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모두 뽑은 성연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연씨 집안 며느리가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고 선생님, 식사는 하셨어요?”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뇨.”수업이 끝나자마자 와서 시간에 쫓기듯 시술했지만 너무 늦게 끝나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음식을 먹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며느리가 자책했다. 어째서 일찍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고.성연이 손님으로서 찾아와 도와주었는데, 그 정도도 제대로 못 챙겨 주다니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긴 시간 바쁘게 치료했는데, 정말 안될 말이었다.마음속으로 자책하던 그녀는 좀 더 겸손한 태도로 열심히 설득했다.“고 선생님을 제대로 못 챙겼군요. 정말 섭섭하게 해 드렸어요. 꼭 남아서 식사하고 가셔야 해요.”“이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 집에 돌아가서 먹으면 됩니다. 귀찮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성연이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연씨 집안에 처음 온 터라 아직 많이 낯설고 어색했다.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기도 했다.게다가 강무진이 아직 여기에 있으니 더더욱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거절하는 것을 본 며느리가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선생님, 이렇게 번거롭게 당신을 오게 했는데, 식사마저 하지 않고 그냥 간다면 결국 내가 대접을 소홀히 한 게 아니겠어요? 아버님 뵙기도 민망하네요.”“고 선생님, 그냥 평소의 식사이니 남아서 드시고 가세요.” 아들도 옆에서 자꾸 권했다.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성연 또한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면 정말 인정머리 없어 보일 터.결국 성연은 저들의 설득을 이기지 못하고 남아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무진도 식탁에 함께 앉았다.성연은 식사하는 내내 그와는 어떤 말도 섞지 않고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지금 고 선생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강무진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성연은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은 일부러 피하고 잘 먹지 않던 것만 집어 조금씩 먹었다.‘이러면 자신이라는 생각을 강무진이 할 수 없겠지?’성연은 평소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어본 것 같아.식사하는 내내 성연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가슴이 조마조마하다.마음이 잔뜩 긴장되어 무진이 자신을 알아보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그러나 오늘 자신은 중무장을 하고 또 특제 인피도 썼다. ‘강무진이 그저 떠 본 것일 뿐이야. 날 알아보지도 못했잖아?’성연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어서 빨리 식사를 마친 후 이 숨 막히는 곳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끝내 운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여기 와서 병을 치료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강무진을 만났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었다.성연은 태어난 이래 가장 불편한 식사를 했다.식사 후에 성연이 약을 남기고 며느리에게 복용법을 알려주었다.“앞으로 매일 와서 어르신께 침을 놓을 겁니다. 어르신이 제때에 약을 복용하게 하세요.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성연이 다소 엄한 표정으로 당부했다.자신의 말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랬다.연씨 어르신의 병세는 약물과 침구 치료를 함께 병해해야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고 선생님.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요.”연씨 일가 모두 어르신의 병세를 최우선으로 중시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처럼 힘들게 의사들을 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어르신이 젊었을 때는 모든 연씨 집안을 안전하게 지켰다.집안의 아이들은 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가족들이 어르신에게 절대적인 존경과 효성을 보였다. 한 점 모호함 없이 말이다.약을 받은 후, 연씨 집안 며느리가 고개를 돌려 연경훈에게 말했다.“경훈아, 고 선생님을 모셔다 드리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가는 건 위험해요.”눈을 크게 뜬 연경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가리켰다.잘못된 들은 게 아닐까? 자신 더러 성연을 집에 데려다 주라니 말이다. 자신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잘 아시는 분이.‘어머니가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네.’
돌아가는 도중에 무진은 성연의 주소를 물었다.“고 선생님, 댁이 어디십니까?”입가를 삐죽거리던 성연은 자신이 어디에 산다고 말을 했는지 생각이 안 났다. ‘아, 정말 난리 났네?’속으로 조용히 눈을 한 번 뒤집었다. 주소 문제는 해결하기 좀 어려웠다. 성연은 결국 서한기의 주소를 말했다.고개를 끄덕인 무진은 운전기사에게 그리로 가자고 지시한 후에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성연은 아직도 의심스러웠다. 강무진이 적어도 자신에게 이것저것 막 물어볼 것이라고 예상했던 것이다.그런데 그렇지 않았다.차가 빠르게 달리는 동안 두 사람은 아무 말도 없었다. 왠지 모르게 성연은 좀 어색했다.그러나 강무진이 말을 하지 않으니 좋았다. 또 핑계거리를 찾아 대답하지 않아도 되니까 말이다.서한기의 거처 앞에 도착한 후, 차에서 내린 성연이 무진에게 인사를 했다.“오늘 강 대표님께 정말 폐를 끼쳤습니다.”성연을 힐끗 쳐다본 무진이 손을 들어 기사에게 운전하라고 지시했다.차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성연은 서한기의 주택단지 뒤쪽으로 미친듯이 달려갔다. 서한기는 차를 거기에 세워 두었다.서한기는 성연과 몇 마디 하고 싶었지만, 급하게 달려오는 성연을 보았다.누가 성연의 뒤에서 쫓아오는 줄 알고 그녀의 뒤를 살펴보니 아무도 없었다.그럼 우리 보스는 도대체 왜 달려오는 거야? 서한기는 이해가 안되었다.차문을 연 성연이 다시 ‘탕’하고 차문을 닫았다.계속 달려와서 차에 올라탄 성연은 아직 약간 숨을 헐떡였다.가까스로 숨을 돌린 성연이 말했다.“빨리, 가장 빠른 속도로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가, 최대한 빨리.”말하는 동시에 성연은 칸막이를 내려 서한기의 시선을 차단했다.그리고 가면을 찢어버리고 옷을 벗고 교복으로 갈아입었다.서한기는 오솔길을 가로질러 가장 빠른 속도로 운전했다. 서한기의 차는 속도가 아주 뛰어났다. 운전한 지 10여분이 지난 후, 서한기는 성연이 아직 준비가 덜 되었다고 생각하고 입을 열었다.“보스,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 왜 그렇게 조급
성연이 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사가 나왔다. 초조한 얼굴로 성연을 보던 집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작은 사모님, 오늘 어디 가셨습니까? 운전기사가 사모님을 못 만나 난리였습니다. 하마타면 불안해 죽을 뻔했습니다.”성연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운전기사에게 소식을 보냈는데요.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먼저 돌아가라고. 혼자 오면 되니까 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그렇습니까?” 집사는 운전기사만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성연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성연이 이제 성인이니 무슨 일이 생기겠나,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진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집에서 기다렸던 것이다.“네, 내 기억으로는 그렇게 말했는데.” 성연이 휴대폰을 꺼냈다.그런데 그녀의 휴대폰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여태 몰랐다. 수업을 마치며 운전기사에게 보낸 메시지에 빨간 느낌표가 떠 있었다.그때 성연은 연씨 집안에 황급히 가면서 확인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이건 정말 자신의 잘못이다. 성연은 머리를 통통, 두드리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집사님. 걱정하게 했어요. 다음에는 일이 있으면 꼭 미리 전화해서 알려줄 게요.”성연의 휴대폰 메시지를 집사도 보았다.그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단지 걱정이 된 것뿐입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요.”“무슨 일 있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성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다른 사람이 어디 감히 그녀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느낌도 그런대로 괜찮았다.“참, 사모님, 식사하셨어요? 도련님도 오늘 일이 있어서 늦게 온다고 하셨는데.” 집사는 나중에 잠시 그런 생각도 했었다. 젊은 두 부부가 데이트하러 가서 안 돌아온다고 말이다.그러나 강무진의 성격으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이제 성연 혼자 돌아왔으니 집사의 마음속 추리도 사라졌다.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책가방을 정리한 후에야 말했다.“이미 친구들
다음 이틀 동안, 성연은 기본적으로 매일 밤 늦게 돌아왔다. 매일 연씨 집안으로 어르신을 치료하러 갔던 때문이다.무진에게는 동아리 모임이라고 말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의 매번 치료를 마치고 나오려면 다들 지극정성으로 권하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하고 저녁을 먹게 되었다.연씨 어르신은 사부님의 친구이다 보니, 그 가족들에 대해서는 성연은 정말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못이기는 척하며 타협한 결과였다.성연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은 이것 만이 아니었다.강무진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거의 매일 밤마다 연씨 저택으로 찾아왔다.그리고 성연과 침을 놓는 방법에 대해 토론했는데, 이 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아니, 성연이 밥을 다 먹자마자 강무진이 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마음이 좀 초조했지만 지금 지금의 신분으로 강무진에게 대답하지 않으면 또 곤란했다.그래서 성연은 참을성 있게 강무진에게 설명하였다.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 문제에 대답하자마자 강무진은 또 다른 문제를 물었다.성연은 주먹을 쥐고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대표님, 침구라는 것은 자신의 깨달음을 보아야 합니다. 어떤 것은 실천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인데, 나는 단지 입만 가지고 말하는 겁니다. 당신은 배울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 침구를 배우고 싶다면, 차라리 선생님을 청해서 당신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말을 듣던 강무진의 반응도 매우 침착했다. 그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고 선생님을 보니 이 방면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것 같군요. 나도 이 방면에 관한 책을 좀 보았다. 고 선생님 정도의 나이에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고 선생님의 경험을 묻어 보고 싶군요. 고 선생님, 괜찮으시죠?”“대표님은 배우고 싶은 게 아니시군요. 침술을 알아서 무엇을 하려고요?” 팔짱을 두른 성연의 눈빛이 좀 차가웠다.“배움의 세계는 끝이 없죠. 침구에 대해서도 많은 흥미가 생기는군요.”
무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연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이.그는 성연을 바라보았다.“고 선생님, 나는 단지 어르신을 방문하러 온 것입니다. 아마도 고 선생님이 오해하시는 행동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손건호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하마터면 차를 도랑으로 몰고 갈 뻔했다.강무진은 지금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 말이다. 설령 없다고 해도 저 여자는 자기 얼굴도 안 보나 보다. 어떻게 감히 저런 경천동지할 말을 할 수 있는지, 손건호는 정말 신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손건호는 몰래 뒷좌석을 한 번 보았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들이었다. 도무지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오히려 서로 대치하고 있는 듯한 상황?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서 손건호는 더 이상 돌아보지 않은 채 안전 운전만 할 뿐이었다.“그건 아닌데요.” 성연은 강무진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다.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강무진이 뭘 알아낸 건 아닌지 머리가 아팠다.원래 대로라면 강무진은 회사를 경영하느라 엄청 바쁜 사람이었다.어떻게 무료하다는 듯이 매일 여기 와서 자기만 주시하고 있을 수 있냐 말이다.논리적으로 말하자면, 좀 불가능한 것 같다.그러나 강무진은 또 단순히 어르신을 보러 온 것 같지도 않았다.이 점이 도저히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만약 내가 어떤 행동을 해서 고 선생님을 오해하게 했다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나는 이미 약혼녀가 있습니다. 고 선생님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무진이 이 말을 할 때, 눈을 성연에게 맞추어 예의 주시하며 어떤 반응도 놓치지 않았다.성연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주먹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강무진이 해명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탐색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성연은 얼떨결에 대답하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정말 대표님을 오해했었네요. 대표님이 이렇게 매번 바래다주시면 약혼녀가
더 이상 강무진이 말로 허점을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성연은 오전 수업이 끝난 후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연씨 집안의 어르신, 연수호 장군에게 침을 놓기로 했다.일부러 무진과 부딪히지 않을 시간을 정해서 마침내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다.덕분에 며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그러나 연경훈과 이야기하는 건 괜찮았다.처음 봤을 때처럼 싫어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조금씩 호전됨에 따라 성연에 대한 인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다.지금은 집에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성연을 돕고 있었다.점심 때 마침 연경훈이 점심을 먹으러 집에 돌아왔다.부친 연강휼과 모친 하지연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연이 보이지 않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코트를 벗어 한쪽편에 툭 던진 연경훈이 넥타이 매듭을 풀며 모친에게 물었다.“고 선생은 오늘 안 오나요?”그런 그의 모습을 본 연경훈의 모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집에 오자마자 고 선생은 왜 찾아?”“편하게 묻지도 못해요?” 시큰둥하게 대꾸한 연경훈이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 방에 있는 성연을 보고는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들었다.올라온 김에 내처 방 안으로 들어간 연경훈이 물었다.“내가 도울 일이 필요해요?”연경훈의 음성을 들은 성연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지시했다.“마침 잘 왔어요.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수건을 적셔 줘요.”“알았어요.”연경훈이 두말없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욕실로 들어갔다.곧이어 수건과 뜨거운 물을 받아서 돌아왔다.수건을 건네받은 성연이 온도를 확인한 후 어르신에게 찜질을 했다.어르신의 몸에 침이 가득 꽂히고 나서야 성연은 옆에 앉아 잠시 쉬었다.매번 시침이 끝날 때면 언제나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연경훈이 성연에게 물잔과 휴지 한 장을 건넸다.휴지를 받아 땀을 닦은 성연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옆에다 잔을 내려 놓았다.“많이 힘들어요?” 연경훈이 친절하게 물었다.“견딜만해요.” 성연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대충 대답했다.
“경훈이 어떻게 된 거지? 쟤가 저런 살뜰한 모습으로 누굴 대하는 것 본 적 있어요?” 경훈의 모친 하지연이 자스민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목소리를 낮춰 남편에게 말했다.“녀석, 얼굴에 다 드러내고 있는데 그걸 눈치 못 채겠소? 음, 분명 고 선생을 마음에 둔 것 같아.”남편 연강휼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눈썹을 찡그리고 있던 하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 치료가 끝난 후, 성연은 오후 수업 시간에 맞추어 돌아가야 했다.경훈과 성연이 차례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하지연이 일어나며 말했다.“고 선생님, 벌써 돌아가게요? 좀 더 있다 가지 않고요?”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오후에 일이 있어서 돌아가야 해요.”일이 있다고 하니 하지연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식사 시간도 이미 지났고 말이다.그래서 성연에게 케익이 포장된 상자를 건넸다.“집에서 직접 만든 거예요. 주방장의 솜씨가 괜찮아요. 가지고 가서 맛 한번 봐요.”예쁘게 포장된 상자에 담긴 케익은 흐트러지지 않게 단단히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끼 식사로 넘칠 정도의 양이었다.하지연은 매번 성연에게 먹을 것들을 포장해 주었는데, 마치 성연을 먹이지 못해 한이 맺힌 듯 보일 정도였다.성연이 상자를 드니 꽤 묵직한 것이 또 얼마나 담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케익이야 뭐 그리 비싸겠는가. 어찌 되었든 주는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다만, 성연은 이 사람들을 이처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케익 상자를 든 채 어쩔 수 없이 말했다.“사모님, 다음에는 이렇게 준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케익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요.”여자아이들은 모두 달콤한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하지연은 성연이 싫어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의 입에서 안타까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아, 안 좋아했구나. 다음에는 다른 것을 준비하도록 할게요.”자신의 말을 아예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하지연을 보니 성연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곧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라 다급해진 성연은 더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