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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5화 노골적으로

무진이 강일헌을 만나러 병실 밖으로 나갔다. 손건호가 뒤에서 무진을 밀고 나오며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이야?”

무표정한 얼굴로 강일헌을 바라보는 무진의 눈빛이 얼음 송곳 같았다.

강일헌은 무진이 아니라 병실만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손에 서류를 든 채 꽁꽁 닫힌 문만 보다가 결국 시선을 무진에게로 돌렸다.

손으로 탁탁 서류를 두드린 후 말했다.

“이쪽에 긴급 문건이 있어서 말이야. 회장님이 서명해 주셔야 하는데 어쩌지? 내가 맡은 계열사 쪽에 회장님이 서명해 주셔야 할 서류가 아주 많거든.”

강일헌이 여기 찾아온 목적은 자신만이 알고 있다.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하긴, 안절부절 참지 못한 강상철이 낌새가 조금 보이는 듯하자 즉시 알아보라고 자신을 보냈다.

마침 가지고 있던 서류를 핑계로 정당한 이유를 만들어서 온 것이다.

그런데 저렇게 굳이 문을 꽁꽁 닫고 있는 걸 보니 외려 감추려고 한다는 게 더 뚜렷해 보인다.

강일헌의 행동과 표정을 보던 무진의 눈이 점점 까맣게 물들었다.

그 또한 이 프로젝트를 알고 있었다. 다만 이제껏 오지 않다가 하필 이제야 나타나?

무진의 눈빛이 시릴 정도로 차가워졌다. 동시에 동공이 새카매지며 분노를 자제하듯 양손으로 휠체어 양편을 꽉 움켜 쥐었다.

“할머님은 방금 잠이 드셨어. 서류는 여기에 두고 가.”

‘이렇게 뻔히 보이는 수작을……. 다른 사람은 아무 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거야?’

강상철과 강상규 쪽은 이제 아예 노골적으로 나왔다.

오늘 기필코 방문 목적을 달성하겠다는 기세인 강일헌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말했다.

“소리 쳐 불러도 괜찮겠지? 고객이 아직 기다리고 있는데. 나는 기다릴 수 있지만, 고객을 기다리게 할 수는 없지 않아? 회장님 몸은 좋아지지 않았어?”

말하면서도 시선은 계속 안금여의 병실 쪽을 향해 있었다.

약효가 정말 제대로 작용한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

회장의 몸이 아예 처음부터 좋지 않았는데, 저쪽 큰집에서 가짜 정보를 흘려 고의로 자신들의 시선을 흐리게 한 게 아닐까 하는.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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