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아연은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갔다.송종철가 임수정의 대화는 그녀의 허영심을 더 부풀렸다.조만간 송성연을 눌러 버릴 거라고 아연은 속으로 생각했다.강진성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간에 강무진에 대해 모두 들었다.겉만 멀쩡해 보이는 병신과 다름없는 몸은 언제 죽을지도 모를 정도로 나쁘다고 하니.그때면 강씨 집안의 주인도 바뀔 테고.강무진이 죽으면 송성연의 뒷배도 사라지는 게 아닌가.송성연을 마음껏 괴롭혀도 감히 딴소리를 하는 사람도 없을 테지.그런 아름다운 미래를 상상하는 아연의 입꼬리가 올라가 내려올 줄을 몰랐다.그러니 강진성을 붙들고 놓지 않는 것이 현명한 행동일 것이다.아연이 옆에 놓아둔 쇼핑 가방을 흘깃 쳐다보았다.그리고 쇼핑 가방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임수정에게 건넸다.“엄마, 이건 진성 씨가 엄마한테 드리는 선물이에요.”과분한 선물을 받은 임수정은 약간 얼떨떨한 기분이었다.“강진성이 왜 나에게 선물을 사주는 거야? 아연아, 너는 조금 전까지 강진성이랑 함께 있었잖니? 선물 좀 그만 받아. 안 그러면 사람들은 네가 돈에 넘어간 거라 생각할 거야. 사람들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줘야 해.”물론 애초 자신들의 목적이 강씨 집안의 지위였기는 하지만 말이다.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것은 또 다른 문제이다. 역시 좀 그럴 듯하게 포장하는 게 좋을 터.생각해 보니 재벌들은 역시 이런 것들을 좋아하지 않았다.“엄마, 어차피 강씨 집안은 돈 많아. 강진성도 나를 위해 흔쾌히 돈을 쓰는 데 뭐. 그 사람은 전혀 신경 안 쓸 거야.” 아연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임수정을 재촉했다.“엄마, 어서 열어봐.”정교한 쥬얼리 박스를 본 임수정도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바로 열었다.송종철의 회사 사정이 안 좋은 덕분에 임수정은 보석을 새로 구입한 지도 이미 오래되었다.이건 자기 딸이 자신에게 준 것이었다.곧장 쥬얼리 박스를 열어보니 안에는 빛깔 영롱한 팔찌가 놓여 있었다.곧바로 집어 든 임수정이 팔목에 찼다.“손목에 잘 어울리는데?”임수정이 아주
강무진은 귀국하자마자운영관리 소홀을 이유로 강상철 소관의 지사 두 곳을 회수해버렸다. 모두 수익이 높은 지사들이다.지사 두 곳을 거둬 들이며 강상철의 오른손을 끊은 셈이다.그러면서 강상철의 자금 대부분이 끊겼다.화가 난 강상철의 얼굴이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하지만 더 이상 어쩔 방법이 없었다.강무진의 이번 출국으로 강상철의 손실이 도리어 막심했다. 처음에는 강무진의 부상이 심각하다고 생각했지만 지금까지 팔팔하게 살아 있지 않은가.이미 당했다는 걸 어떻게 모를 수 있었는지.시퍼런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던 강상철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강무진 이 놈, 절대 얕봐서는 안될 놈이야. 몸이 온전하지 않은 게 뭔 대수야. 결국 강씨 집안 피가 그 손에 흐르고 있으니 웬만한 실력자들 보다 낫다.”여태껏 강무진을 무시했었다.그러나 지금에 이르러서야 강무진이 별볼일 없는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자신들을 이런 식으로 속여 넘기다니.“강무진이 어떻게 관청에 안 걸릴 수가 있지?”강일헌 또한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학교에 다닐 때도 가족이라는 이유로 늘 강무진과 비교당하며 패배감을 느껴야 했다.실적도 강무진 보다 못하고, 업무 능력도 그렇게 뛰어나지 않았다.현재 주주들의 저울추는 점차 강무진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오직 이익만 바라보는 늙은 여우들은 자연히 무진 쪽에 좀 더 기울어 있었다.비록 지금 강무진의 몸이 좀 약하다지만 바로 눈 앞에서 그 능력을 본 것이다.그러니 그들이 또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누가 돈 앞을 모른 척하겠는가?“할아버지,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강일헌은 지금 아무런 생각도 나지 않았다.지난번 해외에서의 실패로 그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지금은 무엇도 할 의욕이 생기지 않았다.특히 회사 사람들 모두 자신이 강무진 보다 못하다고 말할 때면 말이다.강일헌은 더욱 자신이 없었다.주눅이 든 강일헌의 모습에 강상철은 화가 치밀었다.“제발 좀 제대로 할 수 없겠니? 네가 무진이 놈
무진이 강상철을 공개적으로 손본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그를 다치게 한 이상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는 천천히 차례대로 저 두 화근을 처리할 것이다.예전에는 강상철과 강상규가 본가를 괴롭혔지만, 이제 앞으로는 하나하나 모두 되돌려줄 것이다.절대 두 다리 뻗고 자게 하지 않을 것이다.성연은 요즘 고난이도의 문제들과 씨름하는 중이다.문제의 양은 줄었지만 난이도는 높아졌다.그리고 이윤하가 성연과 다른 두 명의 참가 학생을 직접 지도했다.다른 참가자 두 명은 문제를 푸는 데에 힘들어했다. 성연도 좀 애를 먹긴 했지만.어려움에 처한 참가자들을 보면서도 이윤하는 조급해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했다.“선생님은 너희들이 우승을 하기를 바라지만 그것보다 더 너희들의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기를 바란다. 그러니 차근차근히 풀어. 조급하게 굴지 말고.”이윤하가 모처럼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러자 모두들 기분 좋게 열심히 하겠다며 말했다.최근 연일 보충 수업을 하자 다들 시간이 빡빡했다. 이윤하도 여유가 없었다.그래서 오늘 이윤하는 대단한 자비를 베풀어 반 교시를 당겨 수업을 마쳤다.성연이 책가방을 정리하고 막 떠나려 할 때,이운하가 성연의 앞으로 다가와서 말했다.“선생님이 들으니까, 지난번에 네가 문제 풀다가 병이 났다던데. 자신을 너무 몰아붙이지 않도록 해, 알았지?”“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성연은 사실 괜찮았다.사실대로 말한다면 다른 두 참가자의 스트레스가 그녀보다 좀 더 클 것이다.그녀는 문제 풀이가 그런대로 순조로웠다.하지만 다른 두 참가자는 그녀보다 풀기 어려워했다.“그래, 알아서 멘탈 관리하는 것 잊지 마. 선생님이 너희들에게 준 문제유형은 모두 난이도가 가중된 거야. 보고 풀었으니 됐다. 대회에 참가하기도 전에 멘탈이 무너지지 않게 해.”이윤하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성연을 위시한 참가자들의 심리 상태였다.경기 능력도 중요하지만 똑같이 심리 상태도 중요했다.“네.” 성연이 고개를 끄덕였다.저녁에 돌아오니 문제를
성연은 무진의 말을 믿고 표시된 유형의 문제들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다.며칠 지나자 드디어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순조롭게 풀기 시작했다.기본적으로 문제를 푸는 과정에 별 다른 장애를 발견하지 못했다.어느덧 경기 당일이 되었다.아침 일찍 성연은 교문에서 일행과 합류했다.북성제일고로 바로 출발했다.성연 일행이 도착했을 때, 다른 학교에서도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했다.각 학교에서는 모두 세 명의 학생을 시합에 참가시켰다.여러 고등학교가 한데 모이니 꽤나 시끌벅적했다.정우석과 북성제일고의 선생들이 모두 마중을 나왔다.그들 모두 성연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우리 학교에 온 걸 환영한다. 오늘 대결이 매우 기대된다.”지난번 토론대회에서 북성제일고를 이긴 후부터 성연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주위의 몇몇 학교에서도 가까이 다가와 살폈다.어떤 선생들은 물어보기도 했다.“여기가 바로 올해 북성남고의 해결사예요?”이윤하도 숨기지 않고 대범하게 인정했다.“맞아요.”주위 선생들과 학생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한 번 지켜보자.”또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 북성제일고 학생들도 성연에 대해 아주 궁금해했다.“저 여자애가 바로 정우석을 이긴 애야? 정말 대단해. 우리 학교 ‘정 공신’을 패장으로 만들어 버리다니.”“너희는 모두 저 애 실력에 관심 있는 모양인데, 나는, 저 애 얼굴에 더 관심이 가. 저 여자애 정말 예쁘지 않아?”“그런데 진짜 완전 생얼이야. 요즘 생얼로 저 정도 예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맞아, 맞아. 우리 학교 퀸카보다 훨씬 예뻐.”학생들이 뒤에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좀 시끄럽군.’북성제일고의 선생이 들으면서도 어찌 할 수가 없었다.자신들의 학교가 얼마나 좁은 새장 같았는지…….‘참 대단해.’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세는 높이며 자신의 위세를 낮출 수는 없는 법.져도 기분 좋게 질 수 있다면, 자신들 북성제일고 외에 또 누가 있겠는가?교무주임이 무서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호통쳤다.“얼른 자기 반으
곽세은이라는 이름의 청산고등학교 여학생은 성연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냥 말했다.“갑자기 튀어나온 애가 능력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또 성연 뒤에 있는 여학생 두 명을 한 번 쓱 훑어보더니 비웃었다.“북성남고는 만년 2등이잖아. 영원히 우리 청산고에게 밟히는 수준밖에 안돼. 우승은 영원히 우리 청산고 거야.”곽세은은 아예 성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몇 개 고등학교에서 내보낼 수 있는 학생도 이 몇 명 정도일뿐.송성연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북성남고에서 머리 숫자만 채우려고 송성연을 내보낸 게 틀림없어. 해결사는 무슨.’북성남고가 무슨 말도 안되는 이상한 심리전을 펴고 있을 뿐이라고 의심했다.성연은 곽세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공기 같은 존재로 취급하며.곽세은이 이를 악물었다.‘송성연, 나한테 패하고 어떤 모습으로 질질 짤지 두고 보지!’북성제일고의 선생이 성연 일행을 대회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심판을 맡은 선생이 이번 대회의 규칙을 공포했다.북성제일고는 각종 경연대회를 자주 개최해 왔다. 그래서 전적으로 경연대회 장소로 사용되는 아주 넓은 교실이 하나 있었다.강당처럼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북성제일고의 교사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서 말했다.“경기 과정은 매우 간단합니다. 문제가 스크린에 뜰 겁니다. 누구든 답을 가장 빨리 푼 사람이 먼저 벨을 누르고 답을 하면 됩니다. 오답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정답이어야 합니다. 문제 난이도는 여러 학교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공동으로 출제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공개적으로 학교 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아직은 대회 시작 전 준비 단계였다.주로 참가 학생들의 마음을 좀 풀어주기 위해서였다.이윤하가 다가와서 당부하기 시작했다.성연과 다른 두 참가자가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옆을 둘러보았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 어떤 교사는 학생들을 격려하며 다독이기도 했다.이윤하는 다른 두
북성남고의 참가자 세 명이 나란히 앉았다.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이 성연과 함께 시합에 참가했다.이때 옆에 있던 여학생이 성연에게 사립학교 학생 세 명을 소개해 주었다.2년 연속 우승한 청산고등학교였다.“송성연, 저 여학생을 특히 조심해야 해. 이름이 곽세은인데, 진짜 대단해.” 성연의 왼쪽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말했다.곽세은은 아주 오만했다.하지만 사람은 오만함 때문에 패배한다.운명을 인정할 수밖에.성연이 고개를 들어 슬쩍 보니 모든 학생들 앞에 이름이 쓰여진 팻말이 붙어 있었다.곧이어 곽세은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꽤 눈에 띄네.’성연이 그녀를 쳐다보는 걸 느낀 걸까?곽세은도 곧 눈을 들어 도발적인 눈빛으로 성연을 훑어보았다.성연은 침착하게 시선을 돌렸다.곽세은의 눈빛을 본 옆자리 여학생이 분개하며 말했다.“곽세은, 저 싸가지 하고는. 지난번 대회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 한 명을 울렸다고 하더라.”“너 그만 말해. 창피해 죽겠다. 작년의 경시대회에 우리 둘 다 참가했잖아. 곽세은, 정말 대단한 실력이야. 우리는 못 이겨. 송성연, 이번에는 너만 믿는다.” 옆에 있던 남학생이 성연을 보며 말했다.성연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졌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대회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큰소리를 칠 수는 없으니까.특히 뒤쪽의 이윤하가 문제의 난이도를 계속 높이는 바람에 성연의 자신감이 적지 않게 줄어 있었다.반드시 이길 거라고 그녀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할 수밖에.곽세은의 저 기세 등등한 모습을 보니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성연은 걱정하지 않았다.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자신의 기를 죽이고 대신 다른 사람의 기를 세워줄 필요는 없다.“그리고 맞은편에 또다른 학교 참가자 있지? 안경 쓴 저 남학생도 유망주야. 처음에는 그저 그랬는데 뒤로 갈수록 숨은 실력이 터지더니 곽세은을 이길 뻔했어. 쟤가 하드캐리했지
성연은 무진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수학 경시대회 경기의 문제형까지 알아맞히다니.’‘모두들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하지만, 더 천부적인 그 사람은 바로 강무진이야.’‘만약 무진이 대회에 참가한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들을 순식간에 전부 쓸어버릴 텐데.’‘역시 WS그룹 같이 큰 기업을 운영하는 엘리트다워.’‘그의 정신력과 예측 능력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야.’성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에 대해서 한바탕 칭찬했다.그렇다고 문제를 푸는 속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손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펜을 움직이며 암산을 했다.무대 아래에서 그들의 경기를 보던 이윤하도 꼭 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긴장했다.사실 그녀 자신도 송성연이 해낼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성연이 제출한 답안은 확실히 훌륭했다.그러나 어찌 되었든 성연이 처음 대회에 참가했기에,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딩동, 딩동.” 벨소리가 울리자 모두 쳐다보았다.벨을 누른 사람은 북성남고의 송성연이었다.그리고 사립학교 사람들과 정우석도 벨을 눌렀다.여기저기서 울리는 벨소리는 센서가 감지하지 않으면 마치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성연이 그들보다 더 빨랐다.무대 위에 있던 북성제일고의 선생이센서를 확인한 후에 성연을 일어나게 했다.“네, 송성연 학생, 이 문제의 답을 말해 보세요.”성연이 즉시 답을 말했다.심판을 맡은 북성제일고 선생이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틀린 것 없이 모두 정답을 맞혔습니다.”이윤하는 기뻐서 눈썹을 치켜세웠다.‘보니, 과연 성연의 실력은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야.’‘이번에는 우리 북성남고에도 희망이 있어.’이윤하는 성연에 대해 가졌던 예전의 생각을 모두 수정했다. ‘어디를 봐서 골치덩어리 학생이야?’‘완전 보물이지.’그녀가 데리고 있는 어떤 학생보다 뛰어났다.저 머리에서 나오는 사유 능력은 정말 스스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그녀가 젊었을 때는 성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성연이 문제를 다
문제가 나오자 많은 참가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문제 유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첫 번째 문제는 일단 괜찮다 해도 두 번째 문제는 완전히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심지어 이미 고3 범주에 해당되는 문제였다.순간 많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북성남고 쪽에서도 한 학생이 답을 쓰지 못했다.실력이 되는 참가자들은 아주 빠르게 문제를 풀고 또 벨을 눌렀다.이번에도 역시 성연이 앞섰다.선생님이 성연을 호명하자 성연이 일어나 대답했다. 역시 정답이었다.각 고교의 교사들은 모두 모여 앉아 있었다.모두 자기 학교의 참가자 팀을 이끄는 교사들인 만큼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에도 좋았다.이때 성연이 또 문제를 맞히는 것을 보고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선생님, 학생을 정말 잘 가르치셨군요. 저렇게 대단한 비장의 카드가 있는데 예전에는 왜 꺼내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참은 겁니까?” 한 선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남고는 일부러 그런 거야, 오자마자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려고.’‘멋지게 역전을 해서 더 통쾌하게 보이려는 건가?’“이 학생은 이번 학기에 전학을 와서, 저도 별로 가르치지 않았어요. 완전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 뿐이에요.” 이윤하는 감히 공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시합에 참가할 때마다 성연은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다.이전에 자신이 성연을 조롱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며 따가운데, 어디서 감히 이 공을 떠맡을 수 있겠는가?“이번 학기에 전학을 왔어요? 천재야, 대단해.” 그 선생님도 성연의 천부적인 재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떻게 송성연은 우리 학교가 아니라 북성남고로 들어간 거야?’‘정말 좀 아쉽네.’“그쪽 북성남고는 이런 반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선생님도 따라서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그냥 보통인 거죠.” 이윤하는 겸손한 말을 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추지 못했다.성연은 이번에 정말 그녀의 체면을 세웠다.“쯧쯧쯧, 보아하니
연계진의 환하게 웃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무진이 정말 참석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다. 일부러 도발하기 위해서 초청장을 보냈는데, 무진이 와도 망신만 당할 뿐이라는 걸 깨닫게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나 무진의 표정에 드러난 자신감과 얼굴에서 발산되는 담담함, 그리고 시선이 지나가는 곳마다 크고 작은 가문의 자제들이 잇달아 머리를 숙이는 장면들.의심의 여지없이 연계진에게 진정한 제왕 앞에서 매수와 포섭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말하고 있었다.시선도 마주치지 못 하는 것이 바로 무진의 강력한 억지력이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며 가슴 속에 응어리가 지자, 연계진의 눈빛이 굳어졌다.바로 무진의 앞으로 걸어가자 두 사람의 눈빛이 부딪쳤다. 그러나 무진의 깊은 눈빛 속에는 짙은 경멸이 스쳐 지나갔다.연계진은 화가 났지만,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강 대표께서 와 주셔서 정말 오늘 밤 이 파티를 영광스럽게 해 주셨군요!”“연계진 씨, 당신이 초청장을 보냈으니 제가 반드시 와야지요. 만약 오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은 내가 당신을 무서워하는 줄 알겠지요!”무진은 연계진에게 어떤 체면치레도 시켜주지 않고 바로 연계진의 이름을 언급했다.“하하, 강 대표께서 중시해 주셔서 저 연계진도 좀 긍지를 느낄 수 있겠습니다.”연계진의 무진의 시선이 계속 충돌하자, 주위의 모든 손님들은 호기심 가득히 주목했다.두 사람의 강한 카리스마 때문에 실내 공기마저 올라가는 듯했다.그러나 은인자중하는 연계전은 무진의 날카로운 눈빛에 계속 맞설 수 없었다.무진의 눈빛이 압박하자, 불편해진 연계진이 시선을 옮기려고 했다.“연계진 씨, 지금은 당신도 꽤 성과를 거둔 편이지만 그래도 자신의 사업을 잘 관리해야지요. 운성에서는 위세를 부리지 마시기 바랍니다.”이 말은 경고의 의미가 짙었다.기세에서 패배한 연계진의 안색이 변했지만, 눈빛을 깜빡이더니 곧 웃는 표정을 지었다.웃는 얼굴로 무진의 차가운 시선을 마주했다.이 순간, 연계진도 자신이 모욕을 당했다고 느꼈다.
진양산과 진혜선의 출현은 일시에 다른 참석자들의 시선을 끌었다.연운그룹에 의탁하기로 결정했지만 강씨 가문에의 미움을 살까 봐 걱정하던 사람들은, 진씨 가문 사람들이 등장하자 일시에 의구심을 떨쳐버렸다.‘진씨 가문의 둘째 아가씨 진혜선 양이 연계진 씨와 결혼한다는 게 사실인 모양이야.’‘이렇게 되면 연씨 가문의 세력은 틀림없이 더욱 공고해질 거야. 어쩌면 정말 WS그룹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몰라.’여러 손님들이 술잔을 권하며 안부를 묻자, 진양산은 속으로는 거북했지만 그래도 표정으로 드러내지는 않았다.진혜선은 재벌 2세들과 교류하고 싶지 않아서 조용히 한쪽에 앉아 있었다.“진혜선 씨, 안녕하세요. 저는 연 회장님의 비서 조수경입니다!”진혜선의 앞에 간 조수경은 술잔을 들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진혜선 씨와 한 잔 할 수 있을까요?”미소를 지으면서 진혜선이 재빨리 거절했다.“미안합니다. 제 주량이 좋지 않아서 마시지 않겠어요. 조 비서님은 아주 우수한 분이라고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저를 놀리시는 거죠. 제가 회사 운영에 대한 지식은 조금 알고 있습니다만, 진혜선 씨야말로 정말 해외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셨잖아요. 하지만 과연 진씨 가문이에요. 사람들이 그렇게 뛰어나도 모두 당신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아니랍니다.”조수경이 웃으면서 하는 말 속에 조롱이 담겨 있다는 걸 진혜선도 알아차리지 못했다.술을 마실 기회조차 주지 않자 조수경은 차갑게 경멸할 뿐이다. ‘세상에는 진혜선이 속세의 음식을 먹지 않는 것처럼 소문이 자자하던데 정말 그렇네.’‘이런 여자는 연계진이 좋아하지 않을 거야.’“진혜선 씨, 오늘은 우리 연운그룹에서 한턱내는 날입니다. 만약 필요하신 게 있으면 사양하지 마시고 언제든지 저를 찾으세요.”조수경은 인사치레로 말한 뒤 혼자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조수경 씨는 정말 유능하세요! 사실 저도 조수경 씨야말로 연 회장님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혼약은 정말 제 본의가 아니니까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유니버설 호텔 8층의 연회장.오늘 밤 이곳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운성 전체의 상류층으로 모두 상장회사의 CEO급이다.파티의 주최자인 연계진은 이런 화려한 느낌에 대단히 만족했다. 끊임없이 각 가문의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고, 샴페인잔을 부딪치면서 미래의 협력에 대해 이야기했다.이런 모습은 연계진 자신의 손에 의해서 연씨 가문의 과거 영광이 다시 돌아왔다고 느낄 정도였다.검은색 원피스 차림의 조수경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있었고, 붉은 입술과 요염한 눈빛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마치 이미 연계진의 부인인 것처럼 입가에 미소를 지었고, 가능한 한 모든 손님들과 접촉하면서 손님들의 마음속에 자신의 인상을 새기기를 원했다.‘그런 인상이 확고해져야 연계진이 진혜선과 결혼한다 하더라도, 사람들은 나를 연계진의 진정한 여자라고 인정하게 될 거야.’강한 여자가 된다고 생각하니 조수경의 마음은 즐거웠다.이때 진씨 가문의 현재 가주인 진양산이 성큼성큼 연회장으로 들어섰다.그 뒤로 투 톤의 이브닝 드레스를 입은 탁월한 몸매의 진혜선이 발걸음을 내디뎠다.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청년들의 마음속에 잔잔한 물결을 일으켰다.진혜선은 더없이 아름다운 모습이었다.순간 조수경은 사람들이 자신을 진혜선과 비교했다는 걸 알아차렸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으면서 진혜선을 흘겨보았다.‘괜찮아, 연계진은 단지 이익 때문에 저 여자와 혼인할 뿐이지, 정말 저 여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야. 게다가 진혜선이 좋아하는 남자는 강무진이 맞아. 진혜선이야말로 송성연의 경쟁 상대야.’조수경은 마음속으로 진혜선도 마찬가지로 성연을 적으로 간주한다면, 자신과 진혜선이 함께 협력해서 성연을 대처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수경아, 내가 가서 좀 접대할게.” 연계진의 눈빛에는 부드러움이 어려 있었다.“네, 괜찮아요. 신경 쓰지 마세요.” 조수경은 마음 놓고 연계진의 손목을 놓았다. 결국 진씨 가문 사람이 왔으니 조수경은 잠시 억울함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진양산과
병원의 초음파검사실.한 여의사가 화면을 보고 있었고, 성연도 좀 긴장된 표정이었다.“축하해요, 송성연 씨. 아주 건강한 쌍둥이예요! 벌써 한 달 반이나 됐네요.”“우리 병원에 임산부의 지식 수첩이 있으니까 가져가서 많이 보면서 알아두세요. 나중에 우리 병원 산부인과에서 출산하실 생각이라면, 연락처를 드릴 테니까 문제가 있으면 언제든지 문의하시면 됩니다.”만면에 미소가 가득한 의사가 부드럽고 열정적인 목소리로 말했다.성연은 정말 놀랍고 기뻤다. ‘처음부터 바로 쌍둥이를 임신하다니. 하늘이 너무 큰 선물을 주셨어.’‘시간을 따져 보니 무진 씨하고 처음 관계를 가졌을 때 임신한 게 분명해.’‘한 번에 임신이 되다니! 무진 씨의 능력도 정말 대단한데!’성연은 또 의사와 의견을 나누었다. 의사인 자신이 난치병에도 대처할 수 있지만, 오히려 정상적인 임신과 출산에 대해서는 아직도 배워야 할 지식이 적지 않았다.병원에서 나왔을 때, 성연의 마음은 날아가는 듯했고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다.‘할머니와 고모에게 소식을 알려 드리면 기뻐하시면서 어떤 모습을 보이실까?’‘그리고 무진 씨는 또 어떤 반응일까?’서한기는 성연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궁금했지만, 임신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보스, 의사가 중병으로 오진해서 공연히 놀라셨습니까? 왜 이렇게 기뻐하세요?”성연은 어이가 없어 바로 서한기를 째려보면서 입술을 삐죽거렸다.“좀 좋은 생각 좀 할 수 없어?”서한기는 멋쩍게 웃으면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그래도 감을 잡지 못했다.“이제 돌아갈까요?”“응, 돌아가. 넌 이제 진성 조직의 대장이니까 앞장서서 무진 씨 근심을 덜어줘야 해. 알겠지?” 성연이 당부하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두말없이 승낙한 서한기는 성연을 집으로 돌려보낸 뒤 바로 손건호와 합류하였다. 두 사람은 요즘 그야말로 운성시를 샅샅이 뒤졌다. 어떤 고수가 비밀리에 연계진을 보호하고 있는지 조사하기 위해서.그러나 연운그룹의 고위 임원들을 포함한 계속된 추적 조사에도 불구
꼭두새벽에 손건호가 별장에 도착했다.성연이 코디한 무진의 정장이 후리후리한 체형에 잘 매치되자, 성연의 두 눈에는 그야말로 하트가 가득했다.‘정말 멋있어, 너무 멋있어!’손건호가 다급한 표정으로 초대장을 건네주었다.“보스, 운성시의 상공회의소에서 보낸 초대장인데, 오늘 저녁 8시에 유니버설 호텔에서의 파티입니다.”무진은 눈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초대는 매일 몇 개나 있는지 모를 정도였다.“오늘 스케줄에 이건 없지?” 말을 하면서 회사로 출발할 발걸음을 재촉했다.“없습니다.” 손건호는 입을 딱 벌린 채 말을 더듬었다.발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린 무진이 눈살을 찌푸리고 손건호를 바라보았다.“무슨 일이 있으면 빨리 말해. 빙빙 돌리지 말고!”“예!” 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이겁니다. 오늘 밤 이 파티의 주최자가 연계진의 연운그룹입니다. 그리고 진씨 가문도 참석한다고 합니다!”무진의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씨 가문은 정말 연계진과 같은 길을 가려고 하는 모양이네. 진 백부님은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 진교철 한 명 때문에?’“손 비서, 곧바로 진교철의 국외에서의 모든 이력을 샅샅이 조사해줘! 그리고 파티에 참석하는 걸로 저녁 일정을 바꿔!”무진의 눈빛이 변했고, 그윽하게 빛나는 눈빛에는 형언할 수 없는 예리함이 가득했다.“보스, 왜 참석하시려는 겁니까? 그러면 연계진이 원하는 대로 되는 게 아닙니까? 보스, 가지 마세요. 연계진에게 보스는 쉽게 초대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손건호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무진이 가볍게 웃으면서 손건호의 어깨를 토닥였다.“너는 아직 좀 어려. 연계진 그 인간이 이렇게 초대장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데 왜 굳이 보냈겠어?”“그럼 이건 연계진이 고의로 도발한 겁니까?”고개를 끄덕이며 거실에서 나온 무진은 벤틀리를 향해 걸어갔다.손건호가 얼른 차문을 열어준 뒤 바로 운전석에 올랐다.2층 안방에서 남편이 떠나는 모습
연운그룹 빌딩 회장실.연계진은 명문가의 두 자제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의 가문은 모두 WS그룹 자회사에 납품하는 업체를 운영하고 있었다.“전 선생님과 임 선생님께서 가문의 사람들을 설득해서 상품을 우리 연운그룹에 조달할 수 있다면, WS그룹의 가격보다 30%를 더 쳐서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전혀 이익을 보지 않고 모두 당신들에게 양보하는 거나 한가지입니다.”연계진의 가늘고 긴 두 눈이 웃는 듯 마는 듯 두 남자를 바라보았다.두 부잣집 도련님들은 크게 동요한 게 분명했다. 30%의 이윤이라면 대충 계산해도 1년에 20억 원이 넘는 이익이 더 생길 것이다.이런 이익이라면 그들은 당연히 집안 어른들 앞에서 내세울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더 이상 아무 일도 하지 않고 빈둥빈둥 놀기만 한다고 자신들을 욕하지 못할 것이다.“연 회장님,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분명히 그렇게 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가족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며칠의 시간을 더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일단 좋은 소식이 있으면 즉시 회장님께 연락 드리겠습니다.”두 사람은 바보가 아니다. 연계진이 이렇게 좋은 조건을 제시한 것은 WS그룹과 한 판 겨뤄보겠다는 게 분명했다. 만약 WS그룹과 등을 돌리게 된다면 결과는 아주 심각할 것이다.“그렇게 하세요. 가문의 발전에 관한 큰일이니까 두 분은 돌아가서 잘 협상해 보세요. 절대 가족들의 화목을 해쳐서는 안 됩니다.”연계진은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여유로운 모습으로 말했다. 그의 온몸에는 제왕의 기세가 가득해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연계진을 믿게 되었다.두 부잣집 도련님이 나가자, 조수경의 마음은 크게 동요하면서 연계진을 대하는 눈빛은 반작거렸다.‘과거에 강무진에게 꽂혔을 때는 강무진이야말로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생각했어.’그러나 이제는 연계진도 이렇게 사람을 매혹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강무진을 물리치고 정상에 올라서 원한을 풀 수 있도록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돕고 싶었다.‘물론 송성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