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나오자 많은 참가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문제 유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첫 번째 문제는 일단 괜찮다 해도 두 번째 문제는 완전히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심지어 이미 고3 범주에 해당되는 문제였다.순간 많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북성남고 쪽에서도 한 학생이 답을 쓰지 못했다.실력이 되는 참가자들은 아주 빠르게 문제를 풀고 또 벨을 눌렀다.이번에도 역시 성연이 앞섰다.선생님이 성연을 호명하자 성연이 일어나 대답했다. 역시 정답이었다.각 고교의 교사들은 모두 모여 앉아 있었다.모두 자기 학교의 참가자 팀을 이끄는 교사들인 만큼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에도 좋았다.이때 성연이 또 문제를 맞히는 것을 보고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선생님, 학생을 정말 잘 가르치셨군요. 저렇게 대단한 비장의 카드가 있는데 예전에는 왜 꺼내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참은 겁니까?” 한 선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남고는 일부러 그런 거야, 오자마자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려고.’‘멋지게 역전을 해서 더 통쾌하게 보이려는 건가?’“이 학생은 이번 학기에 전학을 와서, 저도 별로 가르치지 않았어요. 완전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 뿐이에요.” 이윤하는 감히 공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시합에 참가할 때마다 성연은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다.이전에 자신이 성연을 조롱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며 따가운데, 어디서 감히 이 공을 떠맡을 수 있겠는가?“이번 학기에 전학을 왔어요? 천재야, 대단해.” 그 선생님도 성연의 천부적인 재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떻게 송성연은 우리 학교가 아니라 북성남고로 들어간 거야?’‘정말 좀 아쉽네.’“그쪽 북성남고는 이런 반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선생님도 따라서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그냥 보통인 거죠.” 이윤하는 겸손한 말을 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추지 못했다.성연은 이번에 정말 그녀의 체면을 세웠다.“쯧쯧쯧, 보아하니
성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기분이 고조되었다. 이런 대회가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성연은 매우 자극적이라고 느꼈다.한계에 도달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그녀로 하여금 극한의 쾌감을 체험하게 했다.이것은 정신적인 자극과는 아주 달랐다.세 번째 문제가 나왔다.이번에는 청산고교의 학생들이 앞섰다.답도 맞았다.네 번째 문제는 정우석이 앞섰다. 역시 정답이었다.선수를 빼앗겼음에도 성연은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좀 느렸던 것이다.이 대회장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성연은 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대등한 상대와 겨뤄야 더 재미있어.’북성남고의 다른 한 여학생은 이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곧 답안을 포기했다.이 문제를 다 보았을 때, 다른 사람이 답을 이미 말했다.그녀는 이미 더 이상 답을 할 자신이 없다고 느꼈다.‘올해의 문제는 작년 것보다 많이 어려워졌어.’‘작년에는 겨우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올해는 세 문제 중에 하나도 풀지 못했어.’지금 그녀는 성연에게 좀 감탄하는 중이었다.‘자신도 성연만큼 대단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제 겨우 오전인데, 벌써 포기하게 생겼어. 오후 시합에 굳이 참가할 필요가 있을까?’나머지 참가자들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지금 경쟁하듯이 대답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각 학교의 리더들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전혀 없었지만, 이 또한 경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수들끼리의 승부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동시에 속으로 그들을 위해 긴장했다.‘누가 한 수 위인지 모르겠어.’이윤하는 한 학생이 이미 문제를 풀 생각이 없는 것을 보았다.속으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그렇게 오랫동안 연습했던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는데.결국 하프타임까지도 버티지 못하다니.‘그러나 이것도 저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어.’‘이번 문제는 너무 까다로워, 게다가 모두 어려운 문제 유형이야.’‘시합에 참
한 시간 반 후에 경기가 끝났다.무대 위의 선생이 점수를 집계했다.최종적으로 성연이 쪽에서 다섯 문제를 먼저 맞히며 50점을 쌓았다.정우석은 30점.“청산고등학교는 역시 강해, 40점이야.”나머지 한 참가자는 10점, 또 어떤 참가자들은 아예 점수가 없었다.점수가 비교적 낮은 참가자들은 기분이 매우 가라앉아 보였다.북성제일고의 선생님이 단상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자, 오늘 오전 경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점심 식사 후에 잠시 휴식하고, 오후에 새로운 문제로 다시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오전 시합이 끝난 뒤에 성연도 좀 피곤함을 느꼈다.‘계속 머리를 굴렸더니 확실히 피곤해.’이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피로이지만, 성연은 오히려 흥분감을 느꼈다.이번 시합은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이어서 꽤 즐거웠다.이때 정우석이 자신의 자리에서 나와 성연에게 다가왔다.그는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지난번에 말했지? 너에게 우리 학교 구경시켜 주고 싶은데, 어때?”시합이 끝나자 정우석은 지체 없이 걸어왔다.성연과 얼마나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인지 느낄 수 있었다.“좋아, 그럼 우리 북성남고 친구들도 데리고 너희 학교를 구경하자.” 성연이 동의하며 다른 두 친구를 데리고 이윤하에게 인사하러 갔다.정우석의 원래 의도는 성연과 단둘이 있는 것이었다.단둘이 학교를 구경하는 거였는데.뜻밖에도 성연이 다른 친구들을 같이 불렀다.정우석은 좀 아쉬워했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여전히 점잖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였다.이윤하에게 가서 아이들과 학교 구경할 거라는 말을 했다.이윤하는 반대하지 않았다.동시에 성연이 대회에 참가한 모습을 생각하며 이윤하가 웃기 시작했다.“성연아, 오늘 아주 잘했다. 오후에 차분히 실력을 발휘하기만 하면 돼. 이따가 밥을 먹고 좀 푹 쉬어.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이윤하는 성연이 피곤해서 오후 경기에 영향을 줄까 우려했다.‘어느 것이 가볍고 어느 것이 중한지, 성연은 그래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성연이 고개
정우석의 학교 음식은 맛있기로 유명한데, 식당 아주머니는 요리를 하면서 손을 떨지 않았다.매일 북성제일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다툴 필요가 전혀 없었다.북성남고의 학생으로 얼마나 행복한지는 말할 것도 없다.정우석과 송성연은 줄을 섰다.정우석이 말했다.“우리 학교는 말린 생선튀김이 특히 인기가 있어. 겉바속촉에 기름도 느끼하지 않아서 특히 맛있어.”성연은 그가 이렇게 음식을 자랑하자 듣고 웃기 시작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 내가 정말 제대로 맛을 봐야겠다.”“그럼.” 정우석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결국 말린 생선을 잡았다.정우석은 직접 그의 식당카드를 긁어서 두 사람의 밥값을 모두 결제했다.사실 성연은 정우석과 몇 번 만났을 뿐 익숙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득을 보고 싶지 않다.그래서 성연이 말했다.“얼마야? 네이모 페이로 이체해 줄게.”정우석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성연아, 너 날 낯선 사람처럼 취급하지 마. 나는 우리 둘이 어쨌든 친구라고 생각해. 여기는 또 우리 학교니까 내가 당연히 손님을 대접하는 거야. 한 끼 정도 밥값은 내가 낼 수 있는 거잖아?”성연은 그가 이렇게 말하자 할 말이 없었다.두 사람은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았다.통로를 지나다가 그들은 한 여학생을 만났다.“정우석, 내가 창가 자리를 맡았어. 나랑 같이 밥 먹을래?” 이 여자의 이름은 강가희였다.북성제일고의 퀸카 줄곧 정우석을 좋아했다.아주 맹렬하게 대시하면서 정우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거의 숨기지 않았다.전교 학생들은 강가희가 정우석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정우석은 강가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강가희에 대한 흥미도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친구를 데리고 있으니 너 혼자 먹어. 우리는 다시 자리를 찾을게.”강가희는 깊은 뜻이 있는 듯 성연을 한 번 보았다.그녀는 벌써 들었다.정우석이 북성남고에 시합에 참가하러 갔다가 북성남고의 한 여학생에게 호감이 생긴 것 같
성연은 그들 사이의 갈등에 별로 흥미가 없었다.‘그냥 웃길 뿐이야.’그녀가 먼저 말했다.“정우석, 너는 강가희와 먹으러 가. 나는 혼자 장소를 찾으면 돼.”성연은 상관없다. 그녀도 반드시 정우석이 동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그냥 밥만 먹는 거야. 내가 먹는 거하고 다른 사람들이랑 먹는 거하고 똑같잖아.’‘배만 채우면 돼.’말하면서, 성연은 식판을 들고 옆으로 갔다.그러나 정우석은 빠른 걸음으로 성연을 따라가서 말했다.“너를 데리고 먹기로 했는데, 약속을 어기면 안되잖아?”이는 성연이 처음으로 북성제일고에 온 것인데, 정우석은 성연 앞에서 나쁜 인상을 남기고 싶지 않았다.그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강가희를 내팽개쳤다.강가희의 표정은 아주 좋지 않았다.그녀는 정우석을 그렇게 오랫동안 좋아했는데, 아직 정우석이 누구에게 그렇게 정성스럽게 대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송성연 그녀에게 아주 강렬한 적의를 갖게 되었다.그녀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강가희의 곁에 있는 친한 친구가 말했다.“딱 보니 일부러 도도한 척하면서 바로 알랑거리면서 남을 홀리는 여자야. 이따가 우리가 시간을 내서 저 음흉한 X에게 경고해야겠어.”강가희는는 입술을 오므리고 차디찬 표정을 지었다.“내 근거지인 북성제일고에서 감히 내 남자를 빼앗을 수 있다니, 자기 주제도 모르잖아?”그녀는 정말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다.정우석은 그녀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그러나 그녀는 자신이 있어서 줄곧 정우석을 쫓아다녔고, 정우석이 자신을 좋아할 때까지 기다렸다.그런데 도중에 송성연이란 애가 뒤어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이걸 어떻게 참아?’그녀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묵인하여 쫓든지 간에, 그녀는 모두 자신이 원해서 그랬다.그러나 정우석은 그녀의 것이다. 정우석이 그녀의 추구를 승낙하기 전에는 누구와도 함께 있을 수 없다.누구도 그녀의 손에서 정우석을 빼앗을 생각을 하지 마라.“자, 화내지 말고 이따가 시간을 내서 그녀에게 어떤 사람을 건드리고 어떤 사람을
북성남고의 식당은 또 등급이 구분되어 있다. 예를 들면 1식당, 2식당, 3식당이다.위로 올라갈수록 맛도 좋고 가격도 비싸다.그런 게 성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북성제일고처럼 맛도 좋고 가격도 싸서 누구나 먹을 수 있으면 좋을 텐데.점심 식사 후.성연은 정우석과 헤어져서 각자 갈 길을 갈 생각이었다. 그녀는 장소를 찾아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비축하고 싶었다.정우석도 가로막지 않았다.‘앞으로는 성연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거야.’오후에 시합이 있으니, 어쨌든 정우석은 성연을 방해하지 않을 것이다.마침 북성제일고의 선생님이 와서 정우석을 불렀다.“정우석, 나와 함께 사무실에 좀 가자. 내가 너에게 볼일이 좀 있어.”정우석이 송성연에게 작별 인사를 하자 송성연 혼자 남겨졌다.정우석과 함께 하지 않으니, 성연 혼자서도 즐겁고 편안했다.이때 무진에게서 전화가 왔다.성연은 조용한 곳을 찾아 전화를 받았고 말하는 소리도 절로 즐거워졌다.“왜요?”무진은 성연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성연의 경기가 아주 순조로웠음을, 별다른 어려움이 없었으리라 짐작했다.그의 목소리도 많이 부드러워졌다.[일부러 너를 보러 학교 앞으로 왔어.]성연은 자기가 곧 나가겠다고 하고, 전화를 끊고서 바로 무진을 보러 나갔다.그 익숙한 차가 교문 앞에 세워진 것을 보고 성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문을 나서서 차에 탔다.달려오느라 헝클어진 성연의 머리카락을 무진이 다듬어 주었다.“시합은 어땠어?”성연은 점수 순위를 말했다.당연히 그녀가 일등이다.말하면서 성연은 아직 조금 거만을 떨었다.오로지 무진 앞에서만 이런 감정을 드러낼 수 있었다.사탕을 얻은 어린아이들은 바로 주위의 가장 좋은 사람에게 자랑하고 싶어하는 것과 동일한 이치로.유치하지만 성연의 가장 진실한 성정이기도 하다.무진은 칭찬했다. “음, 대단한데?”그는 성연이 무엇을 하든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그러나 때때로 성연이 고생하는 것이 안타까웠다.그가 가진 것은 모
성연은 잠이 아주 빨리 든다.무진이 곁에 있으니, 그녀는 특히 안심이 되었다.온몸에 따뜻한 온기가 돌았다.무진은 몸을 움직여서, 차창에서 비치는 빛을 옆에서 막아 주었다.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질 정도다.무진은 성연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하다.‘할 말이 없을 정도로 좋아.’북성제일고 안.강가희는 도처에서 성연을 찾았다.성연을 찾아 두 배로 경고하려고 했기에, 결국 그녀는 학교를 거의 다 뒤졌지만 성연의 모습을 찾지 못했다.강가희는 생각했다 ‘성연이 어디를 찾아 숨어 있는 것은 아니겠지?’‘그런데 오후에 시합이 남아 있잖아.’‘성연은 참가하지 않을 리가 없어. 그때 다시 기회를 찾으면 돼.’옆에 있던 친한 친구가 말했다.“정우석도 없어졌는데, 설마 그 여자가 정우석을 다른 곳으로 꼬신 건 아니겠지?”“그럴 리가?” 강가희는 생각도 하지 않고 바로 반박했다.그러나 성연을 대하는 정우석의 태도를 생각하면 그녀는 또 좀 불확실해졌다.성연이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어떻게 불가능하겠어. 그 여자 척 봐도 고단수야. 정우석이라도 그녀에게 속을 수 있어.” 친한 친구는 옆에서 바람을 넣었다.“그때 가서 다시 얘기하자.” 강가희의 마음은 좀 초조했다.그녀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그녀는 다른 사람에게 하고 싶은 대로 할 수 있다.그러나 정우석에 대해서는 그녀는 줄곧 조심스러웠다.만약 정우석이 기꺼이 원한다면, 그녀도 어떻게 할 수 없을까?하지만 그녀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을 것이다.‘급선무는 송성연을 찾아 혼내는 거야.’‘누구는 건드려도 되고 누구는 건드리지 말아야 하는지 그녀에게 알려야 해.’“조심해야 돼, 이런 여자가 제일 꿍꿍이가 많아.” 친한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또 잔소리를 했다.“나도 당연히 알아, 네가 말할 필요는 없어.” 강가희는 기분이 좋지 않아 화가 나서 자신의 친한 친구에게 쏘아붙이고 황급히 갔다. 친한 친구가 얼른 따라갔다.줄곧 시간을 주시하던 무진
오후, 경기가 시작되고 문제의 난이도는 이미 고등학교 범위를 벗어났다.아직도 범위를 벗어난 문제들이 많았다.마지막으로 성연과 정우석, 그리고 청산고의 곽세은, 세 사람만 남아서 경쟁했다.나머지 학교들은 포기했다.북성남고의 두 학생은 이윤하의 가르침을 명심하고 원래 끝까지 버티려고 했다.그러나 도저히 문제의 난이도를 견디지 못하고 따라서 기권했다.그러나 그들은 마지막으로 기권했으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들은 포기했지만, 가만히 있지 않고 옆에서 성연 대신 벨을 눌렀다.시합은 기세가 대단하게 진행되고 있다.그들의 분위기는 아주 뜨거웠다.점수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아주 훌륭했다.송성연은 일어났다가 또 앉았는데, 거의 답안지가 모두 그녀의 손에 있었다.결국 성연은 다시 50점을 얻었고 2등은 곽세은이었다.정우석은 조금 더 모자라서 3등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선생님이 결과를 발표하자, 현장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그리고 무대 아래에서 토론하는 아이들도 있었다.“이것은 그야말로 세기의 대전이었어. 전부 다 보통내기들이 아니야.”“정말 의심스러워. 북성남고의 송성연 뇌는 도대체 어떻게 생긴 거야. 너무 쉽게 이겼지? 그녀의 득점은 그야말로 곽세은과 정우석을 크게 따돌렸어. 다른 사람은 따라잡고 싶어도 따라잡을 수가 없어.”“내가 말하는데, 나중에 그 애는 작은 여신이 될 거야. 그녀는 문제를 풀 때 전략을 세운 뒤에 잘 보면서 순조롭게 풀어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서는 좀 힘들어 보여. 결과는 한눈에 알 수 있어?”“우리 정 공신이 뜻밖에도 질 줄은 상상도 못했어, 잉잉.”“승패는 병가지상사야. 정상이야, 정상.”학생들의 의론이 분분하자 이윤하는 크게 고무되었다.‘성연이 정말 이겼어, 게다가 우승은 생각지도 못했어.’‘우리 북성남고가 진짜 우승을 했어.’‘꿈만 같아.’이윤하는 성연을 보면서 왠지 코가 시큰거렸다.‘사실 노력하기만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그들에게 보답될 거야.’‘성연은 문제를 풀다가 열이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