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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화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그러나 조승호의 예상 대로 안금여는 치매가 온 상태였다.

“엄마, 나 기억해?? 내가 누군야? 무진이는 기억나, 엄마?”

안금여의 눈앞까지 달려간 운경이 자신과 강무진을 가리키며 연신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운경을 힐끔 본 안금여가 느릿느릿 고개를 돌려 자신의 손가락만 쳐다보았다.

그리고 창밖을 향해 멍청하게 웃었다. 어딘가 멍한 얼굴로.

마치 이제 막 세상을 처음 보는 것 같았다.

“할머니, 물 드시겠어요? 물 좀 드세요.”

성연이 옆으로 가서 따뜻한 물 한 잔을 받아 안금여의 입 가까이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안금여는 그것이 무엇인지조차도 모르는 듯했다.

물컵이 입가에 닿아도 마실 줄을 모르는 안금여를 보며 성연이 손가락 하나를 세우고 몇 개냐고 물었지만, 안금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도 몰랐다.

어떤 대답을 해야 하는지는 말할 것도 없이.

얼굴을 일그러뜨린 운경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

‘어쩌다 엄마가 이렇게 되었는지…….’

이틀 전까지만 해도 아무렇지 않았다가 갑자기 이런 치매 증세를 보이니 모두 적응하기 힘들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손건호 또한 참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도대체 누구길래, 이리 악독한 거지?”

응급실 입구에 있을 때 운경 역시 같은 질문을 했었다.

다만 한바탕 난리가 나고 어수선한 상황이라 깊이 생각하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똑같은 질문이 또 언급되자 이에 다시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손건호의 말이 나온 순간, 병실의 공기가 얼어붙었었다.

운경과 무진의 눈이 서로 마주쳤다.

거의 동시에 두 사람의 마음속에서 하나의 대답이 떠올랐다.

무진의 눈빛이 더욱 차가워졌다.

강상철과 강상규를 제외하고 이렇게 할 수도 있는 인간이 또 누가 있단 말인가?

마침 지금은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많은 지분을 손에 넣은 강상철과 강상규는 주주들의 지지까지 등에 업은 상태였다.

만약 안금여만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다면, 진즉 회장 자리를 차지했을 것이다.

큰집 본가에서 회장직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은 안금여 한 사람뿐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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