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 블랙스톤의 룸 안.무진은 이미 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손건호가 무진의 옆에 서서 걱정스럽게 말했다.“보스, 정말 올까요?”“올 테니 걱정하지 마.” 무진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무진이 차분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자, 손건호 또한 마음이 차분해졌다.과연 7시 반경에 룸의 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있었다.성연이 룸 안으로 들어왔다. 하이힐을 신은 그녀의 몸매는 더 늘씬해 보였다. 성연의 등장으로 룸 안 가득 향기가 퍼지며 강한 아우라마저 느껴져 저도 모르게 허리를 굽히고 싶게 했다.룸에 들어간 사람은 송성연 혼자였다.서한기는 밖에서 수하들을 한데 모아 잠시 후에 발생할 비상 상황에 대비했다. 언제든 바로 성연을 도울 수 있도록.무진과 손건호가 고개를 들어 성연을 쳐다보았다.그녀는 온몸을 꽁꽁 둘러 싸맨 채 뽀얀 살결 한 점만 살짝 드러내었다. 손까지 레이스 장갑을 끼고 있는 상태였다.그러나 이런 큰 인물들은 등장하면서 자신의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게 당연했다.외부 사람들 모두 ‘스카이 아이 시스템’이 강씨 집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상태.그래서 오늘 무진이 WS그룹 대표로 나온 것이다.얼굴의 절반이 은색 가면에 가려진 무진은 룸 안으로 들어오던 성연과 눈을 마주쳤다.그러나 성연이 곧바로 시선을 돌렸다.무진이 어떤 실마리도 알아채지 못하게 해야 했다.이런 위험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바로 소파에 자리를 잡고 앉은 성연이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내 물건을 되찾으러 왔어요. 충분히 오래 시간 동안 물건을 갖고 있지 않았나요? 이제 주인에게 돌려줄 차례예요.”고의로 목소리를 낮추어서인지 약간 쉰 목소리가 성연의 입에서 나와 나이가 좀 더 많아 보였다. 아무도 그녀의 실제 나이를 짐작하지 못할 것이다.성연을 본 손건호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개발한 사람이 여자일 거라는 건 전혀 예상 밖이었다.어젯밤의 실력을 생각하니 절로 성연에 대한 존경심이 생겼다.요즘 여성 해커는 무척 적었다.특히 자신
무진 또한 직설적으로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거액을 들여 산 것이니, 지금은 내 것이죠.”성연은 하마터면 무진에게 화를 낼 뻔했다.‘스카이 아이 시스템’은 자신이 개발한 것이며, 그 거취를 결정할 권리 또한 자신에게 있었다.도대체 강무진이 무슨 근거로 ‘스카이 아이 시스템’이 자기 것이라고 말하는지 그 내막을 자신조차 알 수 없었다.속에서 화가 치민 성연말의 말투도 따라서 차가워졌다.“말 만으로는 증명할 수 없지요.”그녀 또한 숨기지 않고 바로 인정했다.“어젯밤 맞대결에서 이게 내 것이라는 것을 이미 증명했다고 생각하는데요.”이어 무진을 바라보았다.“허세는 그만 부리시죠. 어떻게 해야 내 물건을 다시 돌려줄 건가요?”‘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가치는 무척 높아서 손 안에 들어온 걸 강무진이 쉽게 양보할 리 없었다.무진 역시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이 자리에 나온 목적 또한 성연에게 되돌려주려는 게 아닌 만큼.잠시 후, 무진이 대꾸했다.“그쪽도 잘 알 텐데 말이죠. 사람들이 말하는 ‘스카이 아이 시스템’의 뛰어난 점에 대해선 이미 돈을 지불했으니, 당연히 내 것입니다. 이게 상규라는 걸 모르지는 않겠지요?”무진의 말투는 되돌려줄 생각이 없다는 게 확연했다.무진이 양보할 생각이 없자, 성연은 모자를 쓴 채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성연이 입을 열지 않자 무진이 계속 말했다.“차라리 같이 개발하는 게 낫겠군요. 어찌 되었든 나도 헛돈을 쓸 순 없으니 말이죠.”성연의 안색이 가라앉았다.물건은 결코 자신이 원해서 판 게 아니었다. 혈귀가 훔쳐 판 것이다.그렇지 않았다면 조직의 능력으로 외부의 누구도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직접 볼 생각 같은 건 못하게 했을 터였다.하지만 혈귀 같은 개쓰레기 배신자 때문에 이처럼 많은 일들로 고생하고 있는 것이다.‘다음에 다시 혈귀를 만나게 되면, 반드시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말 테다!’성연은 이를 악문 채 참으며 무진과 대화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누가 당신에게 사기를 쳤다면 가서 돈을 되찾
손을 들어 올린 무진이 성연의 동작을 피했다. 성연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재빨리 기회를 틈타 공격하며 무진을 구석으로 몰았다.유연성이 아주 뛰어난 성연은 모든 장애물을 쉽게 넘으며 무진의 코앞까지 바짝 다가섰다.그러나 무진의 동작도 날카로워 상대하기가 점차 힘들어졌다. 간신히 응수하는 정도였다.한동안 매우 격렬한 장면들이 연출되었다.두 사람이 룸에서 싸우는 동안 쿵, 쾅 하는 소리들이 들렸다.손건호는 옆에서 보고만 있을 뿐 끼어들지 않았다.눈이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지금 가능하다면 옆에서 해바라기씨를 까면서 구경할 텐데.‘이게 바로 두 거물 간의 대결 아니겠나? 정말이지 너무 멋져!’‘얼마나 혹독하게 훈련해야 이런 실력이 되는 것일까?’강무진의 곁을 지키는 손건호 또한 나름 상당한 실력을 갖춘 인물이었다.물론 강무진 앞에서는 열 합을 넘기지 못하지만 말이다. 보스랑 저리 오랫동안 겨루고 있는 그녀가 정말 대단한 거였다.아니 강무진 보다 한 수 위인 것 같았다.뛰어난 해킹 기술에, 이처럼 대단한 무술 실력을 가진 사람이 여성이라니. 속으로 받은 엄청난 충격을 도저히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모를 정도였다.바로 그때 ‘쾅’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부딪쳐 열리자 서한기가 수하들을 이끌고 들어왔다.상황을 지켜보던 손건호가 눈을 가느스름하게 뜨며 손뼉을 쳤다. 그러자 곧바로 온 사방에서 몰려온 수하들이 보스와 상대가 맞서 싸우는 걸 지켜보았다.당연히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수하들이 바로 룸 안에서 싸우기 시작했다.수하들이 들이닥치는 걸 본 성연은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무진의 실력은 정말 대단했다. 체력도 아주 뛰어났다.처음에는 무진과 서로 엇비슷한 상황이었지만 뒤로 갈수록 성연은 힘에 부쳤다.얼마 지나지 않아 체력이 떨어졌다. 처음에는 공격 위주였으나 후반부에는 주로 강무진의 공격을 막는 방어 동작밖에 할 수 없었다.성연의 동작을 보면서 무진은 조급함 없이 느릿느릿 공격하기 시작했다.“숙녀분, 다시 한 번 잘 생
성연의 공격에 무진이 아주 빠르게 반응하며 그녀의 손목을 잡아당겼다. 두 사람의 몸은 아주 보기 좋았다.싸우고 있는 지금도 마치 장난치는 듯, 또는 춤을 추듯 왔다갔다하는 모습이 아주 인상적인 시각적 효과를 줄 만큼 멋있었다.싸우는 과정에 무진의 동작에 힘이 실리며 아주 묵직했다. 잠시 방심한 사이 성연의 부드러운 가슴 부분을 무진의 손이 스치고 지나갔다.손끝으로 긁고 지나간 느낌이 너무 뚜렷해서 성연이 놀란 얼굴로 무진을 쳐다보았다.무진 또한 느꼈는지 얼굴 표정이 다소 어색해졌다. 정말 이 여자를 봐 줄 마음이 없어서 손속에 힘을 풀지하지 않았을 뿐이었다.원래 이미 화가 나 있던 성연은 무진에게 희롱을 당했다고 생각하자 분노가 걷잡을 수 없이 치 머리 꼭대기까지 치솟았다.부끄럽기도 한 성연이 바로 입으로 무진의 손등을 물어버렸다.무진은 성연의 손목을 잡고 있던 손을 풀었다.그러자 성연도 뒤로 물러났다. 어차피 스카이 아이 시스템도 다시 손에 들어왔겠다, 여기에서 이러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그 기세를 틈타 성연이 철수하자 뒤를 겹겹이 둘러싼 수하들이 성연을 엄호했다.손건호가 수하들을 데리고 그들의 뒤를 쫓았다.그러나 차고에 도착했을 때 또 다른 사람들에 의해 진로가 막혔다.거의 안전 지대에 다다르자 서한기가 성연의 앞으로 달려가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보스, 어때요? 손에 넣었습니까?”성연이 씨익 웃으며 손에서 USB를 꺼내 앞에서 흔들었다.“내가 나섰는데 실패할 리가 있겠어?”성연의 손에 든 USB를 본 서한기도 온 얼굴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보스, 정말 손에 넣었어요? 꿈은 아니지요?”분명 조금 전 두 사람이 싸우는 걸 봤을 때, 성연은 이미 기운이 빠져 있었다.그래서 이번에도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되찾기엔 가망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다.달리면서 밤의 어두움을 빌어 몸을 숨긴 성연은 뒤에서 추격하는 이들의 동향을 예의 주시했다. 그리고 추격자들이 저 뒤로 멀리 떨어진 걸 본 뒤에 말했다.“손에 넣었어. 그런데 강무진
잠시 허공을 주시던 무진이 고개를 저었다. 더 이상 이 일을 떠올리지 않을 생각이었다.무진이 손을 들어 말했다. “모두 물러가.”“네, 보스.”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오늘 스카이 아이 시스템을 잃어버렸는데도 보스의 기분이 그리 나빠 보이지 않았다.‘도대체 뭐 때문이지?’엄청난 금액을 주고 산 게 아닌가? 또 많은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고서야 손에 넣었던 물건인데 말이다.그러나 지금 누군가 가져가겠다고 하고 가져가 버렸는데도 보스는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강무진의 평소 성격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손건호의 마음속에 많은 의구심이 들었지만 보스 강무진에 대해서는 언제나 그 명령에 복종해 왔었다.수하들에게 철수하라고 지시한 후 보스를 수행해서 엠파이어 하우스로 돌아왔다.무진이 집에 돌아왔을 때, 성연은 이미 목욕을 끝내고 잠옷 차림으로 소파에 앉아 게임을 하고 있었다.달걀형의 뽀얀 얼굴로 성연은 평범한 만화 캐릭터 잠옷을 입고 있었다. 그러나 이유 없이 성연을 보자마자 무진의 머릿속에는 조금 전의 여자와 성연이 겹쳐졌다.분명히 두 사람은 닮은 데가 하나도 없었다.성연을 힐끗 쳐다본 무진의 얼굴에는 아무것도 드러나지 않았다. “언제 왔어?”성연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휴대폰을 보며 대답했다.“돌아온 지 얼마 안됐어요.”타이밍도 정말 기막히지 않은가?무진이 예의 주시하는 듯한 눈빛을 한 채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한 사람을 만났는데, 너랑 많이 닮았다고 느꼈어.”성연은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은 채 무진의 시선을 받으며 웃었다.“그래요? 아마 미녀들은 모두 다 비슷한 모양이네요? 어떤 사람인지 모르지만, 무진 씨한테 아주 인상 깊게 남았나 봐요? 약혼녀 앞에서 다른 여자 얘기를 꺼내다니, 내가 질투하면 어떡하려고요?”무진이 성연의 눈을 진지한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했다.“질투 나?”답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다른 대답이 듣고 싶었다.도대체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생각할수록 마음의 가책이 더 커지는 느낌이었다.그래서 성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자발적으로 무진에게 침을 놓아주겠다고 말했다.‘적어도 강무진이 저렇게 손해보게 해서는 안 돼.’강무진의 다리는 거의 회복되어 가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회복하기까지는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국부적으로 침을 놓기만 하면 되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마사지를 해도 처음처럼 그렇게 피곤할 정도는 아니었다.무진의 다리에 침을 다 놓은 성연이 침을 뽑고 물러서려 할 때, 오늘 힘을 너무 써서 그런지 실수로 뒤에 있던 테이블 모서리에 부딪혔다.모서리는 매끄러웠지만, 성연은 허리에 상처가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처음 부딪혔을 때 너무 아픈 나머지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셨다.허리 뒤의 부딪힌 자리를 더듬으며 눌러보니 여전히 아팠다.무진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성연이 손을 들어 아무렇지 않은 척을 했다.“아무 것도 아니에요. 동아리 모임에서 좀 부딪혔어요.”사실, 오늘 저녁 대결하면서 실수로 부딪혔던 거지만.당시 긴장감과 흥분이 차 올라있는 상태에 아프고 말고 따질 겨를이 어디 있기나 했겠나?이제야 제 정신이 돌아오며 아프다는 걸 알아차린 거지.물론 성연은 아주 침착한 태도로 무진 앞에서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무진의 머리가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자칫하면 그에게 꼬투리를 잡힐 수도 있었다.“괜찮아? 의사를 부를까?” 관심을 주며 묻는 무진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성연은 손을 내저었다.“됐어요. 그냥 작은 상처일 뿐인데요. 한 이틀만 지나면 괜찮아질 거에요. 지금은 의사들도 모두 쉬는 시간이에요.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아요.”말하는 동시에 성연은 천연덕스럽게 침을 정리해서 한쪽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리고 손을 씻고 와서 무진의 다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무진의 근육을 주무르며 움직이던 성연이 놀라워했다.“운동 효과가 정말 좋아요. 다리 상처가 정말 잘 아물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있겠어요.”의사의
성연의 말을 들으며 무진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성연의 대답은 앞뒤가 너무 딱딱 맞아서 아무런 꼬투리도 찾지 못할 정도였다.게다가, 너무 떠보면 상처받을 수도 있었다. 만약 성연이 그 여자가 아니라면, 쓸데없는 짓을 한 게 아니겠는가?성연도 생각을 고쳐먹었다. 보아하니 앞으로 시간이 있을 때 무진의 블랙카드를 긁어서 더 이상 의심하지 못하게 해야 할 것 같았다.‘이 사람도 참, 돈을 쓰게 하는 괴벽이 가지고 있네? 돈 안 쓴다고 싫어하다니 말이야.’성연이 입을 삐죽거리며 생각했다.무진의 다리를 마사지한 뒤 정리까지 마무리한 성연이 베개에 머리를 대자 바로 잠이 들었다.무진은 성연의 옆에서 잠들었다.매번 성연 옆에서 잘 때마다 그는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불면증이 사라진 지도 이미 한참 되었다.그래서 더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었다.한밤중에 목이 몹시 말랐던 무진이 침대에서 일어나 물을 마셨다.물을 마시고 침대로 돌아온 무진은 통증이 관통한 듯 자면서도 찡그리고 있는 성연의 얼굴이 보였다. 온몸을 이불로 돌돌 말고 있었다. 헐렁한 잠옷 차림으로 이리저리 뒤척인 탓에 상의가 위로 올라가 뽀얀 허리살을 드러내고 있었다.유난히 하얀 피부 탓에 허리의 멍도 무척이나 선명했다.미옥에 흠집이 난 것처럼 무척이나 눈에 거슬렸다.성연이 오늘 저녁의 그 여자인지, 무진은 확신할 수 없었다.그러나 이 푸른 멍은 신경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약을 바르지 않는다면 성연의 허리는 분명 더 심해질 터.무진이 서랍 안을 이리저리 뒤졌으나 타박상 연고가 보이지 않았다.눈살을 찌푸렸다. 예전에 분명 여기에 두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어떻게 안 보이는 건가 말이다.자신의 동작에 성연이 시끄러워 깰까 봐 아래층으로 내려가 찾아볼 생각이었다.계단 입구에 도착하자 아래층에서 조그만 소리가 들려왔다.고개를 내려 보니, 집사였다.발자국 소리를 들은 집사가 고개를 돌렸다. 이 시간에 무진과 마주칠 줄 몰랐던 그는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도련
이튿날 성연이 깨어났을 때 좀 의외였다. 허리를 다친 곳이 벌써 아물었는지 별로 아프지 않았다.어제 그녀는 게으름을 피운 데다가 집에서 약을 바르기도 불편해 상처를 무시한 채 저절로 낫기를 기다렸다.그런데 상처가 이렇게 빨리 나을 정도로 자신의 몸이 좋은 줄은 몰랐다.아마 크게 다치지도 않았던 모양이다.뿐만 아니라 욕실에 들어가 옷자락을 들춰 본 성연은 멍이 벌써 거의 사라지고 없는 걸 보았다.정말 예상치 못한 놀라움이었다. 자신이 약을 바르는 번거로움을 덜어주다니. 약을 바르기도 썩 좋지 못한 부위였는데 말이다.학교에 갔을 때 성연은 하던 대로 보건실로 갔다. 그러나 오늘은 잠을 자러 가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러 갔다.이틀 전, 매우 재미있는 게임 두 개를 발견했었다. 지금 1분 1초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스테이지를 통과한 후 어떻게 전개될지 보고 싶을 뿐이다.보건실에 들어서자마자 고개를 숙이고 게임을 하는 성연을 보고 있자니, 어쩔 수 없다는 포기의 빛이 서한기의 눈에 어렸다.성연은 평소 별다른 취미가 없었다. 아마 가장 좋아하는 게 게임일 것이다.일단 한 번 시작하면 완전히 푹 빠져서 아예 침식도 잊어벼렸다.기다리다고 있자니 성연이 가까스로 게임을 멈추었다. 서한기는 성연에게 약병을 건넸다.“보스, 이건 보스가 지난번에 연구, 제조한 거예요. 효과가 아주 좋아서 가져왔어요.”성연과 가까운 관계인데다 그녀의 곁에 있으면 좋은 점이 바로 이런 것들이었다.성연은 때때로 상처 치료약을 주었는데 모두 효과가 최고였다.빨리 회복되니 오래 동안 힘들어 할 필요가 없었다.강무진과 맞붙는 과정에서 성연이 분명 부상을 입었을 것이라고 짐작했었다.강씨 집안에 있는 성연은 분명히 약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이전에 성연이 자신에게 준 것을 가지고 온 것.마침 스테이지 하나를 넘긴 성연이 휴대폰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었다.“필요 없어. 내 상처는 거의 다 나았어.”서한기는 완전 의문에 찬 눈빛이다. ‘어젯밤에 입은 상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