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득실을 따져보니 진미선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시골에 있을 때 성연에게 그렇게 말한 것을 후회했다.생각해 보면, 성연은 얼굴이 예쁜 편이다. 아마도 얄팍한 강씨 집안 도련님은 성연의 얼굴만 보고 좋아 하는 것은 아닐까?예전에 성연을 내팽개치고 나 몰라라 할 때는 언젠가 성연에게 기대어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하게 될 날이 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당신 그런 불편한 얼굴 하지 마. 저렇게 대단한 사위가 생겼는데 앞으로 부귀영화를 누릴 생각을 해야지?” 왕대관은 진미선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손을 어루만지며 위로했다.“말이야 쉽죠. 그렇게 하는게 얼마나 어려운데요?” 진미선의 말투가 좀 삐딱하다.“천천히 해. 어차피 당신의 딸이잖아. 조급해 하지 말고. 강씨 집안의 그 많은 돈을 우리도 좀 챙기자고.”진미선의 손을 어루만지는 왕대관의 마음에 욕망이 자라기 시작했다.진미선은 아주 젊었을 때 아이를 낳고 지금은 잘 회복되어 아이를 낳은 흔적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손을 더듬던 왕대관은 갑자기 몸이 동하며 흥분감을 느끼기 시작했다.몸에 열이 오르기 시작한 진미선이 왕대관의 목을 껴안았다.두 사람이 막 키스하려고 할 때,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세게 열렸다.그리고 날카로운 음성이 들렸다.“지금 시간이 몇 신데 아직 밥도 안 차리고 뭐하는 게야. 나를 굶겨 죽이려는 거냐? 시커먼 마음으로 우리 집안에 들어온 걸 진작 알고 있었지만, 이제야 본심을 드러내는 구나?”들어온 사람은 바로 왕대관의 어머니였다.진미선과 왕대관 둘다 표정이 구겨졌다.막 아내와 즐기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이렇게 갑자기 사람이 들어오니 들끓던 흥분이 싹 사라져버렸다.“어머니, 뭐 하십니까?” 자연 왕대관에게서 차가운 음성이 나왔다.자기 아들의 말투가 좋지 않자 왕대관 어머니는 또 다시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다.“아이고, 여자가 바로 화근이야. 봐봐, 아들마저 엄마를 몰라보게 만드는구나!”어릴 때부터 학교에 다닐 때까지 혼자 힘들게 키워
저녁에 성연은 고택에 가서 안금여와 함께 식사를 했다.무진이 오후에 성연을 데리러 온 것도 안금여의 요구에 따른 것이었다.식탁에 앉아 식탁에서 준비된 것의 절반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인 것을 보면서 성연은 마음속으로 약간 감동했다.“할머니, 왜 할머니가 좋아하는 것을 하지 않으셨어요?”안금여가 웃으며 말했다.“내 걱정 하지 말거라. 오랜만에 편하게 맘껏 먹게 해주고 싶어서 그래.”이 말은 정말 성연의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코가 찡하며 눈물이 날 것 같았다.그러나 억지로 참으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할머니, 감사합니다.”안금여는 성연의 머리를 가볍게 쓰담았다.“우리 성연이, 빨리 먹어라. 그렇지 않으면 음식이 다 식을 거야.”성연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먹으면서 안금여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할머니, 이거 안에 단백질이 많아요. 몸에 좋아요. 그리고 이것도요. 몸을 건강하게 해줘요. 평소에도 많이 드셔야 해요.”안금여는 눈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그래, 날 챙기지 말고 너나 어서 먹어. 내가 알아서 먹으마.”어린 손녀며느리가 이렇게 시중을 드니 무척 기분이 좋았다. 예전 운경과 무진이 어렸을 때는 이처럼 친밀하지는 않았었다. 늘 각자 다른 일을 했지. 효성스러운 아이들이었지만 크고 나서는 또 각자 할 일도 많아지며 성연처럼 계속 자신의 곁에 있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성연이 강씨 집안에 들어온 후, 이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어 강씨 집안이 더 이상 이렇게 의기소침하지 않게 했다.“할머니도 드세요.” 성연도 미소지으며 안금여에게 국 한 그릇을 떠 주었다.안금여는 성연이 너무 말랐다고 생각하며 성연에게 많이 먹으라고 재촉했다. 마지막까지 식탁의 음식은 모두 성연에 의해 절반이 없어졌다.성연은 정말 너무 배불렀다.안금여는 성연을 데리고 산책을 갔다.성연은 안금여와 팔짱을 끼고 화원에서 천천히 걷고 있었다.강씨 집안의 꽃밭에는 희귀한 꽃들이 많이 심어져 있다.이때 오솔길을 걸으면 꽃밭에서 풍겨오는 은은한 꽃향기를 은은하게
밤.성연은 안금여에게 침을 놓아준 후 마사지를 시작하려고 했다.안금여의 병세는 강무진만큼 심각하지 않아서 머무르는 시간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10여 분이면 충분했다.침을 뽑은 후 성연은 안금여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성연의 방법은 안금여에게 근육과 뼈를 풀어주는 동시에 운동 효과도 있었다.안금여는 편안한 자세로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었다. 아주 느긋한 모습이다.성연이 안금여 몸 이곳 저곳을 바꾸어 가며 주물렀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운경은 성연이 하는 동작 또한 자신들이 안금여의 몸을 풀어줄 때 하던 동작과 동일하다는 걸 발견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그렇게 한 후, 그 효과는 성연이 한 것만큼 좋지 않았다.왜 그럴까?운경이 궁금해하며 물었다.“성연아, 너의 침술과 마사지는 전문적으로 배운 거니?”운경은 성연이 가지고 있는 것들이 너무 신비로워서 이런 실력은 시골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 같지 않다는 것을 진작부터 묻고 싶었다.“예전에 우리 외할머니 다리가 좋지 않으실 때 마침 이쪽의 지식을 알고 계셔서 할머니께 좀 배웠습니다.”성연은 그냥 생각대로 말했다.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사람들이 의심하지 않는다.성연의 친아버지와 계모가 모두 권세나 재물에 빌붙는 인간이라 성연에게 무엇을 잘 가르칠 수 있겠는가.“우리 성연이는 똑똑해서 무엇이든 빨리 배우는 구나.” 안금여가 옆에서 칭찬했다.‘조금만 배워도 이렇게 잘하는 걸 보니 이 아이 매우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난 게 틀림없어.’‘성연이 외할머니가 알던 걸 다시 가르쳐 준거라면 이상할 게 없지.’“할머니 과찬이세요. 저는 외할머니에게서 겨우 몇 가지만 배운 걸요.”성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외할머니를 언급하자 얼굴색이 많이 부드러워졌다.그러나 이 의술은 외할머니께 배운 것이 아니다.그래도 외할머니 덕분에 그런 계기가 생겼다.외할머니는 여전히 성연의 마음속에 자리한 유일한 보물이다.안금여와 운경은 지금 이 얘기를 꺼내는 것은 성연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격일 터.안금여가 화제를
다음날 아침, 성연이 아침을 먹고 학교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아 진미선이 강씨 집안 고택으로 찾아왔다.‘송성연의 어머니’라는 이름으로.안금여도 거절하지 않고 사람을 들여보내라고 했다.진미선의 손에는 적지 않은 선물이 들려 있었는데 모두 수입한 보양식이었다.이번에 안금여를 만나기 위해 적지 않은 밑천을 들였다.진미선이 도착했을 때 안금여는 거실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현재 회사는 무진이 다 맡아 관리하고 있고 안금여는 명목상의 회장이었다. 회사에 거의 가지 않고 집에 남아 몸의 기력을 회복하는 중이었다.물론 안금여는 회사에 나가려 했지만 운경과 무진이 막았다.여의치 않은 몸으로 다니는 것은 위험했고 건강이 우선이였다.아직 병세가 완전히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 강상철과 강상규가 다시 안금여에게 손을 댈까 봐 걱정된 것이다.고택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발자국 소리를 듣고 안금여는 차를 한 모금 가볍게 마신 후 눈을 들어 진미선을 한 번 보았다.진미선이 즉시 인사했다.“회장님, 안녕하세요. 저는 성연이 엄마, 진미선입니다. 제가 이번에 찾아뵌 것은 성연이에 대한 회장님의 그동안 보살핌에 대해 감사를 전하기 위해서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회장님 댁에 많은 폐를 끼쳤습니다.”말하면서 그녀는 선물을 안금여 앞에 놓았다.진미선의 태도는 그런대로 괜찮은 편이다.그러나 아이의 어머니로서 뜻밖에도 남의 집안의 사람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그들이 자신의 아이를 돌보아준데 대해 감사를 드리니 우습지 않은가?“그냥 오시면 되는데. 뭐 하러 선물을 가지고 오십니까? 돈도 많이 들텐데.”안금여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녀의 말투는 매우 평범했다. 따뜻하지도 않고 별다른 표정도 없이 진미선을 완전히 일반 손님 대하듯이 대했다.그러나 안금여가 자신의 방문을 허락한 것으로 진미선은 이미 만족했다.만약 성연이 없었다면 평생 이런 거물 인사와는 말 한 마디 나눌 수 없었을 것이다.“저는 회장님께서 이런 것들을 마음에 두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께
안금여의 예리한 눈빛이 마치 진미선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마음속의 모든 생각을 들여다 보려는 것처럼.진미선의 몸이 약간 경직되었지만, 곧 회복했다.예로부터 고육지책이 가장 유용할 터.진미선은 억지로 눈물 두 방울을 짜낸 뒤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전에는 계속 일하느라 바빠서 성연과 함께 할 시간이 별로 없었습니다. 성연이가 저에 대해 오해도 있고 또 그다지 친밀하지도 못했죠. 마음속으로 저를 원망했었습니다. 제가 시집 간 집은 제가 재혼이라 눈치를 많이 주었습니다. 제게 아이가 있다는 걸 아주 싫어 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가 없었답니다.”“성연이 아버지가 성연일 잘 보살펴 주겠다고 맹세를 했답니다. 그래서 믿고 제가 재혼했는데 글쎄 그 못된 사람이 성연일 이렇게 일찍 시집보냈을 줄은 몰랐습니다. 다행히 회장님 같은 집안의 좋은 사람을 만나서 정말 다행입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저는 틀림없이 평생 후회하며 살았을거에요.”진미선은 말하면서 안금여의 표정을 관찰했다.진미선이 이런 감동적인 말을 하면 안금여가 반드시 감동할 것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안금여가 누구인가? 온갖 잡귀신들 다 봤고, 어떻게 그렇게 쉽게 진미선에게 속을까?진미선은 정말 고충이 있을지 모르지만, 이것도 그녀가 아이를 버리는 이유가 못되었다.만약 진미선이 정말 죄책감을 느꼈다면 더 일찍 왔어야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찾아오지 않은 걸 보면 아마 성연에게 관심이 없었을 터.그런데 하필 강씨 집안에서 성연의 신분을 발표하자마자 찾아왔다. 진미선의 목적을 안금여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예전에는 성연이가 자신의 발목을 잡을까 봐 걱정을 했겠지? 진미선이 정말 딸을 아낀다면 시집갈 필요가 있었겠어?’‘이제 딸이 쓸모가 있어지자 찾아왔구나. 정말 뻔뻔함을 유감없이 발휘하는구나.’“그런 사정이 있었군요.”안금여가 느릿느릿 말했다.진미선이 쇼를 하려고 하는 이상 안금여가 어떻게 손뼉을 쳐주지 않겠는가?잠시 지체했을 뿐인데, 안금여는 오히려 진미선이 어느 지
안금여도 진미선의 의도를 굳이 들추어내지 않고 성질 좋게 말했다.“마음이 쓰이셨군요.”안금여의 태도가 좀 누그러진 것을 본 진미선이 이 기회를 빌어 본심을 드러냈다. “성연이가 언제 시간이 날지도 모르고. 사위 얼굴도 볼겸 우리 두 가족이 함께 식사라도 하는 건 어떨까요?” 진미선은 계획대로 말을 꺼냈다. 강무진을 만나게 되면 남편의 사업에 대해 넌지시 말을 꺼낼 수 있을 것이다. 잘만 되면 앞으로 더 이상 시어머니의 눈치를 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드디어 자신이 큰 소리 칠 날이 온 것이다. “그건 성연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요. 내가 결정할 수는 없군요. 나이를 먹으니 몸이 더 이상 견디질 못하는군요. 좀 피곤해서 들어가 쉬어야겠습니다. 계속 접대하기 힘들겠군요.”원래 진미선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안금여였지만 지금 몇 마디 말을 나누는 동안 진미선에 대한 인상은 완전히 바닥으로 떨어졌다.한 번 본 것도 많이 봐 준 셈이다. 얼른 내보내고 싶은 마음뿐이었다.적당히 멈추어야 할 줄은 알았던 진미선이 대범한 척하며 말했다.“그럼 먼저 들어가 쉬세요. 저는 돌아가 보겠습니다. 시간이 있을 때 다시 찾아뵙겠습니다.”안금여가 손을 들어 내저었다.문을 나서는 진미선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그녀는 자신이 안금여의 마음에 꽤 괜찮은 인상을 남겼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안금여의 태도도 괜찮았다. 자신을 사돈처럼 대하는 것 같았다.이제 왕씨 집안에서 더 이상 구박 받을 필요도 없을 터!앞으로 시어머니가 자신을 어떻게 추켜세우려나 모르겠다.앞으로 펼쳐질 장미빛 미래를 생각하니 걷는 발걸음조차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다.안금여는 저녁에 성연과 무진에게 전화를 걸어와서 식사하라고 했다.성연이 온 이후, 집안에 활기찬 분위기로 넘쳤다.성연을 보는 게 즐거웠다. 보면 마음을 기쁘게 만드는 아이다.그래서 사흘 또는 닷새 간격으로 성연과 무진을 불러 식사하러 오게 했다.식탁에 그들 일가족만 있을 때면 식사 예절이니 하는 건 아무런 소용이 없다. 밥 먹을
성연이 너무도 침착하게 받아들이자 오히려 무척 의아스러웠다.마치 오늘 온 사람이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별 상관없는 외부인인 것처럼.성연은 총명하니까 분명 진미선의 목적을 짐작했을 것이다. “성연아, 그래도 네 친어머니 아니니? 설마 조금도 마음 아프지 않아? 너도 알다시피, 북성에서 강씨 집안의 위치는 손에 꼽을 정도지. 강씨 집안에서 네 신분을 발표하자마자 찾아왔어. 너를 이용해서 강씨 집안에 기어오르려고 말이다. 어떻게 생각하니?” 안금여는 일부러 자신의 이익을 위해 진미선이 찾아왔음을 밝혔다.멍청하게 있다가 이용당하지 말라고 성연을 일깨워 주고 싶었던 마음이다.아무리 그래도 성연은 아직 어린 여자아이이다. 피가 물보다 진하니 틀림없이 모성애를 갈망할 수 있는 것이다.진미선이라는 사람은 송씨 집안의 임수정과 달리 어느 것도 얼굴에 드러내지 않았다.진미선은 연기를 할 줄 알았다. 만약 성연이 믿고 가까이 한다면 앞으로 더 마음 상하게 될 것이다.긴 고통은 짧은 고통보다 못하다. 진미선의 진면목을 일찍 알게 된다면 앞으로 저들로 인해 동요하지 않았을 테지.성연은 사실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 혈연관계라는 것 말고는 정말 낯선 사람과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그리고 누구보다 진미선의 인성을 잘 알고 있었다.어릴 때부터 거듭되는 실망 속에서 철저하게 단념했던 것이다.그들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기대도 없었다.지금도 아주 좋은데 누구에게 의지할 필요가 있겠는가.성연도 안금여가 자신을 위해서 말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외할머니가 저를 키워 주셨고 이제 시집도 왔잖아요? 모두 자신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어요. 지금까지 저는 무슨 말도 할 자격이 없었어요. 엄마는 정말 이기적인 사람이라 제 마음에 엄마라는 존재가 없어도 되지 않나요?”헤어지던 마지막 순간, 진미선이 했던 말 역시 자신을 방해하지 말라는 거였다. 성연은 그렇게 했다. 할 도리를 다한 셈이다.듣고 있던 안금여는 문득 성연이 때문에 마음이 아파왔다. 이렇게 착한 아이인데……
성연은 식탁을 한 바퀴 둘러보면서 계속 말했다.“그리고 고모님, 고모부님…….”강무진 또한 자신을 무척 아껴주지만 이런 상황에서 말을 꺼내기가 왠지 쑥스러웠다. ‘그도 이해해 줄 거야.’운경이 닭살 돋는다고 눈을 흘기며 말했다.“아부하지 마.”그러나 운경의 미간에는 웃음으로 인한 주름이 한 가득이었다. 운경이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 수 있을 만큼.질책도 사랑을 표현하는 한 방식.운경과 조승우는 자식이 없어 무진을 아들처럼 생각했다.그 당시 무진의 부모가 일찍 죽으며 어린 무진을 돌볼 사람이 없었다. 회사를 운영하는 압박감에도 어린 조카를 돌보며 회사 일에 매진했다. 그래서 아이를 가질 생각을 못했던 것이다.이제 와서 나이를 먹으니 더 이상 가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조승우도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그는 운경을 사랑하고 운경의 의견을 존중하며 모든 것을 그녀의 뜻에 따른다.아이가 없어도 그들은 잘 지내 왔으니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이다.무진이도 좋은 아이니 앞으로 자신들에게 효도할 테고, 자신들의 노후도 잘 돌봐 줄 것이다.운경의 생각엔 별거 아니었다. 오빠의 아이도 당연히 자신의 아이인 것이다. 이미 하나가 여기에 있지 않은가. 그녀 자신이 자식이 있나 없나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모두들 이야기를 나누며 훈훈한 분위기 가운데 저녁식사를 했다.그러면서 운경은 성연에게 반찬을 집어 주기도 했다. 하지만 말투는 여전히 툭툭 쏘았다. 송성연을 힐끗 쳐다보던 운경이 말했다.“너 진짜 갈비처럼 말랐어. 많이 먹지 않으면 다른 사람들 모두 우리가 널 학대하는 줄 알겠다.”운경은 일관되게 이렇다. 입은 칼 같은데 마음은 두부처럼 연하다. 그릇에 있는 음식을 집어먹는 성연은 맛있게 먹기만 할 뿐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그런 성연을 쳐다보던 운경은 가끔 음식을 집어주며 마음을 드러냈다.성연은 속으로 혼자 미소지었다. ‘강씨 집안 식구들은 하나같이 성품이 좋다. 뭐라고 할까, 그래, 츤데레처럼.’언제나 생각을 속에 숨기고만 있다.시간이 너
안진검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자 MS 가문의 장로들은 회의에서 분노를 터뜨렸다.회의실에 도착하자마자 삼장로가 대장로를 향해 비아냥거렸다.“당신의 수양아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말하지 않았어요? 우리 지사들이 문을 닫게 된 건 틀림없이 안진검 때문입니다. 이제 겨우 시작이겠지요. 곧 우리를 모두 팔아 넘길 겁니다.”원래는 삼장로도 안진검에게 희망을 걸었다.오웬의 죽음은 삼장로의 가슴에 맺힌 한이었다.안진검이 그 울분을 풀어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안진검이 잡혔을 뿐만 아니라 MS가문에 그렇게 많은 손실을 입힐 줄은 몰랐다.오웬의 원수는 고사하고 MS 가문을 더욱 수렁으로 몰아넣은 것이다.이 사실이 삼장로를 극도로 괴롭게 만들었다.‘안진검을 찢어 죽이지 못해서 원통할 뿐이야!’대장로는 모든 잘못을 안진검에게 떠넘기는 삼장로의 말이 불만스러웠다.‘우리 가문이 지금 손해를 본 건 맞아.’‘하지만 이전에 진검이가 가문에 가져다준 이익이 더 많아.’대장로가 냉담한 표정으로 말했다.“삼장로, 진검이 지금 무진의 손에 떨어져서 생사를 알 수 없는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요? 설사 진검이 그런 정보를 넘겼다 해도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겁니다!”“아마도 강무진의 혹독한 고문을 받았겠지요. 진검이 우리 가문에 그렇게 오래 있었기에 모두 진검을 우리 일원으로 여길 거라고 생각했는데, 결과는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입니까?”대장로도 마음속으로는 안진검을 원망했다.이제 MS 가문의 A국 수출입 무역 활동은 모두 중단되었다.MS 가문이 기본적으로 대단히 수세에 몰리게 된 것이다.그래도 자신의 체면을 지키기 위해서 안진검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대장로, 당신의 말은 틀렸어요. 우리 가문의 신조는 적이 어떤 수단을 써도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역시나 A국 사람이라 패기가 전혀 없는 거지요.” 장로들 중에서 누군가가 대장로를 힐끗 보면서 조롱했다.“진검이 우리 가문에 가져다준 좋은 것들은 모두 잊었습니까?” 대장로의 목소리가 순
곧 취조실에서는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신체에서 감각이 가장 예민한 손가락이기에 안진검은 정말 극심한 고통을 느꼈을 것이다.그러나 어느 누구도 안진검을 동정하지 않았다.안진검의 손은 곧 선혈이 낭자해졌다.두 번째 손톱을 뽑으려고 하자 안진검은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마, 말할게.”안진검의 온몸에서는 식은땀이 흘렀다.‘강무진이 이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전에는 너무나 온화한 모습만 보였던 거야.’무진이 멈추라는 신호를 하자 부하가 한쪽으로 물러섰다.“말해봐.” 무진이 안진검의 앞으로 다가갔다.안진검은 입을 열고 정보를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말을 마친 안진검은 두려워하면서 무진을 바라보았다.“내가 아는 건 이 정도야. MS 가문에서 나를 중시하는 것 같지만, 사실 속으로는 나를 경계하고 있어서 많이 알지는 못해.”“좋아.” 무진은 부하에게 안진검이 말한 것들이 사실인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그 후 이틀 동안 여러 무역회사의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책임자들도 감쪽같이 사라졌다.또 경찰청 앞으로 몇 개의 박스가 도착했다.박스 안에는 수입이 금지된 밀수품들이 들어 있었다.금지 성분을 함유한 의약품과 음료수, 심지어 분해된 총기까지도 들어 있었다.이 일은 경찰을 경악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곧 전국의 모든 무역 회사를 대상으로 철저한 조사가 진행되었다.이 일은 바로 손건호가 처리한 것이다.그리고 무진에게 결과를 보고했다.“안진검이 말한 정보대로 법률을 위반한 MS 가문의 회사들을 모두 없앴습니다.”무진은 고개를 들고 미소를 지었다.“안진검이 속이지 않은 모양이네.”“보스, 앞으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손건호가 물었다.“지금은 일단 MS 가문 쪽에서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지켜봐야겠어. 안진검은 우리가 모르는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거야.”무진은 안진검이 다 털어놓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조급해하지 않았다.‘그 회사들을 없애서 MS 가문 세력은 크게 약화되었어.’‘이제 A국 시장에서 M
성연은 고개를 저었다.“이 일은 무진 씨에게 사과할게요. 하지만 무진 씨, MS가문의 사람들이 무진 씨를 불리하게 만들게 내버려 두고 싶지 않았어요.”무진은 감격에 겨워서 말을 잇기가 어려웠다. ‘결국 성연이 한 모든 일은 역시 나를 위해서였어.’무진의 감동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성연을 품에 꼭 안자 두 사람의 체온이 얇은 옷을 통해 서로에게 전달되었다.이를 본 성연은 무진에게 진상을 알릴 때의 조마조마함도 순식간에 사라졌다.성연도 무진을 꼭 안고서 비로소 마음을 놓았다.집으로 돌아간 후 무진은 성연에게 먼저 쉬라고 했다.하루 종일 너무 많은 기복을 겪어서 성연도 몹시 피곤했다.무진이 함께 해 주자 성연은 곧 잠이 들었다.성연의 잠자는 얼굴을 보자 무진의 마음은 더욱 부드럽게 녹아들었다.성연에게 이불을 덮어주고서 침대에서 일어난 무진은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입구에 도착하자 무진의 표정이 바로 가라앉았다.지하 감옥으로 가서 직접 안진검을 심문했다.“당신은 MS 가문의 사람이지? 도대체 무슨 목적으로 성연에게 접근한 거야?”안진검은 어차피 무진도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속여도 재미없을 것이다.그래서 그대로 자백했다.“맞아, MS 가문의 대장로가 내 의부야, 네가 나를 잡았으니 MS 가문의 사람들이 반드시 너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냉소하던 무진은 곧이어 마음속으로 벌컥 화를 냈다.“너는 지금 내 손에 떨어졌는데, 또 무슨 자격으로 내게 조건을 제시하는 거야?”안진검은 웃으며 말했다.“너희 WS그룹은 확실히 괜찮아. 그러나 국제적으로는 MS가문과 아직 거리가 멀어. 내가 충고하지. 어쨌든 MS가문에게 미움을 사지 않는 게 좋아. 그렇지 않으면, 그때 어떻게 죽게 될지도 모르게 될 거야.”“너 지금 날 협박하는 거야?” 무진의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눈빛에는 웃음기가 전혀 없었다.안진검은 무진이 자신과 조건을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긴장도 하지 않았고, 자세도 점차 늘어졌다.“
무진의 눈에는 충격이 가득했다.바로 급브레이크를 밟고 차를 멈춰 세웠다.너무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서 두 사람의 몸도 앞으로 기울었다.무진이 조금 진정되자 성연이 계속 말했다.“그래요. 사실 아수라문은 내가 이끌고 있어요.”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기억이 떠올랐다.‘여러 차례나 아수라문의 사람들이 나를 도왔어.’‘알고 보니, 뜻밖에도 성연의 사람들이었어.’‘그리고 전에 아수라문의 보스를 만났을 때도 아주 익숙하다고 느꼈지.’‘원래 내 느낌은 틀리지 않았어. 그 사람이 정말로 성연이었어.’무진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성연은 말을 끝낸 뒤 안절부절 못하면서 무진을 보고 물었다.“무진 씨, 내가 숨긴 걸 탓할 거예요?”무진은 순간 마음이 아팠다.고개를 젓고 천천히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그러고 보면, 그렇게 여러 번이나 나를 도와줬는데. 그런데 왜 바로 내게 말한 거야?”“성연아, 나는 정말 네가 한 조직의 보스라는 걸 전혀 생각할 수가 없었어. 어쩌면 나와 비슷한 조직이거나 나보다 더 대단할 것 같아. 너는 정말 나보다 더 신비한 사람이야.”성연이 그렇게 대단하다고 생각하는 무진의 눈에도 마음에도 아끼는 마음이 가득 찼다.‘송성연이라는 한 소녀가 이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도대체 무엇을 바쳤을까?’‘이렇게 여러 해 동안 틀림없이 정말 쉽지 않았을 거야.’‘내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성연이를 잘 보호했을 텐데.’“정말 나를 탓하지 않을 거예요?” 성연은 입술을 깨물었다.성연의 이마에 무진이 가만히 이마를 대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너를 탓할 수 있겠어? 내 여자가 그렇게 대단한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너를 잘 보호하지 못했어.”분명히 명성이 자자한 조직의 보스지만, 성연은 지금 마치 잘못을 저지른 소녀처럼 계속해서 사과했다.“미안, 미안해요. 내가 숨기지 말아야 했어요.”성연의 눈시울이 약간 붉어졌다.무진에게 이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싶었다.그러나 무진이 모든 것을 알게 되면, 이 모든
창고 밖으로 나아서 성연과 무진은 차에 올랐다돌아가는 길에 두 사람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고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무진은 화가 났지만 성연에게 어떻게 물어봐야 할지 몰랐다.‘성연이 이렇게 한 것도 자신들을 위해서일 뿐이야.’‘더군다나 지금 성연은 안진검을 잡기 위해서 온몸으로 위험을 무릅썼어.’‘그러나 결과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오늘은 마침 내가 왔지만, 만약 내가 오지 않았다면?’‘성연이는 어떻게 되었을까?’무진은 자신이 없어서 성연이 안진검의 손에 떨어지거나, MS가문의 손에 떨어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상상할 수가 없었다.‘안진검 그자는 척 봐도 악랄하고 잔인한 놈이야.’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더없이 두려웠다.‘내 안위는 상관없지만, 성연의 안위는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어.’성연은 무진이 입술을 꽉 다문 모습을 보고 화가 많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성연이 먼저 말했다.“안진검에게 모혜정이라는 약혼녀가 있어요. 이전에 모혜정이 나와 안진검의 관계를 오해했기에, 나는 단지 이 일을 똑똑히 설명하려고 여기에 왔는데 뜻밖에도 안진검이 진짜 모습을 드러냈어요.”무진은 성연처럼 총명한 사람이 이전에 안진검의 의도를 간파하지 못한 게 믿기지 않았다.게다가 안진검의 진면목을 알게 된 뒤라서 성연은 단순하게 해명할 수가 없었다.아무리 말해도 무진은 믿지 않았다.무진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성연아, 너 자신에게 물어봐, 네 해명이 믿기는지?”성연은 자신이 처음에 했던 생각을 말할 수가 없었다.‘이번에는 확실히 경계심을 늦췄다가 하마터면 나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뻔했어.’‘만약 이번 무진씨가 오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도 안진검과 싸우다 함께 죽었을 거야.’‘다행히도 무진 씨가 왔어.’그러나 성연은 무진에게 감히 말하지 못했다.자신이 너무 무모해서 이런 상황을 초래한 것이다.“무진 씨...”“성연아, 잘 생각한 다음에 다시 내게 말해. 나는 네가 그저 핑계를 대는 걸 원하지 않아.”입을 열려고 하던 성연은 무진의 말을
무진은 이미 성연의 신호를 받았다.기회를 놓치지 않고 재빨리 달려든 무진이 안진검을 바로 발로 차서 쓰러뜨렸다.그리고 안진검이 손에 쥔 비수도 제거했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았다.방금 비수가 자신의 목을 겨눈 장면을 생각하자, 성연은 온몸에 소름이 끼치면서 떨렸다.무진이 서연의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작은 소리로 위로했다.“괜찮아, 괜찮아, 두려워하지 마.”이렇게 위급한 상황이라서 무진도 더 이상 묻지 못하고, 즉시 부하들에게 안진검을 잡으라고 알렸다.상황이 심상치 않자, 안진검은 사무실로 도망쳐 문을 잠근 채 지원을 기다리려고 했다.그러나 이터너티의 사람들 동작이 더 빨라서 곧바로 안진검을 붙잡았다.안진검은 바로 바닥에 깔린 모습이 되었다.필사적으로 발버둥치면서 외쳤다. “놔, 놔줘.”얼굴도 바닥에 꽉 눌렸다.자신이 붙잡힌 순간, 안진검의 마음도 얼어붙었다.무진의 손에 떨어지면 틀림없이 좋은 결과가 없을 것임을 알기 때문이다.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등을 가볍게 토닥이면서 위로했다.성연은 정말 두려움을 느꼈다.이 순간, 성연의 안색도 창백했다.카지노를 떠나면서 무진은 내친 김에 경찰에 신고했다.경찰로 하여금 이 도박꾼들과 안진검의 부하들을 체포하게 한 것이다.‘이 도박장을 이곳에 연 것 자체가 명백한 범법 행위야.’‘안진검 일당이 저지른 일도 모두 불법적인 일이지.’‘경찰이 오면 저자들도 틀림없이 몇 년씩 감옥에 가게 되겠지.’‘이 도박꾼들도 가족들을 속이고 이런 짓을 했을 거야. 이런 범죄는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해.’무진은 성연을 품에 안은 채 부하들을 향해 지시했다.“안진검은 엄중하게 감시해. 그자가 도망치거나 누구하고도 접촉하지 못하게 해.”‘안진검은 MS 가문의 사람들에게 아주 중요한 인물이야. 만약 안진검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되면, 구출할 사람을 보내거나 안진검을 죽여서 입을 막으려 할 거야.’‘안진검을 잡아 두면 당연히 쓸모가 있겠지.’‘대장로의 수양아들이니 안진검은 틀림없
손건호와 부하들이 안진검의 경호원들을 없애고 있을 때.무진은 안진검의 사무실로 접근했다.당연히 자신이 직접 안진검을 생포할 작정이었다.무진은 MS 가문의 나쁜 영향은 정말 그대로 남아 있다고 생각했다.‘이 안진검이 성연과 몇 번이나 접촉했지.’‘다행히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어서 성연에게는 손을 대지 않았어.’‘만약 그러지 않았다면, 내가 얼마나 후회하게 됐을까.’‘이번에는 반드시 MS 가문을 전부 해결해야겠어.’‘그렇지 않으면, 그들의 존재가 줄곧 큰 위험이 될 거야.’무진은 마음속에 큰 분노를 품고 있었다.‘오늘 반드시 안진검을 죽일 거야.’그런데 방 안의 안진검은 성연을 잡고 비수를 성연의 목에 대고 있었다.사무실 문이 열렸다.안진검은 뛰어든 사람은 틀림없이 성연과 한패일 거라고 생각했다.그래서 어쨌든 성연을 잡고 위협하려는 것이다.사무실 문이 열리자, 무진의 앞에 안진검이 성연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모습이 나타났다.무진은 갑자기 그 자리에서 멍해졌다.이 장면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안진검도 온 사람이 무진일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칼을 들고서 험악하게 웃기 시작했다.양 옆에서 경호원들이 붙잡고 있었지만 성연의 마음은 차분했다.성연도 안진검의 아지트를 부수러 온 사람이 무진일 줄은 몰랐다.몇 초 동안이나 경악한 채 전혀 반응을 할 수가 없었다.안진검을 노려보는 무진의 눈빛에서는 원한이 폭발할 것 같았다.무진이 안진검을 향해 노발대발하며 말했다.“그 여자를 놓아주면, 오늘 너를 죽이지 않겠어!”무진의 이런 장면을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무진은 가슴을 조여야 했다.‘안진검을 해결하면 성연이 철저히 안전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결국 성연은 깊은 함정에 빠졌어.’무진의 이런 모습을 본 안진검이 냉소하며 말했다.“강무진, 강무진. 당신 같은 사람이 결국 자신의 여자 때문에 제 발로 호랑이 굴로 들어오다니.”안진검은 성연이 나타나자, 무진과 성연이 공동으로 꾸민 계획이라고 생각했다.‘송성
무진은 부하들을 데리고 카지노를 공격했다.도대체 누가 들어왔는지 모르는 도박꾼들은 놀라서 허둥지둥 달아났다.부하들이 성난 목소리로 말했다.“무관한 사람들은 모두 바닥에 엎드려. 그렇지 않으면 죽음을 자초하게 될 거야!”도박꾼들 대부분은 담이 크지 않아서 바닥에 엎드린 채 입도 뻥끗하지 못했다.안진검의 경호원은 모두 수십 명이다.모두 칼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이쪽으로 달려들었다.앞장선 자가 무진의 수하들을 향해 위세를 부리며 말했다.“너희들은 누군데 감히 이곳에 와서 소란을 피우는 거야? 너희들 여기가 어디인지 알아?”그들의 손에는 모두 무기를 들었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아무것도 없었다.불빛 아래에서 차가운 빛을 발산하는 무기들은 더없이 섬뜩하게 보였다.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수도 적고 다소 약해 보였다.그래서 안진검의 경호원들은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하지만 이터너티 쪽 사람들은 모두 고수들이다.각자의 전투력도 무척 강했다.맨손으로도 이 경호원들을 완전히 제압할 수 있다.그 경호원들은 칼을 마구 휘두르며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 기술은 전혀 없었다.곧 여러 명이 이터너티 쪽 사람들에 의해서 바닥에 쓰러졌다.칼도 곧 이터너티 쪽 사람들 손으로 들어갔다.바로 옆에서 보고 있던 무진은 때때로 자신에게 달라붙는 자들을 걷어찼다.갑자기 무진의 곁에 한 사람이 다가왔다.무진이 손을 뻗어 공격하려 하는데 그 사람이 소리쳤다.“보스, 접니다.”무진은 손건호가 따라올 줄은 몰랐다.바로 손을 거두고 말했다.“너 왜 왔어, 내가 기다리라고 했잖아?”고개를 숙인 손건호가 말했다.“보스, 보스를 보호하는 게 제 직책입니다. 나는 보스에게 어떤 일도 생기게 할 수 없습니다. 보스가 저를 따르지 못하게 해도 괜찮습니다. 보스만 괜찮으면 됩니다.”그 말을 듣자 무진은 순간 멍해졌다. ‘손건호는 정말 방법이 없어.’“왔으니 됐어, 방해나 하지 마!” 무진은 결국 손건호의 행동을 눈감아주었다.손건호가 자신을 위해서 그랬다는
안진검은 앞으로 가서 그들을 막으려고 했다.쾅! 그때 밖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났다.곧이어 탁탁 소리가 났다.마치 집을 허무는 소리 같았다.안진검의 표정이 갑자기 싸늘해졌다.이때 누군가 들어와서 보고했다.“회장님, 누군가 우리 카지노에 뛰어들었습니다.”안진검은 그래도 냉정한 모습이었다.“경찰이야?”그 사람은 당황한 표정으로 보고했다.“아닙니다. 아주 잔인하게 손찌검을 하는데, 저희들에게는 극단적인 수를 썼습니다.”이미 그들의 손에 여럿이 죽었다.하지만 이 사실은 감히 말하지 못했다.안진검이 더 화를 낼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안진검도 놀란 표정이었다.‘어렵게 카지노를 열었어. 가까스로 이 자리를 찾았는데, 이제 모두 파괴된 거야.’‘그런데 도대체 누구일까?’고개를 돌린 안진검이 음산한 표정으로 성연에게 물었다.“당신이 데려온 사람이야?”어안이 벙벙해진 성연도 막연한 표정이었고, 안진검이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사실 성연은 밖에 있는 사람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전혀 몰랐다.돌연 성연의 앞으로 달려간 안진검이 차갑게 성연을 쳐다보았다.“내 신분을 간파한 거야? 이곳은 이렇게 은밀한데, 당신이 누군가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누가 찾을 수 있겠어. 오늘 제 발로 여기 왔으니 내 인질이 될 수밖에 없어.”말이 끝나자 손을 내밀고 성연의 목을 조르려고 했다.옆에 있던 모혜정도 멍해졌다.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모혜정은 안진검을 보고 다시 성연을 보았다.‘원래 두 사람 사이에는 사람들 앞에 낮을 들 수 없는 무슨 일이 있는 줄 알았어.’‘그러나 송성연과 안진검의 지금 모습을 보면 또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안진검은 모혜정을 보고 화를 내며 말했다.“빨리 뒷문으로 뛰어!”모혜정은 눈물이 날 정도로 깜짝 놀랐다.“무슨 일이 생긴 거야?”안진검의 표정은 어두웠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가!”만약 모혜정이 사람을 데리고 오지 않았다면 이런 지경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