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서두르는 가운데 속도를 내면서 성연의 촬영이 재빨리 마무리되었다.이제 더 이상 이리저리 옷을 갈아입지 않아도 된다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소지한에게 작별 인사를 한 후 데리러 온 서한기와 같이 성연이 촬영현장을 떠났다.소지한은 사진작가가 찍은 성연의 사진을 넘겼다.한 장, 한 장의 사진들이 모두 아름다웠다.어느 각도에서든, 어떤 조명 아래 찍은 것이든 모두 다 훌륭했다.어떤 모델들을 세웠을 때보다 만족스러운 사진들이었다.성연이 할 생각을 안해서 그렇지 하기만 했다하면 이렇듯 사람을 놀래킨다.소지한은 촬영 현장에 남아서 아주 흥미진진한 모습으로 사진들을 살폈다.그런데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 소지한의 모습을 본 매니저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이 사진들, 도대체 하루에 몇 번이나 보는 거야? 이제 그만 봐, 할 말이 있으니까.” “예술을 감상할 줄 몰라.”가볍게 코웃음을 친 소지한이지만 매니저가 일이라고 말하자 그대로 사진을 내려놓았다.매니저가 곧장 말했다.“WS그룹에서 신제품 홍보모델로 널 쓰고 싶대.”WS그룹의 제품은 업계에서 알아줄 만큼 최상의 품질을 자랑했다. 수많은 스타들이 WS그룹의 홍보모델이 되려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 실정이다.일단 WS라는 꼬리표를 달기만 하면 이후 어느 방면에서든 그 위상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다고 보면 된다.이건 소지한에게도 좋은 기회였다.소지한이 비록 대단한 영화 배우이지만 WS그룹과의 콜라보가 더해진다면 그의 위상이 더 높이 올라갈 건 자명하다.매니저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지만 멋대로 혼자 결정을 내리지 않고 소지한의 의견을 물으러 왔다.그러나 그가 바로 확답을 하지 않자 매니저가 긴장하기 시작했다.“아이고, 조상님들, WS그룹이라는 이 이름, 더 이상 내가 말할 필요도 없이 너도 잘 알 테지. WS는 정말 명품 중의 명품이야. 만약 이번에 콜라보를 하기라도 한다면, 이후 작품은 완전 네 마음대로 고르는 거야.”“설마 지금은 아니지?” 소지한이 눈썹을
손건호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마음속으로 군시렁거렸다.예전의 보스는 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계약을 앞두고도 조급해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 지금, 짐작이긴 하지만, 결국 작은 사모님 때문이겠지? 소지한이 돌연 결정을 번복할까 걱정인 거겠지.비록 이렇게 속으로 투덜거리지만, 손건호는 착실히 야근을 할 것이다.그날 밤, 회사에 남은 손건호는 밤새 계약서를 작성했다.무진어 집에 돌아왔을 때는 이미 9시가 다 되가는 시간이었다.요 며칠 바쁘다 보니 집에서 성연과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집에 돌아오자 집사가 바로 마중을 나와 무진의 손에 든 외투를 받았다.“도련님, 따뜻한 국물 요리 좀 드시겠어요? 저녁에 준비한 국이 아직 따뜻할 겁니다. 작은 사모님이 도련님 오시면 드리라고 특별히 남겨 두신 겁니다.”집사의 말을 듣던 무진이 동작을 멈추었다.“정말 그녀가 나에게 남기라고 한 겁니까?”“네, 도련님 요즘 많이 힘드시다고 돌아오시면 따뜻한 국물이 생각날 수도 있으니 좀 데워 놓으라고 작은 사모님이 당부하셨습니다.”무진이 자라는 과정을 지켜본 집사는 성연이 오면서 무진에게 많은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했다.자신들 같은 노인네들은 그저 그 변화에 기쁘고 위안이 되었다.“그러죠.” 무진어 말투는 차분했지만, 말을 하며 올라간 입 꼬리는 더 이상 내려오지 않았다.마음이 가득 채워지는 느낌이다.보아하니, 그동안 성연에게 잘해 준 게 헛된 게 아닌 듯하다.‘요것, 인제 날 생각해서 챙길 줄도 아네.’무진이 거실로 가서 성연의 모습을 찾았다.평소에 자신이 돌아오면 늘 호들갑스러운 성연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는데, 어째 오늘은 아주 조용했다.무진이 이상하다는 듯이 집사에게 물었다. “집사님, 성연이는요?”“작은 사모님은 조금 전까지도 여기서 게임을 하고 계셨습니다.” 집사도 멍한 표정을 지었다.‘방금까지 여기에서 봤는데…….’안으로 더 들어간 무진이 소파에 웅크리고 있는 성연의 모습을 보고 순간 마음이 녹았다.방금
다음날, 무진이 아침 일찍 회사에 도착해서 사무실에 앉자마자 손건호가 들어와서 보고했다.“보스, 소지한 배우가 도착했습니다.”밤새 계약서를 서둘러 작성하느라 손건호의 눈엔 잠기운이 어렸다.그러나 무진 곁에 오랜 시간 있으면서 이런 고강도의 업무에 이미 적응한 상태였다.무진은 수중의 일을 놓고 바로 접대실에 가서 소지한을 만났다.두 다리를 꼬고 긴 다리를 곧게 탁자 옆까지 쭉 뻗은 채 보스 같은 자세로 앉아 있는 소지한은 WS그룹이라고 자세를 굽히지 않았다.이들의 제안에 승낙할 것이지만 직접 와서 보고 싶기도 했다. 자신들의 보배인 성연의 약혼자가 어떤 인물인지.소문이 썩 좋지 않은 이 강씨 인물은 우리 보배단지에게 어울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소지한의 눈에 그저 부족하다 뿐이겠는가? 그야말로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정도였다.‘이런 인물이 어떻게 우리 보배단지와 함께 있을 수 있단 말이야?’그런데 이 강무진이라는 인물이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좀 달랐다.블랙 슈트 차림의 강무진은 큰 키를 가지고 있었으며, 냉엄해 보이는 얼굴은 여느 스타들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특히 저 검은 눈동자는 위압감마저 들 정도다.소지한의 표정이 다소 가라앉았다. 강무진이 내뿜는 카리스마가 장난 아니었다.심지어 자신의 포스보다 은근히 더 강하게 느껴졌다.소지한은 정색을 했다. 자신이 ‘적을 가벼이’본 것이다.무진은 소지한의 표정 변화를 못 본 척했다.강무진이 걸어오며 두 사람은 관례적인 인사말을 나누었다.“소 배우님, 반갑습니다.” 무진이 먼저 인사를 했다.어쨌든 호스트로서 사람을 그냥 못 본 채 할 순 없으니까.이 콜라보도 자신들이 먼저 제안한 거니까.허세를 부리거나 신중한 것도 때가 있었다. 무진은 그 점을 아주 잘 파고 들었다.소지한도 의례적인 미소를 지었다.“강 총괄대표님,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그의 이 웃음은 조금도 진실해 보이지 않는 것이 딱 봐도 직업적인 거짓 웃음이다.물론 연예계에 몸담은 이라면 필수적으로 장착해야 할 기술이다.
소지한이 웃으며 말했다.“그것뿐인가요? 나는 또 우리 성연이와의 관계 때문인 줄 알았죠.”그는 고의로 성연의 이름을 꺼냈다. 무진이 성연에게 신경 쓰는지를 보고 싶었다.성연이 멍청하게 빠져서 이용당하지 않게.성연은 여러 면에서 확실히 강했다.하지만 감정면에서는 여전히 백지 같았다.성격은 또 너무 곧았다.다른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앞으로 성연이 감정적으로 상처를 입을까 봐 걱정될 뿐.그래서 마지막에 성연과 무진이 맺어지고 말고는 상관없다.우선 강무진의 인품을 볼 것이다.소지한의 입에서 친근한 호칭이 나오자 무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우리 성연이?”별 내색하지 않고 소지한을 힐끗 보았다.“너무 많이 생각하시는군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일 뿐. 소지한 씨와 제가 계약을 하는 것은 당신의 인기와 대중적인 영향력 때문이지, 다른 것과는 일체 상관없습니다. 소 배우님이 이 제안을 받아들인 건 설마 제시한 계약금이 다른 어느 곳보다 높기 때문 아닙니까?”표면적으로는 아무리 평온한 듯 굴어도 무진 자신은 알고 있었다. 지금 그의 마음에 얼마나 거센 파도가 치고 있는지.설령 자신과 성연이 꽤나 친밀하게 지낸다 하더라도 때때로 느껴진다. 성연의 마음 속까지 닿을 수 없음을.두 사람 사이에는 항상 골짜기가 가로놓여 있는 듯했다. 지금까지 저렇게 조금도 거리낌 없이 성연을 부를 정도로 친밀한 적은 없었다. 항상 가까이 다가가길 시도했지만 때로는 성연의 뒤로 물러나는 모습 때문에 무기력함을 느끼기도 했다.그는 성연에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었다.소지한처럼 언제 어디서든 저런 다정한 호칭을 부르는 일은 무진과 성연 사이에는 없었다.소지한이 고의적이든 아니든 무진은 그의 감정이 이미 한계에 이르렀다고 느꼈다.옆에 서 있던 손건호는 자기 보스의 표정이 좋지 않은 것을 보았다.그런 미세한 차이를 손건호는 구별할 수 있었다.소지한도 인물이긴 했다. 처음 만나는 자리에서 자기 보스의 감정을 이처럼 요동치게 하다니 말이다. 처음이었다.손건호가 즉시
두 사람의 손은 닿자마자 떨어졌다. 시선은 허공에서 잠시 만났다 비켜갔을 뿐.그런데 왜 두 사람 사이에 총탄 냄새가 작렬하는 느낌인지 알 수가 없다.옆에 있던 매니저는 경직된 분위기를 느꼈다.상황을 지켜보다 얼른 나와서 원만하게 수습하기 위해 두 사람 사이를 막아섰다.결국 그런 착각마저 들었다. 만약 보지 않으면 곧장 달려들어 싸울 것 같은 두 사람이다.매니저가 중간에 끼어들어 말했다.“우리 소 배우의 능력은 의심할 필요가 없습니다, 강 대표님. 걱정 마십시오. 반드시 촬영 끝내주게 잘 할 겁니다.”말하면서 매니저는 계약서를 소지한 앞에 밀었다.소지한이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 매니저는 어쩔 수 없었다.아, 연예인들이란. 정말 데리고 다니기가 힘들다.그는 서서히 소지한에게 다가가 그의 귓가에 대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이를 가는 듯한 말투였다.“이봐, 조상님. 우리가 돌아가서 소란을 피우면 안 될까? 여기는 남의 본거지에서 이길 것 같아? 아니면 이 일 접고 싶어?” 간단히 말해서, 비록 소지한이 엄청난 스타이긴 해도 북성에서 WS그룹과는 상대가 안되는 것이다.현재 그들의 능력으로는 눈에 찍혀서 좋을 게 없었다.소지한도 일의 경중과 완급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정도로 거의 충분했다.앞으로 WS그룹에서 촬영하면서 강무진과 맞붙을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테니까.소지한이 후한 조건을 받아들이며 계약서를 받아 ‘쓱쓱쓱’ 두 세 번 이름을 쓰는 것으로 사인을 마쳤다.서로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서 서류는 모두 1식 2부였다.소지한은 다른 한 부를 가져가고 서명한 몫은 무진에게 남겨주었다.계약을 체결한 후 소지한은 마스크와 선글라스를 썼다.입구에 도착한 소지한이 잠시 멈추었다가 고개를 돌려 무진을 향해 말했다.“그럼 강 대표님, 앞으로 즐겁게 협력하기를 바랍니다.”그는 자신이 할 말만 하고는 무진의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바로 떠났다.얼마 지나지 않아 무진이 몸을 움직였다.접객실의 통창 앞으로 걸어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매우 예
성연은 마침 수업 시간이다.휴대전화를 꺼내 소일거리 삼아 게임이나 한 두 판 하려는데 소지한으로부터 전화가 왔다.바로 전화를 받고 책상에 엎드렸다. 목소리도 약간 나른했다.“무슨 일이야?”차 안에서 소지한은 길다란 다리 두 개를 옆으로 벌리고 앉아 있었다.이 차는 특별히 그의 키에 맞추어 개조한 것이다. 그래서 1미터 80이 훌쩍 넘는 몸이면서도 차에 앉아서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그는 여유로운 자세로 말했다.“내가 오늘 홍보모델 제의를 받았는데, 어느 회사인지 알아맞혀 봐?”그의 말투에는 웃음기가 배어 있다. “말 안 할 거면 끊어.” 성연은 알아서 추측할 마음이 없었다.소지한을 위해 촬영하는 동안 지칠 대로 지쳤다.지금도 허리가 시큰거리고 등도 아프다.가까스로 모처럼 느슨한 시간이 생겼으니 성연은 무조건 쉬고 싶을 뿐이다.그런 일들 따위 상대하고 싶지도 않았다.수수께끼 놀이 같은 그런 무료한 게임을 할 마음이 없었다.“계집애, 너 나한테 정말 조금도 예의를 안 지켜.” 소지한은 웃으며 어쩔 수 없이 또 받아들였다. “우리 둘 중에 누가 누구에게야? 내가 너한테 진짜 말하는데. 나 지금 졸려. 너 말 안 하면 진짜 끊을 거야.” 성연이 하품을 했다.요 며칠 너무 피곤해서 동분서주하면서 연극 일도 병행해야 한다.이럴 시간이 있으면 성연은 잠을 보충하는 데만 쓰고 싶고 아직도 그녀를 기다리는 일이 너무 많았다.소지한도 뜸을 들이지 않았다. 정말 성연을 화나게 할까 봐 바로 말했다.“WS그룹 신제품의 홍보모텔이야. 강무진이 일부러 나를 찍은 건 탐색하기 위한 의도라고 생각해. 이번 광고 촬영은 숨길 수 없을 거야.”강무진, 이 사람은 결코 멍청하지 않았다.지난번 기사가 터졌을 때부터 그는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단지 진실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을 뿐.무슨 연유로 강무진이 갑자기 떠보려는지는 알 수 없다.결론은 성연과의 연결을 끊을 수 없다는 것.갑자기 할 말을 잃은 성연이 이를 갈며 말했다.“너 정말 나에게 일
저녁. 오늘은 무진이 일찍 퇴근했다.집에 돌아와서 성연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두 사람이 같은 식탁에 앉아 식사하는 동안, 성연은 때때로 그를 여러 번 쳐다보았지만, 무진이 매우 아무렇지 않은 듯이 느껴졌다.그녀는 정말 무진이 화났다는 걸 조금도 분간할 수 없었다.아예 지금 음식이 올라오기도 전에 성연이 눈을 깜빡이고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배 고파요? 내가 주방에 다시 재촉하러 갔다 올까요? 저녁에 침을 좀 맞고 목욕을 해야 해요.”무진이 말이 없으니 그녀가 먼저 나서서 무진의 기분이 어떤지 알아볼 수밖에.무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런 말이 없었다.만약 무진이 성연에게 물어보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무진이 이처럼 한 마디도 하지 않는 모습은 그야말로 사람을 더 당혹스럽게 했다.사실 성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었다.그러나, 그녀는 왠지 모르게 무진이 화가 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무진이 눈을 들어 성연을 한 번 쳐다보았다.평소 성연은 자신에 대해 이런 것들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그러니 그녀의 목적은 뻔했다. 살살 구슬리면 아무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무진은 저도 모르게 속으로 의심했다.‘지금 속에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는 거 아냐?’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혹시 무슨 양심에 부끄러운 일이라도 한 거야?”무진이 먼저 물어보자 성연이 떠보듯이 물었다.“아저씨 회사, 신제품 홍보모델로 소지한을 섭외했다고 들었는데, 혹시 소지한 앞길 막으려고 그런 건 아니겠죠?”성연은 소지한의 일에 대해 좀 신경을 썼다.소지한은 연예계의 활동만으로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다.그러나 소지한이 연예계에서 현재의 위치까지 도달하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게다가 소지한은 연기를 아주 좋아한다.성연은 소지한의 창창한 앞날이 자신 때문에 망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북성에서 강무진은 그야말로 막강한 존재라 할 수 있었다.설사 소지한 같은 영화계 대스타라 하더라도 강
얼렁뚱땅 넘긴 성연이 마침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무진이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아 다행이었다.저녁 식사가 끝난 후, 성연은 무진에게 침을 놓았다. 침을 다 맞은 무진이 약욕을 하는 틈을 타서 성연도 다른 욕실에서 샤워를 했다.더 이상 그녀의 손이 필요 없는 무진은 목욕을 끝내고 혼자 나오면 되는 것이다.그래서 성연은 무진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무진이 목욕을 마치고 나오자 성연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침대 옆에 앉아서 무심하게도 잠든 그녀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만 젓는 무진이다.성연이 일부러 일의 앞뒤를 흐리게 하려 그랬다는 것을 잘 안다.예를 든다면, 시골 출신의 여자아이가 소지한 같은 유명 배우를 어떻게 알고 있는 건지 같은.하지만 결국 모르는 척했다. 차마 성연을 질책하기 힘들었던 탓이다.손을 내밀어 기다란 손가락으로 성연의 볼을 살짝 터치했다.맑고 깨끗한 그의 음성이 지금은 무슨 일인지 약간 잠겨 있었다.“평생, 넌 이제 얌전히 내 곁에 있어야 돼.”무진의 눈에서 강한 소유의 빛이 폭발하며 성연을 자신의 시선 안에 단단히 가두었다.무슨 좋은 꿈이라도 꾼 듯 성연이 입꼬리를 올리며 아래 입술을 적셨다.아무것도 모르는 채.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린 무진은 성연 옆에 누워 품에 당겨 안았다.그리고 곧바로 잠이 들었다.이튿날, 개교기념일로 준비로 학교 전체 분위기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나뭇가지들마다 오색 등과 색종이 띠들이 매달려 있었다.곳곳에 장식된 초롱 오색 띠들이 개교기념을 ‘경축’하는 느낌을 물씬 풍겼다.개교 기념일이 다가오면서 많은 동아리들이 부지런히 행사 준비를 하고 있었다.그 가운데 몇몇 동아리들은 학교 내 곳곳의 장식을 맡아야 했다.또 각 동아리들의 내부 데코도 바꿔야 했다. 개교기념일엔 모든 동아리들의 데코에 점수가 매겨지고,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동아리에 시상을 하게 된다. 상금도 같이.성연이 동아리에 가니 모두가 바삐 움직이며 준비 중이었다. 가만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