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끄덕인 서한기는 성연이 수업을 하는 동안 모든 일을 안배해 두었다.저녁에 수업이 끝난 후 성연은 보건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단순한 흰 티셔츠를 입고 아래는 평범한 검정 진을 입었다. 또 인피 가면을 뒤집어써서 예쁜 얼굴을 가렸다. 즉시 거칠어진 얼굴 피부에 무척이나 평범하며 나이든 외모로 변했다.좀 더 신뢰감을 주기 위해 검은 테의 안경을 쓰기도 했다.환복을 마친 성연은 택시를 타고 충해원 제1공관, 연씨 저택으로 갔다.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모두 군인 집안들이었다.이곳에 와서 엄숙한 분위기를 보니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옷 매무새를 정리한 성연이 공관 안으로 걸어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관리인이 문을 열자 성연은 사부님의 말에 따라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관리인이 얼른 공손한 태도로 안으로 안내했다.문에 들어서니 방안에는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연씨 집안의 어르신과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자였다.연씨 어르신의 손자는 매우 젊어 보였는데 아마 20대 초반정도로 보였다.검은색 티셔츠 차림의 손자는 아주 준수한 외모에 큰 키를 가진 소년미가 넘치는 청년이었다. 또 가슴에는 좀 커다란 스컬 패턴이 들어가 있었고 최신형 스니커즈를 신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다.잘 생겼지만 보기에는 좀 냉소적이고 오만한 분위기를 풍겼다.성연이 들어가자 소파에 기대 앉아 업신여기듯 성연을 한 번 쓰윽 훑어보았다.그 아버지와 어머니로 보이는 이들은 성연에게 아주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연씨 집안 며느리가 성연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미안해요. 번거롭게 이리 오게 해서. 달리 방법이 없었답니다.”“저는 사부님께서 부탁하신 것이니 당연한 일인 걸요.” 성연 또한 겸손한 태도로 차를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아버님이 얼마 전까지 괜찮으신가 했는데 요즘은 왠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발 도와주세요.”말하는 며느리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니 정말 어르신에게 효성스러운 것 같았다.성연이
연씨 며느리가 불현듯 이렇게 움직일 줄은 예상하지 못 했던 성연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연씨 집안의 사람들은 자신이 상상했던 것보다 더 재미있었다.보아하니 이들 집안의 분위기는 그런대로 괜찮은 것 같았다.외부인 앞에서 체면을 구긴 연경훈은 정말 얼굴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쪽 팔리다는 생각을 했다.참지 못한 연경훈이 어머니에게 불평했다.“이렇게 다 컸는데도 머리를 때리다니요. 머리 나빠지면 어떡하라고요?”미워 죽겠다는 눈길로 연경훈을 한 번 째려본 연씨 집안 며느리는 어쩌다 자신이 이런 아들을 낳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너 같은 멍청이라 때린 거야.”머리를 가린 연경훈의 눈빛이 온통 원망투성이였다.그런 아들은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며느리는 고개를 돌려 성연에게 웃어 보였다.“신경 쓰지 마세요. 이 녀석은 평소 이런 행실로 늘 쥐어 터지는 놈이예요.”나이가 어린 성연으로서는 확실히 설득력이 약할 수밖에 없었다. 고개를 저은 후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말했다.“사부님께서 병증을 말씀해 주시긴 했는데, 제가 직접 어르신의 상황을 보면 좋겠습니다.” 막 안으로 들어가려던 참에 관리인이 들어와 말했다. “주인 어르신, 마님, 강씨 집안 도련님이 찾아오셨습니다.”북성 시 전체에 강씨 집안은 하나밖에 없었다. 성연은 속으로 기도했다. 제발 그녀의 생각이 틀렸기를.연씨 집안 며느리 뒤에 서서 자신의 몸을 가린 성연이 머리만 빼꼼이 내밀어 바라보았다.그리고 거실에 거구의 인물이 나타났다.성연의 동공이 수축해 들어갔다. 이 사람은 확실히 강무진이 맞았다.이런 상황에서 강무진과 마주칠 줄은 정말 생각지도 못해서인지 속으로 몹시 당황스러웠다.그러나 여전히 침착한 표정으로 한쪽에 서 있었다.이럴 때일수록 의심을 사는 내색을 드러내서는 절대 안 되었다.강씨 집안과 연씨 집안은 대대로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지금도 협력 관계로 어느 한 쪽이 어려우면 두 팔 벌려 도와줄 터였다.강무진이 어렸을 때도 자주 이곳으로 놀러 오곤 했었다
조금 전까지 세상을 발 아래로 내려다보던 태도를 싹 집어던진 연경훈이 소파에서 일어서며 아주 예의 바른 모습으로 무진을 불렀다.“무진 형.”무진이 고개를 끄덕여 보인 후, 주위를 한 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다 연씨 집안 아주머니 곁에 서 있는 성연을 보며 의아한 듯이 물었다.“이 분은?”보통 연씨 집안에 외부인이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그렇게 물은 것이다.아저씨와 아주머니가 서둘러 옆에서 소개했다.“이 분은 아버님 병을 치료하러 오신 분이야. 아버님 옛 친구 분의 제자이시고.”“어르신이 인정하시는 분이라면 분명 능력이 뛰어나시겠군요.”성연은 뒤에서 긴장하여 식은땀을 흘렸다.무슨 작은 단서라도 드러나 강무진에게 들킬 새라 잔뜩 긴장한 상태였다.손바닥에 땀이 나 끈적끈적해서 무척이나 불편한 기분이었다.그러나 조금 전의 신분으로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무진과 인사할 수밖에 없었다.아무런 말이 없는 태도가 좀 오만해 보였다.그래도 무진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까만 눈동자에 이채가 스칠 뿐이었다. 사실 성연의 성연을 한눈에 알아차린 무진이었다.늘 이런 사람들과 접촉하고 거래하는 그였기에 성연의 가면도 쉽게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이다.얼굴의 피부와 목 부위에 드러난 피부가 완전히 달랐다.하지만 성연이 사용한 인피의 재질은 그런대로 괜찮은 것이었다. 아주 미세한 차이만 있을 뿐인.만약 다른 일반인들이라면, 당연히 알아볼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녀가 민난 사람은 강무진었다.성연의 위장은 그의 눈에 크게 들어온 뒤에 하나씩 해체되었다.무진은 자기도 모르게 눈썹을 찌푸렸다. ‘연씨 어르신의 오랜 친구분 제자라고 하면서, 무엇때문에 자신의 얼굴을 위장한 채 사람들에 보여주지 않는 거지?’‘설마 어르신의 몸을 나쁘게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어쨌든 일단 대비하고 봐야겠군.’손건호도 무진을 따라와 있었다. 수간 무진이 곧장 손건호에게 눈빛을 보냈다.‘만약 음모를 꾸미고 있는 거라면, 절대로 도망가게 해서는 안 돼.’무진의 뜻
연씨 어르신의 병실에 들어간 성연이 병세를 살폈다.이때 침대에 누워 있는 어르신은 거의 혼수상태였다.차라리 이게 검사하기엔 더 편했다.성연은 될 수 있는 한 일반적인 의사처럼 보이도록 가장했다. 이전에 무진을 진찰하던 방법을 그대로 할 수 없어 신속하게 병세를 살펴보았다.사부님의 말씀 대로 피로가 쌓여 병이 된 상태였다. 지나친 부상과 피로에 많은 신체 조직들이 약해지기 시작한 탓이다.똑 같은 상황이라도 만약 젊은이의 몸이었다면 그렇게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나 이미 노인인 어르신의 상황을 생각하면 무척 심각했다.또 다른 부분들도 검사했더니, 어르신의 체내에 아직도 일부 독소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성연은 검사한 모든 결과를 숨기지 않고 연씨 집안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독이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의 표정이 당연히 좋지 않았다.그래서 성연이 말했을 때, 연씨 집안의 모든 사람들이 놀랐다.“어떻게 독소가 있을 수 있지? 누군가 할아버지를 해치는 한 거 아니야?”“고 선생님, 이 독은 어떤 건가요? 심각한 건가요? 해독할 수 있을까요?” 애가 탄 연씨 집안 사람들이 모두 초조한 얼굴이었다.성연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음모가 아니라 장기간 약을 복용하면서 생긴 부작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체내에 남아 있는 약성으로 인해 생긴 겁니다.”의사들은 모두 알 것이다. 약의 30%는 독이라는 걸. 연씨 어르신의 몸이 약하다 보니 해독 능력이 떨어졌다. 게다가 회복되라고 의사들이 많은 용량을 처방하다 보니 체내 잔류량이 많은 상태였다. 다만 너무 많지는 않아 되돌릴 여지는 남아 있었다.다행히도 이들이 제때 사부님을 찾은 것이다.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그녀는커녕 스승님조차 어쩔 수 없었을 것이다.“고 선생님,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 할아버지를 꼭 좀 살려주세요.” 며느리의 목소리가 다소 쉬어 있었다.성연이 비교적 쉽게 설명을 해서 그들 모두 알아들었다.연세가 많은 노인들은 어느 부분에 약간의 문제가 생겨도 복잡해지기 마련이었다.
며느리가 즉시 말했다.“그럼 고 선생님, 앞으로 부탁드립니다.”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깊은 잠에 들었던 어르신이 깨어났다.성연이 친구 고학중의 제자라는 사실을 들은 어르신의 태도가 아주 온화했다.젊은이들이 과감하게 시도하는 것은 좋은 일이지만, 연씨 어르신은 크게 희망을 가지지 않았다. 성연은 무척이나 긴장했다.“안 되도 괜찮아.”오히려 어르신이 위로하며 말했다.성연이 웃으며 말했다.“만약 제가 말씀드린 대로 하신다면, 반드시 다시 일어서시게 제가 도울 것입니다.”다른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바로 스승의 의술을 계승한 것이었다.현재 자신만의 치료법도 많이 개발해서 사부님과 견주어도 뒤처지지 않을 정도였다.의술에 대해서라면 언제나 자신에 찬 모습이다.연씨 어르신의 병증은 치료할 수 있을 정도라고 그녀가 생각한다면 절대 문제가 될 리 없었다.의외의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어르신을 꼭 다시 일어서게 할 수 터였다.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성연은 마음속에 계획을 세워 두고 있었다.완전한 계획을 가진 듯한 성연의 모습에 어르신의 눈에도 희망의 빛이 어리기 시작했다.“오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든 말하거라. 우리 연씨 집안은 전심전력을 다해 너에게 협조할 테니.”젊었을 때 무슨 고생인들 안 해본 게 없을 정도인 어르신이다. 그러니 이런 병쯤이야 아무 것도 아니라 할 수 있다. 다만 병이라는 것에 있어서 자연에 순응하는 경향이 있었다.생사는 하늘이 정한 운명인 것이다. 어쩌면 이 모든 지경에 이른 것도 정해진 운명인지 모른다.그러나 기회만 있다면 누군들 건강하게 살고 싶지 않겠는가?어르신과 두어 마디 더 이야기를 나눈 성연이 연경훈을 불렀다.“당신은 어르신의 바지를 걷어주세요. 허벅지 부위만 있으면 됩니다. 시침할 수 있도록요.”비록 노인이라고는 하지만 어쨌든 여자아이인 성연으로서는 좀 불편한 부분이었다.연씨 집안 아들과 며느리를 시킬 수는 없으니 가장 아랫사람인 연경훈을 부릴 수밖에.이번에는 연경훈도 성연의 말에 따라
성연이 나중에 보여준 전문성은 상상을 초월했다.그러나 연경훈은 여전히 성연의 의술을 의심하고 있었다. 눈썹을 찌푸린 채 이어지는 성연의 동작들을 바라보았다.“이렇게 하면 정말 좋아지실 수 있다고요?”현재의 의료기술이 그렇게 발달하고, 병원에는 수많은 전문의들이 있었고 또 최고 품질의 약을 사용했다. 그런데도 안된다고 했었다. 그래서 그는 믿지 않았다. 성연의 말 대로 해서 할아버지가 좋아질 수 있다는 걸.어차피 한의학이란 실체가 느껴지지 않는 듯해서 그는 한의학을 별로 신뢰하지 않았다.특히 성연의 의술이 그렇게 좋을 것이라고도 생각지 않았다.연경훈의 생각을 대충 알고 있었지만 성연은 개의치 않았다. 그저 이렇게 말했다.“가능하냐 아니냐는 마지막에 가서야 알 수 있다. 만약 단 하룻밤이라면 당연히 안된다.”성연은 이곳에 올 때, 이미 마음속으로 준비를 했었다.이런 의술을 접한 적이 없으면 당연히 믿지 못할 터. 아마도 연경훈의 눈에는 정밀한 의료기구도 없이 그저 눈으로 병세를 진단하는 그녀가 신뢰성이 없어 보일 터다.하지만 연경훈은 모른다. 한의학에 이런 ‘환자의 병세를 눈으로 보고, 듣고, 묻고, 손으로 짚는’ 네 가지 진찰 방식이 있다는 걸.한의학의 세계는 지극히 넓고 심오하여 단시간에 설명해 줄 수 없었다.결국 효과를 보아야만 자연히 그 속의 이치를 알게 될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입으로 말할 필요가 없다.눈동자를 이리저리 돌리던 연경훈은 성연의 믿음직하지 못한 부분을 다시 찾아내려 애썼다.그러다 예기치 못하게 또 다시 어머니로부터 뒤통수를 얻어맞았다.“너는 도대체 네 할아버지가 회복되기를 바라기는 한 거야? 제발 입 좀 다물어라.”연씨 집안 며느리는 성연의 신분에 대해 조금 알고 있었다.그리고 그 분의 제자라면 다른 사람은 부탁할 수도 없는 이였다.그때 가서 아들의 말 실수로 난처해지지 않도록 막아야 했다.게다가 손님으로 찾아와서 호의로 치료해 주고 있는데, 이 아들놈의 행동은 도무지 존중과는 담을 쌓은 것이었다.하지
침을 모두 뽑은 성연은 소파에 앉아 쉬었다.연씨 집안 며느리가 앞으로 다가와 물었다.“고 선생님, 식사는 하셨어요?”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아뇨.”수업이 끝나자마자 와서 시간에 쫓기듯 시술했지만 너무 늦게 끝나 사람을 불편하게 하지 않을까 걱정이었다.음식을 먹을 여유가 전혀 없었다.성연의 대답을 들은 며느리가 자책했다. 어째서 일찍 생각하지 못했을까 하고.성연이 손님으로서 찾아와 도와주었는데, 그 정도도 제대로 못 챙겨 주다니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긴 시간 바쁘게 치료했는데, 정말 안될 말이었다.마음속으로 자책하던 그녀는 좀 더 겸손한 태도로 열심히 설득했다.“고 선생님을 제대로 못 챙겼군요. 정말 섭섭하게 해 드렸어요. 꼭 남아서 식사하고 가셔야 해요.”“이건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에요. 집에 돌아가서 먹으면 됩니다. 귀찮게 그러실 필요 없어요.”성연이 손을 저으며 거절했다. 연씨 집안에 처음 온 터라 아직 많이 낯설고 어색했다.익숙하지 않아 불편하기도 했다.게다가 강무진이 아직 여기에 있으니 더더욱 여기에 있고 싶지 않았다.그녀가 거절하는 것을 본 며느리가 매우 슬픈 표정을 지었다.“고 선생님, 이렇게 번거롭게 당신을 오게 했는데, 식사마저 하지 않고 그냥 간다면 결국 내가 대접을 소홀히 한 게 아니겠어요? 아버님 뵙기도 민망하네요.”“고 선생님, 그냥 평소의 식사이니 남아서 드시고 가세요.” 아들도 옆에서 자꾸 권했다.이렇게까지 말을 하니 성연 또한 체면을 봐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면 정말 인정머리 없어 보일 터.결국 성연은 저들의 설득을 이기지 못하고 남아서 식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무진도 식탁에 함께 앉았다.성연은 식사하는 내내 그와는 어떤 말도 섞지 않고 조용히 음식을 먹었다.지금 고 선생이 자신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강무진의 의심을 없애기 위해 성연은 자신이 평소 좋아하던 음식은 일부러 피하고 잘 먹지 않던 것만 집어 조금씩 먹었다.‘이러면 자신이라는 생각을 강무진이 할 수 없겠지?’성연은 평소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어본 것 같아.식사하는 내내 성연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가슴이 조마조마하다.마음이 잔뜩 긴장되어 무진이 자신을 알아보지나 않을까 걱정되었다.그러나 오늘 자신은 중무장을 하고 또 특제 인피도 썼다. ‘강무진이 그저 떠 본 것일 뿐이야. 날 알아보지도 못했잖아?’성연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자신을 위로하고 있었다.어서 빨리 식사를 마친 후 이 숨 막히는 곳을 떠나고 싶을 뿐이다.끝내 운이 좋지 않았다. 그녀가 여기 와서 병을 치료할 거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그런데 공교롭게도 강무진을 만났다. 인연도 이런 인연이 없었다.성연은 태어난 이래 가장 불편한 식사를 했다.식사 후에 성연이 약을 남기고 며느리에게 복용법을 알려주었다.“앞으로 매일 와서 어르신께 침을 놓을 겁니다. 어르신이 제때에 약을 복용하게 하세요. 시간을 놓치지 않도록 주의하세요.”성연이 다소 엄한 표정으로 당부했다.자신의 말을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랬다.연씨 어르신의 병세는 약물과 침구 치료를 함께 병해해야만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었다.며느리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고 선생님. 오늘 정말 고생 많았어요.”연씨 일가 모두 어르신의 병세를 최우선으로 중시했다.그렇지 않았다면, 그처럼 힘들게 의사들을 청하지도 않았을 것이다.어르신이 젊었을 때는 모든 연씨 집안을 안전하게 지켰다.집안의 아이들은 좀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가족들이 어르신에게 절대적인 존경과 효성을 보였다. 한 점 모호함 없이 말이다.약을 받은 후, 연씨 집안 며느리가 고개를 돌려 연경훈에게 말했다.“경훈아, 고 선생님을 모셔다 드리렴. 이렇게 늦은 시간에 여자 혼자 가는 건 위험해요.”눈을 크게 뜬 연경훈이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자신을 가리켰다.잘못된 들은 게 아닐까? 자신 더러 성연을 집에 데려다 주라니 말이다. 자신이 그녀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걸 잘 아시는 분이.‘어머니가 무슨 생각이신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