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뒤에서 강제로 차에 실린 성연의 입과 코를 막았다.코를 찌르는 냄새가 확 풍겼다.성연은 속으로 이 사람들 꽤나 신중하다는 생각을 했다.여고생 한 명을 상대하는 데도 이렇게 무지막지한 수단을 쓰다니.수건의 냄새에서 미약 성분이 맡아졌다.하지만 체질적인데다 사부님의 훈련 덕에 어떤 약물도 성연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성연은 경거망동하지 않은 채 미약에 취한 척했다. 이 남자들이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지 볼 생각에.그 시각, 학교 앞 골목에서는 운전기사가 성연을 기다리고 있었다.하교 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아무런 연락 없이 성연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사리가 분명한 성연은 평소 무슨 일이 있으면 항상 미리 전화를 걸어 알려주며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았다.어쩌면 무슨 사정이 생겨 좀 지체되고 있을지도 모른다.기사는 그 자리에서 계속 기다렸다.거의 한 시간 가까이 기다리다 결국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 운전기사는 먼저 학교 경비실로 달려갔다.학교에 방과 후 행사가 있는지 물어보았다.잠시 황당한 표정을 짓던 경비원이 말했다.“요즘 무슨 행사가 있어요? 학생들도 벌써 다 돌아갔는데. 무슨 일입니까?”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운전기사가 성연의 이름을 말하며 경비원에게 보았는지 물었다.말을 듣고 있던 경비원이 누군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상 많이 받은 그 여학생 말하는 겁니까?”지금 성연은 북성남고의 유명인사였다.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당직 경비원조차도 다 아는 것을.지금도 학교 입구의 벽에는 성연의 사진이 걸려 있을 정도다.경비원도 당연히 성연에 대한 인상이 깊었다.지금 운전기사는 성연을 기다리느라 걱정이 되어 죽을 지경이다.여기서 경비원과 친한 척 말 나누고 있을 여유가 없었다.하지만 경비원의 말을 들으니 성연에 대해 꽤 잘 아는 듯해 보였다.경비원에게서 조금이라도 정보를 들을 수 있을까 싶어 희망을 가지며 운전기사가 참을성 있게 대답했다.“네, 우리 아가씨가 맞습니다. 보셨습니까?”골똘히 기억을 더듬던 경비원이 말
이 일로 운전기사를 탓할 수는 없었다.무진은 사람들에게 좀 더 물어볼 것을 운전기사에게 지시했다.전화를 끊은 무진의 얼굴은 얼음으로 뒤덮인 듯 싸늘하게 굳어 있었다.손건호는 무진에게서 이처럼 차가운 표정을 보기는 처음이었다.조심스럽게 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보스, 무슨 일이십니까?”“성연이 사라졌어. 학교 근처의 CCTV를 찾아서 누구 짓인지 알아봐. 간도 크게 감히 내 사람을 데려가?”무진의 어조가 얼음장 같이 차가웠다.드러내고 화를 내지 않는 편인 무진이지만 그의 이 표정은 보기만 해도 몸이 떨릴 정도였다.손건호가 몸을 떨며 대답했다.“네.”무진은 내심 성연이 절대 이유없이 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다.만약 무슨 일이 있다면 성연은 틀림없이 미리 전화를 걸어 알렸을 것이다.‘절대 말 한 마디 없이 떠났을 리가 없어.’그렇다면 남은 유일한 해석은 누군가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인데.무진이 계속해서 성연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한결같이 ‘잠시 통화를 할 수 없다’는 안내 멘트만 들릴 뿐이다.꽉 움켜쥔 그의 손에 마치 핸드폰이 바스라질 것만 같았다.성연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자 마치 보이지 않는 큰 손이 무진의 심장을 꽉 쥐어짜는 듯했다.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심장이 아파왔다.아직 떠나지 않았던 손건호가 무진진의 표정을 보고 안심시키기 위해 말을 건넸다.“작은 사모님이 얼마나 대단하신 지 잘 아시잖습니까? 별일 없으실 겁니다.”눈을 들어 손건호를 쳐다보는 무진의 표정이 좀 힘들어 보였다. 무진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빨리 가봐.”“네.”손건호는 더 이상 지체하지 않고 즉시 사람을 보내 조사하게 했다.그 결과 성연이 납치된 것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번호판을 가린 검은색 승용차였다. 납치범들이 똑똑하게도 아주 일반적인 차를 골랐다.대도시 북성에서 이런 차들은 비일비재했다. 군중 속에 묻히면 흔적도 찾기 힘든 그런 차종.그러나 그 승용차의 창문에 구멍이 난 듯 보였다.
성연은 버려진 폐공장으로 끌려갔다.곳곳에 보이는 폐자재와 먼지들을 보면 버려진 지 한참 된 것 같아 보인다.차에서 내리자마자 성연은 땅바닥으로 떨어졌다.방금 들리는 소리로 봐서는 또 다른 차에 사람이 있는 듯했다. 분명 옆에 벽으로 구분된 다른 공간이 있을 것이다.인원이 꽤 많은 듯했다.하지만 그녀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단 두 명.성연이 그리 탄탄하지 않고 오히려 아주 연약해 보이는 여자애로 생각해서인지 말을 조심할 생각도 없는 듯했다.귓가에 거친 음성들이 들려왔다. “도대체 어떤 놈이 그 분을 건드려서 이렇게 야단법석을 떨게 만든 거죠? 어린 계집애 하나 때문에 우리 애들 거의 다 풀면서까지 이럴 필요 있어요?”한 사내가 의문을 드러내었다.그러면서 또 성연을 힐끗 쳐다보았다. 말라비틀어진 듯한 모습을 보니 이렇게 많은 인원을 움직이게 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뭘 그리 많은 걸 신경 써? 돈 받으려면 시키는 대로 해.” 다른 사내가 짜증스럽게 대답했다.높은 자리에 있는 양반들이야 언제나 손이 큰 것을.그 양반들의 한 번이면 자신들이 여러 번에 해당할 정도이니.기꺼이 하지 않을 이유가 있겠는가?이유 같은 것 따지고 할 만큼 그는 심심하지 않았다.‘돈만 손에 넣으면 되는 걸 뭘 그렇게 많은 것을 따져?’“그나저나 그 분은 이 계집애를 어떻게 할 생각인 거지?”사내가 머리를 긁적였다. ‘그렇다고 여기에다 납치해 놓고는 끝이라고?’이때 다른 한 사내가 음험한 웃음을 지으며 성연을 쳐다보았다.“어떻게 해도 좋아. 목숨만 남겨 두면 돼.”그 사내는 아직도 망설였다.“이렇게 많은 사람을 동원시킬 정도면 이 계집애 신분도 대단하다는 말 아닙니까? 만일 우리한테 불똥이 떨어지면 어떻게 하라고요?”그들은 평소 닥치는 대로 먹을 뿐이다.진짜 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찍혀서는 안되었다.다른 한 사내가 손바닥으로 사정없이 그의 머리를 때렸다.“내가 말했지? 좀 발전성이 있어보라고. 무슨 일이 생기면 윗 대가리들 머리 위에
두 눈에 망연자실한 빛을 띈 성연은 공포에 질린 듯한 모습 그대로였다.두 명의 남자를 보자마자 놀란 듯 성연이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뭐 하려는 거예요?”성연의 손에 아무런 힘이 없다고 생각한 두 사내는 성연의 몸짓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계속 다가가 성연에게 손을 대었다.두 눈에 가득 찬 탐욕과 욕망이 그대로 드러났다.계속 몸을 움츠리며 뒤로 물러나는 성연은 겁에 질린 듯해 보였다. 목소리에는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당신들 도대체 누가 보낸 거예요? 나한테 무슨 짓을 하려는 거예요? 당신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야.”두 사내는 직설적으로 말했다.“네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면 말해 줄게.”말을 한 두 두 남자는 마치 성연의 무지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처럼 큭큭 웃었다.성연은 입술을 말아 물었다.손을 쓰지 않을 수 있다면 당연히 쓰고 싶지 않았다.자신이 온 목적은 누가 그녀를 납치하라고 시켰는지 알고 싶어서이니까.아니면 이 잔챙이들 몇 명의 실력으로 그녀를 어찌할 수나 있었을까.성연은 입술을 꽉 다문 채 다시 한번 노력했다.어쩌면 이 두 사람이 말을 할지도 모르지.성연이 코를 훌쩍이며 무척 슬픈 척 연기했다.“난 여태까지 다른 사람에게 원한 산 적도 없어요. 말해 줘요. 누가 시켰는지. 상황은 바로 알고 죽을 수 있도록요.”성연이 고개를 숙인 채 손으로 눈물을 닦는 척했다.서로 눈을 마주친 두 사내는 성연의 말을 전혀 귀담아듣지 않았다.여자를 조심스럽게 대할 마음일랑 이들에게 전혀 없었다.어차피 지금 자신들의 손아귀에 있으니.자신들 마음대로 어떻게 하든 상관없었다.의외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라도 성연에게 알려줄 필요가 전혀 없었다.거구의 사내가 누런 어금니를 드러내며 웃었다.“예쁜아, 이 오라버니가 말하지 않았니? 네가 우리를 즐겁게 해주면 가르쳐 준다고.”이마를 찡그린 성연의 눈에 혐오감이 떠올랐다 사라졌다.성연이 계속 애원했다.“두 분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는 것 알아요. 말해 주세요. 속이나 시원하게요.”“아
성연의 경호원인 두 사람은 평소 밀착 상태로 늘 그녀와 함께 했다.보이지 않는 곳에서 성연을 보호하기 위한 사부님의 안배였다.사부님이 직접 훈련시킨 두 사람은 성연 턱밑까지 따라오는 실력을 가졌다.서한기의 실력보다 뛰어나지만 평상시에는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성연에게 위기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그렇게 사람들이 자신들의 존재 자체를 의식하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성연은 저들이 자신과 떨어져 있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저 둘의 사명이니까.두 경호원이 성연을 보고 공손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성연도 살짝 고개를 까닥였다.세 사람이 모이자 더 이상 망설임 없이 바로 움직였다.전문 훈련을 받지 않은 시정잡배 수준의 십여 명은 성연 같은 전문가 앞에서 정말 목불인견이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세 사람에게 제압당한 사내들이 모두 몇 명씩 한 꾸러미로 묶였다.경호원 중 하나가 어디선가 걸상 하나를 가져와 성연이 앉게 했다.성연도 사양하지 않고 걸상에 앉았다. 다리를 꼬고 앉은 채 눈앞에 무릎 꿇고 있는 사내들을 보면서 자백을 강요하기 시작했다.“말해봐, 나를 납치하라고 너희들을 사주한 사람.”자신의 납치를 사주할 만한 사람에 대해 성연은 정말 아무런 짐작도 되지 않았다.‘날 납치하게 한 사람이 도대체 누구라는 말이야?’단서가 없었다.고문을 해야겠는데, 라고 생각하는 순간 한 놈이 말했다. “그냥 네가 예쁘고 돈도 있어 보여서 너를 납치한 거다. 다른 사람의 사주는 없어.”저들이 한 이 말을 그녀가 믿을 리가.북성남고에는 예쁘고 돈 많은 학생들이 널렸다.죽기 살기로 자신을 노렸다는 게 너무 공교롭지 않은가.그리고 학교 앞에서 자신을 납치할 때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움직였다는 건 저들의 목표가 자신이라는 반증이다.분명히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저들이 지금 배후의 인물을 자백하지 않는다는 건 아마 두려워하고 있기 때문일 터.성연은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은 많으니까.“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말 안 해? 너
그 자리에 있던 사내들 모두 그 분의 무서움을 잘 알았다. 만약 실토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더 끔찍할 것이다.‘이런 채찍쯤은 모두 겨우 견딜 수 있어.’이를 악문 채 입을 열지 않았다. 눈앞에는 결국 어린 계집애일 뿐이다. 자신들을 어떻게 하지 못할 것이다.저들의 생각을 알아차린 것 듯, 성연은 쉽게 넘어갈 생각이 없었다.손의 동작에 힘을 좀 더 주자 채찍이 사내들의 몸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그리고 성연이 큰 소리로 위협했다.“너희들 잘 생각해. 만약 입을 안 열고 살아서 이곳을 벗어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성연의 채찍에 맞으면 정말이지 너무 아팠다.뒤로 가자 진짜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사람이 나왔다.바로 입을 열었다.“말, 말할 게요.”사내들 사이에서 하나의 음성이 흘러나왔다.성연이 싸늘하게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좋아, 말해.”그녀의 채찍 아래에서 꽤나 오래 버틴 셈이다.이 놈들의 지구력이 그런 대로 괜찮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이때 누군가 저지하려 소리쳤다.“너 미쳤어? 말하지 마.”그 분의 성격으로 봐서는 입을 여는 순간 돈을 못 받는 건 둘째 치고 뼈도 못 추릴 터였다.“너무 아파서 참을 수가 없어요.”호소하는 사내의 음성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이런 아픔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못난 놈.”말리던 사내가 퉤, 하고 사납게 침을 뱉었다.성연이 냉소를 지으며 저들의 하는 양을 바라보았다.“너희들 말하려면 빨리 말해. 너희들과 같이 노닥거릴 시간이 없어.”‘하, 저렇게 졸렬한 연기라니.’성연이 말을 하는 동시에 저들의 몸에 채찍을 휘두르는 걸 잊지 않았다.의술을 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부위가 가장 아플지 당연히 잘 알고 있는 성연이었다.‘저 사람들 곧 참을 수 없을 걸.’저들이 즉시 일어나며 말했다.“아가씨, 이야기 좀 해요. 제발 그만 휘둘러요.”성연이 턱을 치켜든 채 동작을 멈추었다.“좋아, 말해봐.”“네, 강상규 사장님이 당신을 납치하라고 우리를 고용했습니다.”사내가 바로
회사에 남아 있는 무진은 좌불안석이었다.시간이 늦어져 성연의 상황이 더 위험해질까 걱정스러웠다.다행히 진우현 쪽에서 소식이 왔다.각 구간을 모니터링해서 성연이 있는 대략적인 위치를 추정했다.그 차량은 교외로 사라졌다.진우현이 자신의 추론을 무진에게 들려주었지만 그 역시 확실하지는 않았다.누가 생각했겠는가. 꽃을 피울 줄 모르던 천년 고목 같던 자신의 친구가 드디어 한 여자아이에게 넘어가다니.평소라면 좀 놀려볼 테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친구가 가장 큰 조력자가 될 수밖에.무진이 알았다는 것을 표시한 뒤, 진우현에게 감사인사를 했다.조급한 무진의 마음을 이해한 우현이 농담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돌아오면 전화해서 안부를 전해달라는 우현의 말에 무진이 그러마, 하고 약속했다.무진이 곧 전화를 끊으려는 순간 우현이 다시 갑자기 입을 열었다.“무진, 너 답지 않아. 무슨 일을 하든 이성을 잃지 마. 네 위치에서 절대 가져서는 안되는 게 약점이야. 그렇지 않으면 바로 다른 사람이 너를 위협하는 꼬투리가 될 거야.”오래동안 웅크린 채 기다렸던 무진이었기에 이 이치 또한 잘 알고 있으리라 우현은 생각했다.하지만 오늘 무진의 전화를 받고 그의 초조한 음성을 들었을 때, 우현은 확신할 수 없었다.‘됐어, 진짜 감정이란 놈은 사람 혼을 빼놓는 군.’“난 그녀를 보호할 능력이 있었어.” 이를 악 다물고 있던 무진이 결국 한 마디를 뱉었다.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그러지 못했다는 걸.이 일은 냉정해야 했다.“하아.” 우현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됐고, 그럼 너도 조심해. 네까지 거기에 끼워 넣지 말고.”“음.”무진이 담담히 대답했다.무진은 직접 교외 부근으로 나갔다.그곳에 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저 멀리 주차된 차가 보였다.잠시도 기다리지 못했던 무진이 바로 사람을 데리고 뛰어들려고 했다.성연의 일에 맞닥뜨리기만 하면 이제까지의 냉정함은 사라지고 없었다.조마조마한 마음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바깥의 동정을 살피던 성연의 눈에 사람들의 그림자가 비쳤다.성연은 저들의 지원군이라고 생각했다.정탐을 위해 보낸 한 명이 몰래 살피고 돌아왔다.성연에게 낮은 음성으로 ‘강’이라는 한 마디만 전했다.성연은 잠시 멍했다. 강씨 집안에서 이토록 멀리 떨어진 자신을 찾을 수 있는 사람은 무진뿐이다.하긴 한참동안 집에 돌아가지 않고 응답도 없었으니, 운전기사가 이미 무진에게 보고했을 터였다.무진이 얼마나 걱정했을 지 알 수 없었다.생각을 하던 성연이 바로 결단을 내렸다. 남자들을 하나하나 쳐서 기절을 시켰다. 두 경호원도 따라서 거들었다.이 남자들이 깨어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하지 않도록.“물러가.” 성연이 낮은 음성으로 말하자 경호원 두 명이 황급히 다른 쪽으로 사라졌다.무진이 주위를 둘러보니 아무런 기척이 없자 수하들을 데리고 바로 돌진했다.격전이 있을 줄 알았다.아니면 납치범들이 성연을 인질로 해서 자신에게 조건을 말하든가.무진은 속으로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오직 성연이만 괜찮다면 뭐든 승낙할 생각이었다.그런데 사실은 자신이 상상한 것과 좀 달랐다.바닥에 한 무리의 사내들이 누워 있었다. 겹겹이 쌓여 누운 모양새가 좀 우스꽝스러워 보였다.유독 바닥에 앉은 성연의 두 눈이 좀 멍해 보였다.서로 한 차례 시선을 맞춘 무진과 손건호의 얼굴에 아연실색한 표정이 떠올랐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좀처럼 이해가 되지 않았다.손건호는 더욱 의심스러웠다. ‘설마 송성연이 이 많은 사람들을 다 쓰러트렸단 말이야?’‘그게 가능하다고?’마음속에 수많은 의혹이 들어찼다.그러나 무진에게는 성연의 안전이 가장 중요했다.‘성연이만 괜찮으면 돼.’무진이 얼른 다가가 성연을 품에 안았다.“성연아? 어때?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다치지 않았으니 걱정 마세요.” 성연이 무진의 눈에 가득 들어앉은 걱정의 빛을 알아차렸다.그녀는 무진의 어깨를 두드리며 안심시켰다.“너 때문에 하마터면 놀라 쓰러질 뻔했다.” 무진이 눈치채지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