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연이 집에 도착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집사가 나왔다. 초조한 얼굴로 성연을 보던 집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작은 사모님, 오늘 어디 가셨습니까? 운전기사가 사모님을 못 만나 난리였습니다. 하마타면 불안해 죽을 뻔했습니다.”성연은 그 말을 듣고 눈살을 찌푸렸다.“운전기사에게 소식을 보냈는데요. 동아리 모임이 있어서 먼저 돌아가라고. 혼자 오면 되니까 나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했는데?”“그렇습니까?” 집사는 운전기사만 돌아오는 것을 보고 성연을 보지 못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았던 것이다. 하지만 성연이 이제 성인이니 무슨 일이 생기겠나, 별일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무진에게 알리지 않고 혼자 집에서 기다렸던 것이다.“네, 내 기억으로는 그렇게 말했는데.” 성연이 휴대폰을 꺼냈다.그런데 그녀의 휴대폰에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 여태 몰랐다. 수업을 마치며 운전기사에게 보낸 메시지에 빨간 느낌표가 떠 있었다.그때 성연은 연씨 집안에 황급히 가면서 확인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이건 정말 자신의 잘못이다. 성연은 머리를 통통, 두드리며 사과했다.“죄송해요, 집사님. 걱정하게 했어요. 다음에는 일이 있으면 꼭 미리 전화해서 알려줄 게요.”성연의 휴대폰 메시지를 집사도 보았다.그는 웃으며 말했다.“괜찮습니다. 단지 걱정이 된 것뿐입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야 하나 싶어서요.”“무슨 일 있겠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성연이 어깨를 으쓱거렸다.다른 사람이 어디 감히 그녀를 건드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이렇게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느낌도 그런대로 괜찮았다.“참, 사모님, 식사하셨어요? 도련님도 오늘 일이 있어서 늦게 온다고 하셨는데.” 집사는 나중에 잠시 그런 생각도 했었다. 젊은 두 부부가 데이트하러 가서 안 돌아온다고 말이다.그러나 강무진의 성격으로 그러지는 않을 것이다.이제 성연 혼자 돌아왔으니 집사의 마음속 추리도 사라졌다.성연은 고개를 숙이고 책가방을 정리한 후에야 말했다.“이미 친구들
다음 이틀 동안, 성연은 기본적으로 매일 밤 늦게 돌아왔다. 매일 연씨 집안으로 어르신을 치료하러 갔던 때문이다.무진에게는 동아리 모임이라고 말하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거의 매번 치료를 마치고 나오려면 다들 지극정성으로 권하는 바람에 거절하지 못하고 저녁을 먹게 되었다.연씨 어르신은 사부님의 친구이다 보니, 그 가족들에 대해서는 성연은 정말 아무런 방법도 없었다. 못이기는 척하며 타협한 결과였다.성연을 가장 골치 아프게 하는 일은 이것 만이 아니었다.강무진은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거의 매일 밤마다 연씨 저택으로 찾아왔다.그리고 성연과 침을 놓는 방법에 대해 토론했는데, 이 방면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아니, 성연이 밥을 다 먹자마자 강무진이 또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마음이 좀 초조했지만 지금 지금의 신분으로 강무진에게 대답하지 않으면 또 곤란했다.그래서 성연은 참을성 있게 강무진에게 설명하였다.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 문제에 대답하자마자 강무진은 또 다른 문제를 물었다.성연은 주먹을 쥐고 웃는 듯 마는 듯 말했다.“대표님, 침구라는 것은 자신의 깨달음을 보아야 합니다. 어떤 것은 실천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결과인데, 나는 단지 입만 가지고 말하는 겁니다. 당신은 배울 수 없습니다. 만약 당신이 정말 침구를 배우고 싶다면, 차라리 선생님을 청해서 당신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 겁니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말을 듣던 강무진의 반응도 매우 침착했다. 그가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고 선생님을 보니 이 방면에 대한 연구가 상당한 것 같군요. 나도 이 방면에 관한 책을 좀 보았다. 고 선생님 정도의 나이에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고 선생님의 경험을 묻어 보고 싶군요. 고 선생님, 괜찮으시죠?”“대표님은 배우고 싶은 게 아니시군요. 침술을 알아서 무엇을 하려고요?” 팔짱을 두른 성연의 눈빛이 좀 차가웠다.“배움의 세계는 끝이 없죠. 침구에 대해서도 많은 흥미가 생기는군요.”
무진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성연이 왜 이런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는 듯이.그는 성연을 바라보았다.“고 선생님, 나는 단지 어르신을 방문하러 온 것입니다. 아마도 고 선생님이 오해하시는 행동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요.”앞에서 운전하고 있던 손건호는 그녀의 말을 듣고 하마터면 차를 도랑으로 몰고 갈 뻔했다.강무진은 지금 이미 약혼녀가 있는데 말이다. 설령 없다고 해도 저 여자는 자기 얼굴도 안 보나 보다. 어떻게 감히 저런 경천동지할 말을 할 수 있는지, 손건호는 정말 신세계를 마주한 느낌이었다.손건호는 몰래 뒷좌석을 한 번 보았다.두 사람이 대화하는 것을 보니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들이었다. 도무지 누가 누구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오히려 서로 대치하고 있는 듯한 상황?분위기가 너무 이상해서 손건호는 더 이상 돌아보지 않은 채 안전 운전만 할 뿐이었다.“그건 아닌데요.” 성연은 강무진의 말에 담담하게 대답했다.약간 우울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강무진이 뭘 알아낸 건 아닌지 머리가 아팠다.원래 대로라면 강무진은 회사를 경영하느라 엄청 바쁜 사람이었다.어떻게 무료하다는 듯이 매일 여기 와서 자기만 주시하고 있을 수 있냐 말이다.논리적으로 말하자면, 좀 불가능한 것 같다.그러나 강무진은 또 단순히 어르신을 보러 온 것 같지도 않았다.이 점이 도저히 좀 납득이 되지 않았다.“만약 내가 어떤 행동을 해서 고 선생님을 오해하게 했다면, 제가 사과하겠습니다. 나는 이미 약혼녀가 있습니다. 고 선생님은 이 문제에 있어서는 걱정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무진이 이 말을 할 때, 눈을 성연에게 맞추어 예의 주시하며 어떤 반응도 놓치지 않았다.성연은 무표정한 얼굴이었지만 주먹을 무의식적으로 꽉 쥐었다.강무진이 해명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고의로 탐색하고 있는 것인지는 아직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성연은 얼떨결에 대답하는 척할 수밖에 없었다.“그럼 정말 대표님을 오해했었네요. 대표님이 이렇게 매번 바래다주시면 약혼녀가
더 이상 강무진이 말로 허점을 찾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성연은 오전 수업이 끝난 후 점심 시간에 짬을 내어 연씨 집안의 어르신, 연수호 장군에게 침을 놓기로 했다.일부러 무진과 부딪히지 않을 시간을 정해서 마침내 완벽하게 피할 수 있었다.덕분에 며칠 편안하게 지낼 수 있었다.그러나 연경훈과 이야기하는 건 괜찮았다.처음 봤을 때처럼 싫어하지는 않았다. 할아버지의 병세가 조금씩 호전됨에 따라 성연에 대한 인상도 달라졌기 때문이다.지금은 집에 있으면서 적극적으로 성연을 돕고 있었다.점심 때 마침 연경훈이 점심을 먹으러 집에 돌아왔다.부친 연강휼과 모친 하지연이 소파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성연이 보이지 않는 게 좀 어색하게 느껴졌다.코트를 벗어 한쪽편에 툭 던진 연경훈이 넥타이 매듭을 풀며 모친에게 물었다.“고 선생은 오늘 안 오나요?”그런 그의 모습을 본 연경훈의 모가 웃음을 참지 못했다.“집에 오자마자 고 선생은 왜 찾아?”“편하게 묻지도 못해요?” 시큰둥하게 대꾸한 연경훈이 거실을 한 바퀴 둘러본 후 위층으로 올라갔다. 할아버지 방에 있는 성연을 보고는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들었다.올라온 김에 내처 방 안으로 들어간 연경훈이 물었다.“내가 도울 일이 필요해요?”연경훈의 음성을 들은 성연이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지시했다.“마침 잘 왔어요. 뜨거운 물을 받아와서 수건을 적셔 줘요.”“알았어요.”연경훈이 두말없이 소매를 걷어붙인 채 욕실로 들어갔다.곧이어 수건과 뜨거운 물을 받아서 돌아왔다.수건을 건네받은 성연이 온도를 확인한 후 어르신에게 찜질을 했다.어르신의 몸에 침이 가득 꽂히고 나서야 성연은 옆에 앉아 잠시 쉬었다.매번 시침이 끝날 때면 언제나 온몸이 땀에 절어 있었다.연경훈이 성연에게 물잔과 휴지 한 장을 건넸다.휴지를 받아 땀을 닦은 성연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옆에다 잔을 내려 놓았다.“많이 힘들어요?” 연경훈이 친절하게 물었다.“견딜만해요.” 성연은 손으로 부채질을 하며 대충 대답했다.
“경훈이 어떻게 된 거지? 쟤가 저런 살뜰한 모습으로 누굴 대하는 것 본 적 있어요?” 경훈의 모친 하지연이 자스민 차를 한 모금 머금으며 목소리를 낮춰 남편에게 말했다.“녀석, 얼굴에 다 드러내고 있는데 그걸 눈치 못 채겠소? 음, 분명 고 선생을 마음에 둔 것 같아.”남편 연강휼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그러나 눈썹을 찡그리고 있던 하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침 치료가 끝난 후, 성연은 오후 수업 시간에 맞추어 돌아가야 했다.경훈과 성연이 차례로 아래층으로 내려왔다.하지연이 일어나며 말했다.“고 선생님, 벌써 돌아가게요? 좀 더 있다 가지 않고요?”성연이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아니에요. 오후에 일이 있어서 돌아가야 해요.”일이 있다고 하니 하지연도 더 이상 붙잡지 않았다. 식사 시간도 이미 지났고 말이다.그래서 성연에게 케익이 포장된 상자를 건넸다.“집에서 직접 만든 거예요. 주방장의 솜씨가 괜찮아요. 가지고 가서 맛 한번 봐요.”예쁘게 포장된 상자에 담긴 케익은 흐트러지지 않게 단단히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한 끼 식사로 넘칠 정도의 양이었다.하지연은 매번 성연에게 먹을 것들을 포장해 주었는데, 마치 성연을 먹이지 못해 한이 맺힌 듯 보일 정도였다.성연이 상자를 드니 꽤 묵직한 것이 또 얼마나 담았는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케익이야 뭐 그리 비싸겠는가. 어찌 되었든 주는 사람의 마음인 것이다.다만, 성연은 이 사람들을 이처럼 귀찮게 하고 싶지는 않았다.케익 상자를 든 채 어쩔 수 없이 말했다.“사모님, 다음에는 이렇게 준비하실 필요 없습니다. 사실 케익을 별로 좋아하지도 않고요.”여자아이들은 모두 달콤한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던 하지연은 성연이 싫어할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그녀의 입에서 안타까움의 탄성이 흘러나왔다.“아, 안 좋아했구나. 다음에는 다른 것을 준비하도록 할게요.”자신의 말을 아예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 하지연을 보니 성연으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곧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라 다급해진 성연은 더는 말
오후에 성연이 떠난 후, 부모님으로부터 철저히 무시당한 경훈이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화가 나서 문을 쾅, 하고 닫았다.그러거나 말거나 연강휼과 하지연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우아한 모습으로 차를 마시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자신들의 아들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았다.저 어린애 같이 팩, 하는 성질은 잠시 그대로 두면 곧 괜찮아질 터였다.눈을 감고 차를 한 모금 마시던 하지연은 진한 자스민 향에 취한 듯 탄성을 뱉었다.“아, 정말 좋다.”“마음에 들면, 다음 번에 출장 갈 때 또 사다 줄게.” 미소 띈 얼굴로 하지연을 바라보는 연강훌의 눈에 은근 다정한 빛이 넘실거렸다.진정한 사랑을 담은 눈빛이다.남편의 말에 별 대답 없이 손목을 들어 시간을 확인한 하지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아들의 방문을 가볍게 노크했다.곧이어 안에서 아들의 볼멘 듯한 음성이 들려왔다.“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지금은 저를 부르지 마세요!”아들의 대답에 하지연은 기가 막혀 웃음이 나을 뻔했다.“너 잊었지? 오늘 무진이와 계약 체결할 게 있는 거. 무진이 지각하는 것을 제일 싫어해. 그러니 알아서 해.”무진이를 언급하자, 침대에 비스듬히 기대어 있던 경훈이 튕기듯 일어나며 소리쳤다.“잠깐만요. 옷 갈아 입고 나갈게요.”경훈은 강무진을 존경하면서도 무서워했다. 그래서 때로 무진의 말이 부모인 두 사람보다 더 효과가 있었다.어릴 때의 무진은 그 세대에서 가장 뛰어난 인재였고, 경훈이 늘 숭앙하던 대상이었다.나중에 무진의 부모가 죽었을 때, 경훈은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무진은 누구도 실망시키지 않고 일어섰다. 심지어 이전보다 더 강해졌다.진심으로 탄복한 경훈은 기꺼이 아우가 되어 무진을 따르고자 했다.그래서 매번 무진이 올 때면 최대한 예를 지켰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훈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하지연이 아들의 옷 매무새를 정리해 주며 잊지 않고 당부했다.“우리가 강씨 집안과 관계가 좋긴 하지만 너도 열심히 해야 해. 무진이에게 폐 끼치지 말고, 알았지?”“당연
성연은 반 달 동안 계속해서 연수호 어르신을 치료하였다.어르신의 병세는 육안으로 보일 정도로 호전되었으며, 체내에 남은 독도 거의 사라졌다.이제는 다른 사람에게 기대지 않고 혼자 걸을 수도 있었다.비록 좀 느리긴 하지만, 이전에 비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부지런히 단련하기만 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을 터였다.어르신의 변화를 연씨 일가족 모두 눈으로 확인하며, 성연의 능력을 더욱 신뢰하게 되었다.그전에 많은 의사들을 만나봤던 연씨 가족은 이제야 확실히 알게 되었다. 전설 같은 실력을 가진 의사라더니 과연 명불허전이었다.제자가 이런 실력을 가졌다면, 그 스승은 말해 무엇하랴.하지연이 시아버지 연수호를 부축하며 천천히 걸었다. 한 손으로 지팡이를 짚고 있던 연수호가 말했다.“얘야, 정말 고맙구나.”원래 연수호는 남은 생을 침대에 누워 고통 속에 지낼 준비를 끝낸 상황이었다.그런데 자신을 수렁에서 끌어올릴 사람이 있을 줄이야.뭔가를 생각하는 듯한 모습의 성연은 대답이 없었다.잠시 후, 어르신이 다시 입을 열었다.“얘야, 우리 연씨 집안이 너에게 큰 신세를 졌다. 앞으로 언제든 네가 찾아오면 우리 집안은 절대 거절하지 않을 것이다!”연씨 집안의 최고 어른인 연수호의 한 마디는 천금과도 같았다. 군인이었던 연수호의 말은 무척이나 무겁게 느껴졌다.연수호의 입에서 나온 약속은 성연이 감당기에는 너무 무거웠다.처음 왔을 때에도 어르신이 이와 비슷한 말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해야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어르신이 정말 신세를 졌다는 생각이 드시면 다음에 사부님께 돌려 드리면 됩니다.”연씨 집안의 보은은 솔직히 말해서 성연의 입장에서는 별 필요가 없는 것이다.요 며칠 이곳에 왔지만, 가족 모두가 자신에게 잘해 주었다.그러나 어르신의 치료가 끝나면 자신과 연씨 집안 사이에는 더 이상 아무런 관계가 없음을 잘 알았다.어찌 되었든 자신은 가면을 쓴 것이다.맨 처음 왔을 때부터 연씨 집과는 스치고 지나가는 인연으로 정해져
이날, 성연은 평소대로 연수호에게 침을 놓으러 연씨 저택에 가기 위해 교실에서 나왔다. 그런데 교문에는 적지 않은 학생들이 저지당한 채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바로 교무주임 선생님이 교문 앞을 지키고 선 까닭이었다.눈살을 찡그린 성연이 주변에 있던 한 학생의 옷을 잡아당기며 물었다.“무슨 일이니?”성연에게 옷을 잡힌 남학생은 성연의 얼굴을 보고는 흡, 하고 숨을 들이키더니 이내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는 대답했다.“최, 최근에 교무주임 샘이 학생행동 규정을 담당하면서 한동안 점심 시간에 외출을 할 수 없게 됐어.”“그래? 고마워.” 성연이 머리가 아픈 듯 머리카락을 쥐어 뜯었다.왠지 매우 초조해 보이는 성연의 모습을 본 남학생이 몰래 흘깃거리며 말했다.“너, 너 나가려면 선생님에게 결석계 써달라고 하면 돼.”“아니, 됐어. 고마워.” 성연이 손을 흔들며 교실로 돌아왔다.자신이 정말 나가려고 마음을 먹는다면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심지어 담을 넘을 수도 있고.하지만 성연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다.다른 사람의 시선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그녀였지만, 선생님들에게 심어진 이미지가 이제야 간신히 조금씩 바뀌고 있는 있는 참이라 조용히 있기로 했다.연씨 저택에 가는 일도 서두를 필요 없었고.그래서 성연은 어르신 위한 치료시간을 다시 저녁으로 바꾸었다.오후 늦게 수업이 끝나자마자 성연은 연씨 저택으로 쫓아갔다.그런데 집사가 아니라 하지연이 직접 문을 열어주었다.성연의 눈에 놀란 빛이 들어찼다.“사모님…….”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하지연이 성연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고 선생이 안 오면 어쩌나 걱정했어요.”서로 카톡으로 대화를 할 수 있었지만, 평소 하지연은 성연을 귀찮게 해서 싫어할까 봐 일절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순간 성연의 마음이 무거워졌다.하지연의 말을 들은 성연은 마음이 복잡했다. 연씨 가족이 진심으로 자신을 이 집의 일원처럼 대하고 있는 듯해서.이들의 과분한 애정이 놀랍고 고마우면서도 연씨 집안 사람들과 너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