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나서서 무진은 차를 몰았다. 옆에 앉아 무진의 수려한 옆모습을 바라보는 조수경의 마음속에 기쁨이 가득했다.북성강에서 흘러나온 강물이 바다로 들어가는 해구의 모래사장.강물이 돌과 암초를 때리고 미풍이 정면으로 불어와 상쾌했다.조수경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뒷짐을 진 채 무진 앞에 서서 머리카락을 가볍게 날렸다.“무진 오빠, 정말 장소를 잘 선택하신 것 같아요. 여기 정말 한가롭고 한적해요. 확실히 마음을 풀기에 좋은 곳이네요.”“좋아하면 다행히.” 무진이 담담한 기색으로 먼 바다만 쳐다볼 뿐 조수경을 보지 않았다.‘무진 오빠 무슨 일로 기분이 안 좋은지 모르겠어.’만약 자신이 직설적으로 묻는다면, 분명 무진의 반감을 사게 될 것이다.그래서 조수경은 화제를 돌릴 수밖에 없었다.“무진 오빠, 매일 밤 오빠 서재의 불이 늦게까지 켜져 있는 것을 봐요. 회사 일이 많이 힘드신 게 틀림없죠?”무진이 고개를 돌려 조수경을 쳐다보자 조수경이 입술을 깨물고 얼른 설명했다.“단지 저녁에 일어나서 물을 마시러 나갔다가 여러 번 보았을 뿐이에요. 다른 뜻은 없어요.”그러나 무진은 이런 문제를 추궁할 생각이 없다. “뭐든 쉬운 건 없어. 습관이 돼서 괜찮아.”설령 내키지 않더라도 어깨에 짊어진 짐은 자신이 스스로 짊어질 수밖에 없다.자신을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지금 자신은 안금여와 강운경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반드시 WS그룹을 더욱 빛내야 한다.무진이 앞으로 나서자 조수경이 천천히 그 뒤를 따라갔다. 말투에는 부러움이 묻어 있었다.“무진 오빠, 사실 정말 오빠가 존경스러워요. 만약 내가 오빠의 절반 정도만 되었더라도 우리 집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죠. 나도 금융 방면에 관한 지식을 좀 배우고 싶어요.”무진은 조수경의 말 속에 숨은 뜻을 알아듣지 못했다.그저 조수경이 단순하게 공부하고 싶어한다고 생각했을 뿐.무진은 고개를 저으며 속에 있는 솔직한 생각을 말했다.“네 자신의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좋겠다.
밤에 무진은 홀로 집으로 돌아왔다.원래 성연에게 영상전화를 할 생각이었다.그러나 어제 본 장면을 떠올린 무진은 마음이 매우 불편했다.그래서 결국 전화하기를 포기했다.찬장에서 와인 한 병을 꺼내 잔에 부어 천천히 마시기 시작했다.집사가 아래층에서 꽃을 심고 있는데, 고개를 들자 무진이 베란다에서 술을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무진은 항상 자제력이 강한 사람이었다. 성연이 온 이후 저처럼 술을 마신 적이 거의 없었다.틀림없이 기분이 좋지 않은 것 같았다.집사는 어릴 때부터 무진이 자라는 모습을 봐왔다. 그래서 무진을 자신의 친아들처럼 여기면서 늘 마음으로 걱정했다.앞에 있는 꽃모종을 다 손질한 후에 집사는 부엌에서 해장용 차 한 잔을 가지고 올라갔다.집사가 가볍게 문을 두드리자 곧 무진이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밤하늘을 배경으로 한 무진의 뒷모습이 약간 쓸쓸해 보였다.집사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진 앞의 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놓았다.“도련님, 차를 좀 드세요. 안 그러면 내일 머리가 많이 아플 겁니다.”와인은 도수가 그리 높지는 않지만 여전히 알코올 성분이 들어 있다.해장차를 마시면 속이 좀 편할 것이다.“고마워요.” 무진이 담담하게 말했다.집사는 그 자리에 서서 아직 떠나지 않은 채 무진을 바라보다 결국 입을 열었다.“도련님, 무슨 일로 그럽니까?”무진은 집사의 물음에 바로 대답하지 않고 잠시 침묵하더니 결국 입을 열었다.“집사님, 집사님은 성연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세요?”집사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대답했다.“작은 마님은 당연히 아주 좋은 분이죠. 도련님이 이전에 병이 났을 때 모두 작은 마님 혼자서 돌봤어요. 직접 도련님을 돌보느라 밤새 눈도 못 붙였는 걸요.”무진은 그 말에 마음속으로 쓴웃음을 지었다.‘맞아, 이런 성연이가 어떻게 나한테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할 수 있겠어?’그는 성연과 목현수 사이에 별 것 없다고 믿었다.그러나 마음속으로 여전히 오만 생각이 드는 것을 억누를 수가 없다.무진 침묵이 계속되자 집
안금여의 상태는 그리 심각하지 않아 입원한 지 이틀 만에 퇴원했다.무진은 또 특별히 하루의 시간을 내여 퇴원하는 안금여를 고택으로 돌아왔다.모두 거실에 앉아 잠시 이야기를 나누던 차에 조수경이 스스로 청하며 말했다.“할머니, 퇴원하셔서 정말 좋은 날이잖아요. 그래서 제가 직접 음식을 해서 식사를 차려 드릴게요.”안금여가 다소 놀라서 조수경을 쳐다보았다.“아이고, 수경아, 네가 음식도 할 줄 아니?”조씨 집안은 손민철이 훼방을 놓기 전까지만 해도 학문이 깊은 집안이었다.조수경은 또 그 집안의 유일한 자식이었고. 원래라면 집안의 금지옥엽으로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살았을 거라 생각했는데, 음식을 할 줄 안다고 하니 뜻밖이었다.그 점이 안금여의 조수경을 다시 보게 했다. 조수경은 성품이 좋고 할 줄 아는 것도 많아서 어른들이 가장 좋아하는 며느리감이었다.“조금 할 줄 알아요. 그저 취미로요. 그냥 먹을 만한 정도예요.” 조수경은 겸손하게 말했다.그러나 안금여가 말리며 말했다.“너 요 며칠 병원에서 나를 돌보느라 피곤하잖니? 안 그래도 네 고모에게 가서 하라고 했다. 네 음식 솜씨는 다음에 다시 보도록 하자.”조수경이 손을 저었다.“할머니가 퇴원하신 걸 제가 축하해 드리고 싶어서요. 고모도 피곤하실 데니 오늘은 쉬게 하세요. 그저 식사 한 끼 할 뿐인 걸요. 얼마 안 걸려요.”조수경이 하고 싶어 하니 안금여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그리고 자신도 조수경의 솜씨를 맛보고 싶었다.그래서 안금여가 승낙했다.“그래, 그럼 네가 해 보거라.”강운경이 옆에서 말했다.“수경아, 도와줄까?”조수경이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고모. 모두 앉아 계세요. 저 혼자 해도 돼요.”말이 끝나자마자 조수경은 주방으로 들어갔다.안금여는 조수경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수경이 성품이 정말 좋구나. 교만하지 않고 조급하게 굴지도 않고 참 좋은 아가씨야.”강운경도 인정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경 혼자 요리를 하는 게 마음 편할까 싶어 그들은 거실
식사를 마친 후, 강운경은 안금여와 함께 후원으로 산책을 나갔다.조수경이 먼저 말했다.“무진 오빠, 햇차잎이 새로 들어왔는데 한번 맛볼래요?”“그래.” 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조수경이 차를 우려내는 솜씨와 가지고 있는 찻잎은 확실히 훌륭했다.그날 그는 한번 우려보았는데 차를 마신 후에 확실히 많이 정신이 났다는 것을 알았다.“그럼 여기서 좀 기다려요. 얼른 찻잎을 가지고 올게요.” 조수경은 종종걸음으로 방으로 돌아갔다.무진은 거실의 소파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곧 돌아오는 조수경은 찻잎 한 봉지를 안고 있었다.찻잔을 차려 놓은 후 차를 우리기 시작했다.곧 다 우린 차를 잠시 식힌 후에 조수경은 무진과 자신의 잔에 차를 따랐다.무진이 한 모금 마셨다. 이 차는 처음 마셨을 때는 그냥 평범한 맛이다. 그러나 입 안에 머금고 있다 보면 뒷맛이 달콤한 것이, 다시 한 모금 머금고 싶게 했다.“괜찮지 않아요?” 조수경이 물었다.“괜찮네, 지난번 것보다 맛있다.” 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조수경의 솜씨를 인정했다.차를 언급하자 조수경의 표정에 은근히 자만심이 떠올랐다.“이번 차는 내가 특별히 개량한 거예요. 위를 보양하는 효능이 있죠. 무진 오빠처럼 그렇게 바쁘면 틀림없이 일상적으로 식사가 불규칙적일 테니 장시간 마시면 개선될 거예요.”“너는 이 방면에 소질이 있나 보구나.” 무진은 차를 다 마시고 찻잔을 내려놓았다.조수경은 또 그에게 한 잔을 따라준 후에 웃으며 얼굴의 보조개도 따라서 보일 듯 말 듯했다.“다른 것은 감히 말할 수 없지만 차는 그래도 조금 연구했어요. 이따가 내가 좀 가져다 줄게요.”“아니, 저번에 준 거 아직 다 못 마셨어.” 무진은 차를 잘 안 마신다.그러니 자신이 차를 많이 보관하는 것도 일종의 낭비라고 느꼈다.그것도 조수경이 직접 만든 것이니 그 의미가 좀 다를 수 있을 테고.거절당하자 조수경은 마음이 좀 안 좋았지만 억지로 권하지는 않았다.“그럼 무진 오빠 마시고 싶을 때 나한테 얘기하면 드릴게
무진이 주소를 보내자 곽연철이 바로 왔다.그는 무진의 곁에 있는 조수경을 한 번 보고는 눈살을 찌푸렸다.그러나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곽연철이 오자 무진은 그에게 새 찻잔을 가져다주고 직접 차를 따라주었다.“곽 사장님, 우선 차를 드세요.” 무진이 찻잔을 곽연철에게 밀어주었다.고개를 살짝 끄덕인 곽연철이 차를 마셨다.그리고 비로소 말했다.“제왕그룹과 WS그룹이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에서 도시 서쪽의 그 부지를 원했지만, MS 가문의 제이슨 씨를 만나 경쟁했습니다. 상대방은 거의 제로 이윤으로 이 프로젝트를 빼앗으려 했지요. 강 대표님,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요?”곽연철은 좀 마음을 정하지 못했다.오랜 역사를 가진 강씨 가문에 비해 제왕그룹은 작은 회사일 뿐이다.MS 가문과는 전혀 견줘 볼 수가 없다.물론 자원을 모두 내놓으면 맞설 수 있지만,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만 할 뿐이다.지금은 WS그룹과 합작하는 것이 가장 타당한 방법이다.그리고 두 회사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에 무진도 상관하지 않을 수가 없다.무진의 눈빛이 가라앉으면서 바로 대답했다.“돈을 잃는다 해도 가져와야 합니다. 제이슨이 북성에 자리를 잡게 할 수는 없습니다!”결국 제이슨이 아무리 대단해도 유럽에 있을 뿐이다.북성은 또 A국에 있으니, 제이슨이 그들과 맞선다 해도 화력이 좀 줄어들 것이다.역시 애초에 무진의 예측이 맞았다. 지금 제이슨은 기회를 틈타 둘째, 셋째 일가의 자산을 삼켰다. 이제 제이슨의 목표는 WS그룹이다.WS그룹을 일망타진하고 그 자리를 대신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그러나 무진은 그들이 목적을 달성하게 둘 수가 없었다.“알겠습니다. 그래도 강 대표님은 과감하십니다. 저는 결단을 내릴 때 계속 망설이는데요.” 곽연철이 웃으며 말했다.그는 무진의 생각과는 거리가 멀다.제이슨이 A국의 시장에 진출한다면, 자신의 회사도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그러나 제왕그룹은 실력이 부족하니 WS그룹에서 말해도 상관이 없다.오히려 자신
그들이 사업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조수경은 바로 옆에서 차를 따르며 시중을 들었다.이것은 흡사 여주인의 자태와 같아서 곽연철을 좀 의아하게 했다.게다가 무진의 약혼녀는 송성연이다.그러나 지금 성연은 유럽의 학교에 갔는데 무진의 곁에 조수경이 나타났다.정말 좀 흥미진진하게 느껴졌다.그러나 곽연철은 면전에서 드러내지는 않았다.그는 다만 무심한 척하며 입에서 나오는 대로 물었다.“강 대표님, 이 분은 누구신지요? 예전에 뵌 적이 없군요?”무진이 간단히 소개했다.“아, 조수경 씨입니다. 저희 할머니 옛 친구분의 손녀인데, 집에 일이 좀 생겨서 이곳에서 한동안 머루르고 있습니다.”조수경도 대범하게 곽연철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조수경입니다.”“안녕하세요.” 곽연철도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강무진이 떳떳한 걸 보니 별일 없을 거야.’‘하지만 이 조수경을 보고 있자니... 좀 이상하긴 한데.’나이든 자신은 당연히 조수경에게 무슨 말을 하기 어려우니, 빨리 보스에게 연락해서 이 일을 알려주고 보스가 결정하게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곽연철은 자리에서 일어섰다.“강 대표님, 별다른 일이 없으니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좀 계시다가 같이 식사라도 하시지요.” 무진이 입을 열었다.무진은 곽연철과 단순한 파트너가 되는 게 아니라 곽연철을 친구로 생각했다.무진이 이렇게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아닙니다. 강 대표님의 호의에 감사드립니다.” 곽연철은 좀 놀랐다. 무진이 뜻밖에도 자신에게 남아서 같이 밥을 먹자는 것이다.함께 지낼수록 곽연철은 무진이 외부에 전해지는 것과 달리 거리감이 없다고 느꼈다.그가 승낙하지 않자 무진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따라서 일어섰다.“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곽연철은 얼른 손사래를 쳤다.“강 대표님,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겨우 문만 나서면 되는데 강 대표님이 저를 배웅하실 필요까지 있겠습니까?”“몇 걸음 안 됩니다, 가시죠.” 무진이 먼저 앞장서자 곽연철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문
곽연철을 배웅한 무진이 돌아왔다.무진이 다시 거실로 들어오자 조수경이 차를 따라주며 물었다.“무진 오빠, 오빠 사업 얘기하는 데 내가 방해한 거 아니에요?”무진이 대답했다.“곽 사장은 신중한 사람이라 외부인이 있을 때는 당연히 회사 얘기를 잘 하지 않아.”‘외부인이 있을 때는 회사 얘기를 하지 않는다고?’‘그런데 이야기 중에 나보고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았어.’조수경은 속으로 아주 기뻤다. 어쨌든 무진의 말 뜻은 자신을 외부인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거니까.그러나 무진은 조수경이 이렇게 생각하는지 몰랐다.단지 단순하게 별 생각이 없었을 뿐이다. 그래서 조수경을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인데.하지만 조수경은 완전히 다르게 받아들였다.무진은 지금 차를 마시고 있지만 속으로는 갈등이 일었다. 목현수와 성연에 관한 일을 잠시 생각하던 무진은 그래도 성연에게 한 마디 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성연인 이런 일에 어리숙해서 목현수의 마음을 잘 몰라.’‘하지만 목현수 그 놈은 잘난 척 꼬리를 흔들어 대며 속으로 딴 마음을 품고 있을 분명해.’‘내가 없는 틈을 타서 성연이 앞에서 제 존재감을 과시하다니, 정말 사람 열 받게 만들고 있어.’‘성연에게 한 소리 해둬야겠어. 성연이가 목현수와 거리를 좀 둔다면, 이렇게 열 받는 일은 없겠지.’두 사람은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조수경은 다시 좀 전 보다 더 부드럽고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오빠, 더 드실래요? 더 드실 거면 제가 우려 드릴게요.”방금 곽연철과 세 사람이 함께 마시느라 차는 지금 이미 다 마시고 없는 상태.“아니야, 오늘은 됐어.” 결정을 내린 무진은 성연을 보고 싶은 마음이 더 간절해졌다.“그래요. 그럼 다음에 또 같이 차 마셔요.” 조수경은 주방에서 디저트를 가져왔다.주방에서 준비해 준 것이다. 디저트에 대해서는 조수경도 잘 알지 못했다.마음은 있지만 아직 만들 줄은 몰랐다.탁자 위의 디저트를 본 무진의 얼굴이 약간 풀어지면서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집에
강씨 집안 고택에서 나온 곽연철은 자신의 차로 향했다.마침 수업이 마치는 시간이라 성연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조수경의 존재를 성연에게 말했다.“보스, 조수경이라는 여성이 고택에 머물고 있는데, 할머님과의 사이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주의 깊게 보셔야겠습니다.”한 팔로 책을 가슴에 붙이고 있던 성연은 곽연철의 말에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순간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 넥타이, 곽연철이 말한 조수경이란 여자가 무진에게 사준 것이 아닐까 싶다.‘어떻게 이렇게 공교로울 수가 있지? 조수경이란 여자가 강씨 집안에 등장하자 마자 무진 씨가 못 보던 넥타이를 하고 있다니?’성연은 그런 우연 같은 것을 믿지 않았다.그러나 곽연철의 앞에서는 절대 그런 내색을 하지 않았다.성연은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면서 말했다. “무진씨에 대해서는 내가 잘 알고 있어요. 걱정하지 마세요.”그러나 그렇게 생각되지 않는 곽연철이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보스, 지금은 상황이 달라요. 강무진은 그럴 생각이 없을 지도 모르지만, 그 조수경이란 여자는 강무진에 대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게 분명합니다.”강무진과의 협력 관계가 아무 좋다고 해도, 곽연철은 변함없이 보스 성연의 편이다.성연이 없었다면 강무진과 합작할 수도 없었을 터.성연은 마음을 좀 진정시키면서 입술을 오므렸다.“무진 씨는 자기 절제가 강한 사람이에요. 별일 없을 거예요.”성연은 강무진을 믿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했다.그러나 마음속으로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외로운 남녀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지내다 보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게다가 곽연철의 말을 들어보면, 조수경은 강씨 집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깊은 존재감을 심어 준 것 같아.’너무 많은 의외의 일이 생기자 성연은 그다지 대범하게 생각할 수가 없었다.‘그러나 지난 번에 소지연이 고의로 유혹해도 무진씨는 꿈쩍 하지 않았어.’‘이번에도 역시 예외는 없을 거야.’“보스, 강무진에 대해서 너무 안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