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되자 안금여의 병세를 더 이상 숨길 수도 없게 되었다.이 기회다 싶은 강일헌이 화가 난 척하며 따져 물었다.“회장님 상태가 이처럼 심각한데 어떻게 그걸 은폐할 수가 있습니까?”물론 속으로는 환희의 춤을 추면서.약을 먹은 안금여는 십중팔구 정신을 놓은 것이 분명해 보였다.‘큰 할머니는 이제 더 이상 회사 일을 볼 수 없는 게 분명해. 큰 집이 어디까지 설칠 지 한 번 두고 볼까?’“할머님의 건강은 원래도 좋지 않으셨어. 이런 상항이 발생한 건 우리도 원치 않았던 바야.”그때, 무진이 좀 더 냉정함을 되찾았다.“이건 모두 고모님과 형님 잘못입니다. 회사에 수천 명의 직원이 있고, 크고 작은 업무들이 산적해 있어요. 모두 회장이 처리해야 할 일들입니다. 회장님이 안 되면 서둘러 대체할 인물을 찾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일이란 말입니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 일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한 겁니까?”강일헌이 코웃음을 치며 큰 소리쳤다.“이 일은 우리 본가 일이니 네가 신경 쓸 일이 아니야. 최대한 빨리 할머니를 치료할 테니.”무진이 차가운 음성으로 받았다.“나도 당연히 큰 할머님이 빨리 나으시기를 바라지요. 하지만 이건 말도 안되는 일입니다. 회사에 소속된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회사를 생각할 수밖에 없어요.” 강일헌이 당당하게 맞받았다.“주주들은 모두 회장 재선출 일정을 연기하는 것에 동의했어. 그 전에 있네 없네 따위는 생각도 하지 마라. 회장님이 쓰러지셨지만, 내가 있어. 회장님의 모든 업무는 내가 대리 처리할 것이아.”강일헌의 말이 점점 심해지자 운경이 나섰다.속에서 들끓어 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가 없었다.‘어떻게 이렇게 뻔뻔스러운 놈이 다 있어?’강일헌은 불만스러웠다.‘바꾸면 또 어때서?’‘어차피 회장은 결국 자신들 차지가 되지 않겠는가? 무슨 차이가 있다고?’이 화제는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강일헌이 느릿한 음성으로 다른 화제를 입에 올렸다. 일부러 화살을 다른 데로 돌리려는 수작.“형님이 맞이한 새신부가 집안에
무진의 말에 운경이 냉정함을 되찾았다.당장 가장 시급한 일은 엄마 안금여를 치료할 방법을 찾는 것이다.“넌 고모부한테 가서 엄마를 빨리 회복시킬 수 있는지 알아봐. 회사 쪽은 내가 가서 진정시키도록 할게.” 속으로는 분함을 참을 수 없었지만 사태는 수습해야 했다.방법이 없었다. 누군가는 버티고 있어야 했다.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돌아간 강일헌은 안금여가 치매를 얻은 상황을 강상철에게 보고했다. “정말이야? 거짓말 아니지? 확실하게 본 거 맞아?” 튀어나올 듯 커다랗게 뜬 강상철의 눈에 기쁜 빛이 넘쳤다. 그러면서도 다소 믿기지 않는 듯했다.“네. 제가 직접 가서 봤는데 틀림없습니다. 큰 할머님께 인사를 드렸는데 전혀 반응이 없었어요.”강일헌이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예전에 이런 상황이 생겼다면, 안금여는 분명 그에게 몇 마디 했을 터였다.“정말 잘 되었구나.” 강상철이 턱을 쓰다듬으며 웃음을 지었다.그리고 즉시 강상규에게 연락해서 불렀다.의심할 여지없이 강상철과 강상규에 크나큰 기쁨을 안겨주었다.사실 일이 이렇게 쉽게 성공하게 될 줄은 자신들도 생각 못했던 바였다.그리고 저들 마음대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이제 회장직은 틀림없이 자신들의 것이었다. 어디 도망가지 않을 터.“일헌아, 이번 일 아주 잘했다. 무진이네 본가는 이번 참에 완전히 망하겠구나. 허허.”강상철이 소리 내어 웃었다. 그동안 음울하기 그지없던 얼굴에 드디어 해가 비친 듯했다.“할아버지, 당연히 제가 해야 할 일이는데요, 뭐.” 병실에서 있었던 일을 다 말하지는 않았다. 특히 성연에게 말꼬리를 잡혔던 일.‘그쪽에서 알면 또 어때서? 뭐 어쩌라고?’강상규도 강일헌을 향해 한바탕 칭찬의 말들을 쏟아냈다.“역시 일헌이 네가 부리는 사람답구나. 아주 좋아.”“셋째 할아버님, 과찬이십니다. 작은 일에 불과합니다.” 잔뜩 칭찬을 받은 강일헌의 어깨가 으쓱거렸다.“이번에 일헌이가 큰 일을 해줬어. 나중에 원하는
그러나 한걸음에 달려온 주주들을 운경이 병실 밖에다 막아 세웠다.회장님은 지금 안정이 필요한 시기로 조그만 충격도 견딜 수 없다, 그러니 회사 사람들은 가능한 회장님 방문을 자제해 달라, 일이 있으면 자신에게 알리면 된다, 라는 말로.아무도 안금여를 만나지 못하자, 주주들은 점차 안금여가 이미 치매에 걸렸다고 믿게 되었다.심지어 오후에 온 주주는 운경에게 따져 물었다.“회장님, 정말 신경 방면에 문제가 생긴 겁니까? 만약 회장님에게 문제가 생기면 반드시 우리 주주들에게 해명을 해야 할 겁니다! 어떻게 된 상황인지 숨겨서는 안됩니다. 회사는 모두의 것이고, 회장은 회사를 이끄는 리더예요. 그러니 우리는 제대로 알 자격이 있단 말입니다!”당당하게 내뱉는 주주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무척 일리 있었다. 다만 강운경을 압박해서 반드시 진상을 듣고야 말겠다는 의도가 너무 강할 뿐.그렇게 오랜 시간 회사를 관리해 오면서 이런 저런 풍파도 겪어보지 못했을까? 놀라지도 않은 운경이 침착함을 유지한 채 대답했다.“주주분들께서 어디서 이런 유언비어를 전해 들으셨는지 도무지 모르겠습니다. 지금 회장님께서는 병을 치료 중이십니다. 아시다시피 주주총회의 일로 충격을 받으신 터라 회사 관련자들은 만나지 않게 해드리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비록 최근 몇 년간 큰 실적은 내지 못하셨어도 회사를 위해 많은 애를 쓰셨습니다. 그러니 여러분들은 회장님이 좀 더 회복되시기를 기다려 주십시오.”논리정연하고 사리에 합당한 운경의 말이 앞서 큰 소리로 따지던 주주의 말을 전부 가로막았다.“만약 이사장에게 문제가 있다면, 강대표는 반드시 사실대로 알려 주십시오!”주주는 이를 악문 채 운경을 한참 노려보더니 몸을 돌려 떠났다.마침내 사람을 설득해 보낸 운경의 얼굴에 피로가 가득 쌓였다.요 며칠 엄마 안금여를 지키면서 제대로 쉬지를 못했다.순간 머리가 띵하고 울렸다.미간을 찌푸린 운경이 병실로 들어섰다.“상황이 어떻습니까?” 무진이 물었다.화가 난 운경이 이를 갈며 말했다.
“다시 생각해 봐.” 무진이 나서겠다고 하자 운경이 다소 주저하며 말렸다.지금 이 시기에 드러내겠다는 것은 스스로 무대 위에 올라가 둘째, 셋째 숙부와 맞서겠다는 것과 다름없었다.저 두 숙부의 실력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요 몇 년 동안 자신들이 저들을 꺼리지 않았을 것이다.무진이 위험에 처할까 봐 두려웠다.집안에서, 더 이상 사고가 일어나서는 안 된다.“그냥 제가 하겠습니다. 할머니가 안 계신데 모든 걸 고모님께 떠넘길 수는 없잖아요.” 무진은 이미 결심을 굳힌 듯했다.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주주들의 일로 안금여는 이미 둘째, 셋째 숙부에 의해 쓰러진 상태인 것이다.저들이 더 이상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두 숙부들은 자신들을 만만하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깊고 어두운 곳에서 그렇게 오래 웅크려 있었으니 이제 실력을 드러낼 때도 되었다.집안의 장손인 강무진을 두 여자가 가로 막을 수는 없었다.이미 결심을 굳힌 무진을 본 운경도 더 이상 설득하려 하지 않았다.다만 걱정스럽게 물을 뿐이었다.“너, 어느 정도 자신 있는 거니?”강상철과 강상규는 그 수법이 악랄했다. 저들과 겨룰 때는 반드시 조심해야 한다.“제가 손을 대면 절대 실패하지 않습니다.” 무진이 턱을 슬쩍 들어올렸다. 이 말을 다른 사람이 했다면 과장이라고 하겠지만, 무진의 입에서 이 말이 나오는 순간, 누구든지 자기도 모르게 설득되었다.시종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운경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상황을 지켜보던 손건호가 옆에서 운경을 안심시켰다.“대표님, 저희 보스의 실력을 아직도 못 믿으십니까? 보스가 나서면 이 위기는 곧 끝날 겁니다.”손건호는 강무진에게 회사를 접수하라고 어떻게 설득할지 걱정하고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당하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렇지 않으면 언젠가는 저쪽에서 자신들의 머리를 밟고 올라설 테니까.보스가 손을 쓰지 않을까 걱정이다. 직접 손을 쓰기만 하면 못할 일이 없을 텐데.“말이야 그렇지만, 둘째, 셋째 숙
강씨 집안의 WS그룹이 오늘과 같은 명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건 모두 강무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다만 존재를 드러내지 않은 채 막후에서 조종하다 보니 아무도 모를 뿐.저들은 무진을 마냥 능력 없는 아랫사람으로만 치부했다. 무진의 실력을 간과한 채.운경은 조카 무진이 충분히 기댈 수 있을 만큼 든든하다는 걸 깨달았다.잠시 고민하던 운경이 무진의 말에 동의했다.“네가 하기로 결심한 이상 난 무조건 지지하도록 할게.”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오전 수업시간, 해가 서쪽에서 뜨기라도 했는지 성연이 책상에 엎드려 자지도 않고 열심히 수업을 들었다.그런 성연의 모습이 상당히 의아스러웠다.어떤 선생님들은 꽤 기뻐하기도 했다.송성연이 생각만큼 그렇게 고집스럽지만은 않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살았다고 한숨을 내쉬기도 하며.선생님들을 가장 기쁘게 한 것은 성연에게 문제를 풀게 한 것이다.성연도 거침없이 답을 말했다.거의 모든 선생님이 수업 중에 성연을 호명해서 문제에 답하게 했다.그리고 역시 최고 난이도를 자랑하는 문제들이었다.송성연이 만점으로 북성남고에 편입했다는 말이 진작부터 돌았었다.그러니 선생님들이 성연의 실력을 측정해 보고 싶어 하는 것도 당연할 터.예전엔 성연이 줄곧 잠을 자고, 교장선생님의 사전 지시가 있어서 선생님들도 못 본 척할 수밖에 없었다.성연의 변화에 선생님들 모두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어느 선생님이든 성적 좋은 학생을 좋아할 수밖에.문제에 답을 마친 성연이 자리에 앉았다.그러자 선생님이 웃음을 멈추지 않으며 칭찬했다.“송성연 학생은 평소에 잠만 자는 것 같더니 안 보는 데서 열심히 공부한 모양이야. 이건 지난 번 시험 문제였는데, 아무도 맞추지 못 했어. 그런데 송성연 학생이 맞추다니. 평소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는 걸 증명했구나. 모두 이 답안을 본보기로 삼아야겠디.”선생님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반장이 앞장서서 박수를 쳤다.그리고 많은 시선이 성연에게로 향했다.만약 한 선생님만 칭찬했다면 그들도 믿지 않았을
성연의 엄숙한 표정을 본 서한기가 참지 못하고 삐딱하게 말했다.“보스, ‘스카이 아이’ 조사하러 간 것 아니었습니까? 왜 그렇게 오랫동안 진전이 없습니까? 거꾸로 강씨 집안을 걱정하기 시작한 것 같네요? 진짜 거기에 빠진 건 아니겠지요?”예전에는 송성연이 누구에게도 이러는 걸 본 적이 없었다.특별히 가까운 사람을 제외하고는 이런 대우를 받은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송성연은 귀찮은 일을 무척이나 사람이다.조금이라도 귀찮다고 여겨지거나 일을 하는 데 머리를 써야 한다든지 하면 바로 한 두발짝 뒤로 물러섰다.그런 그녀가 자발적으로 귀찮은 일에 손댄다? 그건 그녀 마음속에 차지한 크기가 결코 작지 않다는 의미.송성연이 강씨 집안에 있다 보니 서한기도 그 집안의 일에 대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요즘 강씨 집안 WS그룹과 관련한 소문들로 떠들썩했다.그도 약간 들은 바가 있었다.강씨 그룹의 회장이 입원을 했다는데 성연이 이 약을 찾는 것은 아마 그 회장을 염두에 둔 것이리라.‘참 희한하기도 하지.’웃을 듯 말 듯, 다소 서늘한 표정의 성연이 서한기를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내 일을 네가 따져?”성연 자신도 사실 어떤 마음인지 잘 모르겠다.그녀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절대 이 일을 좌시해선 안된다고.마음이 가는 대로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을 뿐이다. 마음을 따라 움직였을 뿐.하물며 그녀가 이렇게 하는 게 전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몸이 괜찮았을 때, 할머니는 그녀에게 무척 잘해주었어. 나 대신 화도 내주시고.’살아 계실 때 외할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은혜를 알고 보답해야 한다고.결국 자신이 이러는 것 모두 은혜에 보답하려는 것이다.이런 차원에서 보면, 빠져들고 말고는, 그녀가 고려해야 할 문제가 아니었다.강씨 집안 사람들 모두 그녀에게 잘해 준다.의술인으로서 사람이 죽어가는 걸 보고도 구해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이렇게 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했다.‘서한기가 말하는 그런 게 아니야.’성연의 위협적인 목소리에 서한기는 갑자
서한기는 더 이상 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 그저 명령을 받고 즉시 사람을 보내 이 일을 처리하게 했다.그날 일은 정확하게 처리됐다.저녁에 집으로 돌아간 성연이 무진과 함께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시간이 지나면서 집안의 요리사들도 성연의 입맛을 파악하고 매번 그녀가 좋아하는 것들 절반, 무진이 늘 먹던 음식 절반이 식탁에 놓였다. 강씨 집안에서 성연이 대접받고 있음을 충분히 증명해 주었다.절반쯤 식사를 했을 때 성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최근 밴드에 가입했어요. 밴드 활동이 있어서 앞으로 2시간쯤 늦게 집에 올 거예요.”무진에게 일부러 이 정보를 흘렸다. 완벽한 알리바이를 위해.고등학생이 취미 동아리에 참여하는 거야 정상적인 일일 테니.“운전기사에게 좀 늦게 데리러 가라고 하지. 아니면 네가 바뀐 시간을 기사에게 알려주든가.”무진은 성연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주주들과 둘째, 셋째 숙부 쪽에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 이미 준비를 시작했다.성연이 쪽을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성연이 원하는 걸 최대한 들어줄 뿐.“고마워요.” 생각해 보던 성연도 감사 인사를 했다.할머니는 병원에 계시니 무진의 미간엔 늘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다.가라앉은 기운이 왠지 무거웠다.무진이 힘들어하는 것을 느낀 성연이 주저주저 위로의 말을 꺼냈다.“너무 괴로워하지 마세요. 할머니 좋아지실 거예요.”“응.” 무진이 담담하게 대답했다.비록 단순한 말 몇 마디였지만, 무진의 얼굴이 많이 풀린 걸 볼 수 있었다.다음 일.성연은 수업이 끝나자마자 보건실로 달려갔다.보건실은 이미 완전 다른 모습이었다.귀족 학교 북성남고는 결코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그래서 보건실도 넓고 컸다. 어젯밤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한기는 보건실 내에 독립된 공간을 따로 만들었다.내부는 사한기가 깨끗이 정리해 두었다. 그만 열쇠를 가지고 있어서 아무도 들어갈 수 없었다.모두 어린 학생들이라 이쪽과 연관되었을 리 만무하고.보더라도 의료기구인 줄 알고 별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보
곧 회사를 접수하기 위해 무진이 해야 할 일이 많았다.한동안은 성연에 대해서도 크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병원에 더 있어도 별다른 진전이 없자 고모부 조승호가 퇴원을 권했다.“병원에 계시는 게 엄마에게 좀 더 좋지 않을까요? 병원에서 간호사가 더 잘 돌볼 수 있을 테니까.” 운경은 엄마의 퇴원에 찬성하지 않았다.“똑같아. 집에 가셔서 익숙한 것들을 보시면 장모님 마음이 좀 더 좋아지실 테고, 병세에도 도움이 되겠지.” 조승호는 언제나처럼 사심이 없었다.그저 어떻게 해야 장모님이 더 좋아지실까, 하는 마음 외에는.“알았어요.” 운경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그날 저녁 무렵. 수업을 마친 성연이 무진과 함께 안금여를 강씨 고택으로 모셔갔다.집안에 있던 집사와 고용인들이 모두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선대 회장부터 지금까지 몇 십 년의 세월을 모셨던 안금여의 이런 모습을 본 집사는 눈물 범벅이었다.“마님, 어찌, 어찌 이런 일이?”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며 안금여 앞으로 다가갔다.집사를 알아보지 못한 안금여는 그저 멍하니 제자리에 서 있을 뿐이다. 멍한 눈을 한 채.바라보던 운경도 가슴이 아파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훔쳤다.집안의 고용인들을 모두 해산시긴 운경이 입을 열었다.“집사님, 우린 요즘 무척 바빠요. 집사님이 집에 있으면서 엄마를 잘 보살펴야 해요. 생각이 짧은 고용인들에게 빈틈을 주지 않도록 하시고요.”지금의 안금여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평소 고용인들에게 엄격했었다.일부 고용인들은 원한을 품을 수도 있기 마련.지금의 안금여는 어떤 짓을 하더라도 아무 말도 못할 것이다.운경은 곁에서 돌볼 마음도 있었지만, 그러지 못할 때도 많을 터였다.자신이 곁에 없을 때, 엄마가 괴롭힘을 당할까 걱정이었다.사실 엄마를 누구에게 맡겨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집사는 이 집안 사람이라 할 만큼 믿을 수 있었다.“아가씨, 걱정 마세요. 제가 부인을 잘 모시겠습니다.” 그러며 안금여를 보며 연신 한숨을 내쉬었다.지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