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택양을 감옥에 보낸 심유진은 한시름 놓았다.그러나 그녀가 가장 짜증나는 것은 블루항공의 현재 위기였다.여러 해 동안 합작해 온 고객들이 하나같이 모어로 갔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 가장 해야 할 일은 바로 새로운 고객을 끌어들여 회사의 영업액을 안정하개 유지하는 것이었다.중소형 고객을 끌어들이는 건 전문적인 부서가 책임지지만, 더 높은 고객을 끌어드리는 건 회사 고위층의 인맥에 의존해야 했다.육윤엽이 업무중심을 대한민국으로 옮기려면 그곳의 대기업들과 더욱 밀접히 연락하고 합작을 달성해야 했으나 유럽에서 처럼 자연스럽게 섞이지 못할 뿐만아니라 국내에 큰 규모의 항공회사도 적지 않았기에 굳이 그와 합작할 필요가 없었다.지금 바로 날아가 고객들을 직접 만나 성의를 보여주고 싶었지만 국내의 상황 때문에 김욱은 그를 차마 보낼 수 없었다. 마지막에 상의한 결과, 결국 김욱이 심유진과 함께 한번 다녀오는 것이었다.김욱은 블루항공의 2인자이고 심유진도 '블루항공 공주님' 이니 둘이 함께 가는 것도 고객들의 체면을 세워주는 셈이었다.**심유진은 집에 돌아와 허태준에게 대한민국에 출장을 다녀와야 한다고 알려줬다.허태준은 두말없이 캐리어를 들고와 짐을 쌌다."마침 제 부모님도 저더러 돌아오라고 하셨어요." 그가 당당하게 말했다."우리 둘 다 가면 별이는 어떡해요?" 심유진이 걱정스럽게 물었다.만약 하은설이 사고가 나지 않았더라면 그녀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별이를 맡겼을 것이다. 하지만 하은설은 지금 자기도 케어하지 못했기에 별이까지 맡기면... 그 결과는 참담할게 뻔했다. 그녀는 아버지 쪽에 맡길 생각은 아예 없었다.별이가 그녀의 아버지에게 오만한 돼지로 길러질 까봐 겁나서였다.허태준은 바로 대답하지 않고 별이를 불러와 진지하게 아이의 의견을 물었다. "아빠랑 엄마가 일이 있어서 대한민국에 가봐야 해. 며칠 후에는 돌아올 거야. 남아서 이모나 외할아버지랑 함께 있고 싶어, 아니면 우리랑 함께 가고 싶어?"별이는 신중하게 고민한 끝에 매우 진지하게
허태준은 오히려 걱정하지 않았다.심유진 보다 그의 부모님과 대처하는게 더 쉬울테니까.**그러나 부모님 보다 먼저 마주해야 할 사람이 있었다.공항.김욱은 심유진의 뒤를 따라 차에서 내리는 허태준과 별이를 보고 바로 얼굴을 굳혔다."왜 다 데리고 온 거야?" 김욱이 물었다. 말투가 좋지 않았다. "심유진, 우리가 대한민국으로 돌아가는 건 비지니스를 하러 가는 거지 여행을 가는게 아니야.""아니..." 그에게 말을 들은 심유진은 잘못한 일이 없어도 찔렸다. "그는-" 그녀는 허태준을 가리키며 말했다. "마침 처리할 일이 있어서 귀국해야 하고, 별이는 돌봐줄 사람이 없어서 데리고 온 거야. 경주에 도착한 다음 갈라질 거야, 절대 일에 지장 없어." 그는 김욱에게 장담했다.김욱은 여전히 불만스러웠지만 더 이상 무슨 말을 할 수 없었다.대한민국에 전염병이 돌고 있기에 유럽에서 경주로 날아가는 비행기에는 사람이 매우 적었다. 큰 비즈니스석엔 오직 그들 네 명 뿐이었다.그러나 덕분에 감염될 위험도 적었고 비행기 안에서 시시각각 마스크를 끼고 밥도, 물도 못 마실 필요도 없었다.비행기 안에서 심유진과 김욱은 모두 노트북을 켜고 합작회사의 자료를 보면서 어떤 방안을 내놓을지 토론했다.허태준은 별이와 함께 그들과 통로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그는 별이에게 영화를 틀어주고 게임을 가르쳤고, 밤에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별이를 잠 재웠다.별이가 겨우 잠이 들자 허태준도 화장실을 갈 수 있었다.김욱은 시선을 노트북 화면에서 허태준의 뒷모습으로 옮긴 뒤, 생각에 잠긴 듯 입을 열었다. "별이를 잘 대해주긴 하네."심유진은 가볍게 "응." 이라고 대답한 뒤 감정을 숨기려고 눈을 깔았다. '친자식인데, 나쁠 수 있나.'**자고 일어나자 비행기는 이미 경주 공항에 착륙해 있었다.공항 문을 나서자마자 김욱은 전화로 합작 측이 파견한 운전기사에게 연락했다."김 대표님? 유진 아가씨랑 그냥 나오시면 됩니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손에 팻말을 들고 있어서 알
자신이 사람을 잘못 봤다는 것을 깨닫고, 중년 남자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허허허허, 죄송합니다, 루 대표님”그는 조심스럽게 사과하고 나서 화제를 돌렸다. “육 대표님, 당신들은 모두 제 차를 타고 갑니까, 아니면 어떻게 갑니까?”그가 말하는 “당신들”에는 심유진과 계속 붙어다니는 허태준과 별이가 포함되어 있다.김욱은 심유진을 끌어당기며 말했다. “저와 미스 심뿐입니다.”“오오오, 네!”중년 남자가 먼저 나서서 그의 캐리어를 밀어주며 웃으며 말했다.“제 차가 밖에 주차돼 있어서 죄송하지만 루 대표님과 미스 심이 좀 따라오셔야겠어요.”“당신들은요?”심유진이 고개를 돌려 여형민에게 물었다.여형민은 뒤로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제 차는 지하 1층에 있습니다, 당신들과 같은 길이 아닙니다”심유진은 몸을 돌려 별이를 껴안고 뽀뽀를 한 뒤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버지 말 잘 들어야 돼, 엄마가 오늘 일하러 가야 해서 내일 다시 찾아갈게.”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심유진이 허태준을 바라보았다.그도 그녀를 보고 있었다.먹물처럼 까만 눈동자에 옅은 애틋함이 숨어 있다.“그럼......내일 뵐게요.”심유진이 말했다.“응.”허태준은 입술을 올리며,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내일 봬요.”**“어디 가?”차가 고속도로로 진입하고 여형민은 허태준에게 물었다.“나의 부모님 댁에 가.”허태준이 별이의 과자 봉지를 뜯어주며 대충 대답했다.“확실해?”백미러로 화목한 부자를 곁눈질한 여형민은 물었다. “확실해?”허태준은 그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왜?”“너 부모님에게 어떻게 설명할려고.” 여형민의 시선은 별이에게로 향했다.“부모님은 별이를 본적이 있고 별이가 심유진의 아들이라는 것도 알아.”-다만 별이가 그의 아들인 줄은 모른다.여형민은 아직 묻고 싶은 것이 많지만, 별이 앞에서 말하기가 불편했다.그래서 그는 입을 다물었다.**곧 허태준의 부모님 댁에 도착하자 여형민은 차 시속을 천천히 줄였다.“어....”그는 브레
그가 움직이지 않자, 허태준은 별이를 안고 앞좌석으로 가 그의 품속에 억지로 넣었다.“차 문을 잠그고, 그를 잘 보호해.” 이 말을 남기고, 허태준은 결연히 차에서 내렸다.“아이고—” 여형민은 막으려 했지만 한발 늦었다. 그는 허태준이 가는 것을 보았다. 걸음은 단호했고, 뒷모습은 길었다. “젠장!” 여형민은 짜증스럽게 욕을 하며 허태준이 지시한 대로 차 문을 잠갔다.“여삼촌, 우리 아빠가 뭐 하러 갔어요?” 별이가 그에게 물었다, 얼굴엔 걱정이 가득했다. 여형민은 허태준에게서 별이에게로 시선을 돌리고, 억지로 웃음을 짜냈다.“태준이... 아마 배가 아파서 이웃집에 화장실을 빌리러 간 것 같아.” 그는 극도로 어색한 변명을 했다. 별이는 “오” 하고 대답하고 고개를 숙이며 그의 품에 얌전히 안겼다. 믿는지 아닌지 알 수 없었다. 칼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갑자기 멈췄다.“드디어 얼굴을 내밀었구나!” “너 이 배신자야!”“내 택양을 돌려내!”여형민은 몸이 떨렸고, 불안한 시선을 뒤로 돌렸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는 손으로 별이의 귀를 막고, “곧 괜찮아질 거야.”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곧”은 꽤 오래 지속되었다. 시끄러운 경찰 사이렌 소리가 멀리서부터 가까워졌다. 여형민은 점점 더 초조해졌고, 차에서 내려서 직접 상황을 살펴보고 싶어졌다. 하지만 그는 할 수 없었다. 그에겐 자신의 임무가 있었다.십 몇 분이 더 지나고, 허태준의 모습이 마침내 후방 거울에 다시 나타났다. 여형민은 급히 창문을 내리고 물었다. “어떻게 됐어?”허태준은 “괜찮아.”라고 말했다. 목소리엔 이상한 점이 들리지 않았다.경찰 사이렌 소리는 서서히 멀어졌고, 여형민은 차를 허태준 집 앞으로 돌려놓았다. 허 둘째아주머니는 이미 없었다—아마 경찰에게 데려간 듯했다. 허태준이 초인종을 눌렀다, 집 안 사람이 조심스레 물었다. “누구세요?”허태준이 대답했다. “나야, 태준이.”큰 철문이 서서히 자동으로 열렸다. 허태준은 차창 너머로
별이로 인해 허태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마음은 다 녹아버렸다.허태준의 아버지는 지체 없이 허태준의 어머니의 품에서 별이를 빼앗아 끌어안고 토닥토닥 해주며 기뻐하며 중얼거렸다. “아이고 이뻐라!”조손 세 사람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보기 좋았지만 여형민이 신경 쓰는 것은 그게 아니었다.그는 허태준의 어머니에게 물었다. “아주머니, 태준이는요?”어머니는 손가락으로 웃층을 짚으며 말했다. “옷이 더러워졌다며 올라가서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고 온단다. 너도 쟤의 저 버릇을 알잖아”허태준의 결벽증은 허씨 집안 전체가 다 아는 일이다.“오.”여형민은 더 이상 묻지 않았다.“별이야, 디저트 먹을래? 할머니가 빵이랑 에그 타르트를 구웠어.” 허태준의 어머니는 별이의 손을 잡아당기며 별이의 관심을 끌려고 시도했다.“너의 어머니도 맛있다고 한거야.”“디저트 먹고 할아버지랑 마당 구경 갈래? 할아버지가 키운 귀뚜라미를 보여 줄게! 정말 재밌어!” 허태준의 아버지도 질세라 말했다.여형민은 소파에 앉아 이 순간의 분위기가 자신과 맞지 않는다고 느꼈다.허태준의 부모님은 별이가 허태준의 친아들인지 아닌지 모르지만, 두 사람 모두 그를 마치 친손자처럼 대하는 것이 그는 매우 감개무량했다.-특히 허태준의 아버니는, 당시 허아리를 보고도 이렇게 활짝 웃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형민아, 너 혼자 여기 좀 앉아 있어, 응?” 허태준의 어머니는 별이를 끌고 식당으로 갔고, 아버지도 뒤따라갔다.여형민은 허씨 집안에서 '남'이라고 할 수 없다, 혼자 있는 것이 그들과 함께 있는 것보다 더 편안했다.핸드폰으로 e-메일을 뒤지며 기다린 지 30분 가까이 지나서야 허태준은 위층에서 내려왔다.허태준의 어머니의 말대로 그는 샤워를 하고, 머리카락이 완전히 마르지 않았다. 빳빳한 셔츠 양복에서 헐렁한 맨투맨 팬츠로 갈아입고 수수한 면 슬리퍼를 신은 모습은 집에서 아주 편안한 이미지였다.허소성은 한 손을 주머니에 넣고 천천히 그의 곁으로 걸어가서 물었다. “우리 부모님과 별이는?”
“무기징역?” 여형민은 눈을 찡그렸다. “그가 한 짓에 비해 너무 가볍네. 그의 손에는 사람의 목숨이 걸려있으니까!”허태서가 노인을 독살한 것은 허태서가 직접 인정한 사실이다. 하지만 당시 상황이 '고문에 의한 자백'의 의심이 있어, 허태준은 그 비디오를 증거로 제출하려 하지 않았다.“그가 감옥에 들어가면, 살든 죽든 그가 통제 하지 못한다.” 허태준이 말했다.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지만, 깊고 검은 눈동자는 살을 에는 듯 한 한기를 품고 있었다.감옥 안에는 중범죄자가 많고, 사소한 일로 싸움을 벌이는 이들이 많다. 그러다 잘못해 죄수를 죽이는 일도 드문 일이 아니다. 처리하는 데도 그리 까다롭지 않다. ——어차피 그들에게 인명 하나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게다가 허씨 둘째 삼촌 가족 중에는 이미 두 명이 감옥에 들어갔다. 허씨 둘째 아주머니가 오늘 이 사건을 일으킴으로써, 아마도 감옥 밥을 먹게 될 가능성이 크다. 허태서의 가족은 이미 없어서 그의 죽음에 대해 추궁할 사람이 없으니, 이 일은 그냥 넘어갈 것이다. “그러니 이 기간 동안, 누군가 그를 잘 지켜보게 해서 다시 사고가 나지 않도록 해.”허태준은 자신에게 사고가 생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는 이 몇 년 동안 죽을 고비를 여러 번 넘겼고, 할아버지의 훈련 덕분에 매번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었다. 그는 허태서가 담벼락을 넘어 심유진이나 별이에게 손을 댈가봐 걱정했다. 만약 허태서가 정말로 그둘을 겨냥한다면—— 허태준은 그를 감옥에 보내기 전에 직접 손에 죽여 버릴까 봐 걱정이었다.“알고 있어.” 여형민은 이미 허태서 옆에 사람을 두고 그의 모든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네가 날 도와서 할 일이 있어.” 허태준이 여형민을 바라보며 진심을 담은 표정을 지었다.“음?” 여형민이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 **여형민은 허태준의 집에서 잠시 앉아 있다가 떠났다. 허태준은 일어나 식당으로 갔다. 허태준의 어머니는 옆쪽 싱
“너 아직도 유진이랑 재혼 안 했니?”어머니는 의외라는 듯 말했다. “너 계속 거기로 다니면서 몇 주씩 있는 거 보면, 이미 그 사람 설득했을 줄 알았는데!”엄마의 눈빛은 조롱 섞인 듯했고, 말투도 농담하는 그런 식이었다. 허태준은 불편한 듯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 “이건 어머니와 아버지의 의견을 물어봐야 하는 거잖아요.” “아버지랑 내가 반대하면, 너는 유진이랑 재혼 안 할 거야?” 어머니는 반문했고, 눈빛은 명확했다. 허태준은 더욱 불편해졌다. 그는 빵을 만지며 그녀의 시선을 피했고, 자연스레 기세가 약해졌다. “그건 아니지만...”“그래, 그럼 언제 재혼할 계획이야?” 어머니는 손에 있던 일을 멈추고 그와 진지하게 대화하기 시작했다. “국내 상황이 좀 나아지면 이야기해보려고요.” 허태준은 빵 부스러기를 휴지로 손에서 닦아내며 말했다. “결혼식은 국내에서 하려고 합니다만, 이건 아직 유진이하고 상의 안 한 부분이에요.”“아직 상의 안 했어?” 어머니는 급해졌다. “혹시 이 일이 너 혼자 김칫국을 마신건 아니겠지?” 어머니에게 의심받는 것에 허태준은 내심 좀 서운했다. “어머니——” 그는 말꼬리를 길게 늘였다. 하지만 어머니는 엄격한 표정으로 말했다. “너 그런 '강압적인' 짓 하면 안 돼, 경고하는데 유진이가 너와 결혼하는 걸 원하지 않으면, 절대로 네가 그녀랑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않을 거야!” 어머니는 자신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녀가 동의했어요, 우리가 결혼식에 대해 논의할 시간이 아직 없었을 뿐이에요.” 허태준이 설명했다. 어머니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유진이는 정말 좋은 아이야, 나도 많이 좋아해." 그녀는 말하면서 허태준을 강하게 노려보았다. “솔직히 말해서, 내가 유진이 어머니였다면, 절대로 그녀를 다시 너한테 시집보내지 않았을 거야.” 그녀가 그렇게 노골적으로 '반대'를 하는 바람에 허태준은 반박할 말이 없었다. “너 예전에...... 기억 못 하겠지만, 유진이한테 꽤 못됐었어.” 엄마의 말투도 전보다
“그래요?”그는 요동치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켰다.“저는 글쎄 잘 모르겠는데요.”“너야 당연히 모르지!”허 아주머니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네가 어렸을 때 사진을 언제 꺼내는 봤어? 너는 아마 네가 어렸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하지 못할 거야!”그녀의 말이 틀린 곳 하나 없었다.“아! 맞다.”허 아주머니는 문득 뭔가 생각났다. “유진이 이따가 일이 끝나면 온대?”“안 올 것 같은데요.”허태준은 풀이 잔뜩 죽어 말했다. 그는 잠시 생각하다 눈을 번쩍였다.“어머니께서 유진이한테 전화 해보실래요?”제 배로 낳은 아들이 무슨 수작인지 허 아주머니가 모를 리 없었다.마침 그녀도 심유진을 오랫동안 보지 못했기에 허태준의 부탁을 들어줬다.“저녁에 내가 전화하마. 유진이도 아직 일하고 있을 거야.”...하지만 허아주머니의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기사님은 심유진과 김욱을 호텔까지 바래다준 후 떠났다. 기사님은 떠나면서 그들에게 말했다.“진 대표님께서 두 분보고 먼저 쉬라고 하셨습니다. 일 얘기는 두 분께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신 후 내일 다시 얘기하자 하셨습니다.”장거리 비행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김욱은 자연스레 총지배인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호텔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심유진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풀썩 걸터앉았다. 그녀는 허태준한테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전화기 너머 허태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일 다 봤어요?”“오늘 아직 고객님을 만나지 못했어요.”심유진은 느릿느릿하게 침대 머리에 기댔다. 별이는 괜찮은지 물어보려다가 문득 지난번 그녀가 허태준한테 관심을 주지 않았다면서 뾰루퉁해 했던것이 생각났다. 심유진은 하는 수 없이 말을 돌렸다.“태준 씨, 요즘 집에서 좀 어때요?”그녀의 딱딱한 어투를 허태준은 단번에 알아차렸다.그는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 굳이 심유진한테 따지지 않았다.“괜찮아요.”허태준은 눈치 빠르게 물었다.“별이랑 통화할래요?”심유진은 휴대폰을 꼭 움켜쥐며 고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