을 당한 건 처음이라, 조수경은 절대 이렇게 성연을 놓아줄 수 없었다.그러나 눈을 들어 보니 연계진마저 무진에게 제압된 상태여서, 계속 소란을 피운다면 오늘 밤 이 연회를 여는 의미마저 없어지게 될 것이다.마음속에 솟구치는 분노를 억지로 억누른 조수경은, 흉악한 눈빛으로 성연의 뒷모습을 노려보았다.‘언젠가는 반드시 송성연을 더없이 처량하고 온갖 추태를 다 드러내는 모습으로 만들겠어.’개선하며 돌아오는 아내를 보면서 미소지은 무진은 연계진의 손을 풀어주었다.연계진은 온통 음산한 표정이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무진이 뜻밖에도 이렇게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오늘 밤, 연 회장님의 초대 대단히 감사합니다!”가볍게 웃은 무진이 기세를 제멋대로 폭발시키자, 주변에 있던 배신한 가문 사람들은 저마다 시선을 피하면서 길을 비켜주었다.이때 모든 걸 목격한 진양산과 진혜선은 다소 홀가분해진 듯한 표정이었다.최근 연계진이 큰소리쳤지만, 무진에게는 전혀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걸 충분히 보여
“비서는... 그러니까 신경 쓸 필요도 없잖아요! 안 되면 바꾸면 돼죠, 그렇죠, 연 회장님?” 무진은 조롱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웃었다.이 말에 연계진은 전혀 논박할 수가 없었다.‘결국 진혜선도 아직 있어.’‘만약 내가 조수경과 특별한 관계라는 걸 인정한다면, 진씨 가문에서는 이 기회를 틈타서 혼약을 뒤엎을 수 있어.’그렇게 되면 연계진은 조수경을 위해 얼굴을 내밀 수가 없게 된다.눈 깜짝할 사이에 성연은 조수경에게 다가갔다. 조수경은 뒤로 두 걸음 물러나면서 두려운 눈빛이었다.“송성연, 뭘 하려는 거야? 다가오지 마!”“내가 시킨 게 아니야, 그 종업원이 나를 모함하고 있어. 저 종웝원 말 한마디로 나한테 복수하겠다는 거야? 네가 뭔데? 너는 경찰도 아니잖아! 감히 나를 때린다면,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겠어.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모두 증인이야!”조수경이 횡설수설하자 성연의 손에서 은침이 갑자기 나타났다.‘나는 당연히 난폭한 방식으로 조수경에게 복수하지 않겠어. 그렇게 복수하면 확실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돼.’‘하지만 이 은침은 훨씬 은밀하지!’“조수경 씨, 그렇게 두려워할 필요 없어요. 자기가 잘못한 걸 인정하고 사과하면 돼요. 맞다, 그리고 혜선 언니한테도요!”말을 하면서 천천히 손을 든 성연은 무심코 조수경의 허벅지를 건드렸다.순간, 조수경은 비명을 질렀다. 바로 감각이 없어진 오른쪽 다리가 시큰시큰하고 저려서 전혀 지탱할 수가 없었고, 바로 털썩 한쪽 무릎을 꿇었다.조수경이 성연을 향해 무릎을 꿇은 것이다!모두들 놀라서 멍해졌다.조수경이 은침을 사용해서 조수경의 혈을 찔렀다는 걸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모두가 단지 놀란 조수경이 바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비는 모습만 봤을 뿐이다.완전히 멍해졌던 조수경이 두 눈을 부릅뜨고 이를 갈면서 일어나려고 발버둥쳤다. 그러나 다리에는 아무런 힘도 없었고, 움직일수록 신경을 자극해서 통증이 더욱 심해졌다.사방을 훑어본 조수경은 주위 사람들의 눈빛을 보자, 그야말로 감정이
연계진은 음험한 눈빛으로 무진을 힐끗 쳐다보았다.“종업원이 철이 없어서 제가 대신 손을 좀 봤습니다만, 강 대표께서 또 어떻게 처리하실 지 모르겠군요.”연계진은 강호의 습관대로 어깨를 으쓱거렸다.몸을 돌린 무진이 성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어디 다친 데 없어?”“나는 괜찮지만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어요.”옆의 테이블에서 물티슈를 꺼내 그 종업원에게 던져 준 성연은 곧 평온한 표정으로 물었다.“지혈하도록 해요! 그리고 누가 당신에게 이렇게 하라고 시켰는지 지목해봐요! 봐요, 연 회장은 당신을 사람으로 여기지도 않아요. 당신 머리를 깨고 싶다고 바로 머리를 깼잖아요!”순간 연계진의 표정은 아주 난감해졌다.‘이건 내가 주관하는 파티인데, 결국 파티에서 내가 술잔으로 잘못을 저지른 종업원 머리를 때린 거잖아?’순간 자신의 행동이 주변 사람들의 눈에는 양아치처럼 보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연계진이 사방을 둘러보니, 확실히 사람들의 눈빛에는 이질감이 가득했다.무진의 입가에 살며시 미소가 일면서 마음속으로 박수를 보냈다. ‘우리 마누라님은 정말 대단해!’20여년전, 연씨 가문은 몰락했다. 이렇게 오랫동안 밑바닥에서 발버둥치던 연계진은 가까스로 역습을 실현할 기회를 잡았다. 그러나 밑바닥의 생활이 오래 지속되면서, 연계진의 야만적인 습관은 쉽게 고칠 수 없었다.멍한 표정이 된 종업원은 성연이 자신이 피를 흘리는 것까지 고려해 주자 감히 믿을 수가 없었다.암담한 눈빛으로 물티슈를 손에 들고 있던 종업원은 결국 주머니에서 돈다발을 꺼낸 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조수경을 바라보았다.조수경은 순식간에 안색이 하얗게 변했다.“바로 저 여자가 제게 준 돈입니다. 일부러 당신들에게 술을 뿌리라고 하면서요!” 종업원이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가 뚜렷하게 나오자 순식간에 주위의 눈길이 조수경에게 쏠렸다.얼굴을 들 수 없게 된 연계진이 다시 종업원에게 다가가서 큰 소리로 화를 냈다.“네가 죽고 싶은 거지? 무슨 헛소리야!”연계진이 막 주먹을 휘
결혼한 뒤 성연은 자신의 행동과 습관을 조정했다.지금 이렇게 억울한 손해를 입었으니 참을 수 없었다.“혜선 언니, 이건 조수경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 분명하네요!”성연이 진혜선에게 일깨워주자, 진혜선도 조수경의 거들먹거리는 모습을 보았다.재빨리 사람들을 가로질러서 무진이 성연의 앞에 도착했다. 성연의 어깨에 두 손을 올리고 상세하게 살펴보면서 물었다.“성연아, 괜찮아? 유리잔에 다친 데는 없어?”고개를 저은 성연은 무진을 보고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괜찮아요. 옷이 젖었을 뿐이에요.”무진은 한바탕 놀랐지만 눈에는 여전히 분노가 가득했다. 몸을 돌려 온몸의 기세를 폭발하면서 그 종업원을 바라보았다.이때 종업원은 완전히 당황했다. 그는 성연의 신분을 알아보지 못했지만, 이 강씨 가문 큰도련님의 신분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정신이 나간 것처럼 순간 털썩 주저앉더니 그대로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기 시작했다.“강 대표님, 제가 실수로 술잔을 넘어뜨렸습니다.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제가 배상할 테니 용서해 주세요. 제발 용서해 주세요.”그 공포에 질린 표정에 주위의 손님들은 모두 진짜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성연은 이를 악물고 바로 차갑게 쏘아붙였다.“어디서 연기하고 있어. 고의로 그런 게 분명해!”“무진아. 성연이가 이 종업원이 조수경과 접촉한 걸 봤다고 했어. 조수경에게 사례비를 받고 일부러 우리 둘을 난처하게 한 것 같아.”진혜선도 따라서 말했다.무진이 갑자기 화가 난 표정으로 몸을 숙였다. 두 눈의 포악한 기운은 마치 모든 것을 찢어 발길 것만 같았다.완전히 놀란 그 종업원은 온몸에 맥이 풀리면서 더욱 놀란 표정으로 다시 한바탕 사과하며 용서를 빌었다.이때 종업원의 곁으로 다가간 연계진이 미간을 찌푸리더니, 갑자기 손에 든 술잔으로 종업원의 머리를 호되게 내리쳤다.이 뜻밖의 사태에 모든 사람이 어찌 할 바를 몰라 당황했다.성연과 진혜선은 일제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연계진이 이렇게 야만적이고 난폭한 행동을 할 줄은 전혀 생각
무진이 이 연회에 참가한 목적은 달성했다. 원래 WS그룹과 협력하다가 지금 잇달아 등을 돌린 중소 가문 사람들은 모두 무진이 오자 어색하고 괴로웠다.연계진에게 간 무진은 작별 인사를 잘하고 싶었다.“연 회장님, 당신이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해서 정말 즐거웠습니다. 그러나 인원 수가 여전히 좀 적은 것 같군요. 다음에 시간이 있으면 우리 그룹에 오셔서 좀 떠들썩하게 보내세요!”무진의 편안하고 무관심한 듯한 표정은 이 배신자들을 전혀 안중에도 두지 않는 듯했다.연계진의 표정이 순간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 말 속의 비꼬는 뜻은 누구나 다 알아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작은 눈을 가늘게 뜬 연계진은 억지로 웃는 척하면서 대답했다.“기회가 되면 반드시 참석하겠습니다. 필경 WS그룹과 강씨 가문이야말로 운성에서 가장 큰 기업인 데다가 남쪽에서 가장 강한 가문이니까요.”“과찬이십니다!” 무진은 부인하지 않았다. 결국 상대방의 말이 사실이기에.무진이 성연에게 다가갔을 때, 성연은 여전히 진혜선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늘 밤 파티에 참석한 가문들의 수준은 대충 파악했다.‘아무리 들어봐도 그리 강하지 않은 것 같고, WS그룹에도 별 손해가 없는 것 같아.’‘심지어 이들 가문이 연운그룹에 몸을 의탁하는 건 WS그룹에 오히려 도움이 돼. 이들 가문에서 운영하는 기업의 수준도 높지 않고 기술력도 좋지 않기 때문에, 조만간 도태될 범주에 처해 있었어.’조수경은 줄곧 성연과 진혜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현장에 있던 많은 남자들의 눈빛이 모두 두 여자에게 쏠려 있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다.질투가 난 조수경은 미칠 것 같아서 마음속에서 욕설을 퍼부었다. ‘두 천한 X들이 분명히 남자들을 유혹하려고 이렇게 요염하게 옷을 입은 거야.’무수한 생각들이 조수경의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렇게 두 X들이 위세를 떨치고 그냥 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어.’‘반드시 망신을 당하게 해야 돼!’눈을 가늘게 뜬 조수경은 옆에 있는 종업원의 귓가에 작은 소리로 당부했다.표정이
“아저씨, 아저씨는 이제 시간을 끌기만 하면 돼요. 나머지 일은 제가 해결할게요. 아저씨도 기꺼이 상철이 형이 WS그룹에서 이렇게 여러 해 동안 일하도록 하셨죠. 저는 당연히 아저씨를 믿어요. 게다가 혜선이는 연계진을 좋아하지 않아요. 이 혼인도 이렇게 마음대로 결정해선 안 돼요!”진양산과 한참 이야기를 나눈 무진은 마지막에 달래는 말을 했다.무진은 진교철이 결국 이렇게 지나친 행동을 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진씨 가문의 모든 사람들을 변칙적으로 가택연금 시켰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외출할 때는 모두 암암리에 미행하면서 진양산과 외부의 교류를 단절시켰다.협박하는 방식은 더욱 치욕스러웠다.진양산이 일찍이 해외에서 사업을 할 때 그다지 영광스럽지 못한 일들이 있었다. 국내였다면 그 일들은 결국 운성시에 도움이 되기에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국외의 일부 부문에 있어서는 아마도 타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진교철은 큰아버지가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으면 해외로 잡아가서 감옥에 보내겠다고 협박했다.물론 진양산 본인은 두렵지 않았다. 진양산이 걱정하는 것은 진교철이 이것을 가지고 진상철과 진혜선 남매를 위협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두 남매는 사촌 동생의 뜻대로 파견을 나가야 할 것이다.그래서 그는 아예 자신이 이 협박을 끌어안기로 작정했다. 진씨 가문이 WS그룹을 벗어나 연운그룹과 함께 하기로 구두로 동의한 것이다.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되자, 무진은 마음속에 진교철을 철저하게 유념하게 되었다.그리고 진양산의 입을 통해서 진교철이 지금 마침 유럽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돌아가면 곧바로 샤넬 가문에 연락해서, 그들 쪽에서 진교철을 체포할 방법을 강구하게 해야겠어.’무진이 진양산의 곁을 떠나자마자 연계진이 다가와서 음산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 강씨 가문과 접촉하는 건 적절하지 않습니다! 알아들으셨어요? 그렇지 않으면 진교철 씨 쪽에서 아주 불쾌하게 생각할 겁니다.”연계진이 온화하게 말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경고의 냄새가 짙었다.
당연히 성연을 본 조수경도 두 눈을 크게 뜨고 포악한 기색을 전혀 숨기지 않았다.‘저 천한 X이 파티에는 왜 왔어?’‘게다가 누구한테 보여주려고 저렇게 요염하게 입은 거야? 결혼한 다음에 오히려 이 길로 나서겠다는 거야?’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조수경에게 뜻밖에도 성연이 먼저 다가갔다.‘이 여자는 할머니와 고모를 속였을 뿐만 아니라 무진 씨도 배신했지! 애초에 모질게 마음먹고 관대하게 놓아주지 말았어야 했어.’ 성연은 마음속으로 생각하면서 차가운 표정을 지었다.“조수경 씨, 오랜만이에요! 듣자니 지금 연운그룹의 임원이라고 하던데? 당신이 어떻게 임원이 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WS그룹의 내부 자료하고 자리를 바꾼 거 아닌가요?”조수경은 성연이 이렇게 달변으로 변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성연이 사실을 콕 집어내자, 어색한 표정이 역력했지만 그래도 억지로 침착한 척했다.“송성연 씨, 결혼 전과 결혼 후가 그야말로 완전히 딴판이네요! 이제 결혼도 했는데 굳이 왜 이렇게 예쁘게 차려 입었는지 나도 궁금하군요.”“칭찬해줘서 고마워요. 그런데 잘못 생각한 모양이네요. 난 뭘 입어서 예쁜 게 아니라 줄곧 예뻤어요!”성연의 말에 조수경은 말문이 막혔다. 원래 조롱하려던 말이 목에 걸리면서 표정은 더욱 좋지 않았다.“송성연 씨, 오늘 저녁 연회의 호스트인 제가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겠지요. 당신이 나를 찾았는데 무슨 필요한 게 있나요?”기세를 지키기로 작정한 조수경이 턱을 치켜들고 득의양양한 표정을 지었다.“오늘 밤, 우리 연운그룹의 연회를 봤어요? 운성의 이렇게 많은 여러 가문들을 초청했어요. 다음에는 당신네 WS그룹과 정식으로 경쟁 관계가 되겠지요. 송성연 씨, 당신이 당신 남편을 잘 내조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성연은 말로 다른 사람을 공격하는 건 아직도 자신이 잘 적응하지 못했다고 느꼈다. 그래도 여전히 앞서의 태도대로 행동하면서 눈동자에는 혐오감을 드러냈다.“조수경 씨, 당신이 WS그룹을 배신하고 할머니와 고모를 속인 일은 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