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진의 말을 듣던 순간, 손건호는 머리가 지끈거려 우선 입을 다물었다. ‘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원래 자신들이 수단을 부려 가져온 것이다. 그런데 원 주인이 패스워드를 자신들에게 알려주려 하겠는가?“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어쨌든 충분한 가치가 있는 물건이야. 절대 소소한 게 아니야.”그리고 또 하나의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던 손건호의 입에서 저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왔다.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누가 개발했는지도 모르는데 어디 가서 찾으려고요?”업계 내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이 사실은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었다.‘그렇다고 무작정 찾을 순 없잖아?’대강의 생각이나 아무런 단서도 없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가 아닌가 말이다.무진은 머릿속에서 이미 절묘한 방법을 하나 생각해냈다.손가락으로 테이블 위를 가볍게 두드리던 그는 찌푸렸던 미간을 펴며 말했다.“왜 찾아야 하지? 스스로 찾아오게 하면 되지.”“아…….” 망연자실한 듯한 표정의 손건호가 머리를 긁적였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설계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분명 어리석지 않을 거야?’‘그런데 어떻게 먼저 찾아오게 한다는 거지?’그러나 자신만만한 보스의 모습을 보면서 분명 무슨 계획이 있으리라 생각했다.손건호를 힐끗 쳐다본 무진이 말했다.“말을 퍼트려. 이 업계 사람들에게 모두 알리는 게 제일 좋겠군. 내일 저녁 8시, 블랙스톤 클럽에서 ‘스카이 아이 시스템’ 전매 거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물건을 잃어버리고 가장 조급할 사람은 당연 물건의 주인일 터.소식을 듣고 온 첫 번째는 틀림없이 ‘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개발자일 것이다. 이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누군가가 그에게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무슨 방법을 쓰던 개발자의 입을 열게 할 것이다.어쨌든 그 입을 열게 만들 하나는 있을 터.고개를 살짝 끄덕인 손건호가 지시를 이행하러 나갔다.무진의 공격을 깨부수어 기분이 좋은 성연은 노래를 흥얼거리며 목욕하러 들어갔다.목욕을 마치고 나온 성연은 미처 다 끝내지 못했던 게임의
밤이 늦어서야 무진이 집에 돌아왔더니 거실은 온통 게임 음향효과로 시끄러웠다.거실 쪽을 휙 돌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작은 담요를 몸에 두른 채 게임 삼매경에 빠져 있는 성연이 눈에 들어왔다.집사가 황급히 다가왔다. “도련님, 식사하셨습니까?”“아직. 아무거나 간단히 준비해 주세요. 너무 번거롭지 않게요.” 오늘 하루 종일 회사에 있었던 무진은 시스템 해킹에 실패하니 입맛도 사라졌다.집에 오니 그제서야 배고픔이 느껴졌다.“네, 도련님. 금방 준비하겠습니다.” 지금 이 시간이면 주방장은 이미 쉬러 간 상태다. 시간이 되어 바로 퇴근한 상태라 냉장고에 남아 있는 식자재도 없었다. 부득이 집사가 직접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30분 후, 일상적인 작은 메뉴 몇 개가 식탁 위에 올라왔다.성연 앞에 다가간 무진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아직 아무것도 못 먹었어.”여전히 게임에 빠진 성연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대답했다. “안 먹었으면 얼른 가서 드세요.”“같이 먹어.” 무진이 대답했다.성연은 왠지 모르게 무진의 말투에서 약간 서운해하는 느낌을 받았다. 결국 게임을 하다 중단한 성연이 고개를 돌려 무진의 얼굴을 보더니 게임기를 내려 놓으며 대답했다.“알았어요, 알았어. 먹는 동안 옆에 있어 줄게요. 하지만 나는 이미 먹었어요.”“그래.” 성연의 뒤를 따라 주방으로 향하는 무진의 눈에 웃음기가 떠올랐다.식탁에 앉은 성연이 턱을 괸 채 무진을 바라보았다.성연의 주시에도 침착한 무진은 천천히 음식을 씹었다.식사하는 동작도 어찌나 우아한지 왠지 보는 눈이 즐거웠다.음식 냄새를 맡으니 약간의 허기를 느낀 성연이 배를 문질렀다.조금 전 간식도 많이 집어먹었는데 다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또 배고파지네.” 성연이 고개를 들어 무진을 보며 말했다.무진이 손수 성연에게 밥 한 공기를 퍼 주었다.함께 식사를 하는 동안 성연이 가끔씩 다리를 흔들었다. 성연의 기분이 좋다는 걸 알아차린 무진이 물었다.“오늘 무슨 기분
밤이 되자 무진은 성연에게 전화를 걸어 성연이 혼자 식사하라고 전했다. 자신은 오늘 저녁 야근으로 집에 오지 않는다면서.무진이 야근을 하는 게 아니라는 걸 성연은 이미 알고 있었다.아마 오늘 밤의 전매 현장에 무진이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 역시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성연도 저녁에 동아리 활동이 있어 늦게 좀 늦을 거라고 대답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무진이 곧바로 동의했다.여자애들은 지금이야 말로 노는 걸 좋아할 때이니, 무진 또한 구속하지 않았다.평소 일이 있든 없든 집에 있는 성연이니, 자주 나가서 친구를 사귀는 것도 좋을 것이다.사실 성연은 동아리에 가지 않았다. 애초부터 할머니 안금여의 해독제를 연구하기 위해 얼렁뚱땅 지어냈던 것.하지만 이후 성연은 재미있다는 생각이 든 동아리에 가입했다.오늘 밤에도 확실히 작은 활동이 있긴 했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성연은 직접 동아리장에게 휴가를 내어 서한기와 함께 외출했다.먼저 백화점에 들러 필요한 물건들을 산 후, 호텔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타이트한 긴 스커트를 입은 성연은 S라인 몸매를 드러내었다. 또 같은 색 계열의 하이힐을 매치한 모습은 평소 수수한 차림을 하던 소녀와는 그야말로 딴판이었다.환복을 끝낸 성연이 룸을 나갔다. 침대에 걸터앉아 있던 서한기가 성연을 보며 건들거리는 자세로 휘파람을 불었다.“보스, 몸매가 끝내 주는데요. 아주 섹시해요. 분명히 강 모씨가 보면 완전 홀딱 빠지겠는데요?”단지 농담으로 하는 말이라는 걸 아는 성연은 개의치 않으며 냉소를 지었다.“너,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말이야?”말하면서 성연은 양 손가락의 관절을 꺽었다. 딱딱 관절 꺽이는 소리를 들으니 머리 밑이 저릿저릿해 왔다.서한기가 바로 말했다. “보스, 당연한 걸 물으시다니요. 보스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요.”다시 냉소를 지은 성연이 거울을 향해 고개를 돌려 바라보았다.“평소와 비슷해 보여?”서한기가 얼른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아니요. 보스 변장술은 이미 입신의 경
클럽 블랙스톤의 룸 안.무진은 이미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손건호가 무진의 옆에 서서 걱정스럽게 말했다.“보스, 정말 올까요?”“올 테니 걱정하지 마.” 무진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무진이 차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자, 손건호 또한 마음이 차분해졌다.과연 7시 반경에 룸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성연이 룸 안으로 들어왔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몸매는 더 늘씬해 보였다. 성연의 등장으로 룸 안 가득 향기가 퍼지며 강한 아우라마저 느껴져 저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고 싶게 했다.룸에 들어간 사람은 송성연 혼자였다.서한기는 밖에서 수하들을 한데 모아 잠시 후에 발생할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언제든 바로 성연을 도울 수 있도록.무진과 손건호가 고개를 들어 성연을 쳐다보았다.그녀는 온몸을 꽁꽁 둘러 싸맨 채 뽀얀 살결 한 점만 살짝 드러내었다. 손까지 레이스 장갑을 끼고 있는 상태였다.그러나 이런 큰 인물들은 등장하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당연했다.외부 사람들 모두 ‘스카이 아이 시스템’이 강씨 집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그래서 오늘 무진이 WS그룹 대표로 나온 것이다.얼굴의 절반이 은색 가면에 가려진 무진은 룸 안으로 들어오던 성연과 눈을 마주쳤다.그러나 성연이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무진이 어떤 실마리도 알아채지 못하게 해야 했다.이런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바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성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물건을 되찾으러 왔어요. 충분히 오래 시간 동안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나요? 이제 주인에게 돌려줄 차례예요.”고의로 목소리를 낮추어서인지 약간 쉰 목소리가 성연의 입에서 나와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였다. 아무도 그녀의 실제 나이를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성연을 본 손건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이 여자일 거라는 건 전혀 예상 밖이었다.어젯밤의 실력을 생각하니 절로 성연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요즘 여성 해커는 무척 적었다.특히 자신
무진 또한 직설적으로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거액을 들여 산 것이니, 지금은 내 것이죠.”성연은 하마터면 무진에게 화를 낼 뻔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자신이 개발한 것이며, 그 거취를 결정할 권리 또한 자신에게 있었다.도대체 강무진이 무슨 근거로 ‘스카이 아이 시스템’이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지 그 내막을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속에서 화가 치민 성연말의 말투도 따라서 차가워졌다.“말 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지요.”그녀 또한 숨기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어젯밤 맞대결에서 이게 내 것이라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고 생각하는데요.”이어 무진을 바라보았다.“허세는 그만 부리시죠. 어떻게 해야 내 물건을 다시 돌려줄 건가요?”‘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가치는 무척 높아서 손 안에 들어온 걸 강무진이 쉽게 양보할 리 없었다.무진 역시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 나온 목적 또한 성연에게 되돌려주려는 게 아닌 만큼.잠시 후, 무진이 대꾸했다.“그쪽도 잘 알 텐데 말이죠. 사람들이 말하는 ‘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뛰어난 점에 대해선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내 것입니다. 이게 상규라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요?”무진의 말투는 되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게 확연했다.무진이 양보할 생각이 없자, 성연은 모자를 쓴 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성연이 입을 열지 않자 무진이 계속 말했다.“차라리 같이 개발하는 게 낫겠군요. 어찌 되었든 나도 헛돈을 쓸 순 없으니 말이죠.”성연의 안색이 가라앉았다.물건은 결코 자신이 원해서 판 게 아니었다. 혈귀가 훔쳐 판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직의 능력으로 외부의 누구도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직접 볼 생각 같은 건 못하게 했을 터였다.하지만 혈귀 같은 개쓰레기 배신자 때문에 이처럼 많은 일들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다음에 다시 혈귀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말 테다!’성연은 이를 악문 채 참으며 무진과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누가 당신에게 사기를 쳤다면 가서 돈을 되찾
손을 들어 올린 무진이 성연의 동작을 피했다. 성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빨리 기회를 틈타 공격하며 무진을 구석으로 몰았다.유연성이 아주 뛰어난 성연은 모든 장애물을 쉽게 넘으며 무진의 코앞까지 바짝 다가섰다.그러나 무진의 동작도 날카로워 상대하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간신히 응수하는 정도였다.한동안 매우 격렬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두 사람이 룸에서 싸우는 동안 쿵, 쾅 하는 소리들이 들렸다.손건호는 옆에서 보고만 있을 뿐 끼어들지 않았다.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가능하다면 옆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구경할 텐데.‘이게 바로 두 거물 간의 대결 아니겠나? 정말이지 너무 멋져!’‘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해야 이런 실력이 되는 것일까?’강무진의 곁을 지키는 손건호 또한 나름 상당한 실력을 갖춘 인물이었다.물론 강무진 앞에서는 열 합을 넘기지 못하지만 말이다. 보스랑 저리 오랫동안 겨루고 있는 그녀가 정말 대단한 거였다.아니 강무진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뛰어난 해킹 기술에, 이처럼 대단한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이 여성이라니. 속으로 받은 엄청난 충격을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를 정도였다.바로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딪쳐 열리자 서한기가 수하들을 이끌고 들어왔다.상황을 지켜보던 손건호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곧바로 온 사방에서 몰려온 수하들이 보스와 상대가 맞서 싸우는 걸 지켜보았다.당연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수하들이 바로 룸 안에서 싸우기 시작했다.수하들이 들이닥치는 걸 본 성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무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체력도 아주 뛰어났다.처음에는 무진과 서로 엇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성연은 힘에 부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공격 위주였으나 후반부에는 주로 강무진의 공격을 막는 방어 동작밖에 할 수 없었다.성연의 동작을 보면서 무진은 조급함 없이 느릿느릿 공격하기 시작했다.“숙녀분, 다시 한 번 잘 생
성연의 공격에 무진이 아주 빠르게 반응하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두 사람의 몸은 아주 보기 좋았다.싸우고 있는 지금도 마치 장난치는 듯, 또는 춤을 추듯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인 시각적 효과를 줄 만큼 멋있었다.싸우는 과정에 무진의 동작에 힘이 실리며 아주 묵직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성연의 부드러운 가슴 부분을 무진의 손이 스치고 지나갔다.손끝으로 긁고 지나간 느낌이 너무 뚜렷해서 성연이 놀란 얼굴로 무진을 쳐다보았다.무진 또한 느꼈는지 얼굴 표정이 다소 어색해졌다. 정말 이 여자를 봐 줄 마음이 없어서 손속에 힘을 풀지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원래 이미 화가 나 있던 성연은 무진에게 희롱을 당했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부끄럽기도 한 성연이 바로 입으로 무진의 손등을 물어버렸다.무진은 성연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그러자 성연도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스카이 아이 시스템도 다시 손에 들어왔겠다,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그 기세를 틈타 성연이 철수하자 뒤를 겹겹이 둘러싼 수하들이 성연을 엄호했다.손건호가 수하들을 데리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그러나 차고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진로가 막혔다.거의 안전 지대에 다다르자 서한기가 성연의 앞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보스, 어때요? 손에 넣었습니까?”성연이 씨익 웃으며 손에서 USB를 꺼내 앞에서 흔들었다.“내가 나섰는데 실패할 리가 있겠어?”성연의 손에 든 USB를 본 서한기도 온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보스, 정말 손에 넣었어요? 꿈은 아니지요?”분명 조금 전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봤을 때, 성연은 이미 기운이 빠져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도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되찾기엔 가망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달리면서 밤의 어두움을 빌어 몸을 숨긴 성연은 뒤에서 추격하는 이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추격자들이 저 뒤로 멀리 떨어진 걸 본 뒤에 말했다.“손에 넣었어. 그런데 강무진
잠시 허공을 주시던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 일을 떠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말했다. “모두 물러가.”“네, 보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잃어버렸는데도 보스의 기분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뭐 때문이지?’엄청난 금액을 주고 산 게 아닌가? 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서야 손에 넣었던 물건인데 말이다.그러나 지금 누군가 가져가겠다고 하고 가져가 버렸는데도 보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강무진의 평소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손건호의 마음속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보스 강무진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 명령에 복종해 왔었다.수하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한 후 보스를 수행해서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왔다.무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성연은 이미 목욕을 끝내고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달걀형의 뽀얀 얼굴로 성연은 평범한 만화 캐릭터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이유 없이 성연을 보자마자 무진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의 여자와 성연이 겹쳐졌다.분명히 두 사람은 닮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성연을 힐끗 쳐다본 무진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언제 왔어?”성연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대답했다.“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타이밍도 정말 기막히지 않은가?무진이 예의 주시하는 듯한 눈빛을 한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한 사람을 만났는데, 너랑 많이 닮았다고 느꼈어.”성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무진의 시선을 받으며 웃었다.“그래요? 아마 미녀들은 모두 다 비슷한 모양이네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무진 씨한테 아주 인상 깊게 남았나 봐요? 약혼녀 앞에서 다른 여자 얘기를 꺼내다니, 내가 질투하면 어떡하려고요?”무진이 성연의 눈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질투 나?”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대답이 듣고 싶었다.도대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