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점점 추워지는데, 무진은 워낙 바쁘다 보니 주의하지 않았다.평소 회사에는 그와 손건호 두 사람이었다.오늘 밤, 무진은 집에 가서 쉬라고 손건호를 돌려보냈다.손건호는 거의 한 달을 무진과 함께 밤을 새다시피 야근을 하고 무진의 지시에 따라 또 다른 일도 해야 했다.그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했었다.그가 버티지 못할 걸 걱정한 무진이 결국 집으로 돌려보낸 참이었다.그래서 기온이 내려갔는데도 일깨워 줄 사람도 주위에 없었다.한창 바빠지자 무진은 모든 것을 잊어버렸다.그리고 지금 많은 계열사의 경영권을 회수했으니 무진이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안되었다.강상철, 강상규 쪽 사람들이 뒤에서 또 손을 쓰지 못하도록.일을 다 처리했을 때는 이미 늦은 시간이라 무진은 집으로 돌아가려고 했다.늦게 돌아가면 성연이 또 난리법석을 피울 것이다.그러나 막 일어서는 순간 무진의 몸이 휘청거렸다.잠시 비틀거린 무진은 간신히 책상을 잡고 몸을 지탱했다.머리도 핑 돌았다.무진이 손을 뻗어 자신의 이마에 대어보니 열이 나는 것 같았다.미열이 좀 있는 듯하다.무진은 간신히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다.집에 돌아온 직후 무진은 정신을 잃을 듯했다.성연은 아직도 거실에서 게임을 하며 무진을 기다리고 있었다.문을 여는 소리에 성연이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돌렸다.그러나 무진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곧 눈살을 찌푸렸다.무진의 안색이 몹시 좋지 않았다. 두 볼이 빨갰다.하지만 건강한 붉은색이 아니라 병색이 도는 붉은색이었다.절반밖에 하지 못한 게임이지만 더 이상 돌아볼 겨를도 없었다.오락기 조종기를 내던지고 바로 무진의 곁으로 달려간 성연은 손을 들어 무진의 이마를 갖다 대었다.과연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열기가 장난 아니었다. 엄청 뜨거웠다.성연이 바로 화를 냈다.“아니, 왜 이렇게 목숨 걸고 일을 하는 거예요? 지금 몸이 펄펄 끓고 있는 것도 몰라요?”무진은 눈앞에 성연의 그림자가 왔다갔다하는 게 느껴졌다.의식이 좀 흐릿했지만, 성연이 화가 났다는
주치의가 바로 왔다. 무진의 상황이 좀 심각했다.즉시 무진의 체온을 낮추랴 체내에서 날뛰는 통증을 억제하랴 정신이 없었다.이 모든 과정을 마치고 나니 이미 한밤중이 되어 있었다.그러나 성연은 무진 곁에서 한 발자국도 떨어지지 않은 채 지켜보았다.그 시각, 무진의 상태를 연락 받은 손건호가 즉시 엠파이어 하우스로 달려왔다.성연이 일어나서 물었다.“도대체 어떻게 된 거예요? 무진 씨 괜찮던 몸이 왜 이렇게 힘들게 된 거예요?”손건호는 자신의 직무유기라고 생각했다.있었던 일을 그대로 말한 뒤, 손건호가 푹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사모님께 죄송합니다. 모두 제 잘못입니다. 보스가 깨어나시면 제 스스로 징계를 받도록 하겠습니다.”성연은 손을 내저었.“이건 손 비서님 탓이 아니에요.”그녀와 의사, 두 사람 모두 무진의 증세가 추위로 인한 일련의 합병증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그러나 회사에서나 차 안에서나 충분히 난방이 공급되고 있었다.‘어떻게 한기가 들 수 있지?’무진은 자신의 몸이 좋지 않음을 알고 있다. 또 항상 자신의 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그렇다고 무진이 자기 몸을 가지고 장난치는 사람도 아닌데.생각에 잠겼던 성연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뭔가 의심스러운 느낌.어떤 사람은 무진의 몸이 추위를 못 이기는 점을 이용해서 고의로 이런 소동을 일으켰다면?성연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손 비서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요. 누가 그랬는지 반드시 알아내세요.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 관용을 베풀어서는 안돼요.”성연은 자기 쪽 사람을 시키기가 불편했다.결국 시킬 사람이 손건호 밖에 없었다.무진의 일에 대해서라면 손건호는 당연히 도의상으로라도 거절할 수 없었다.그리고 원래 자신의 일이기도 했다.손건호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사모님. 이 일은 제가 반드시 잘 처리하겠습니다.”“그럼 손 비서님께 맡길게요.” 성연은 미간을 찌푸렸다. ‘간신히 무진 씨 몸을 정상 가까이 돌려놨었는데.’다시 원
그리고 다음 날도 무진은 여전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병상에 누워 있었다.다행히 성연의 보살핌으로 무진의 열은 내려간 상태였다.하지만 면역력이 많이 떨어진 데다 링거의 수액은 그저 수면 작용만 있을 뿐.그래서 무진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었다.그러나 지금 무진 상태로서는 잠을 자는 것이 더 나을 지도 모른다.수면 상태에서 신체 회복이 더 빠를 수 있으니 말이다.무진은 그동안 너무 쉬지 않았다.성연은 거의 잠시도 무진의 곁을 떠나지 않고 간병했다.직접 곁에서 지켜보고 있어야 안심이 되었다.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건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매 시간대마다 무진의 상태를 체크해야 한다.이상 증세가 없다는 걸 확인해야 하니까.하지만 무진이 자리를 비우자 회사에 문제가 생겼다.무진이 없는 동안 회사 업무는 모두 할머니 안금여가 무진을 대신해 처리했다.임원진들과 회의를 하고 있던 중에 강상철이 회의 석상에 나타났다.상식적으로 봤을 때, 강상철의 상처는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을 터였다.그런데 하필 무진이 자리를 비운 순간에 나타난 것이다.강상철의 움직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강상철을 바라보는 안금여와 강운경의 얼굴에 마치 철천지원수를 만난 것 같은 표정이 떠올랐다.두 사람 모두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강상철을 바라보았다.강상철이 나타나면 항상 좋지 않았기에 그에 대한 적개심이 뼛속에 새겨져 있을 정도였다.그러나 다시 침착함을 되찾은 안금여는 평소처럼 안건에 대해 잠시 설명을 한 후, 각 부서의 실적에 대해 말하기 시작했다.회의에 참석해서 난리를 칠 줄 알았던 강상철이 의외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보아하니 의견을 제시하려는 것 같지도 않았다.강운경과 안금여는 서로 마주 보며 눈빛을 교환했다.‘설마 강상철이 양심껏 아무 말 안 하고 입을 다물고 있다고?’안금여의 말이 끝나가는 데도 강상철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었다.드디어 회의 진행을 마친 안금여가 테이블 위 서류들을 정리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자리에서 일어
비록 연로했지만 안금여의 위엄은 여전했다.무진이 자리에 있을 때처럼 질서정연한 모습은 아니었으나.자리를 지키고 있은 그녀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주치의가 매일 방문해서 무진의 건강을 체크했다.그리고 성연이 사람들 모르게 무진을 치료하는 중이다.창고에 있는 인삼을 모두 꺼내 무진의 보신용으로 사용했다.인삼탕을 달여 매일 조금씩 무진에게 먹였다. 물론 성연이 직접 끓인 인삼탕이다.성연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지극정성으로 무진을 간병했다.무진에 대해서는 조금도 마음을 놓지 않은 채 돌보는 중이다.아직 의식을 회복하지 않고 있지만 무진의 몸이 아주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었다. 예전 같은 허약 상태는 벗어났다.매일 방문해서 무진의 몸을 체크할 때마다 주치의는 신기하게 생각했다.물론 가장 좋은 약을 쓰기도 하지만 그것 만으로 이런 효과를 내기는 힘들었다.아무래도 무진의 자가 치유 능력이 뛰어난 듯하다.아무리 생각해도 그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었다.성연이 인삼탕을 들고 침실로 들어왔을 때도 주치의는 아직 가지 않고 있었다.성연이 능숙한 자세로 무진의 몸을 받쳐 안은 채 무한한 인내심으로 한 입 한 입 무진에게 탕을 떠먹였다.입으로 들어가던 탕이 도로 흘러나오자 성연이 휴지로 깨끗이 닦았다.그 모습에 주치의는 성연을 다시 보게 되었다.저 어린 나이에 이처럼 세심하게 간병하다니.그래서 농담으로 한 마디 했다.“대표님의 몸이 이렇게 빨리 회복될 수 있는 데에는 사모님의 세심한 간병을 빼놓을 수 없을 겁니다.”주치의 말에 무어라 답해야 할지 몰라 성연이 난감해하자 오히려 옆에 서 있던 집사가 대신 입을 열었다.“그럼요. 사모님이 어찌나 세심하게 도련님을 돌보시는 지. 잠도 줄여 가며 매일 직접 간병하십니다.”집사까지 추켜세우는 말을 하자 더 쑥스러워진 성연이 웃으며 입을 열었다.“모두 과찬이세요. 일반적인 간병 수준일 뿐이에요.”자신은 단지 무진이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그리고 또 달리 말하자면 무진 역시
성연은 며칠 동안 잠을 설쳐가며 쉬지 않고 무진을 간병했다.인삼탕 역시 하루도 거르지 않았다.그리고 드디어 무진의 의식이 돌아왔다.무진이 눈을 뜨는 순간, 성연은 하마터면 기뻐서 눈물을 흘릴 뻔했다.“정신이 들어요? 몸은 좀 어때요?” 기쁜 나머지 목소리가 얼마나 들떠 있는지 성연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다.눈을 뜨는 순간 가장 보고 싶었던 얼굴이 보이자 무진이 미소를 지었다.“괜찮아.”“깨어났으니 됐어요.” 성연이 한숨을 돌렸다.자신의 노력이 그래도 효과가 있었다.적어도 무진이 깨어났으니까.침실 밖에서 대기 중이던 집사가 의식을 차린 무진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도련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대표님 모르시죠? 작은 사모님이 요 며칠 거의 눈도 붙이지 못한 채로 대표님을 간병하셨습니다.”“고생했어.” 무진이 손을 들어 올려 성연의 머리카락을 쓸었다.그러나 이제 막 깨어난 상태라 체력이 많이 떨어져 있어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힘들지 않아요. 무진 씨, 자기 몸에 좀 더 신경 쓰면 안 돼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하느님, 부처님이라도 당신 못 구했어요.” 성연이 원망이 섞인 말투로 타박했다.자기 몸을 돌볼 줄 모르는 무진에게 화가 난 듯했다.“그런데 내가 갑자기 왜 그렇게 된 거지?” 무진은 집에 도착한 그 순간까지 밖에 기억이 안 났다.회사에서부터 머리가 아프고 어지러움을 느껴서 감기에 걸린 줄 알았다. 그러나 작은 감기로 이리 오래 누워있을 리는 없지 않나?“한기가 들면서 고열이 난 게 병을 촉발시킨 주요 원인이에요. 하지만 누가 수작을 부린 건 아닌지 조사하고 있어요. 곧 결과를 알 수 있을 거예요.”이 일을 생각하던 성연의 표정이 무겁게 가라앉으며 그녀의 미간도 같이 무심결에 찌푸려졌다.무진이 손을 들어 성연의 미간을 살며시 쓸었다. 미간의 주름을 펴고 싶다는 듯이.“나는 괜찮아. 넌 이제 이런 것들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처리할 게.”어떤 일이든 성연이 눈살을 찌푸릴 만한 가치가 없으니까.“무진
무진의 건강 회복은 강상철과 강상규에게는 결코 좋은 일이 아니었다.강상철이 지금 큰 집을 얼마나 증오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고.다친 몸으로 회의에 참석했건만, 그런 자신 앞에서 위세를 부리던 안금여라니.어찌나 인정 사정없이 구는지.강상철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하기는 요즘 하루도 좋은 날이 없긴 했다.강상철의 표정을 본 집안의 고용인들이 모두 알아서 그 앞을 피해 다녔다. 감히 그의 심기를 건드릴까 모두 몸을 사렸다.사실 자신에게 불똥이 튈까 겁내는 것이다.차를 마시던 강상철은 하마터면 손에 들고 있던 찻잔을 집어 던질 뻔했다.강무진 그 놈은 도대체 왜 그렇게 운이 좋은 건지 모르겠다.‘무슨 목숨이 그렇게나 질긴지, 나 원.’……그 시각.안금여의 지시를 받고 사고 경위를 조사하던 이에게서 회신이 왔다.무진이 앓아 눕게 된 원인이 당시 회사 내부 온도가 지나치게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했다.마침 엠파이어 하우스에서 무진을 지켜보고 있다가 이 보고를 들은 안금여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전화를 끊고서도 안금여의 가슴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보니 화가 많이 났음을 알 수 있었다.옆에 있던 모두가 안금여의 말을 아주 똑똑히 들었다.말할 것도 없이 냉방 담당자가 누군가에게 매수된 게 틀림없는 상황.누구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안금여가 성난 음성으로 말했다.“배후에 누가 있는지 반드시 찾아내세요.”이번 일로 무진이 죽다 살아났다.‘사람들이 어떻게 이렇게 잔인하단 말인가?’양심이라고는 없는 그 사람들이 미워 죽을 지경이다.‘이리 악랄한 짓을 하다니, 천벌을 받을 놈들.’“할머니, 진정하세요. 뒤에서 조종한 사람이 누군지 반드시 알아낼 거예요. 그런 사람들 때문에 할머니 건강을 해쳐서는 안돼요.” 성연이 안금여의 등을 부드럽게 쓸며 위로했다.그 놈들은 당연히 용서할 수 없었지만, 그 때문에 할머니의 건강을 해롭게 할 가치는 전혀 없었다.“엄마, 성연이 말이 맞아요. 이제 원인을 알아냈으니 진짜 주모자를 찾는 것도 멀지 않았어
엠파이어 하우스를 나온 안금여는 즉시 회사로 갔다.당직을 섰던 보안요원을 사무실로 불러 하나하나 캐물었다.그날 밤 당직자는 단 두 명.캐묻는 건 간단했다.“그날 밤, 두 사람 중 누가 냉난방기의 조절 리모컨을 작동시켰어요?” 차가운 표정을 지은 안금여의 전신에서 엄청난 압박감이 뿜어져 나왔다.그러자 보안 요원 두 명이 부들부들 떨기 시작했다.“회장님이 물으시는데 빨리 대답하세요.”옆에 서 있던 안금여의 비서가 혐오감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덜덜 떨고 있는 보안 요원을 바라보았다.보안 요원 두 사람은 잠시 머뭇거리다 대답했다.“그날 저녁에 온도조절기는 저희 두 사람이 교대로 관리했습니다. 제가 볼 때만 해도 계속 상온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입만 살아 있는 듯한 두 사람을 바라보던 안금여가 냉소를 지었다.“상온, 상온이라.”곧이어 그녀가 손을 내밀자 비서가 즉시 서류 한 장을 건넸다.“대표실 입구의 온도계 기록입니다. 방금 상온이라고 했나요? 그런데 왜, 이 지점에서 실내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거죠?” 안금여가 서류로 책상에 내려쳤다.저들 스스로는 아주 잘 처리했다고 생각했겠지만, 안금여 쪽에서 실마리를 찾아냈다.세상에 완벽한 비밀은 없었다.안금여 쪽에서 집요하게 파고들어 결국 밝혀냈다.보안 요원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서로 시선을 마주하더니 그 중 하나가 큰 소리로 반박했다.“회장님, 저희는 정말 모릅니다. 아마도 온도조절기가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이 일을 저들은 분명히 알고 있었다.강상규가 돈으로 저 두 사람을 매수했고, 강상규의 지시를 받은 사람이 냉방장치에 장난을 친 것이다.물론 저 두 사람이 그 사람을 들여보낸 것이고. 저들은 그냥 모른 척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었다.물론 냉방장치는 저들과 확실히 무관했다.그러니 저들이 이렇게 말하는 것일 터.“아직도 궤변을 늘어 놓는 겁니까?” 안금여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쏘아보았다.조금 전 두 사람의 소소한 동작을 안금여의 눈에도 들어왔다.저들이 거짓말을 하고 있
이 일은 회사에서 엄청난 파문을 일으켰고, WS그룹 직원 사이에서 의론이 분분했다.어쨌든 전체 보안실에 근무하는 직원은 결코 적은 수가 아니었다.일시에 그처럼 많은 사람을 해고한 것을 보아 안금여가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 지 있었다.그동안 회사 내 모든 직원들은 자신이 해고될까 봐 극히 조심했다.사람들은 보안 요원들이 도대체 무엇 때문에 해고되었는지도 잘 몰랐다.그저 강무진 대표의 병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짐작할 뿐이다. 그 소식은 강상철, 강상규의 귀에도 전해졌다.배후의 주모자에게 경고하기 위해 본보기로 삼은 안금여의 의도를 강상규는 바로 알아차렸다.몇 차례 충격을 받았던 강상철은 부상까지 겹쳐 건강도 좋지 않았다.집에서 휴양 중이던 강상철을 강상규가 집으로 찾아와 이 일을 의논했다.강상규가 속으로 욕을 하며 강상철에게 말했다.“형님, 큰 형수가 회사에서 사람들을 해고할 때 얼마나 가차없었는지 아세요? 주주들도 정말이지, 말 한 마디 못하고, 정말 쓸모없는 놈들이에요.”‘예전에 자신들에게 부화뇌동해서 강무진을 짓밟을 때는 얼마나 신나게 밟아 댔는지 그새 잊었단 말이야?’지금은 찍 소리도 못하고 있었다.“지금 강무진이 자신들에게 이익을 크게 주니, 자연히 아무 말도 못하는 게지. 우리가 강무진만큼 저들에게 이익을 주지 못할까 봐 말이야.”두 늙은 여우도 저들의 마음을 잘 알았다. 이게 바로 현실이었다.자신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주는 사람이라면, 바로 그 편에 붙을 이들이다.지금 회사 내의 저울은 점점 강무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이대로 가다가는 회사에 자신들이 설 자리가 없어질 판이다.“무진이 놈 목숨이 어찌 그리 질긴지. 그렇게 오랫동안 끙끙거리면서도 아직 죽지 않다니.” 강상규는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덫에 걸릴 때마다 어찌 그리 매번 위기를 빠져나가는 지.정말 어처구니가 없을 정도다.“넌 무진이 신변에 유능한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 유능한 수하도 없이 어떻게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겠어?” 강상철은 가볍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