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유진은 하나도 빼놓지 않고 허태준한테 이실직고했다.허태준은 심유진의 이야기를 들으며 표정이 점점 굳어졌다.“앞으로는 다른 사람의 일에 간섭하지 말아요.”허태준은 김욱과 같은 태도를 보였다.“아들이 우울증에 걸릴 정도로 내버려둔 상사도 좋은 사람은 아닐 거예요.”이미 강욱한테 말을 들었던 터라 심유진은 더 대꾸하지 않았다.심유진은 쏙 들어간 배를 문질렀다. 그 일 때문에 진수성찬을 놓친 게 너무 아쉬워 한숨만 나왔다.“배고파요?”허태준은 이간을 좁히며 물었다.심유진의 행동과 표정만으로도 그녀가 배고픈 것을 단번에 알아챌 수 있었다.“네!”심유진은 눈이 번쩍 뜨이더니 기대 가득한 눈길도 그를 쳐다봤다.“집에 먹을 것 좀 남았나요?”“뭐 먹고 싶어요?”허태준은 물었다.“오늘 소고기 좀 사 왔는데, 소고기탕 해줄까요?”“좋아요!”소고기탕을 들은 심유진은 군침이 절로 돌았다.십여 분 후, 허태준은 소고기탕과 밥 한 그릇을 내왔다.일품 한우를 삶은 깊은 육수는 너무 향긋한 나머지 코를 찔렀다.심유진은 한껏 들떠 숟가락을 들었다.오른쪽 손은 다쳐서 왼손으로 힘겹게 숟가락을 쥐었다.허태준은 그 불쌍한 모습을 보고 물었다.“왼손으로 밥 먹는 게 가능하겠어요?”심유진은 열심히 왼손을 휘저으며 강인한 척했다.하지만 왼손잡이가 아닌 이상 불가능한 일이었다.힘겹게 숟가락으로 밥을 펐지만 입으로 향하는 순간 비끗해서 다시 탕 속으로 흘러 들어갔다. 튕긴 뜨거운 탕은 그녀가 데우기 딱 좋았다.“제가 먹여줄게요.”허태준은 하는 수 없이 심유진 손에서 숟가락을 뺏었다. 그는 밥을 듬뿍 떠서 그녀의 입 앞에 대령했다.“아--”심유진은 낯이 뜨거워 났지만 허태준이 떠준 밥을 꼭꼭 씹어먹었다.허태준의 인내심은 심유진한테 무한대로 올라간다.허태준은 밥을 소탕에 한 번 담근 후 소고기 한 점에 김치를 한 점 얹었다. 그는 템포를 유지하며 싫은 소리 한번 하지 않았다.잠시 후 심유진은 불룩해진 배를 쓰다듬으며 소파에 걸터앉았다.허태준이 설
허태준은 한 손을 호주머니에 넣은 채 심유진 곁에 서있었다.그는 심유진을 내려다보며 말했다.“늦었어요. 빨리 자요.”“어쩌다 보니 너무 많이 먹었네요. 운동하면서 소화 좀 시켜야겠어요.”심유진은 소파에서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이 집에는 헬스장이 있다. 장비가 많은 편은 아니지만 심유진이 자주 사용하는 운동기구는 모두 구비되어 있다.하지만 그녀가 헬스장으로 가려 하자 허태준이 바로 앞을 가로막아 섰다.그는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소화하려고요? 제가 효과 좋은 운동을 알고 있어요.”...주말이라 출근할 필요도 없어서 모처럼 네 사람 모두 집에 틀어박혀 있다.어젯밤 허태준이 말한 격렬한 운동에 심유진은 여태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심유진은 작업실 소파에 누워 하품하며 하은설과 막장 드라마를 감상했다.“유진아, 국내에서 전염병이 확산하여 CY그룹에서 떼돈 벌었겠는걸?”하은설이 불쑥 심유진한테 물었다.“응?”의식이 흐릿한 심유진은 한참 후에야 반응을 보였다.“왜?”“전 국민 거리두기 때문에 모두 놀러 가지 못하고 집에 틀어박혀서 티비를 보고 있지 않으면 게임을 하잖아.”하은설은 계속해서 말했다.“이것 봐, 국내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인기 드라마와 영화가 가장 많이 업로드 되어있는 사이트는 바로 CY 그룹 산하의 굿티비야. 굿티비에 업로드된 드라마를 보려면 회원 가입해야 하잖아. 게다가 게임 부문 다운로드 회수 3위권에 드는 게임이 모두 CY 그룹 소유잖아. 들은 소문에 의하면 전 국민 거리두기가 실행된 첫 주일 동안 CY 그룹 게임부서 매출액만 해도 20조 원이래!”“그래서?”심유진은 여전히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그러니까, 허 대표님은 완전 금수저 수준이 아니라 다이아몬드 수저란 말이야!”하은설은 그녀를 매섭게 노려보고 있었다.“심유진, 너는 네가 슈퍼 울트라 부잣집 안주인이 될 거라는 것을 기억하고 있어.”“그 돈이 나의 돈인 것도 아닌데.”심유진은 조금도 동요되지 않았다.“나와 태준 씨는 아직 결혼도 하지
하은설이 한참 허태준 칭찬을 하고 있을 때 허태준은 서재에서 허 아주버님과 통화를 하고 있었다.요즘 YT 그룹의 상황은 하은설이 말한 것처럼 좋지 않았다. 이 때문에 허씨 가문의 둘째 아주머니가 매일 허태준의 부모님 댁으로 달려가 떼를 쓰고 있다.“네 능력껏 허태서를 좀 도와줘!”허 아주버님은 허태준을 열심히 설득하고 있었다.“YT 그룹은 네 할아버지께서 오랜 시간 피나는 노력으로 세운 거야. 이렇게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을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어.”“아버지도 예상하셨겠지만, 저는 허태서를 돕지 않을 거예요.”오랫동안 판을 짜놓은 허태준이 결승선을 코앞에 두고 당연히 손을 뗄 리가 없었다.이번 전염병은 엄청난 재앙이자, 허태서를 영원히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이건 네가 허태서를 돕는 게 아니라 우리 가족을 돕는 거야.”허 아주버님도 허태서가 꼴도 보기 싫었지만, YT 그룹에 대한 애정은 각별했다.“YT 그룹은 우리 집안의 뿌리와도 같아. 태준아.”“하지만 그 뿌리가 썩어버렸으니 깨끗이 뽑아야죠.”허태준은 어렸을 때부터 허 아주버님의 껌딱지였다. 하여 그는 YT 그룹이 허 아주버님한테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잘 알고 있었다.그렇게 중요한 존재였기에 허 아주버님은 YT 그룹이 망하기를 원하지 않았다.YT 그룹이 망하는 것은 회사에 평생을 바친 허 아주버님에 대한 모독이었다.“아버지, 절 믿으시죠?”허태준은 진지하게 물었다.허 아주버님은 한참 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입을 열었다. “네 마음대로 해. 하지만 네 둘째 아주머니는... 어이구!”허 아주버님은 깊은 한숨을 쉬었다.“네 엄마가 말하기를, 네 둘째 아주머니가 완전히 미쳤대.”허씨 가문의 둘째 숙부가 경찰서에 들어간 후로 둘째 아주머니의 처지가 매우 어려워졌다.둘째 아주머니는 대학교를 졸업한 후 YT 그룹에 입사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뛰어난 외모는 둘째 숙부의 눈길을 사로잡아 허씨 가문의 한사람이 되었다.결혼 후, 둘째 아주머니는 사직서를 내
지금 방영중인 드라마가 너무 재미없어 잠이 왔으나 심유진은 억지로 졸음을 참았다. 이때 그녀는 마침 문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오는 걸 발견했다.허태준이 문을 열고 들어와 심유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나와봐요."어젯밤의 '원한' 을 여전히 기억하고 있는 심유진은 일부러 못들은 척하며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허태준은 옅게 웃으며 곧장 그녀의 앞으로 가서 몸을 숙여 그녀를 들어올렸다."꺄아!" 심유진은 비명을 지르며 그의 품에서 버둥거렸다.하은설은 감자칩을 먹으며 흥미진진하게 구경했다.그 장면이 막장 드라마 보다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었다. 허태준은 버둥대는 심유진의 손을 붙잡고 하은설한테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잠깐만 데려갈게요."하은설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대로 하세요, 데려 올 필요 없어요!"심유진은 화가 나서 머리를 돌려 그녀를 노려보았다.허태준은 심유진을 서재로 안고 갔다.그는 문을 잠그고 그녀를 책상 위에 앉힌 뒤, 그녀의 두 다리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두 팔로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이 자세는...'심유진은 두 손으로 책상을 잡은 뒤 몸을 뒤로 옮기려 했지만 허태준에 의해 다시 사정없이 끌려갔다."움직이지 마요." 그는 한 손으로 그녀의 뒷목을 쥐었다. "할 말이 있어요."심유진은 목까지 빨개지며 수줍게 반항했다. "말 하려면 말만 하지 왜 굳이 이런 자세로 얘기해야 해요?""오?" 허태준은 눈썹을 치켜들고 의미심장하게 물었다. "그럼 당신은 어떤 자세가 좋은데요?"심유진은 얌전히 입을 다물었다.그녀가 입을 다문 것을 본 허태준은 재밌어서 짧게 웃었다.그러나 그녀의 위협 어린 눈빛에 그는 곧 다시 진지해졌다."실은요," 그가 말했다. "허택양의 사건이 곧 재판될 것 같아요. 아마 그날에 당신이랑 하은설 씨를 증인으로 소환할 수도 있어요. 물론 당신은 문제가 없겠지만 하은설 씨가...""은설이 꼭 가야 해요?" 심유진은 하은설이 법정에 나가 증언을 하지 않았으면 했다.그날의 경험을 다시 이야기 하는 건 그녀에
곧 재판일이 되었다.김욱이 손을 썼기에 유럽에서 명성이 자자한 변호사들은 허택양이 아무리 높은 가격을 제시하더라도 그를 변호하려 하지 않았다.심유진은 집에서 연습한데로 증인석에 앉자 마자 눈물을 흘렸다. 그녀는 납치 후에 당했던 비참한 일들을 이야기 하며 도중에 여러 차례 몸을 가누지 못하고 울어 진심으로 배심원들을 감동시켰다.강성 등 '거짓된 증인' 들이 그녀의 주장을 실증하였고 강성과 허택양의 톡 기록 및 체결한 계약도 모두 증거로 제출되였다. 이정도면 허택양을 감옥에 보내는게 거의 확실해진 셈이었다.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그저 하은설이 나올 때 약간의 변고가 있었을 뿐이었다.그녀가 힘들까봐 걱정한 허태준은 검찰이랑 미리 얘기해서 특별히 그녀를 마지막에 놓았다.허택양은 하은설이 올 줄은 몰랐었기 때문에 그녀를 볼 때 매우 놀랐다. 하은설은 이날 올 블랙으로 아주 수수하게 옷을 입었다. 얼굴은 화장을 하지 않아 약간 창백했다. 물론 이는 배심원들의 동정을 얻기 위한 목적이었다.그러나 허택양의 눈에는 그녀가 그 때문에 슬퍼하고 그를 위해 엄청난 압력을 받고 있는 것 처럼 보였다.앞의 몇차례의 고발이 지난후 허택양은 거의 자기가 이 소송에서 져서 앞으로 몇년간 이국타향의 감옥에서 보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하은설의 출현은 그에게 이 판도를 뒤집을 수 있다는 한줄기 희망을 주었다.그는 기대에 부풀어 하은설을 바라보았다. 두 눈이 마치 그녀의 몸에 붙은 것 같았다.하은설은 고개를 들어 대범하게 그와 눈을 마주쳤으며 심지어 그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위로하는 눈빛을 보냈다.허택양의 팽팽하던 몸이 곧바로 풀렸다.하은설은 그날 발생했던 일을 조금도 덧붙이지 않고 전부 사실대로 진술했다. "피고인이 저에게 자신이 제 친구의 아들을 데려갔으니 저더러 그와 함께 가자고 했습니다. 저희는 백화점 부근의 커피숍에 갔지만 제 친구의 아들은 거기에 없었습니다. 피고인이 저에게 준 커피를 마신 후 전 의식을 잃었었습니다. 그 후의 일은 분명하지 않습니
허태준이 배치한 기자들은 법원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 허택양이 나오자마자 십여 개의 카메라가 모두 그를 겨누었다. 끊임없이 울려대는 셔터 음과 기자들의 잇따른 질문에 허택양은 또 욱 했다."꺼져!" 그는 흉악한 표정으로 소리 질렀다. "다 꺼지라고!"그가 발광하는 장면은 카메라에 모두 담겨 당일 대한민국 전체 인터넷에 퍼졌다.YT 그룹과 로열 호텔의 배경으로 하여 허택양은 대한민국에서 다소 이름을 날렸다. 다만 그의 친형 허태서와 사촌형인 허태준 처럼은 유명하지 않았다.허택양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미국에서 감옥살이를 하는 건 영향력이 매우 큰 뉴스이다. 이 일 자체뿐만 아니라 허택양이 한 짓이 국가에 먹칠하는 짓이었기 때문이었다. 대한민국의 언론은 허태준의 장악하에 대부분 "허택양이 젊은 여성을 납치했다." 는 이야기에 다른걸 덧붙였고, 네티즌들의 풍부한 상상력까지 더해져 그는 완전히 '강간범' 으로 낙인 찍혔다.그리고 '허씨 가문' 과 '강간' 이라는 두 키워드가 함께 놓였을 때, 네티즌들은 자연스럽게 허씨 가문의 둘째 삼촌과 허택양의 오래전 이야기를 들추었다.그들은 허씨 가문부터 YT 그룹까지 전부 욕했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이 YT 그룹 불매운동을 할 것을 호소했는데, 그 명의 하의 집과 호텔 모두 들지 않고 그에게 한 푼도 쓰지 말자고 했다. **허아주버님의 전화가 허태준에게 다시 걸려왔다."태준아, 네가 한 번 돌아오는 것이 좋겠다." 그는 어쩔 수 없는듯 말했다.허태준은 이미 여형민으로부터 국내의 상황을 알았지만 여전히 모르는 척 물었다. "왜죠?""YT는..." 허아주버님은 목이 메었다. "YT는 버틸 수 없을 것 같다. 직원들의 월급도 줄 수가 없어서 태서가 파산을 선언하려고 해."이 짧은 몇 마디를 그는 매우 어렵게 말했다.허씨 가문 전체에서 허아주버님이야말로 YT 그룹이 쓰러지는 것을 가장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사람이었다. 지위 때문도, 돈 때문도 아니라 단지 가족 같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제가 어떻개 하
허택양을 감옥에 보낸 심유진은 한시름 놓았다.그러나 그녀가 가장 짜증나는 것은 블루항공의 현재 위기였다.여러 해 동안 합작해 온 고객들이 하나같이 모어로 갔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가장 해야 할 일은 바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 회사의 영업액을 안정하개 유지하는 것이었다.중소형 고객을 끌어들이는 건 전문적인 부서가 책임지지만, 더 높은 고객을 끌어드리는 건 회사 고위층의 인맥에 의존해야 했다.육윤엽이 업무중심을 대한민국으로 옮기려면 그곳의 대기업들과 더욱 밀접히 연락하고 합작을 달성해야 했으나 유럽에서 처럼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할 뿐만아니라 국내에 큰 규모의 항공회사도 적지 않았기에 굳이 그와 합작할 필요가 없었다.지금 바로 날아가 고객들을 직접 만나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국내의 상황 때문에 김욱은 그를 차마 보낼 수 없었다. 마지막에 상의한 결과, 결국 김욱이 심유진과 함께 한번 다녀오는 것이었다.김욱은 블루항공의 2인자이고 심유진도 '블루항공 공주님' 이니 둘이 함께 가는 것도 고객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셈이었다.**심유진은 집에 돌아와 허태준에게 대한민국에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고 알려줬다.허태준은 두말없이 캐리어를 들고와 짐을 쌌다."마침 제 부모님도 저더러 돌아오라고 하셨어요." 그가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둘 다 가면 별이는 어떡해요?" 심유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만약 하은설이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별이를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하은설은 지금 자기도 케어하지 못했기에 별이까지 맡기면... 그 결과는 참담할게 뻔했다. 그녀는 아버지 쪽에 맡길 생각은 아예 없었다.별이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오만한 돼지로 길러질 까봐 겁나서였다.허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별이를 불러와 진지하게 아이의 의견을 물었다. "아빠랑 엄마가 일이 있어서 대한민국에 가봐야 해. 며칠 후에는 돌아올 거야. 남아서 이모나 외할아버지랑 함께 있고 싶어, 아니면 우리랑 함께 가고 싶어?"별이는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매우 진지하게
허태준은 오히려 걱정하지 않았다.심유진 보다 그의 부모님과 대처하는게 더 쉬울테니까.**그러나 부모님 보다 먼저 마주해야 할 사람이 있었다.공항.김욱은 심유진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리는 허태준과 별이를 보고 바로 얼굴을 굳혔다."왜 다 데리고 온 거야?" 김욱이 물었다. 말투가 좋지 않았다. "심유진, 우리가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건 비지니스를 하러 가는 거지 여행을 가는게 아니야.""아니..." 그에게 말을 들은 심유진은 잘못한 일이 없어도 찔렸다. "그는-" 그녀는 허태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귀국해야 하고, 별이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온 거야. 경주에 도착한 다음 갈라질 거야, 절대 일에 지장 없어." 그는 김욱에게 장담했다.김욱은 여전히 불만스러웠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대한민국에 전염병이 돌고 있기에 유럽에서 경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큰 비즈니스석엔 오직 그들 네 명 뿐이었다.그러나 덕분에 감염될 위험도 적었고 비행기 안에서 시시각각 마스크를 끼고 밥도, 물도 못 마실 필요도 없었다.비행기 안에서 심유진과 김욱은 모두 노트북을 켜고 합작회사의 자료를 보면서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토론했다.허태준은 별이와 함께 그들과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그는 별이에게 영화를 틀어주고 게임을 가르쳤고, 밤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별이를 잠 재웠다.별이가 겨우 잠이 들자 허태준도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김욱은 시선을 노트북 화면에서 허태준의 뒷모습으로 옮긴 뒤,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열었다. "별이를 잘 대해주긴 하네."심유진은 가볍게 "응." 이라고 대답한 뒤 감정을 숨기려고 눈을 깔았다. '친자식인데, 나쁠 수 있나.'**자고 일어나자 비행기는 이미 경주 공항에 착륙해 있었다.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김욱은 전화로 합작 측이 파견한 운전기사에게 연락했다."김 대표님? 유진 아가씨랑 그냥 나오시면 됩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손에 팻말을 들고 있어서 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