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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상대방을 그냥 둘 수는 없어

성연이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동안 서한기가 살짝 나가 성연이 좋아하는 밀크티를 한 잔 사왔다.

친절하게 빨대까지 꽂아서 성연 앞에 내밀었다.

지금껏 성연의 손은 키보드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서한기가 밀크티를 놓은 위치가 아주 절묘했다. 성연이 고개를 숙이고 한 모금 크게 마시고는 다시 정신을 집중해 모니터를 주시했다.

한 순간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특히 상대방도 고수인지라 더욱 방심 할 수 없었다.

성연이 저쪽에 새로 구축된 보안시스템을 끊임없이 공격했다. 곧 성공하려던 순간 저쪽에서도 아주 빠르게 대응해 왔다. 바로 또다시 새 방화벽을 세운 것이다.

이렇게 서로 주거니 받거니하며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겠다. 성연 또한 점점 지쳐갔지만 여전히 막상막하의 상태였다.

저쪽에서도 성연에 대한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고, 성연도 더 이상 깊이 공격해 들어갈 수 없었다.

마음 한편으로는 통쾌했지만 역시 피곤함을 느꼈다.

한동안 컴퓨터를 하지 않았더니 손가락이 아파왔다.

하지만 여전히 포기할 수 없었던 성연이 다시 한 번 공격을 시도해 보았다. 패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옆에서 지켜보다 참지 못한 서한기가 충고했다.

“됐어요, 보스. 나중에 또 기회가 있을 테니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세요.”

“저쪽도 성공한 게 아니잖아요. 계속 이대로 가다가는 언제 끝날지 모르겠네요.”

“안 돼. 저쪽에서 지금 나를 도발하고 있어. 이렇게까지 해서 진 적은 없어. 당연히 이렇게 쉽게 그냥 못 그만 둬!”

차갑게 코웃음을 치는 성연의 옆에서 서한기가 중얼거렸다.

“보스, 지금 제대로 상대를 만난 거예요. 이건 진 게 아니예요. 좀 천천히 하세요.”

“조용히 해, 내가 알아서 해.”

지금 승부욕이 끓어오르는 성연이 쉽게 손을 뗄 리가 없다.

이제 처음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이길 수 있을까 하는 것뿐.

성연의 말투에 짜증이 섞인 것을 본 서한기는 더 이상 입도 못 떼고 조용히 옆에서 지켜만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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