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은 무진의 말을 믿고 표시된 유형의 문제들만 집중적으로 연습했다.며칠 지나자 드디어 비슷한 유형의 문제들을 순조롭게 풀기 시작했다.기본적으로 문제를 푸는 과정에 별 다른 장애를 발견하지 못했다.어느덧 경기 당일이 되었다.아침 일찍 성연은 교문에서 일행과 합류했다.북성제일고로 바로 출발했다.성연 일행이 도착했을 때, 다른 학교에서도 참가자들이 속속 도착했다.각 학교에서는 모두 세 명의 학생을 시합에 참가시켰다.여러 고등학교가 한데 모이니 꽤나 시끌벅적했다.정우석과 북성제일고의 선생들이 모두 마중을 나왔다.그들 모두 성연을 보며 반갑게 인사했다.“우리 학교에 온 걸 환영한다. 오늘 대결이 매우 기대된다.”지난번 토론대회에서 북성제일고를 이긴 후부터 성연은 이미 명성이 자자했다.주위의 몇몇 학교에서도 가까이 다가와 살폈다.어떤 선생들은 물어보기도 했다.“여기가 바로 올해 북성남고의 해결사예요?”이윤하도 숨기지 않고 대범하게 인정했다.“맞아요.”주위 선생들과 학생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말했다.“한 번 지켜보자.”또 여기저기 참견하기 좋아하는 북성제일고 학생들도 성연에 대해 아주 궁금해했다.“저 여자애가 바로 정우석을 이긴 애야? 정말 대단해. 우리 학교 ‘정 공신’을 패장으로 만들어 버리다니.”“너희는 모두 저 애 실력에 관심 있는 모양인데, 나는, 저 애 얼굴에 더 관심이 가. 저 여자애 정말 예쁘지 않아?”“그런데 진짜 완전 생얼이야. 요즘 생얼로 저 정도 예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어?”“맞아, 맞아. 우리 학교 퀸카보다 훨씬 예뻐.”학생들이 뒤에서 소곤거리기 시작했다.‘좀 시끄럽군.’북성제일고의 선생이 들으면서도 어찌 할 수가 없었다.자신들의 학교가 얼마나 좁은 새장 같았는지…….‘참 대단해.’하지만 다른 사람의 기세는 높이며 자신의 위세를 낮출 수는 없는 법.져도 기분 좋게 질 수 있다면, 자신들 북성제일고 외에 또 누가 있겠는가?교무주임이 무서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리며 호통쳤다.“얼른 자기 반으
곽세은이라는 이름의 청산고등학교 여학생은 성연을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조금도 개의치 않고 그냥 말했다.“갑자기 튀어나온 애가 능력이 있어봐야 얼마나 있겠어?”또 성연 뒤에 있는 여학생 두 명을 한 번 쓱 훑어보더니 비웃었다.“북성남고는 만년 2등이잖아. 영원히 우리 청산고에게 밟히는 수준밖에 안돼. 우승은 영원히 우리 청산고 거야.”곽세은은 아예 성연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몇 개 고등학교에서 내보낼 수 있는 학생도 이 몇 명 정도일뿐.송성연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북성남고에서 머리 숫자만 채우려고 송성연을 내보낸 게 틀림없어. 해결사는 무슨.’북성남고가 무슨 말도 안되는 이상한 심리전을 펴고 있을 뿐이라고 의심했다.성연은 곽세은은 신경 쓰지 않았다. 공기 같은 존재로 취급하며.곽세은이 이를 악물었다.‘송성연, 나한테 패하고 어떤 모습으로 질질 짤지 두고 보지!’북성제일고의 선생이 성연 일행을 대회 장소로 안내해 주었다.심판을 맡은 선생이 이번 대회의 규칙을 공포했다.북성제일고는 각종 경연대회를 자주 개최해 왔다. 그래서 전적으로 경연대회 장소로 사용되는 아주 넓은 교실이 하나 있었다.강당처럼 많은 사람을 수용할 수 있었다.북성제일고의 교사가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서서 말했다.“경기 과정은 매우 간단합니다. 문제가 스크린에 뜰 겁니다. 누구든 답을 가장 빨리 푼 사람이 먼저 벨을 누르고 답을 하면 됩니다. 오답은 허용하지 않습니다. 반드시 정답이어야 합니다. 문제 난이도는 여러 학교 선생님들과 의논해서 공동으로 출제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공개적으로 학교 회관에서 전시될 예정입니다.”아직은 대회 시작 전 준비 단계였다.주로 참가 학생들의 마음을 좀 풀어주기 위해서였다.이윤하가 다가와서 당부하기 시작했다.성연과 다른 두 참가자가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성연이 옆을 둘러보았다. 어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주의사항을 알려주고 있었다. 또 어떤 교사는 학생들을 격려하며 다독이기도 했다.이윤하는 다른 두
북성남고의 참가자 세 명이 나란히 앉았다.남학생 한 명과 여학생 한 명이 성연과 함께 시합에 참가했다.이때 옆에 있던 여학생이 성연에게 사립학교 학생 세 명을 소개해 주었다.2년 연속 우승한 청산고등학교였다.“송성연, 저 여학생을 특히 조심해야 해. 이름이 곽세은인데, 진짜 대단해.” 성연의 왼쪽에 앉아있던 여학생이 말했다.곽세은은 아주 오만했다.하지만 사람은 오만함 때문에 패배한다.운명을 인정할 수밖에.성연이 고개를 들어 슬쩍 보니 모든 학생들 앞에 이름이 쓰여진 팻말이 붙어 있었다.곧이어 곽세은이라는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꽤 눈에 띄네.’성연이 그녀를 쳐다보는 걸 느낀 걸까?곽세은도 곧 눈을 들어 도발적인 눈빛으로 성연을 훑어보았다.성연은 침착하게 시선을 돌렸다.곽세은의 눈빛을 본 옆자리 여학생이 분개하며 말했다.“곽세은, 저 싸가지 하고는. 지난번 대회에서는 다른 학교 학생 한 명을 울렸다고 하더라.”“너 그만 말해. 창피해 죽겠다. 작년의 경시대회에 우리 둘 다 참가했잖아. 곽세은, 정말 대단한 실력이야. 우리는 못 이겨. 송성연, 이번에는 너만 믿는다.” 옆에 있던 남학생이 성연을 보며 말했다.성연이 얼마나 무거운 짐을 짊어졌는지 가히 상상할 수 있을 정도다.“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대회가 아직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큰소리를 칠 수는 없으니까.특히 뒤쪽의 이윤하가 문제의 난이도를 계속 높이는 바람에 성연의 자신감이 적지 않게 줄어 있었다.반드시 이길 거라고 그녀도 장담할 수 없었다.그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할 수밖에.곽세은의 저 기세 등등한 모습을 보니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하지만 성연은 걱정하지 않았다.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자신의 기를 죽이고 대신 다른 사람의 기를 세워줄 필요는 없다.“그리고 맞은편에 또다른 학교 참가자 있지? 안경 쓴 저 남학생도 유망주야. 처음에는 그저 그랬는데 뒤로 갈수록 숨은 실력이 터지더니 곽세은을 이길 뻔했어. 쟤가 하드캐리했지
성연은 무진이 너무 대단하다고 느꼈다.‘수학 경시대회 경기의 문제형까지 알아맞히다니.’‘모두들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고 말하지만, 더 천부적인 그 사람은 바로 강무진이야.’‘만약 무진이 대회에 참가한다면, 틀림없이 이 사람들을 순식간에 전부 쓸어버릴 텐데.’‘역시 WS그룹 같이 큰 기업을 운영하는 엘리트다워.’‘그의 정신력과 예측 능력은 다른 사람과 비교할 수 있는 게 아니야.’성연은 마음속으로 무진에 대해서 한바탕 칭찬했다.그렇다고 문제를 푸는 속도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손을 멈추지 않고 빠르게 펜을 움직이며 암산을 했다.무대 아래에서 그들의 경기를 보던 이윤하도 꼭 잡은 손에서 식은땀이 났다.그녀는 마음속으로 긴장했다.사실 그녀 자신도 송성연이 해낼 수 있을지 알지 못했다.성연이 제출한 답안은 확실히 훌륭했다.그러나 어찌 되었든 성연이 처음 대회에 참가했기에, 여전히 안심할 수가 없었다.“딩동, 딩동.” 벨소리가 울리자 모두 쳐다보았다.벨을 누른 사람은 북성남고의 송성연이었다.그리고 사립학교 사람들과 정우석도 벨을 눌렀다.여기저기서 울리는 벨소리는 센서가 감지하지 않으면 마치 동시에 울리는 것 같았다.하지만 성연이 그들보다 더 빨랐다.무대 위에 있던 북성제일고의 선생이센서를 확인한 후에 성연을 일어나게 했다.“네, 송성연 학생, 이 문제의 답을 말해 보세요.”성연이 즉시 답을 말했다.심판을 맡은 북성제일고 선생이 만족스러운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틀린 것 없이 모두 정답을 맞혔습니다.”이윤하는 기뻐서 눈썹을 치켜세웠다.‘보니, 과연 성연의 실력은 감출 수 있는 게 아니야.’‘이번에는 우리 북성남고에도 희망이 있어.’이윤하는 성연에 대해 가졌던 예전의 생각을 모두 수정했다. ‘어디를 봐서 골치덩어리 학생이야?’‘완전 보물이지.’그녀가 데리고 있는 어떤 학생보다 뛰어났다.저 머리에서 나오는 사유 능력은 정말 스스로 자괴감이 들 정도였다.그녀가 젊었을 때는 성연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성연이 문제를 다
문제가 나오자 많은 참가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눈썹을 찌푸렸다.문제 유형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첫 번째 문제는 일단 괜찮다 해도 두 번째 문제는 완전히 한 단계를 뛰어넘었다.심지어 이미 고3 범주에 해당되는 문제였다.순간 많은 사람들을 난처하게 만들었다.북성남고 쪽에서도 한 학생이 답을 쓰지 못했다.실력이 되는 참가자들은 아주 빠르게 문제를 풀고 또 벨을 눌렀다.이번에도 역시 성연이 앞섰다.선생님이 성연을 호명하자 성연이 일어나 대답했다. 역시 정답이었다.각 고교의 교사들은 모두 모여 앉아 있었다.모두 자기 학교의 참가자 팀을 이끄는 교사들인 만큼 문제에 대해 토론하기에도 좋았다.이때 성연이 또 문제를 맞히는 것을 보고는 다들 눈이 휘둥그레졌다.“이 선생님, 학생을 정말 잘 가르치셨군요. 저렇게 대단한 비장의 카드가 있는데 예전에는 왜 꺼내지 않았어요? 지금까지 참은 겁니까?” 한 선생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남고는 일부러 그런 거야, 오자마자 우리를 당황하게 만들려고.’‘멋지게 역전을 해서 더 통쾌하게 보이려는 건가?’“이 학생은 이번 학기에 전학을 와서, 저도 별로 가르치지 않았어요. 완전히 천부적인 재능이 있을 뿐이에요.” 이윤하는 감히 공을 내세울 수가 없었다.시합에 참가할 때마다 성연은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다.이전에 자신이 성연을 조롱했던 여러 일들을 생각하면,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리며 따가운데, 어디서 감히 이 공을 떠맡을 수 있겠는가?“이번 학기에 전학을 왔어요? 천재야, 대단해.” 그 선생님도 성연의 천부적인 재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어떻게 송성연은 우리 학교가 아니라 북성남고로 들어간 거야?’‘정말 좀 아쉽네.’“그쪽 북성남고는 이런 반전을 너무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선생님도 따라서 말했다.“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어요, 그냥 보통인 거죠.” 이윤하는 겸손한 말을 하면서도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멈추지 못했다.성연은 이번에 정말 그녀의 체면을 세웠다.“쯧쯧쯧, 보아하니
성연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그녀는 기분이 고조되었다. 이런 대회가 꽤 재미있다고 느꼈다.성연은 매우 자극적이라고 느꼈다.한계에 도달하는 활동을 좋아하는 그녀로 하여금 극한의 쾌감을 체험하게 했다.이것은 정신적인 자극과는 아주 달랐다.세 번째 문제가 나왔다.이번에는 청산고교의 학생들이 앞섰다.답도 맞았다.네 번째 문제는 정우석이 앞섰다. 역시 정답이었다.선수를 빼앗겼음에도 성연은 속상해하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좀 느렸던 것이다.이 대회장에 앉아있을 수 있다는 것은, 모두 이런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성연은 뭐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대등한 상대와 겨뤄야 더 재미있어.’북성남고의 다른 한 여학생은 이미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곧 답안을 포기했다.이 문제를 다 보았을 때, 다른 사람이 답을 이미 말했다.그녀는 이미 더 이상 답을 할 자신이 없다고 느꼈다.‘올해의 문제는 작년 것보다 많이 어려워졌어.’‘작년에는 겨우 마지막까지 버틸 수 있었지만, 올해는 세 문제 중에 하나도 풀지 못했어.’지금 그녀는 성연에게 좀 감탄하는 중이었다.‘자신도 성연만큼 대단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이제 겨우 오전인데, 벌써 포기하게 생겼어. 오후 시합에 굳이 참가할 필요가 있을까?’나머지 참가자들도 그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다.지금 경쟁하듯이 대답하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모두 각 학교의 리더들이었다.다른 사람들은 실력을 발휘할 여지가 전혀 없었지만, 이 또한 경기에 영향을 주지는 않았다.고수들끼리의 승부를 보면서 손에 땀을 쥘 수밖에 없었다.동시에 속으로 그들을 위해 긴장했다.‘누가 한 수 위인지 모르겠어.’이윤하는 한 학생이 이미 문제를 풀 생각이 없는 것을 보았다.속으로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그렇게 오랫동안 연습했던 것은 바로 이날을 위해서였는데.결국 하프타임까지도 버티지 못하다니.‘그러나 이것도 저 아이들을 탓할 수는 없어.’‘이번 문제는 너무 까다로워, 게다가 모두 어려운 문제 유형이야.’‘시합에 참
한 시간 반 후에 경기가 끝났다.무대 위의 선생이 점수를 집계했다.최종적으로 성연이 쪽에서 다섯 문제를 먼저 맞히며 50점을 쌓았다.정우석은 30점.“청산고등학교는 역시 강해, 40점이야.”나머지 한 참가자는 10점, 또 어떤 참가자들은 아예 점수가 없었다.점수가 비교적 낮은 참가자들은 기분이 매우 가라앉아 보였다.북성제일고의 선생님이 단상에서 다음과 같이 선포했다.“자, 오늘 오전 경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점심 식사 후에 잠시 휴식하고, 오후에 새로운 문제로 다시 대회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오전 시합이 끝난 뒤에 성연도 좀 피곤함을 느꼈다.‘계속 머리를 굴렸더니 확실히 피곤해.’이것은 일종의 정신적인 피로이지만, 성연은 오히려 흥분감을 느꼈다.이번 시합은 그녀에게 새로운 경험이어서 꽤 즐거웠다.이때 정우석이 자신의 자리에서 나와 성연에게 다가왔다.그는 웃으며 성연에게 말했다.“지난번에 말했지? 너에게 우리 학교 구경시켜 주고 싶은데, 어때?”시합이 끝나자 정우석은 지체 없이 걸어왔다.성연과 얼마나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인지 느낄 수 있었다.“좋아, 그럼 우리 북성남고 친구들도 데리고 너희 학교를 구경하자.” 성연이 동의하며 다른 두 친구를 데리고 이윤하에게 인사하러 갔다.정우석의 원래 의도는 성연과 단둘이 있는 것이었다.단둘이 학교를 구경하는 거였는데.뜻밖에도 성연이 다른 친구들을 같이 불렀다.정우석은 좀 아쉬워했지만,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 여전히 점잖고 예의 바른 모습을 보였다.이윤하에게 가서 아이들과 학교 구경할 거라는 말을 했다.이윤하는 반대하지 않았다.동시에 성연이 대회에 참가한 모습을 생각하며 이윤하가 웃기 시작했다.“성연아, 오늘 아주 잘했다. 오후에 차분히 실력을 발휘하기만 하면 돼. 이따가 밥을 먹고 좀 푹 쉬어. 다른 생각은 하지 말고.”이윤하는 성연이 피곤해서 오후 경기에 영향을 줄까 우려했다.‘어느 것이 가볍고 어느 것이 중한지, 성연은 그래도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어.’성연이 고개
정우석의 학교 음식은 맛있기로 유명한데, 식당 아주머니는 요리를 하면서 손을 떨지 않았다.매일 북성제일고 학생들에게 충분한 양을 공급하기 때문에 다툴 필요가 전혀 없었다.북성남고의 학생으로 얼마나 행복한지는 말할 것도 없다.정우석과 송성연은 줄을 섰다.정우석이 말했다.“우리 학교는 말린 생선튀김이 특히 인기가 있어. 겉바속촉에 기름도 느끼하지 않아서 특히 맛있어.”성연은 그가 이렇게 음식을 자랑하자 듣고 웃기 시작했다.“네가 이렇게 말하니, 내가 정말 제대로 맛을 봐야겠다.”“그럼.” 정우석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결국 말린 생선을 잡았다.정우석은 직접 그의 식당카드를 긁어서 두 사람의 밥값을 모두 결제했다.사실 성연은 정우석과 몇 번 만났을 뿐 익숙하지 않았다.그녀는 이렇게 다른 사람의 득을 보고 싶지 않다.그래서 성연이 말했다.“얼마야? 네이모 페이로 이체해 줄게.”정우석은 잠시 말이 없다가 입을 열었다.“성연아, 너 날 낯선 사람처럼 취급하지 마. 나는 우리 둘이 어쨌든 친구라고 생각해. 여기는 또 우리 학교니까 내가 당연히 손님을 대접하는 거야. 한 끼 정도 밥값은 내가 낼 수 있는 거잖아?”성연은 그가 이렇게 말하자 할 말이 없었다.두 사람은 식판을 들고 자리를 찾았다.통로를 지나다가 그들은 한 여학생을 만났다.“정우석, 내가 창가 자리를 맡았어. 나랑 같이 밥 먹을래?” 이 여자의 이름은 강가희였다.북성제일고의 퀸카 줄곧 정우석을 좋아했다.아주 맹렬하게 대시하면서 정우석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거의 숨기지 않았다.전교 학생들은 강가희가 정우석을 좋아한다는 것을 모두 알고 있다.정우석은 강가희에 대해 별로 관심이 없었다.강가희에 대한 흥미도 없었다.그는 담담하게 말했다.“내가 친구를 데리고 있으니 너 혼자 먹어. 우리는 다시 자리를 찾을게.”강가희는 깊은 뜻이 있는 듯 성연을 한 번 보았다.그녀는 벌써 들었다.정우석이 북성남고에 시합에 참가하러 갔다가 북성남고의 한 여학생에게 호감이 생긴 것 같
두 사람이 얘기를 마쳤을 때 마침 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곽연철이 거실에 있는 것을 본 무진은 좀 놀란 표정이었다.“곽 대표님, 오늘 어떻게 시간이 나서 오셨어요?”“너무 오랫동안 성연이를 못 봐서 성연이하고 얘기를 나누러 왔어요. 내가 오지 않았다면 강 대표님과 성연이에게 좋은 일이 있다는 거도 몰랐을 겁니다.”곽연철은 탓하듯이 말했다.무진이 웃으며 말했다.“아직 준비 중입니다. 날짜가 확정되면 알려드리려고 했습니다.”곽연철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강무진과 보스의 결혼식인 이상 강무진이 반드시 잘 준비할 거야.’‘그건 내가 걱정할 필요도 없어.’“얘기 나누세요. 나는 밖에 좀 나갔다 올게요.” 성연은 집에 너무 오래 앉아 있어서 허리가 좀 아팠다.“내가 같이 갈까?” 무진이 바로 말했다.언제나 성연을 우선시하는 태도였다.“아니요, 곽 대표님이 모처럼 오셨는데 무진 씨가 얘기 나누세요.” 성연은 말을 마치고 밖으로 나갔다.두 남자는 사업 얘기 말고는 다른 게 없었다.그러나 마침 돌아온 무진에게 곽연철이 정말 알려줄 얘기가 있었다.“지금 연기의 신 소지한 씨의 회사가 설립되어 엔터테인먼트업계에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침 우리 제왕그룹과 합작으로 연예인을 발굴할 오디션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곽연철이 근황을 말했다.무진은 자타가 공인한는 재계 정상에 서 있는 CEO다.그래서 곽연철은 무진에게 어떤 좋은 의견이 있는지 듣고 싶었다.무진은 약간 어리둥절했다.‘소지한이 엔터테인먼트 업종을 선택한 건 예상했지만, 또 의외이기도 했어.’‘그러나 엔터테인먼트 업계 쪽에서 말한다면, 소지한은 그 세계의 법칙을 잘 알고 있지.’‘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연기의 신이라고 일컬어졌기에, 연예계의 가치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더욱 잘 알고 있을 거야.’‘다른 업계에 비해 엔터테인먼트 업계는 소지한에게 가장 타당한 업종이야.’무진이 대답했다.“가능하다면 저도 같이 출자해서 프로젝트 규모를 더 크게 할 수 있습니다.”곽
곽연철은 오자마자 또 하나의 좋은 소식을 들었다.성연과 무진이 함께 걸어오는 모습을 직접 봤기에, 이제 마침내 두 사람이 함께 하게 되자 곽연철도 정말 기쁘고 안심이 되었다.“잘됐네요, 보스. 강 대표님이 정말 보스에게 잘해 주시니 평생 맡길 가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강 대표님의 능력은 강해서 보스를 잘 보호할 수 있을 겁니다.”성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곽연철이 이렇게 칭찬하는 말을 듣자, 자신의 마음도 더없이 달콤했다.‘그래. 무진 씨와 그렇게 오랫동안 함께 있었는데, 무진 씨는 줄곧 나를 잘 보호했고, 부딪칠 만한 것도 없었어.’‘가끔 어쩔 수 없을 때도 있지만, 무진 씨도 나를 보호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어.’성연은 이런 사람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자신이 복을 받았다고 느꼈다.“보스, 언제 결혼식을 올릴 계획입니까?” 곽연철은 그때 축의금을 크게 내야겠다고 생각했다.“아직 확실하지 않아. 결혼하게 되면 틀림없이 알릴 테니까 걱정 마.” 성연이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이 몇 명에 불과했다.‘내 결혼식에는 모든 사람이 참석해야 해.’“이건 걱정하지 마세요. 다만 스승님의 행방을 이렇게 오랫동안 찾지 못했는데, 혹시 무슨 곤란한 일이 생긴 건 아닐까요?” 최악의 경우 변을 당했을 수도 있지만, 곽연철은 감히 입에 올리지 못했다.성연도 이전에 그런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애써 그 생각을 부정했다.‘그렇게 실력이 강한 스승님이 또 적지 않은 거물들도 치료하셨어.’‘스승님이 위험에 처할 리가 없어.’‘내가 찾고 있다는 걸 스승님도 분명히 알고 계실 거야.’‘다만, 만나러 오려고 하지 않으실 뿐이야.’‘때가 되면 오실 거고 이제 거의 다 됐어.’“아니야, 스승님은 항상 조심하고 신중하신 분이야. 신비한 분이지만, 제자의 결혼식에는 꼭 오실 거야.” ‘스승님이 이렇게 나를 총애하시는데.’그래서 성연은 스승님이 반드시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하기야 스승님은 뭐든지 주머니를 털어 보스에게 주셨지요. 결혼
곽연철은 엠파이어 하우스에 와서 성연을 찾았다.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성연과 예전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다.곽연철을 본 성연도 많이 놀랐다.“왜 나한테 온다는 말도 하지 않았어?”“여기 있을 것 같아서 바로 왔어요.” 곽연철과 성연의 관계도 마치 친구 같았다.성연이 말을 하기도 전에 집사가 차와 과일을 가져왔다.곽연철은 성연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갑자기 곽연철이 말했다.“목현수와 미스 샤넬의 결혼식이 며칠 뒤 유럽에서 거행될 거예요. 보스하고 강 대표가 갈 때 저하고 같이 가야 한다는 걸 잊지 마세요.”곽연철과 목현수도 좋은 친구다.예전에는 같이 지냈는데 나중에 연락이 끊어졌다.하지만 목현수가 청첩장을 보냈다.어쨌든 결혼은 경사스러운 일이니 곽연철은 반드시 가야 했다.성연이 가슴을 두드리며 대답했다.“알았어, 같이 갈 거야.”곽연철은 고개를 저으며 감탄했다.“목현수가 그런 성격이라서 평생 독신으로 외롭게 살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이렇게 빨리 결혼하네요.”성연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정말이야. 하지만 미스 샤넬은 정말 좋은 사람이야. 현수 사형과 함께 있으면 아주 잘 어울려.”‘아마도 나중에 결국 내 마음을 알게 된 사형이 미스 샤넬과 결혼을 선택했을 거야.’‘이전에 사형이 내게 결혼은 그저 자신의 자유를 제한할 뿐이라고 말한 적이 있어.’“당연히 좋겠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목현수도 승낙하지 않았을 거예요.”곽연철도 웃으며 대답했다.성연은 문득 고개를 들고 곽연철을 보았다.성현이 빤히 쳐다보자 곽연철은 좀 불편했다.“보스, 왜 그래요?”성연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지금 현수 사형도 이미 배우자를 찾았는데, 이쪽도 좀 더 힘을 내야 하지 않겠어?”이 말을 들은 곽연철이 쓴웃음을 지었다.“결혼은 인연이 있어야 하죠. 결혼하고 싶다고 바로 결혼할 수 있어요?”“내가 보기에는 무슨 인연에 달려 있는 게 아니라 그럴 마음이 없을 뿐이야. 그리고 다음에 서한기를 만나면 잊지 말고 반드시 재촉해.”
조수경도 소지연을 쳐다보았다.소지연의 낭패한 모습을 본 조수경은 비웃으며 미소를 지었다.‘나보다 소지연의 처지가 더 비참한 건 분명해.’‘싫어하는 남자와 결혼했으니 더 초라해졌지.’‘나는 적어도 자유의 몸이기에 괜찮아. 앞으로 계획이 성공한다면, 나는 더 좋은 남자를 선택할 수 있어.’‘이번 생에는 소지연의 처지는 바뀌지 않아.’소파에 앉은 이상효가 연계진을 향해 말했다.“성함은 말해 주셔야지요!”‘우리 이씨 가문은 이름 없는 사람을 대접하지 않아.’‘듣보잡 졸개라면 만날 필요 없어.’그 말을 듣자, 연계진의 눈빛이 차가워지면서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연씨 가문은 들어보셨지요? 강씨 가문 때문에 20년 전 망했던 연씨 가문요!”이를 악물고 이 말을 내뱉자, 하늘을 찌를 듯한 연계진의 한을 느낄 수 있었다.이상효의 표정이 어두워졌다.표정이 종잡을 수 없게 변해서, 연계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연씨 가문의 연 선생님께서 저한테 무슨 일이 있으세요?” 이상효는 그래도 신중하고 조심스러웠다.‘예나 지금이나 연씨 집안은 강씨 가문의 원수지.’‘지금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했고 강씨 가문은 떠오르는 해와 같아. 바보라도 누구를 선택해야 하는지 알 수 있어.“당연히 당신과 거래를 하고 싶으니까 당신을 찾아온 거지요.” 연계진은 바로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잠시 멈칫하던 이상효가 웃으면서 말했다.“저와 연 선생님 사이에는 얘기할 게 별로 없을 텐데요.”이런 대답을 들었지만, 연계진은 화도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우선 조급하게 저를 거절하지 마세요. 당신이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당신 형님이 최근에 큰 프로젝트를 빼앗겼지만, 분노를 발산할 곳이 없겠지요. 강씨 가문이 지금 대단하다는 건 맞지만. 강무진이 당신을 도울까요?”이상효는 좀 쑥스러워하면서 소지연과 조수경을 바라보았다.다른 사람이 이런 말을 들었다면, 이씨 가문에 그야말로 치명적인 재난이 될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연계진이
무진과 성연이 멀어지자, 연계진의 앞으로 지프가 천천히 다가왔다.연계진이 지프에 타자, 조수경도 얼른 따라서 차에 탔다.그러나 연계진과 얘기를 나눌 때도 줄곧 연계진의 두 눈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이 남자가 아주 무섭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가슴이 떨릴 정도로 섬뜩하게 차가운 기운이야.’‘하지만 그러면 또 어때?’‘연계진만이 내 계략을 실현할 수 있어.’‘손민철 같은 쓸모없는 놈보다 훨씬 낫지.’조수경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다.성공할 수만 있다면 무리하게 고집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차 안은 조용했다.조수경은 감히 입을 열지 못했고, 연계진은 더 입을 열 생각이 없었다.좌석에 기댄 채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었다.차는 천천히 이씨 가문의 저택 입구에 도착했다.거실 안. 소지연은 지금 임신 중이다.엊그제 검사에서 이미 임신했다는 것이다.이제 이상효의 모친도 소지연에게 힘든 일을 시킬 엄두를 내지 못했다.혹시라도 자신의 귀염둥이 손자가 다치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소지연은 이씨 가문에서 그래도 모처럼 좋은 대우를 받는 셈이다.그러나 소지연에게 온갖 영양제와 보약들을 먹게 했다.하루 세 끼 모두 이런 느끼한 음식을 먹어야 했기에, 소지연은 곧 먹는 게 트라우마가 될 거라고 느낄 정도였다.아무리 심하게 토해도 이상효의 모친은 여전히 보약을 소지연에게 건네주었다.“얼른 좀 더 마셔. 너는 오늘 아무것도 먹지 않았어. 그러면 우리 보물 같은 손자가 어떻게 잘 자랄 수 있겠어? 빨리 마셔.”“정말 못 마시겠어요.” 소지연은 손사래를 쳤다. 이씨 가문에서 소지연은 단지 출산의 도구일 뿐이다.‘나를 전혀 사람으로 여기지 않아.’‘만약 이 아이가 없다면, 나는 지금도 매일 하인처럼 일을 하고 있겠지.’이상효의 모친이 소지연을 노려보았지만, 소지연의 안색이 창백해서 확실히 별로 좋지 않아 보이자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차에서 내린 연계진은 초인종을 누른 뒤, 집사에게 상효를 찾으려 왔다고 알렸다
석양이 지는 저녁 무렵.석양이 하늘의 절반을 붉게 물들이고 있어서 정말 보기 좋은 풍경이었다.무진과 성연은 손을 잡고 오솔길을 산책했다.두 사람은 서로 바싹 붙어 있은 채 사이좋은 모습이었다.멀지 않은 곳의 큰 나무 뒤에서는 조수경이 이를 갈며 이 모습을 보고 있었다.‘나는 그렇게 궁지에 빠졌는데, 송성연과 강무진은 왜 저렇게 잘 지내는 거야?’‘정말 달갑지 않아!’애초에 무진은 조수경을 철저하게 없애 버리려 했다.강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될까 봐 조씨 가문에서는 조수경 일가를 가문에서 축출했다.원래 조수경은 손민철을 찾아가서 도움을 청하려 했다.‘하지만 손민철 이 병신이 뜻밖에도 사람이 변할 줄 몰랐어.’‘예전에는 내 지시만 따랐는데, 지금은 날 피하면서 보려고 하지 않아.’‘게다가 손씨 가문은, 영원히 조씨 가문을 돕지 않을 거라고 했지!’조수경은 일이 왜 이 지경까지 됐는지 알 수 없었다.자신을 모욕했던 사람들을 절대로 편안하게 지내도록 내버려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만 생각할 뿐이!‘내가 이렇게 된 건 모두 송성연 때문이야. 송성연을 어떻게 행복하게 내버려 둘 수 있어?’그런데 지금 조수경의 뒤에는 청초한 모습의 한 남자가 서 있었다.그의 작은 새우눈은 붉은 기운마저 띄고 있어서 사악하기 그지없어 보였다.조수경이 분노해 마지않는 모습을 보자 남자는 조수경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봤지? 지금 강무진과 송성연은 행복할 수밖에 없어.”이 말을 들은 조수경은 뒤돌아서 공손하게 대답했다.“연계진 씨, 내가 복수할 수 있게 도와준다면 나는 뭐든지 하겠어요.”냉소하는 연계진의 모습에는 사악한 기운이 가득했다.“당신이 그렇게 말하니 내가 당신을 도와주겠어. 강무진은 우리 연씨 가문과도 피맺힌 원한이 너무나 많으니까!”예전의 일을 생각하자, 연계진의 눈은 가늘어지면서 온몸에는 싸늘한 기운이 가득 차 있었다.조수경은 연계진의 눈빛을 감히 마주 보지 못했다.조수경은 여러 곳을 수소문한 끝에 가까스로 한 사람을 찾았는데, 무진과
모혜정은 바로 안진검의 회사에 와서 안진검을 찾았다.직원들은 모두 모혜정이 안진검의 약혼녀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아무도 감히 막지 못했다.“오늘 저녁 같이 식사해. 좋은 식당을 찾았어.” 모혜정은 당당하게 말했다.‘어차피 안진검은 내 약혼자인데, 내가 부리지 않으면 누구를 부리겠어?’“바빠, 시간 없어!”안진검은 머리도 들지 않고 바로 모혜정의 제안을 거절했다.모혜정은 그의 이런 태도에 화가 나서 웃었다.“진검씨, 당신은 내가 당신의 명실상부한 약혼녀라는 걸 알아야 해! 매번 같은 핑계를 쓰는데, 나한테 변명하며 얼버무리는 것조차 귀찮다는 거야?”“당신도 알겠지만 우리 혼약은 부모님이 정하신 거야. 나는 당신에게 감정이 없어.” 안진검은 여태까지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혜정과 더 이상 대화하고 싶지 않았다.모혜정은 그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모혜정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진검 씨, 송성연이 마음에 든 거지. 말해!”비록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성연의 미모는 그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안진검이 또 성연에게 밥을 사 준다면 이건 정말 문제야!’서류를 처리하고 있던 안진검은 모혜정이 그야말로 억지를 부린다고 느꼈다.고개를 숙인 채 입을 열지 않았다.“빨리 대답해. 당신, 송성연이 마음에 들었지? 걔가 마음에 들어서 나한테 이렇게 말하다니, 나를 뭘로 보는 거야?” 모혜정의 목소리는 톤이 아주 높아서 귀가 아플 정도였다.안진검은 여전히 편안한 모습으로 서류를 처리했다.“진검 씨, 솔직히 말해. 그 여자한테 빠져서 내가 약혼자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거 아니야!”안진검이 대답하지 않자, 모혜정이 달려가서 안진검의 팔을 잡아당겼다.안진검은 정말 귀찮았다.‘오늘은 좋은 소식이 하나도 없어.’‘모혜정도 옆에서 쉬지 않고 따지고 있지.’안진검은 정말 모혜정의 자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진검 씨, 벙어리야? 왜 말을 안 해? 빨리 말을 해!” 모혜정은 손을 뻗어 안진검의 팔을
그리고 반대쪽. 부하들의 보고를 듣던 안진검은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성연이 고향으로 내려가 있던 동안.안진검은 수하들에게 성연의 단서를 찾아내라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그래서 안진검은 화가 나 있었다. ‘원래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빨리 송성연과 친구가 되려고 했는데.’‘결국 계획이 중단되었어.’‘송성연에게 접근하지 못한다는 건 강무진 쪽의 소식도 늦어진다는 걸 의미해.’‘송성연의 주선이 없다면, 강무진은 나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을 거야. 또 단서를 잡고 내 신분을 똑똑히 조사할 수 있을 거야.’‘이 모든 것은 송성연을 통해서만 할 수 있어.’그러나 지금 결과가 없으니, 안진검이 어떻게 이 화를 참을 수 있겠는가!안진검의 안색은 새까맣게 타들어갔다.안진검의 앞에 선 수하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때 핸드폰이 울리자, 안진검은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았다.마음속으로는 불만스러웠지만 그래도 말투를 가다듬었다.“의부님.”안진검이 부하에게 손짓하자, 부하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것처럼 기뻐하며 나갔다.전화를 걸어온 사람은 바로 MS 가문의 대장로였다.안진검의 목소리를 들은 대장로가 말했다.“어떻게 된 거야? 애초에 떠날 때 이미 계획을 다 세워놓지 않았어? 지금 왜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는 거야?”“의부님, 죄송합니다. 잠시 사고가 생겨서 진행이 중단되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안진검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장로에게 사과했다.“내게 사과해도 소용없어. 지금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 일을 주시하고 있어.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시간을 끌었지만, 더 이상 성과가 없다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할 거야! 만약 다른 사람을 보내기로 결정이 나면, 네가 위로 올라갈 기회는 없어!”대장로의 목소리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가까스로 이 기회를 잡은 안진검이 어떻게 기회를 놓칠 수 있겠는가?서둘러 대장로에게 애원했다.“의부님, 다시 한번만 말씀해 주십시오. 제 계획이 곧 성과가
식사를 마치자 종업원이 디저트를 가지고 왔다.네 사람은 함께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래함은 줄곧 유채연의 손을 꽉 잡은 채 놓으려 하지 않았다.유채연은 처음에는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사랑을 과시하는 것이 정말 쑥스러워서 손을 빼려고 했다.그러나 나중에는 정말 그래함을 말릴 수가 없어서 그대로 내버려 둘 수밖에 없었다.“사형,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세요? 외국으로 나갈 거예요?” 성연은 그래함의 기초가 해외에 있으니까 결국 출국할 거라고 생각했다.‘다만 채연 언니가 좀 걱정이야.’‘지금 국내에서의 차이에도 아직 적응하지 못했는데, 만약 외국에 간다면 틀림없이 더 힘들 거야.’해외라는 말을 듣자 유채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래함, 우리 해외로 가야 해?”유채연은 시종 열등감에 빠져 있었다.그래함이 하는 일에 대해서 자신은 조금도 알지 못했다.그래함이 외국에서 유학했다는 것만 알고 있어서, 이제는 돌아왔으니 다시 해외로 나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유채연이 눈썹을 찌푸리는 것을 보고, 그래함은 유채연이 내키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그래함도 유채연이 즉시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강요할 생각은 없었다.“채연아, 해외로 한 번은 나가야 해.” 해외야말로 그래함이 있어야 할 곳으로 더욱 편하게 일을 처리할 수 있다.“하지만 나는 영어도 할 줄 모르는데, 해외로 나가면 나는 어떻게 해?” 유채연의 눈에는 곧 출국하게 될 긴장과 당황스러움이 담겨 있었다.‘국내에서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교류라도 할 수 있지만, 출국한다면 비행기 티켓도 못 살 거야.’“채연아, 아직 얘기 안 끝났어. 내가 너하고 여행을 갈 거야. 우리 먼저 국내부터 시작하는 게 어때?” 그래함이 유채연을 보고 말했다.유채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여행하는 거라면 가도 괜찮겠지.’‘그런데...’“일은 안 해도 돼? 일이 바쁘지는 않아?”유채연은 자신 때문에 그래함이 지체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괜찮아. 내가 귀국했을 때 챙겨놓고 왔어. 다른 사람이 처리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