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군시렁거렸다.예전의 보스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도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짐작이긴 하지만, 결국 작은 사모님 때문이겠지? 소지한이 돌연 결정을 번복할까 걱정인 거겠지.비록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지만, 손건호는 착실히 야근을 할 것이다.그날 밤, 회사에 남은 손건호는 밤새 계약서를 작성했다.무진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9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요 며칠 바쁘다 보니 집에서 성연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집에 돌아오자 집사가 바로 마중을 나와 무진의 손에 든 외투를 받았다.“도련님, 따뜻한 국물 요리 좀 드시겠어요? 저녁에 준비한 국이 아직 따뜻할 겁니다. 작은 사모님이 도련님 오시면 드리라고 특별히 남겨 두신 겁니다.”집사의 말을 듣던 무진이 동작을 멈추었다.“정말 그녀가 나에게 남기라고 한 겁니까?”“네, 도련님 요즘 많이 힘드시다고 돌아오시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수도 있으니 좀 데워 놓으라고 작은 사모님이 당부하셨습니다.”무진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본 집사는 성연이 오면서 무진에게 많은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자신들 같은 노인네들은 그저 그 변화에 기쁘고 위안이 되었다.“그러죠.” 무진어 말투는 차분했지만, 말을 하며 올라간 입 꼬리는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보아하니, 그동안 성연에게 잘해 준 게 헛된 게 아닌 듯하다.‘요것, 인제 날 생각해서 챙길 줄도 아네.’무진이 거실로 가서 성연의 모습을 찾았다.평소에 자신이 돌아오면 늘 호들갑스러운 성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째 오늘은 아주 조용했다.무진이 이상하다는 듯이 집사에게 물었다. “집사님, 성연이는요?”“작은 사모님은 조금 전까지도 여기서 게임을 하고 계셨습니다.” 집사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방금까지 여기에서 봤는데…….’안으로 더 들어간 무진이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성연의 모습을 보고 순간 마음이 녹았다.방금
다음날, 무진이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사무실에 앉자마자 손건호가 들어와서 보고했다.“보스, 소지한 배우가 도착했습니다.”밤새 계약서를 서둘러 작성하느라 손건호의 눈엔 잠기운이 어렸다.그러나 무진 곁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이런 고강도의 업무에 이미 적응한 상태였다.무진은 수중의 일을 놓고 바로 접대실에 가서 소지한을 만났다.두 다리를 꼬고 긴 다리를 곧게 탁자 옆까지 쭉 뻗은 채 보스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소지한은 WS그룹이라고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이들의 제안에 승낙할 것이지만 직접 와서 보고 싶기도 했다. 자신들의 보배인 성연의 약혼자가 어떤 인물인지.소문이 썩 좋지 않은 이 강씨 인물은 우리 보배단지에게 어울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소지한의 눈에 그저 부족하다 뿐이겠는가? 그야말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정도였다.‘이런 인물이 어떻게 우리 보배단지와 함께 있을 수 있단 말이야?’그런데 이 강무진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블랙 슈트 차림의 강무진은 큰 키를 가지고 있었으며, 냉엄해 보이는 얼굴은 여느 스타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저 검은 눈동자는 위압감마저 들 정도다.소지한의 표정이 다소 가라앉았다. 강무진이 내뿜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심지어 자신의 포스보다 은근히 더 강하게 느껴졌다.소지한은 정색을 했다. 자신이 ‘적을 가벼이’본 것이다.무진은 소지한의 표정 변화를 못 본 척했다.강무진이 걸어오며 두 사람은 관례적인 인사말을 나누었다.“소 배우님, 반갑습니다.” 무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어쨌든 호스트로서 사람을 그냥 못 본 채 할 순 없으니까.이 콜라보도 자신들이 먼저 제안한 거니까.허세를 부리거나 신중한 것도 때가 있었다. 무진은 그 점을 아주 잘 파고 들었다.소지한도 의례적인 미소를 지었다.“강 총괄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그의 이 웃음은 조금도 진실해 보이지 않는 것이 딱 봐도 직업적인 거짓 웃음이다.물론 연예계에 몸담은 이라면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할 기술이다.
소지한이 웃으며 말했다.“그것뿐인가요? 나는 또 우리 성연이와의 관계 때문인 줄 알았죠.”그는 고의로 성연의 이름을 꺼냈다. 무진이 성연에게 신경 쓰는지를 보고 싶었다.성연이 멍청하게 빠져서 이용당하지 않게.성연은 여러 면에서 확실히 강했다.하지만 감정면에서는 여전히 백지 같았다.성격은 또 너무 곧았다.다른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성연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을까 봐 걱정될 뿐.그래서 마지막에 성연과 무진이 맺어지고 말고는 상관없다.우선 강무진의 인품을 볼 것이다.소지한의 입에서 친근한 호칭이 나오자 무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우리 성연이?”별 내색하지 않고 소지한을 힐끗 보았다.“너무 많이 생각하시는군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 소지한 씨와 제가 계약을 하는 것은 당신의 인기와 대중적인 영향력 때문이지, 다른 것과는 일체 상관없습니다. 소 배우님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 건 설마 제시한 계약금이 다른 어느 곳보다 높기 때문 아닙니까?”표면적으로는 아무리 평온한 듯 굴어도 무진 자신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마음에 얼마나 거센 파도가 치고 있는지.설령 자신과 성연이 꽤나 친밀하게 지낸다 하더라도 때때로 느껴진다. 성연의 마음 속까지 닿을 수 없음을.두 사람 사이에는 항상 골짜기가 가로놓여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저렇게 조금도 거리낌 없이 성연을 부를 정도로 친밀한 적은 없었다. 항상 가까이 다가가길 시도했지만 때로는 성연의 뒤로 물러나는 모습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그는 성연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소지한처럼 언제 어디서든 저런 다정한 호칭을 부르는 일은 무진과 성연 사이에는 없었다.소지한이 고의적이든 아니든 무진은 그의 감정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느꼈다.옆에 서 있던 손건호는 자기 보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다.그런 미세한 차이를 손건호는 구별할 수 있었다.소지한도 인물이긴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 보스의 감정을 이처럼 요동치게 하다니 말이다. 처음이었다.손건호가 즉시
두 사람의 손은 닿자마자 떨어졌다. 시선은 허공에서 잠시 만났다 비켜갔을 뿐.그런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총탄 냄새가 작렬하는 느낌인지 알 수가 없다.옆에 있던 매니저는 경직된 분위기를 느꼈다.상황을 지켜보다 얼른 나와서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결국 그런 착각마저 들었다. 만약 보지 않으면 곧장 달려들어 싸울 것 같은 두 사람이다.매니저가 중간에 끼어들어 말했다.“우리 소 배우의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강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촬영 끝내주게 잘 할 겁니다.”말하면서 매니저는 계약서를 소지한 앞에 밀었다.소지한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매니저는 어쩔 수 없었다.아, 연예인들이란. 정말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다.그는 서서히 소지한에게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를 가는 듯한 말투였다.“이봐, 조상님. 우리가 돌아가서 소란을 피우면 안 될까? 여기는 남의 본거지에서 이길 것 같아? 아니면 이 일 접고 싶어?” 간단히 말해서, 비록 소지한이 엄청난 스타이긴 해도 북성에서 WS그룹과는 상대가 안되는 것이다.현재 그들의 능력으로는 눈에 찍혀서 좋을 게 없었다.소지한도 일의 경중과 완급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정도로 거의 충분했다.앞으로 WS그룹에서 촬영하면서 강무진과 맞붙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소지한이 후한 조건을 받아들이며 계약서를 받아 ‘쓱쓱쓱’ 두 세 번 이름을 쓰는 것으로 사인을 마쳤다.서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서류는 모두 1식 2부였다.소지한은 다른 한 부를 가져가고 서명한 몫은 무진에게 남겨주었다.계약을 체결한 후 소지한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썼다.입구에 도착한 소지한이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무진을 향해 말했다.“그럼 강 대표님, 앞으로 즐겁게 협력하기를 바랍니다.”그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는 무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몸을 움직였다.접객실의 통창 앞으로 걸어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매우 예
성연은 마침 수업 시간이다.휴대전화를 꺼내 소일거리 삼아 게임이나 한 두 판 하려는데 소지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바로 전화를 받고 책상에 엎드렸다. 목소리도 약간 나른했다.“무슨 일이야?”차 안에서 소지한은 길다란 다리 두 개를 옆으로 벌리고 앉아 있었다.이 차는 특별히 그의 키에 맞추어 개조한 것이다. 그래서 1미터 80이 훌쩍 넘는 몸이면서도 차에 앉아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그는 여유로운 자세로 말했다.“내가 오늘 홍보모델 제의를 받았는데, 어느 회사인지 알아맞혀 봐?”그의 말투에는 웃음기가 배어 있다. “말 안 할 거면 끊어.” 성연은 알아서 추측할 마음이 없었다.소지한을 위해 촬영하는 동안 지칠 대로 지쳤다.지금도 허리가 시큰거리고 등도 아프다.가까스로 모처럼 느슨한 시간이 생겼으니 성연은 무조건 쉬고 싶을 뿐이다.그런 일들 따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수수께끼 놀이 같은 그런 무료한 게임을 할 마음이 없었다.“계집애, 너 나한테 정말 조금도 예의를 안 지켜.” 소지한은 웃으며 어쩔 수 없이 또 받아들였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누구에게야? 내가 너한테 진짜 말하는데. 나 지금 졸려. 너 말 안 하면 진짜 끊을 거야.” 성연이 하품을 했다.요 며칠 너무 피곤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연극 일도 병행해야 한다.이럴 시간이 있으면 성연은 잠을 보충하는 데만 쓰고 싶고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는 일이 너무 많았다.소지한도 뜸을 들이지 않았다. 정말 성연을 화나게 할까 봐 바로 말했다.“WS그룹 신제품의 홍보모텔이야. 강무진이 일부러 나를 찍은 건 탐색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해. 이번 광고 촬영은 숨길 수 없을 거야.”강무진, 이 사람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지난번 기사가 터졌을 때부터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단지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뿐.무슨 연유로 강무진이 갑자기 떠보려는지는 알 수 없다.결론은 성연과의 연결을 끊을 수 없다는 것.갑자기 할 말을 잃은 성연이 이를 갈며 말했다.“너 정말 나에게 일
저녁. 오늘은 무진이 일찍 퇴근했다.집에 돌아와서 성연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두 사람이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동안, 성연은 때때로 그를 여러 번 쳐다보았지만, 무진이 매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느껴졌다.그녀는 정말 무진이 화났다는 걸 조금도 분간할 수 없었다.아예 지금 음식이 올라오기도 전에 성연이 눈을 깜빡이고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배 고파요? 내가 주방에 다시 재촉하러 갔다 올까요? 저녁에 침을 좀 맞고 목욕을 해야 해요.”무진이 말이 없으니 그녀가 먼저 나서서 무진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볼 수밖에.무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만약 무진이 성연에게 물어보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무진이 이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람을 더 당혹스럽게 했다.사실 성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왠지 모르게 무진이 화가 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무진이 눈을 들어 성연을 한 번 쳐다보았다.평소 성연은 자신에 대해 이런 것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그러니 그녀의 목적은 뻔했다. 살살 구슬리면 아무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무진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의심했다.‘지금 속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거 아냐?’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혹시 무슨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라도 한 거야?”무진이 먼저 물어보자 성연이 떠보듯이 물었다.“아저씨 회사, 신제품 홍보모델로 소지한을 섭외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소지한 앞길 막으려고 그런 건 아니겠죠?”성연은 소지한의 일에 대해 좀 신경을 썼다.소지한은 연예계의 활동만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그러나 소지한이 연예계에서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게다가 소지한은 연기를 아주 좋아한다.성연은 소지한의 창창한 앞날이 자신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북성에서 강무진은 그야말로 막강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설사 소지한 같은 영화계 대스타라 하더라도 강
얼렁뚱땅 넘긴 성연이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진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아 다행이었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성연은 무진에게 침을 놓았다. 침을 다 맞은 무진이 약욕을 하는 틈을 타서 성연도 다른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더 이상 그녀의 손이 필요 없는 무진은 목욕을 끝내고 혼자 나오면 되는 것이다.그래서 성연은 무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무진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성연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침대 옆에 앉아서 무심하게도 잠든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만 젓는 무진이다.성연이 일부러 일의 앞뒤를 흐리게 하려 그랬다는 것을 잘 안다.예를 든다면, 시골 출신의 여자아이가 소지한 같은 유명 배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같은.하지만 결국 모르는 척했다. 차마 성연을 질책하기 힘들었던 탓이다.손을 내밀어 기다란 손가락으로 성연의 볼을 살짝 터치했다.맑고 깨끗한 그의 음성이 지금은 무슨 일인지 약간 잠겨 있었다.“평생, 넌 이제 얌전히 내 곁에 있어야 돼.”무진의 눈에서 강한 소유의 빛이 폭발하며 성연을 자신의 시선 안에 단단히 가두었다.무슨 좋은 꿈이라도 꾼 듯 성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아래 입술을 적셨다.아무것도 모르는 채.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린 무진은 성연 옆에 누워 품에 당겨 안았다.그리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이튿날, 개교기념일로 준비로 학교 전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나뭇가지들마다 오색 등과 색종이 띠들이 매달려 있었다.곳곳에 장식된 초롱 오색 띠들이 개교기념을 ‘경축’하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개교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많은 동아리들이 부지런히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몇몇 동아리들은 학교 내 곳곳의 장식을 맡아야 했다.또 각 동아리들의 내부 데코도 바꿔야 했다. 개교기념일엔 모든 동아리들의 데코에 점수가 매겨지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동아리에 시상을 하게 된다. 상금도 같이.성연이 동아리에 가니 모두가 바삐 움직이며 준비 중이었다. 가만히
머리가 아파 온 성연이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피할 방법이 없었다.다들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는데 자신이 안 한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됐어. 닥치면 닥치는 대로 하는 거지 뭐. 강무진이 정말 보러 올 생각이면, 내가 무슨 수가 막겠어?’‘나, 송성연이야.’여기까지 생각하며 겨우 떨어진 자신감을 다시 회복하는 성연이다.점심 시간, 성연은 잠시 시간을 내어 연수호 어르신의 저택으로 갔다.연 어르신은 이미 많이 호전된 상태였다.휠체어에 의지하지 않아도 그는 천천히 걸을 수 있는 상태.이 모두 성연의 덕이었다.그래서 연씨 저택을 방문한 성연은 모두로부터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성연이 들어서자 고용인이 각종 디저트와 과일, 그리고 차를 내어왔다.모두 성연이 이곳에서 맛있게 먹고 마시던 것들이다.어르신의 며느리이자 연씨 집안의 안주인인 하지연이 세심하게 기억했다가 고용인에게 준비하라 시킨 듯했다.어르신은 소파에 앉아 바둑을 두는 중이었다.성연의 치료에 대한 그의 믿음은 상당했다.오랜 친우 고학중의 제자이니, 그 실력이 어디 가겠는가?자기 옆 자리를 탁탁 두드리며 불렀다.“이리 와서 앉아.”성연이 어르신이 가리킨 곳에 앉으며 인사했다.“어르신, 요즘 컨디션은 괜찮으시죠?”“그래, 자네 덕에 많이 좋아졌어.” 온화한 표정으로 성연에게 대답하는 어르신의 눈가가 웃음으로 주름이 접혔다.“과찬이세요.”성연도 함께 미소를 지었다.어르신의 상태를 확인할 겸 왔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었다.그녀의 침술 외에도 연씨 집안 가족들의 공도 없을 수가 없었다.틀림없이 매일 자신이 요구한 대로 엄격하게 어르신의 상태를 관리해 왔을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어르신의 회복이 이처럼 빠를 수는 없었을 터.어르신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집을 든든하게 떠받치던 기둥이셨다.그러니 나이가 늙고 힘이 없어져도 존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성연은 어르신의 곁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그런데 갑자기 어르신이 성연에게 질문했다.“자네, 지금 애인이 있나?”
이른 아침, 샤넬의 전화를 받은 성연은 임신기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성연이 전통 지식들을 가르쳐 주자, 샤넬은 어리둥절하게 들으면서 목현수에게 받아 적도록 했다.“샤넬, 이건 현수 사형도 다 알아요. 사실 당신이 직접 물어보면 되는데 굳이 내게 물어볼 필요가 있어요?”성연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샤넬이 크게 웃는 소리를 듣고서야 비로소 샤넬이 뽐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무진은 최근 양대 조직의 부하들을 모두 모은 뒤에 훈련을 실시했다.손건호와 서한기는 서로 팀장 자리를 놓고 한바탕 겨뤘다.서로 치열하게 경합하자 결국 무진이 나서서 두 사람이 교대로 팀장을 맡고 한 달에 한 번 교대하도록 조치했다. 이번 달에는 서한기가 팀장을 맡도록 하자, 부팀장이 된 손건호는 불만이 가득했다.최종적으로 합친 조직의 이름은 무진과 성연의 이름에서 각각 한 글자씩 따서 ‘진성’으로 정했다.성연은 이 명칭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진성의 이름은 곧 전국, 나아가 전 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했다. 해외의 수많은 조직에서는 보스들이 분분히 부하들에게 앞으로 ‘진성’을 만나면 처벌하지 않을 테니까 임무를 바로 포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이렇게 많은 준비를 한 진성의 첫 임무는 당연히 연계진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는 것이다.“무진 씨, 이건 너무 사소한 일에 조직을 과다하게 사용하는 거 아니에요? 한 가문에 불과한 연씨 가문이 대단한 무력을 보유할 정도는 아니잖아요?”성연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무진에게 물었다.“나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적은 드러나지 않았고 우리는 드러난 상태야. 나는 더 이상 당신에게 어떤 위험도 없기를 원해. 그래서 안전을 확보하려고 조사하는 거야.”최근 한동안 무진은 운성시 전체에서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 전개되었고, 중견 기업의 기업가들과 일부 가문들도 연계진의 포섭을 받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약속한 이익이 매혹적이어서 적지 않은 사람들이 이미 매수되었다.물론 거절하는 쪽이 더 많았다. 그들은 모두WS그룹의 든든한 지원군으
이른 아침, 연계진은 최근에 구입한 운성의 저택 침실에 있었다.잠에서 깬 조수경은 손에 시가를 든 연계진이 창문 앞에 선 채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헐렁하고 섹시한 잠옷 차림의 조수경이 고양이처럼 가볍게 남자의 뒤로 다가가서 껴안았다.조수경은 이 남자의 능력은 무진에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믿고 있었다.‘이 남자는 성연에게 복수하겠다는 내 소원을 반드시 실현시킬 수 있을 거야.’고개를 숙여 자신을 껴안은 두 손을 보는 연계진의 눈빛은 차가웠지만, 입가에는 오히려 미소를 지었다.“일어났네!”“계진 씨, 정말로 진혜선과 결혼할 거예요?”이 남자를 따라다니면서 소원을 이루기만 하면 된다고 일찌감치 자신에게 다짐했지만, 스킨십이 있게 되자 조수경도 다소 감성적이게 되었다.몸을 돌린 연계진의 두 눈에는 순식간에 따뜻함이 가득했다. 손에 든 시가를 끄고는 돌아서서 활짝 웃으면서 조수경의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이건 반드시 해야 해. 진씨 가문의 실력은 WS그룹의 모든 지지 세력 중에서 가장 강력해. 진씨 가문과 혼인할 수만 있다면, 연씨 가문이 강씨 가문을 이겨서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거야!”남자는 마치 7, 8살 정도의 여자아이를 위로하는 것처럼 천천히 완곡하게 말했다.조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당신 말을 따를 테니까 나를 잊지만 않으면 돼요!”연계진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그럴 리가. 내 가장 큰 조력자인 당신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어. 내가 왜 가장 먼저 당신을 찾았겠어?”약속을 받자 조수경은 흡족했다.오늘이 계획 실행을 시작하는 순간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송성연, 결혼했다고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 너에게 가장 심각한 일격을 날려 줄게!”옷을 갈아입고 선글라스와 모자를 쓴 조수경이 총총히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연계진의 비서 서진아가 조수경을 그 감옥으로 안내하는 일을 책임질 것이다.한 시간 남짓 달려서 운성시 북쪽의 한 작은 도시에 도착했다.조수경은 절차에 따라서 접견실에서 송아연
“혜선 언니는 승낙했어요?”성연은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진혜선의 눈빛에 걱정이 드러났지만 곧바로 웃으면서 숨겼다.“아직 승낙하지 않았어. 하지만 무진이도 알겠지만 나는 집안의 결정을 거역할 수 없어. 당연히 두 사람의 도움을 청하고 싶어서 만나자고 한 거야.”“무진 씨보고 이 모든 걸 막아달라는 말이에요?”성연은 갑자기 뭔가 불편한 느낌이 솟아나는 걸 느꼈다.‘이건 결국 진혜선 자신의 혼사야. 내 남편이 다른 여자의 혼사에 간섭하는 건 어쨌든 좀 이상한 걸.’무진은 줄곧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다. ‘진씨 가문에서 뜻밖에도 연씨 가문과 가깝게 지내기로 결정할 줄은 몰랐어. 연계진은 도대체 어떤 좋은 점을 약속한 걸까?’‘두 집안이 이미 이렇게 오랫동안 연합하면서, 진씨 가문은 줄곧 기꺼이 강씨 가문의 거대한 조력자가 되어 주었어. 원래 진상철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자립해서 가문을 이끌 수 있었지. 아니면 WS그룹에서 나오는 진씨 가문의 이익을 차단할 수도 있었지만, 그때 진씨 가문 사람들은 그렇게 하는 걸 선택하지 않았어.’‘지금 갑자기 태도를 바꾸다니, 이건 정말 너무 이상한데.’무진의 마음을 한순간에 간파한 듯 진혜선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무진아, 진씨 가문에는 두 일가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우리 장남 일가는 과거에 줄곧 차남 일가를 눌렀기 때문에 이렇게 오랫동안 강씨 가문과 함께 할 수 있었어. 그러나 최근 차남 일가에서 진교철이라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 나왔어. 진교철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해외에서 돌아왔는데, 이번에 동의하지 않으면 우리 일가와 관계를 끊겠다는 거야.”“형제 간의 반목으로 가문을 불안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아버지는, 진교철의 요구에 동의하고는 나보고 연계진과 혼인하라고 하셨어. 아무튼 이번에는 정말 네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어.”이렇게 직접적인 진혜선의 SOS 요청에 무진은 다소 놀란 듯했다. ‘진혜선은 평소에 성숙하고 침착한 여장부의 모습을 보였어. 정말 부득이한 상황이 아니라면 이렇게 먼저 내게 도
진혜선이 고른 식당은 도심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한 시간 가까이 차를 탄 뒤에야 도착했다.남쪽에서는 흔치 않은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한옥이었다. 차에서 내리자 공기 중에는 은은한 풀내음이 났고, 개울가의 작은 다리와 고풍스러운 정자가 눈에 들어왔다. 상쾌한 환경에 아주 쾌적한 느낌이 들었다.이미 오래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진혜선이 성연을 보자 웃으면서 인사했다.“성연 씨 오늘 이 옷은 정말 운치가 있네. 과연 결혼한 여자야말로 진정한 매력이 넘치는 모양이야.”“혜선 언니 놀리지 마세요. 제가 어떻게 언니하고 여자의 운치를 비교할 수 있겠어요?” 성연은 진혜선의 옷차림을 관찰했다. 오늘은 오히려 캐주얼한 옷차림인데, 이전에 몇 번 봤던 화려한 옷차림과는 전혀 달랐다.‘정말 아름다워. 이렇게 간단하게 꾸몄는데도 막 대학을 졸업한듯한 모습이야.’하지만 성연은 진혜선이 무진보다 두 살 더 많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그래서 성연은 마음 속으로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혜선 언니와 무진 씨는 자연스럽게 친근한 관계야. 그리고 탁월한 능력에 저런 미모라면 내가 남자라도 마음이 움직일 거야.’“가자, 이 식당은 예약제야. 매일 여덟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 진혜선은 두 사람을 데리고 청룡각이라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이 여덟 테이블 중에서 청룡각이 제일 먼저 공략 대상이 될 게 분명해. 예약한 사람도 아마 더 많을 것 같은데.”무진은 진혜선을 바라보았다.진혜선은 고개를 끄덕였다.“확실히 좀 어렵긴 했어. 하지만 오늘 WS그룹 대표께서 오셨으니 이 사람들 복이기도 해!”고전적인 한복을 입은 종업원들이 메뉴를 건네주자 지배인이 공손하게 말했다.“강 대표님과 사모님, 두 분께서 메뉴를 좀 봐주세요. 고르기 어려우시면 제가 메뉴를 추천해 드리겠습니다.”무진은 성연에게 메뉴를 건네주었다.“좋아하는 게 있는지 한번 봐.” 성연이 메뉴를 보니 요리 이름도 ‘안개비 내리는 숲’ ‘눈 덮인 호숫가’ ‘호수의 기억’처럼 남쪽 지방의 정취가 가득한 독특한
무진이 일어나려고 할 때 갑자기 노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시 자리에 앉은 무진이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들어오세요!”손건호가 대답했다.문이 열리자 잘생긴 젊은 남자가 들어와서 무진을 향해 공손하게 말했다.“대표님 안녕하세요, 실례하겠습니다.”들어온 사람은 바로 소지연의 먼 친척이자 유럽지역 본부장인 소태경이다.“괜찮아요. 무슨 보고할 게 있습니까?” 무진은 평온한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다소 어색해하면서 몇 초 동안 망설이던 소태경이 결국 입을 열었다.“대표님, 바로 이 얘기인데요. 제가 사전에 상황을 알지 못했기 때문에 연계진 씨의 초청에 잘못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야 연씨 가문과 우리 WS그룹이 아주 직접적인 경쟁 관계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잘못된 처신을 처벌해 주시기 바랍니다!”무진은 소태경이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사죄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원래 그 일이었군요! 괜찮아요, 그런 정도까지는 아니에요. 당신을 유럽 지역의 본부장으로 임명한 건 능력을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또 이런 작은 일을 가지고 어떻게 소 본부장을 의심할 수 있겠어요?”무진은 온화한 미소를 지었지만, 소태경은 무진의 동작 하나 하나가 책략을 세우는 듯한 느낌이어서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소태경은 조금도 기쁜 기색이 없이 계속 말했다.“다음번에는 반드시 명심하고 절대 같은 실수를 범하지 않겠습니다. 이번에 귀국한 것도 사촌누님의 부모님을 보살펴 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결국 예전에 농촌에 있던 저를 데리고 나와 주셨기 때문입니다.”“효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겁니다. 나도 이 점을 굳게 믿습니다! 더 이상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일이 마무리되면 빨리 유럽으로 가서 진두지휘하세요. 지금 MS 가문은 이미 몰락했으니 소 본부장이 실력을 발휘해야 할 때입니다.”무진의 간단한 몇 마디에 사기가 고무된 소태경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눈빛을 빛냈다.“제가 반드시 우리 WS그룹을 유럽에서 3위 안에 들게 만들겠습니다!”소태경이 나가
WS그룹 대표 사무실.“보스, 보스가 안 계시던 요 며칠 동안 연계진은 파티를 크게 열었습니다. 북성의 명사들을 참석하도록 초청했는데 아주 떠들썩했습니다.”“뿐만 아니라 연계진은 비밀리에 우리 회사의 두 지역 본부장을 만났습니다. 유럽 본부장으로 새로 부임한 소태경과 북미 본부장 진상철입니다.”손건호도 유럽으로 따라갔지만, 북성에 배치된 모든 정보망은 끊임없이 계속 운영되고 있었다. 돌아오자마자 바로 모든 정보를 정리해서 가장 빠르게 무진에게 보고했다.소태경, 무진은 그 이름이 익숙했다. 소지연의 먼 사촌동생으로서 전에는 소지연을 도와서 유럽 업무를 처리했다. 소지연이 잘린 뒤에도 소태경은 계속 위로 올라갔다.진상철, 이 사람도 오랜 지인이었다. 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은 수십 년 동안 친밀한 관계를 이어 왔다. 무진이 둘째, 셋째 일가를 정리할 때 진씨 가문은 더욱 확고부동하게 무진의 모든 결정을 지지하였다. 물론 진상철은 바로 진혜선의 오빠라는 또 하나의 신분을 가지고 있다. 성격이 침착하고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북미 지역의 최근 2년 동안의 실적은 대단히 빠르게 늘어났다.연계진이 왜 하필 이 두 사람을 찾은 것인지 무진은 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만약 소태경만 찾았다면 오히려 이해할 수 있었을 것이다.결국 앞서 소지연의 일로 격노한 무진은 소씨 가문에 아주 쓰라린 교훈을 안겨주었다. 소씨 가문의 일맥인 소태경이 소지연의 복수를 생각하거나, 쉽게 모반을 획책한다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그러나 진상철 그는 무진보다 말을 아끼는 사람이다.진상철은 이미 북미 지역에 7년을 머물렀지만 돌아온 적이 없었다. 평소에 화상회의 외에는 모습을 보기 어려웠고, 무진도 기본적으로 진상철의 어떤 일에도 간섭하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업적을 올릴 생각만 하는 순수한 사람이었다.“그래서 네 말은 진상철이 최근에 귀국했다는 거야?” 이 핵심을 떠올린 무진의 입꼬리가 절로 떠올랐다.손건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렇습니다. 돌아온 지 며칠
북성, 이씨 가문의 저택.눈앞의 연계진을 살펴보는 이상효의 마음이 한바탕 복잡해졌다.유난히 얌전하게 홍차를 우려낸 소지연이 이상효 앞에 공손하게 차를 들고 왔고, 곧바로 손님에게도 차를 내주었다.마치 노예처럼 마음속으로 무수한 괴로움을 겪었지만, 소지연은 발버둥칠 수도 없었다.입덧을 꾹 참은 채, 언제든지 차를 추가할 수 있도록 찻주전자를 들고 옆에서 조심스럽게 기다려야 했다.‘나를 이렇게 쓰라린 처지로 만든 건 바로 송성연이야.’ 소지연은 수없이 분노하고 저주하면서 성연이 일찍 죽기만을 기원했다.“내게 기회를 주지 않는 게 좋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독사처럼 목덜미를 물어뜯겠어.”소지연의 마음은 이미 완전히 비뚤어졌다. 만약 뱃속의 아이가 아니었다면, 성연과 함께 죽을 생각도 수없이 많이 했다.지금 이상효는 스트레스가 엄청나다고 느꼈다. 당대에는 견줄 만한 바가 없던 결혼식에서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강씨 가문의 넓은 인맥과 막강한 권세였다. 가문의 모든 사람들이 이상효가 강씨 가문을 번거롭게 만드는 걸 반대하고 나섰다.그러나 이상효는 강력한 적일수록 베어 먹는 이익은 더욱 감동적이라면서 반박하는 의견을 제기하였다.이씨 가문의 세력은 너무 작아서 이렇게 큰 운성시에서는 전혀 주류를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야심은 반드시 강력한 세력에 의지해야만 실현될 수 있었다.의심의 여지없이 지금의 연계진은 아주 좋은 기댈 만한 세력이다.연씨 가문이 이번에 남방에서 손을 썼는데,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연씨 가문이 이미 재정비하고 일어섰다는 것을 똑똑히 알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아주 명확한 태도를 취했다. 물론 연씨 가문이 생각처럼 그렇게 약하지 않아서, 함께 협력하면 강씨 가문을 상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걸 이상효에게도 똑똑히 보여주기 위해서였다.만약 연계진이 그렇게 준수하고 깨끗하게 생기지 않았다면, 이상효는 좀 더 신임했을 것이다.“연계진 씨, 예전에 강씨 가문에 내분이 일어나서 죽기 살기로 싸웠을 때, 당신은 왜 그 기회를 틈타 뭔가
샤넬 가문의 보살핌은 꽤 괜찮았다.샤넬의 오빠는 심지어 저명한 의사들을 초청해서 무진과 성연에게 전신 검사까지 받게 했다.큰 문제가 없다는 게 확실해지자, 가주의 자격으로 며칠 더 묵으라고 열정적으로 초청했다.그러나 무진은 실혼전의 위협이 아직 남아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성연을 데리고 서둘러 국내로 돌아가려고 했다. 자신의 본거지인 북성에서만 적의 일거수일투족을 쉽게 장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목현수는 샤넬과 함께 공항으로 가서 무진과 성연을 배웅했다.성연의 눈은 예리했다. 샤넬의 아랫배가 이미 좀 커진 것을 발견하자, 자기도 모르게 한쪽으로 데리고 간 뒤 가볍게 웃으며 물었다.“정말 빠르네요. 얼마나 됐어요?”“얼마 안 됐어요. 한 달 남짓 밖에 안 됐어요.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성연 씨도 얼른 아기를 가지세요.”샤넬은 볼그스름하게 혈색이 좋아 보여서, 지금은 약간 탈바꿈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여자는 일단 생명을 잉태하면 순식간에 성숙해지는 모양이야.’“나도 아이를 좋아해서 빨리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결국 할머니 쪽에서도 재촉하시잖아요.” 성연은 가볍게 웃으면서 마지막으로 샤넬을 포옹했다.“자신을 잘 보살펴야 해요. 내가 의사라는 걸 잊지 말아요. 만약 모르는 게 있다면 언제든지 내게 물어보면 돼요.”샤넬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무진도 목현수와 악수를 나누었다. 두 사람은 마치 오랜 절친한 친구처럼 담소를 나누었다.앞으로 강씨 가문은 유럽에서 견고한 관계의 동맹 가문을 갖게 되었다. 무진은 귀국 후 유럽 시장을 다시 발전시키기로 결정했다. 샤넬 가문의 협조가 있으니 더 빛나는 성과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전용기에서 성연이 잠시 쉬고 있을 때, 무진은 국내의 경제 뉴스를 보고 있었다.갑자기 뉴스 하나가 무진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연운그룹 남부 지역 시장 진출 시작, 투자 총액 8조 원을 초과.]익숙하면서도 낯선 이 이름에 무진은 경계심이 들었다.‘북방의 연씨 가문은 이미 몰락하지 않았어? 20
“그때 스승님께서 갑자기 저를 쫓아내려고 하셨기에, 나는 감정이 바로 무너졌어요. 울면서 무릎을 꿇고 스승님께 그러지 말라고 빌었지요. 내가 도대체 뭘 잘못했는지 알 수가 없었어요.”“그러나 스승님은 차가운 표정으로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고, 단지 내가 물건을 정리하고 출국할 수 있게 조치하셨어요. 또한 앞으로는 평생 스승님의 이름을 거론해선 안 된다고 말씀하셨지요.”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목현수의 표정은 무척 복잡했다. 아마도 여전히 마음속으로는 억울하게 생각하는 듯했다.목현수의 설명을 끊지 않기 위해서 무진과 성연은 말없이 잠자코 있었다.“나중에 비행기를 타고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로 가게 되었어요. 그때는 정말 고통스러워서 이국땅에서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지요.”“하지만 스승님이 조치해 주신 사람이 줄곧 나를 보살펴 주었기에, 천천히 어두운 기억에서 벗어나서 배운 의술을 사용해서 가난하고 낙후된 마을 사람들을 돕고 치료하기 시작했어요.”“몇 년 후에 나는 스승님이 왜 나를 아프리카로 보내셨는지 깨닫게 되었어요. 내가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하기 위해 그러신 거예요!”목현수의 눈빛은 서서히 고무된 기색을 담고 있었다.그 후 아프리카의 작은 나라에서 목현수의 명성은 더욱 높아졌다. 목현수의 이름을 알게 된 유럽의 부유한 사업가들도 그를 유럽으로 초청해서 환자를 치료하게 했다.이를 통해서 목현수는 많은 돈을 벌었고 유럽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사문에서 쫓겨난 지 7년이 지난 뒤 마침 19세가 된 목현수는 편지 한 통을 받았다. 스승님께서 친필로 쓰신 편지였다. 일년 내내 스승님의 처방전을 보고 있었기에 사부님의 필체임을 알 수 있었다.사부님은 편지에서 마침내 예전의 원수를 찾았다고 언급하면서 스승님의 여생의 신념은 복수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사문에서 축출한 것은 목현수를 잘 보호하기 위한 부득이한 조치였을 뿐이라고 언급했다.그 편지를 본 목현수는 비통하게 울었다. 스승님이 자신에게 남긴 것은 오직 의술로 병을 치료해서 사람을 구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