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을 들어 올린 무진이 성연의 동작을 피했다. 성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빨리 기회를 틈타 공격하며 무진을 구석으로 몰았다.유연성이 아주 뛰어난 성연은 모든 장애물을 쉽게 넘으며 무진의 코앞까지 바짝 다가섰다.그러나 무진의 동작도 날카로워 상대하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간신히 응수하는 정도였다.한동안 매우 격렬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두 사람이 룸에서 싸우는 동안 쿵, 쾅 하는 소리들이 들렸다.손건호는 옆에서 보고만 있을 뿐 끼어들지 않았다.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가능하다면 옆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구경할 텐데.‘이게 바로 두 거물 간의 대결 아니겠나? 정말이지 너무 멋져!’‘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해야 이런 실력이 되는 것일까?’강무진의 곁을 지키는 손건호 또한 나름 상당한 실력을 갖춘 인물이었다.물론 강무진 앞에서는 열 합을 넘기지 못하지만 말이다. 보스랑 저리 오랫동안 겨루고 있는 그녀가 정말 대단한 거였다.아니 강무진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뛰어난 해킹 기술에, 이처럼 대단한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이 여성이라니. 속으로 받은 엄청난 충격을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를 정도였다.바로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딪쳐 열리자 서한기가 수하들을 이끌고 들어왔다.상황을 지켜보던 손건호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곧바로 온 사방에서 몰려온 수하들이 보스와 상대가 맞서 싸우는 걸 지켜보았다.당연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수하들이 바로 룸 안에서 싸우기 시작했다.수하들이 들이닥치는 걸 본 성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무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체력도 아주 뛰어났다.처음에는 무진과 서로 엇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성연은 힘에 부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공격 위주였으나 후반부에는 주로 강무진의 공격을 막는 방어 동작밖에 할 수 없었다.성연의 동작을 보면서 무진은 조급함 없이 느릿느릿 공격하기 시작했다.“숙녀분, 다시 한 번 잘 생
성연의 공격에 무진이 아주 빠르게 반응하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두 사람의 몸은 아주 보기 좋았다.싸우고 있는 지금도 마치 장난치는 듯, 또는 춤을 추듯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인 시각적 효과를 줄 만큼 멋있었다.싸우는 과정에 무진의 동작에 힘이 실리며 아주 묵직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성연의 부드러운 가슴 부분을 무진의 손이 스치고 지나갔다.손끝으로 긁고 지나간 느낌이 너무 뚜렷해서 성연이 놀란 얼굴로 무진을 쳐다보았다.무진 또한 느꼈는지 얼굴 표정이 다소 어색해졌다. 정말 이 여자를 봐 줄 마음이 없어서 손속에 힘을 풀지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원래 이미 화가 나 있던 성연은 무진에게 희롱을 당했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부끄럽기도 한 성연이 바로 입으로 무진의 손등을 물어버렸다.무진은 성연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그러자 성연도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스카이 아이 시스템도 다시 손에 들어왔겠다,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그 기세를 틈타 성연이 철수하자 뒤를 겹겹이 둘러싼 수하들이 성연을 엄호했다.손건호가 수하들을 데리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그러나 차고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진로가 막혔다.거의 안전 지대에 다다르자 서한기가 성연의 앞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보스, 어때요? 손에 넣었습니까?”성연이 씨익 웃으며 손에서 USB를 꺼내 앞에서 흔들었다.“내가 나섰는데 실패할 리가 있겠어?”성연의 손에 든 USB를 본 서한기도 온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보스, 정말 손에 넣었어요? 꿈은 아니지요?”분명 조금 전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봤을 때, 성연은 이미 기운이 빠져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도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되찾기엔 가망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달리면서 밤의 어두움을 빌어 몸을 숨긴 성연은 뒤에서 추격하는 이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추격자들이 저 뒤로 멀리 떨어진 걸 본 뒤에 말했다.“손에 넣었어. 그런데 강무진
잠시 허공을 주시던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 일을 떠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말했다. “모두 물러가.”“네, 보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잃어버렸는데도 보스의 기분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뭐 때문이지?’엄청난 금액을 주고 산 게 아닌가? 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서야 손에 넣었던 물건인데 말이다.그러나 지금 누군가 가져가겠다고 하고 가져가 버렸는데도 보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강무진의 평소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손건호의 마음속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보스 강무진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 명령에 복종해 왔었다.수하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한 후 보스를 수행해서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왔다.무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성연은 이미 목욕을 끝내고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달걀형의 뽀얀 얼굴로 성연은 평범한 만화 캐릭터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이유 없이 성연을 보자마자 무진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의 여자와 성연이 겹쳐졌다.분명히 두 사람은 닮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성연을 힐끗 쳐다본 무진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언제 왔어?”성연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대답했다.“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타이밍도 정말 기막히지 않은가?무진이 예의 주시하는 듯한 눈빛을 한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한 사람을 만났는데, 너랑 많이 닮았다고 느꼈어.”성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무진의 시선을 받으며 웃었다.“그래요? 아마 미녀들은 모두 다 비슷한 모양이네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무진 씨한테 아주 인상 깊게 남았나 봐요? 약혼녀 앞에서 다른 여자 얘기를 꺼내다니, 내가 질투하면 어떡하려고요?”무진이 성연의 눈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질투 나?”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대답이 듣고 싶었다.도대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마음의 가책이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성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자발적으로 무진에게 침을 놓아주겠다고 말했다.‘적어도 강무진이 저렇게 손해보게 해서는 안 돼.’강무진의 다리는 거의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국부적으로 침을 놓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해도 처음처럼 그렇게 피곤할 정도는 아니었다.무진의 다리에 침을 다 놓은 성연이 침을 뽑고 물러서려 할 때, 오늘 힘을 너무 써서 그런지 실수로 뒤에 있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다.모서리는 매끄러웠지만, 성연은 허리에 상처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부딪혔을 때 너무 아픈 나머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허리 뒤의 부딪힌 자리를 더듬으며 눌러보니 여전히 아팠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성연이 손을 들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아무 것도 아니에요. 동아리 모임에서 좀 부딪혔어요.”사실, 오늘 저녁 대결하면서 실수로 부딪혔던 거지만.당시 긴장감과 흥분이 차 올라있는 상태에 아프고 말고 따질 겨를이 어디 있기나 했겠나?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오며 아프다는 걸 알아차린 거지.물론 성연은 아주 침착한 태도로 무진 앞에서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무진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자칫하면 그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었다.“괜찮아? 의사를 부를까?” 관심을 주며 묻는 무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성연은 손을 내저었다.“됐어요. 그냥 작은 상처일 뿐인데요. 한 이틀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지금은 의사들도 모두 쉬는 시간이에요.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말하는 동시에 성연은 천연덕스럽게 침을 정리해서 한쪽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손을 씻고 와서 무진의 다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무진의 근육을 주무르며 움직이던 성연이 놀라워했다.“운동 효과가 정말 좋아요. 다리 상처가 정말 잘 아물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겠어요.”의사의
성연의 말을 들으며 무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의 대답은 앞뒤가 너무 딱딱 맞아서 아무런 꼬투리도 찾지 못할 정도였다.게다가, 너무 떠보면 상처받을 수도 있었다. 만약 성연이 그 여자가 아니라면,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니겠는가?성연도 생각을 고쳐먹었다. 보아하니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무진의 블랙카드를 긁어서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이 사람도 참, 돈을 쓰게 하는 괴벽이 가지고 있네? 돈 안 쓴다고 싫어하다니 말이야.’성연이 입을 삐죽거리며 생각했다.무진의 다리를 마사지한 뒤 정리까지 마무리한 성연이 베개에 머리를 대자 바로 잠이 들었다.무진은 성연의 옆에서 잠들었다.매번 성연 옆에서 잘 때마다 그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불면증이 사라진 지도 이미 한참 되었다.그래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한밤중에 목이 몹시 말랐던 무진이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마셨다.물을 마시고 침대로 돌아온 무진은 통증이 관통한 듯 자면서도 찡그리고 있는 성연의 얼굴이 보였다. 온몸을 이불로 돌돌 말고 있었다.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이리저리 뒤척인 탓에 상의가 위로 올라가 뽀얀 허리살을 드러내고 있었다.유난히 하얀 피부 탓에 허리의 멍도 무척이나 선명했다.미옥에 흠집이 난 것처럼 무척이나 눈에 거슬렸다.성연이 오늘 저녁의 그 여자인지, 무진은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 푸른 멍은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약을 바르지 않는다면 성연의 허리는 분명 더 심해질 터.무진이 서랍 안을 이리저리 뒤졌으나 타박상 연고가 보이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에 분명 여기에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안 보이는 건가 말이다.자신의 동작에 성연이 시끄러워 깰까 봐 아래층으로 내려가 찾아볼 생각이었다.계단 입구에 도착하자 아래층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내려 보니, 집사였다.발자국 소리를 들은 집사가 고개를 돌렸다. 이 시간에 무진과 마주칠 줄 몰랐던 그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도련
이튿날 성연이 깨어났을 때 좀 의외였다. 허리를 다친 곳이 벌써 아물었는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어제 그녀는 게으름을 피운 데다가 집에서 약을 바르기도 불편해 상처를 무시한 채 저절로 낫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상처가 이렇게 빨리 나을 정도로 자신의 몸이 좋은 줄은 몰랐다.아마 크게 다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뿐만 아니라 욕실에 들어가 옷자락을 들춰 본 성연은 멍이 벌써 거의 사라지고 없는 걸 보았다.정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었다. 자신이 약을 바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다니. 약을 바르기도 썩 좋지 못한 부위였는데 말이다.학교에 갔을 때 성연은 하던 대로 보건실로 갔다. 그러나 오늘은 잠을 자러 가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러 갔다.이틀 전, 매우 재미있는 게임 두 개를 발견했었다. 지금 1분 1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스테이지를 통과한 후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 싶을 뿐이다.보건실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게임을 하는 성연을 보고 있자니, 어쩔 수 없다는 포기의 빛이 서한기의 눈에 어렸다.성연은 평소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아마 가장 좋아하는 게 게임일 것이다.일단 한 번 시작하면 완전히 푹 빠져서 아예 침식도 잊어벼렸다.기다리다고 있자니 성연이 가까스로 게임을 멈추었다. 서한기는 성연에게 약병을 건넸다.“보스, 이건 보스가 지난번에 연구, 제조한 거예요. 효과가 아주 좋아서 가져왔어요.”성연과 가까운 관계인데다 그녀의 곁에 있으면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성연은 때때로 상처 치료약을 주었는데 모두 효과가 최고였다.빨리 회복되니 오래 동안 힘들어 할 필요가 없었다.강무진과 맞붙는 과정에서 성연이 분명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강씨 집안에 있는 성연은 분명히 약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성연이 자신에게 준 것을 가지고 온 것.마침 스테이지 하나를 넘긴 성연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필요 없어. 내 상처는 거의 다 나았어.”서한기는 완전 의문에 찬 눈빛이다. ‘어젯밤에 입은 상처가
성연은 서한기에게 편지를 가져오라고 했다.날아갈 듯 휘갈겨 쓴 익숙한 글씨체가 눈에 들어왔다.성연이 이전에 받은 편지와 마찬가지로 먼저 간단한 인사말 몇 마디로 시작되었다. 자신은 평안하니 성연에게도 자신을 잘 돌보라고 당부했다. 만약 도움이 필요하면 편지를 쓰라는 말도 있었다. 또 여하튼 자신을 잘 지키고 어디에 가든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하라는 당부도. 사부님은 언제나 자신의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셨다.간단한 몇 글자이지만, 성연은 이리 보고 저리 보며 벌써 여러 번째다.마음이 훈훈해졌다.이미 수없이 한 말들이었지만 성연은 매번 감동받았다.사부님은 어떤 상황에서도 잊지 않고 자신에게 관심을 기울이셨다.하지만 예전에는 이런저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뿐이었는데, 어째 이번 편지에는 편지지가 한 장 더 들어 있었다.성연은 편지지를 꺼냈다.눈으로 몇 차례 훑은 성연은 이 펀지지에 쓰인 내용이야 말로 사부님이 편지를 보내오신 목적이라는 걸 발견했다.편지에서는 사부님 한 친구가 중병에 걸렸지만 밝힐 수 없는 이유로 자신은 돌아올 수 없으니, 성연에게 가서 대신 진찰을 받으라고 했다는 내용이었다.어떤 구체적인 이유인지는 모르나 사부님은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으셨다.그러나 성연은 언제나 인정을 중시하는 사부님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정말 무슨 부득이한 이유가 있지 않았다면, 분명 직접 오셨을 것이다. 성연을 대신 보내지 않고 말이다.사부님의 일이라면 성연은 늘 120%를 다해 왔다.자세히 살펴보니, 사부님 친구의 상세한 주소와 신분이 아래에 적혀 있었다.아래의 신분을 본 성연은 한순간 깜짝 놀랐다.사부님께 이런 클래스의 친구가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사부님의 진짜 신분은 성연도 잘 모른다.다만 사부님의 신들린 의술이라면 이런 인물을 아는 것도 이상하지 않을 터.중병에 걸린 분은 일찍이 부대에서 혁혁한 공훈을 세운, 진정한 철혈 영웅이었다. 그의 몸에는 수많은 영예와 훈장이 가득 걸려있었다.원래의 신체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은
고개를 끄덕인 서한기는 성연이 수업을 하는 동안 모든 일을 안배해 두었다.저녁에 수업이 끝난 후 성연은 보건실에 가서 옷을 갈아입었다.단순한 흰 티셔츠를 입고 아래는 평범한 검정 진을 입었다. 또 인피 가면을 뒤집어써서 예쁜 얼굴을 가렸다. 즉시 거칠어진 얼굴 피부에 무척이나 평범하며 나이든 외모로 변했다.좀 더 신뢰감을 주기 위해 검은 테의 안경을 쓰기도 했다.환복을 마친 성연은 택시를 타고 충해원 제1공관, 연씨 저택으로 갔다.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들은 모두 군인 집안들이었다.이곳에 와서 엄숙한 분위기를 보니 절로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옷 매무새를 정리한 성연이 공관 안으로 걸어 들어가 초인종을 눌렀다.관리인이 문을 열자 성연은 사부님의 말에 따라 자신이 온 이유를 설명했다.성연의 말을 들은 관리인이 얼른 공손한 태도로 안으로 안내했다.문에 들어서니 방안에는 세 사람이 더 있었다. 연씨 집안의 어르신과 아들, 며느리, 그리고 손자였다.연씨 어르신의 손자는 매우 젊어 보였는데 아마 20대 초반정도로 보였다.검은색 티셔츠 차림의 손자는 아주 준수한 외모에 큰 키를 가진 소년미가 넘치는 청년이었다. 또 가슴에는 좀 커다란 스컬 패턴이 들어가 있었고 최신형 스니커즈를 신고 있는 모습이 상당히 세련되어 보였다.잘 생겼지만 보기에는 좀 냉소적이고 오만한 분위기를 풍겼다.성연이 들어가자 소파에 기대 앉아 업신여기듯 성연을 한 번 쓰윽 훑어보았다.그 아버지와 어머니로 보이는 이들은 성연에게 아주 정중한 태도를 보였다.연씨 집안 며느리가 성연에게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미안해요. 번거롭게 이리 오게 해서. 달리 방법이 없었답니다.”“저는 사부님께서 부탁하신 것이니 당연한 일인 걸요.” 성연 또한 겸손한 태도로 차를 들고 가볍게 한 모금 마셨다.“아버님이 얼마 전까지 괜찮으신가 했는데 요즘은 왠지 점점 더 나빠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발 도와주세요.”말하는 며느리의 눈시울이 붉어진 것을 보니 정말 어르신에게 효성스러운 것 같았다.성연이
안진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MS 가문의 장로들은 회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삼장로가 대장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수양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된 건 틀림없이 안진검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요. 곧 우리를 모두 팔아 넘길 겁니다.”원래는 삼장로도 안진검에게 희망을 걸었다.오웬의 죽음은 삼장로의 가슴에 맺힌 한이었다.안진검이 그 울분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진검이 잡혔을 뿐만 아니라 MS가문에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힐 줄은 몰랐다.오웬의 원수는 고사하고 MS 가문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이 사실이 삼장로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안진검을 찢어 죽이지 못해서 원통할 뿐이야!’대장로는 모든 잘못을 안진검에게 떠넘기는 삼장로의 말이 불만스러웠다.‘우리 가문이 지금 손해를 본 건 맞아.’‘하지만 이전에 진검이가 가문에 가져다준 이익이 더 많아.’대장로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장로, 진검이 지금 무진의 손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설사 진검이 그런 정보를 넘겼다 해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강무진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겠지요. 진검이 우리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기에 모두 진검을 우리 일원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대장로도 마음속으로는 안진검을 원망했다.이제 MS 가문의 A국 수출입 무역 활동은 모두 중단되었다.MS 가문이 기본적으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다.그래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진검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대장로,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 우리 가문의 신조는 적이 어떤 수단을 써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나 A국 사람이라 패기가 전혀 없는 거지요.” 장로들 중에서 누군가가 대장로를 힐끗 보면서 조롱했다.“진검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준 좋은 것들은 모두 잊었습니까?” 대장로의 목소리가 순
곧 취조실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체에서 감각이 가장 예민한 손가락이기에 안진검은 정말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안진검을 동정하지 않았다.안진검의 손은 곧 선혈이 낭자해졌다.두 번째 손톱을 뽑으려고 하자 안진검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마, 말할게.”안진검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강무진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전에는 너무나 온화한 모습만 보였던 거야.’무진이 멈추라는 신호를 하자 부하가 한쪽으로 물러섰다.“말해봐.” 무진이 안진검의 앞으로 다가갔다.안진검은 입을 열고 정보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안진검은 두려워하면서 무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아는 건 이 정도야. MS 가문에서 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를 경계하고 있어서 많이 알지는 못해.”“좋아.” 무진은 부하에게 안진검이 말한 것들이 사실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그 후 이틀 동안 여러 무역회사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책임자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또 경찰청 앞으로 몇 개의 박스가 도착했다.박스 안에는 수입이 금지된 밀수품들이 들어 있었다.금지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과 음료수, 심지어 분해된 총기까지도 들어 있었다.이 일은 경찰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곧 전국의 모든 무역 회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이 일은 바로 손건호가 처리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에게 결과를 보고했다.“안진검이 말한 정보대로 법률을 위반한 MS 가문의 회사들을 모두 없앴습니다.”무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안진검이 속이지 않은 모양이네.”“보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지금은 일단 MS 가문 쪽에서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어. 안진검은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야.”무진은 안진검이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그 회사들을 없애서 MS 가문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어.’‘이제 A국 시장에서 M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사과할게요. 하지만 무진 씨, MS가문의 사람들이 무진 씨를 불리하게 만들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어요.”무진은 감격에 겨워서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결국 성연이 한 모든 일은 역시 나를 위해서였어.’무진의 감동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연을 품에 꼭 안자 두 사람의 체온이 얇은 옷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었다.이를 본 성연은 무진에게 진상을 알릴 때의 조마조마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성연도 무진을 꼭 안고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무진은 성연에게 먼저 쉬라고 했다.하루 종일 너무 많은 기복을 겪어서 성연도 몹시 피곤했다.무진이 함께 해 주자 성연은 곧 잠이 들었다.성연의 잠자는 얼굴을 보자 무진의 마음은 더욱 부드럽게 녹아들었다.성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서 침대에서 일어난 무진은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무진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지하 감옥으로 가서 직접 안진검을 심문했다.“당신은 MS 가문의 사람이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성연에게 접근한 거야?”안진검은 어차피 무진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속여도 재미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대로 자백했다.“맞아, MS 가문의 대장로가 내 의부야, 네가 나를 잡았으니 MS 가문의 사람들이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냉소하던 무진은 곧이어 마음속으로 벌컥 화를 냈다.“너는 지금 내 손에 떨어졌는데, 또 무슨 자격으로 내게 조건을 제시하는 거야?”안진검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WS그룹은 확실히 괜찮아.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MS가문과 아직 거리가 멀어. 내가 충고하지. 어쨌든 MS가문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르게 될 거야.”“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안진검은 무진이 자신과 조건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도 하지 않았고, 자세도 점차 늘어졌다.“
무진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바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춰 세웠다.너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두 사람의 몸도 앞으로 기울었다.무진이 조금 진정되자 성연이 계속 말했다.“그래요. 사실 아수라문은 내가 이끌고 있어요.”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여러 차례나 아수라문의 사람들이 나를 도왔어.’‘알고 보니, 뜻밖에도 성연의 사람들이었어.’‘그리고 전에 아수라문의 보스를 만났을 때도 아주 익숙하다고 느꼈지.’‘원래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 그 사람이 정말로 성연이었어.’무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성연은 말을 끝낸 뒤 안절부절 못하면서 무진을 보고 물었다.“무진 씨, 내가 숨긴 걸 탓할 거예요?”무진은 순간 마음이 아팠다.고개를 젓고 천천히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면, 그렇게 여러 번이나 나를 도와줬는데. 그런데 왜 바로 내게 말한 거야?”“성연아, 나는 정말 네가 한 조직의 보스라는 걸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조직이거나 나보다 더 대단할 것 같아. 너는 정말 나보다 더 신비한 사람이야.”성연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무진의 눈에도 마음에도 아끼는 마음이 가득 찼다.‘송성연이라는 한 소녀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바쳤을까?’‘이렇게 여러 해 동안 틀림없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내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성연이를 잘 보호했을 텐데.’“정말 나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성연의 이마에 무진이 가만히 이마를 대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내 여자가 그렇게 대단한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너를 잘 보호하지 못했어.”분명히 명성이 자자한 조직의 보스지만, 성연은 지금 마치 잘못을 저지른 소녀처럼 계속해서 사과했다.“미안, 미안해요. 내가 숨기지 말아야 했어요.”성연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무진에게 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이 모든
창고 밖으로 나아서 성연과 무진은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은 화가 났지만 성연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들을 위해서일 뿐이야.’‘더군다나 지금 성연은 안진검을 잡기 위해서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썼어.’‘그러나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오늘은 마침 내가 왔지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성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무진은 자신이 없어서 성연이 안진검의 손에 떨어지거나, MS가문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안진검 그자는 척 봐도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야.’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더없이 두려웠다.‘내 안위는 상관없지만, 성연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먼저 말했다.“안진검에게 모혜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어요. 이전에 모혜정이 나와 안진검의 관계를 오해했기에, 나는 단지 이 일을 똑똑히 설명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뜻밖에도 안진검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어요.”무진은 성연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전에 안진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안진검의 진면목을 알게 된 뒤라서 성연은 단순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말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해명이 믿기는지?”성연은 자신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경계심을 늦췄다가 하마터면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어.’‘만약 이번 무진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안진검과 싸우다 함께 죽었을 거야.’‘다행히도 무진 씨가 왔어.’그러나 성연은 무진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무모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무진 씨...”“성연아, 잘 생각한 다음에 다시 내게 말해. 나는 네가 그저 핑계를 대는 걸 원하지 않아.”입을 열려고 하던 성연은 무진의 말을
무진은 이미 성연의 신호를 받았다.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든 무진이 안진검을 바로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그리고 안진검이 손에 쥔 비수도 제거했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방금 비수가 자신의 목을 겨눈 장면을 생각하자, 성연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떨렸다.무진이 서연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이렇게 위급한 상황이라서 무진도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즉시 부하들에게 안진검을 잡으라고 알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안진검은 사무실로 도망쳐 문을 잠근 채 지원을 기다리려고 했다.그러나 이터너티의 사람들 동작이 더 빨라서 곧바로 안진검을 붙잡았다.안진검은 바로 바닥에 깔린 모습이 되었다.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면서 외쳤다. “놔, 놔줘.”얼굴도 바닥에 꽉 눌렸다.자신이 붙잡힌 순간, 안진검의 마음도 얼어붙었다.무진의 손에 떨어지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위로했다.성연은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이 순간, 성연의 안색도 창백했다.카지노를 떠나면서 무진은 내친 김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로 하여금 이 도박꾼들과 안진검의 부하들을 체포하게 한 것이다.‘이 도박장을 이곳에 연 것 자체가 명백한 범법 행위야.’‘안진검 일당이 저지른 일도 모두 불법적인 일이지.’‘경찰이 오면 저자들도 틀림없이 몇 년씩 감옥에 가게 되겠지.’‘이 도박꾼들도 가족들을 속이고 이런 짓을 했을 거야. 이런 범죄는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해.’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다.“안진검은 엄중하게 감시해. 그자가 도망치거나 누구하고도 접촉하지 못하게 해.”‘안진검은 MS 가문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야. 만약 안진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구출할 사람을 보내거나 안진검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 할 거야.’‘안진검을 잡아 두면 당연히 쓸모가 있겠지.’‘대장로의 수양아들이니 안진검은 틀림없
손건호와 부하들이 안진검의 경호원들을 없애고 있을 때.무진은 안진검의 사무실로 접근했다.당연히 자신이 직접 안진검을 생포할 작정이었다.무진은 MS 가문의 나쁜 영향은 정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이 안진검이 성연과 몇 번이나 접촉했지.’‘다행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성연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어.’‘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후회하게 됐을까.’‘이번에는 반드시 MS 가문을 전부 해결해야겠어.’‘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존재가 줄곧 큰 위험이 될 거야.’무진은 마음속에 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오늘 반드시 안진검을 죽일 거야.’그런데 방 안의 안진검은 성연을 잡고 비수를 성연의 목에 대고 있었다.사무실 문이 열렸다.안진검은 뛰어든 사람은 틀림없이 성연과 한패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쨌든 성연을 잡고 위협하려는 것이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무진의 앞에 안진검이 성연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이 장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안진검도 온 사람이 무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칼을 들고서 험악하게 웃기 시작했다.양 옆에서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었지만 성연의 마음은 차분했다.성연도 안진검의 아지트를 부수러 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몰랐다.몇 초 동안이나 경악한 채 전혀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안진검을 노려보는 무진의 눈빛에서는 원한이 폭발할 것 같았다.무진이 안진검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그 여자를 놓아주면, 오늘 너를 죽이지 않겠어!”무진의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무진은 가슴을 조여야 했다.‘안진검을 해결하면 성연이 철저히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결국 성연은 깊은 함정에 빠졌어.’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안진검이 냉소하며 말했다.“강무진, 강무진. 당신 같은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여자 때문에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오다니.”안진검은 성연이 나타나자, 무진과 성연이 공동으로 꾸민 계획이라고 생각했다.‘송성
무진은 부하들을 데리고 카지노를 공격했다.도대체 누가 들어왔는지 모르는 도박꾼들은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났다.부하들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무관한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자초하게 될 거야!”도박꾼들 대부분은 담이 크지 않아서 바닥에 엎드린 채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안진검의 경호원은 모두 수십 명이다.모두 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달려들었다.앞장선 자가 무진의 수하들을 향해 위세를 부리며 말했다.“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너희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그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를 들었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었다.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무기들은 더없이 섬뜩하게 보였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수도 적고 다소 약해 보였다.그래서 안진검의 경호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다.각자의 전투력도 무척 강했다.맨손으로도 이 경호원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그 경호원들은 칼을 마구 휘두르며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기술은 전혀 없었다.곧 여러 명이 이터너티 쪽 사람들에 의해서 바닥에 쓰러졌다.칼도 곧 이터너티 쪽 사람들 손으로 들어갔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무진은 때때로 자신에게 달라붙는 자들을 걷어찼다.갑자기 무진의 곁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무진이 손을 뻗어 공격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소리쳤다.“보스, 접니다.”무진은 손건호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바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너 왜 왔어,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고개를 숙인 손건호가 말했다.“보스, 보스를 보호하는 게 제 직책입니다. 나는 보스에게 어떤 일도 생기게 할 수 없습니다. 보스가 저를 따르지 못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보스만 괜찮으면 됩니다.”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 ‘손건호는 정말 방법이 없어.’“왔으니 됐어, 방해나 하지 마!” 무진은 결국 손건호의 행동을 눈감아주었다.손건호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는
안진검은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쾅!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곧이어 탁탁 소리가 났다.마치 집을 허무는 소리 같았다.안진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이때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했다.“회장님, 누군가 우리 카지노에 뛰어들었습니다.”안진검은 그래도 냉정한 모습이었다.“경찰이야?”그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아닙니다. 아주 잔인하게 손찌검을 하는데, 저희들에게는 극단적인 수를 썼습니다.”이미 그들의 손에 여럿이 죽었다.하지만 이 사실은 감히 말하지 못했다.안진검이 더 화를 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안진검도 놀란 표정이었다.‘어렵게 카지노를 열었어. 가까스로 이 자리를 찾았는데, 이제 모두 파괴된 거야.’‘그런데 도대체 누구일까?’고개를 돌린 안진검이 음산한 표정으로 성연에게 물었다.“당신이 데려온 사람이야?”어안이 벙벙해진 성연도 막연한 표정이었고, 안진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사실 성연은 밖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돌연 성연의 앞으로 달려간 안진검이 차갑게 성연을 쳐다보았다.“내 신분을 간파한 거야? 이곳은 이렇게 은밀한데, 당신이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누가 찾을 수 있겠어. 오늘 제 발로 여기 왔으니 내 인질이 될 수밖에 없어.”말이 끝나자 손을 내밀고 성연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옆에 있던 모혜정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모혜정은 안진검을 보고 다시 성연을 보았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들 앞에 낮을 들 수 없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그러나 송성연과 안진검의 지금 모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안진검은 모혜정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빨리 뒷문으로 뛰어!”모혜정은 눈물이 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안진검의 표정은 어두웠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만약 모혜정이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