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시우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네, 그렇게 하세요.”태문세도 나선 마당에 동의하지 않으면 앞으로 태문세와 연락 단절일 수도 있다.그 처방도 꼭 숨겨둬야 하는 건 아니라서 약품감독관리국에 공유한 것이다.그리고 약품감독관리국과 친분을 쌓으면 앞으로 제품을 올릴 때도 훨씬 편리해질 것이다.“이번에 정말 신세를 많이 젔네요. 오늘 급히 오느라 준비도 못하고 다음 교토에 오시면 잘 대접하겠습니다.”이번 양정국은 목표달성이다.나머지 진시우와 태문세 두 사람에 대한 감사표의만 남았다.진시우가 말했다.“별 말씀을요.”태문세도 기분도 좋았다.“그만 말하고 얼른 먹고 집에 갑시다.”교토에서 양정국은 그리 대단한 인물은 아니지만 그만큼의 힘이 있어야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다.진시우도 이렇게 말한 이유가 상대방이 자신의 체면을 세워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점점 더 말을 편하게 하였다.다들 이 바닥 룰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서 진시우의 태도를 바로 알아차렸다.그중에서도 연희의 놀라움이 가장 컸다. 그녀는 직접 자기 두 눈으로 진시우에 대한 태문세의 태도를 확인했기 때문이다.순간 연희는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촌 여동생이 걱정이 된 것이다.사촌 여동생은 갑부의 딸이지만 진시우의 이런 막강한 인맥과는 비교가 안됐다.한편 담비강과 소천경도 마음을 놓았다. 윤정민 그 정도의 번거로움은 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니 이제 아무도 영양제약을 막을 수는 없다.심지어 지금 원양제약의 소송을 당한다 해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았다.술은 별로 안 마셨지만 밥은 다들 배부르게 먹었다.양정국은 번호를 남기고 태문세와 함께 떠났다.진시우와 약속한 약품감독관리국의 부서장 직급도 만들어줘야 했다.꼭 실권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무 소용이 없는 건 아니다.진시우가 입만 열면 양정국이 감히 거절하지는 못하니까.명예 부서장, 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다 어떤 사람은 정말 타이틀 하나만 받을 자격이 있고 어떤 사람은 어쩔 수 없이 그런 타이틀
소천경은 핸들을 세게 돌렸다. 옆에 있는 담비강도 많이 놀랬다.“운전 똑바로 해요!”소천경이 헤헤 웃었다.“내가 너무 설레서... 미안해요.”조수석의 담비강도 탄복하였다.“내 착각인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진 선생님이 나서면 다 쉽게 해결될 것 같아요.”소천경도 같이 말했다.“맞아요, 분명 어려운 문제인데 진 선생님 손에서는 다 쉽게 해결되니까요.” 두 사람의 마음도 약간 우울했다. 이 바닥에서 오랫동안 인맥을 쌓아왔지만 원양제약이 무너지면서 절반의 인맥의 사라졌다.괜찮은 사이라고 해도 작은 것만 돕지 자기한테 해가 되는 일은 조금도 하려고 하지 않았다.진시우는 실소를 금치 못하였다.“그렇게 말할 수는 없죠. 각자 담당하는 부분이 다른데.”담비강가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돈은 우리가 벌어드릴 거니까 나머지 문제는 선생님이 해결하세요.”소천경이 껄껄 웃었다.“앞으로 영양제약을 괴롭히는 사람이 있다면 진 선생님을 찾아가요! 아니, 우리 배후의 사장님을 찾아가요!”“맞는 말이예요. 힘들게 인맥관리해서 뭐해요. 차라리 업무에나 더 신경을 쓰지.”진시우는 그 말을 듣고 불만을 토로했다.“이러면 안 돼죠. 너무한 거 아니에요.”그러나 두 사람은 아예 진시우의 말을 씹었다....다음날 진시우는 영양제약에 간 후 곧장 구미시의 약품감독관리국을 향했다.구미시 약품감독관리국 서장실.“감히 나를 건드려? 내가 너희들 가만두지 않을 거야!”이미 출근한 윤정민은 어젯밤 일을 생각하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어젯밤 일 때문에 그는 밤새 잠을 잘 못 잤다.그래서 바로 심사1팀의 팀장을 직접 불렀다.“윤 서장님, 무슨 일이십니까?”1팀 팀장은 서른도 안 되는 젊은 남자로 교양이 있어 보였다.윤정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앞으로 영양제약의 약품 허가를 모두 막아주세요.”1팀 팀장의 이름은 조민철이다.조민철은 윤정민이 이렇게 화난 모습을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영양제약을 말살하려는 계획이니 말이다.조민철
조민철이 떠난 후 윤정민은 사무용 의자에 편안하게 기대었다.잠시 후 핸드폰이 울렸고, 전화를 들어본 윤정민은 순식간에 옷깃을 여미고 앉았다.그리고 조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나지막이 말했다.“민 선생님!”전화 저편 민영욱이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영양제약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윤정민이 다급히 답했다.“걱정 않으셔도 됩니다. 영약제약의 신청은 제가 다 막았습니다.”민영욱은 그제야 마음에 들었는지 말투가 변했다.“좋아, 처방을 적어서 나한테 보내.”윤정민이 말했다.“네,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민영욱이 말을 이었다. “이 일은 깨끗이 처리해야 해. 본국의 양정국이 온 것 같아.”윤정민은 흠칫 놀라며 혀를 내둘렀다.“네? 왜, 왜 왔나요?”“저는 온다는 말을 전혀 들은 적이 없는데요.”“나도 몰라, 얘기 안 한 걸 보면 개인사정일 수도 있어.”민영욱은 신경을 쓰지 않았다.“개인사정이라면 약품감독관리국에 오지 않을 수도 있어. 일단 알고들 있어.”윤정민의 머리에 식은땀이 배었다. 요 몇 년 동안 저지른 일들이 한 두가지만 아니라서 본국에서 사람이 온다는 말에 마음이 불안했다.그동안은 민영욱이 그의 뒤를 봐주고 있어 일들이 새어나가지 않았다.“내가 시킨 일을 먼저 처리해.”민영욱이 전화를 끊었다.윤정민의 마음이 불안해졌다. 사무실에 앉아서 한참 후에야 숨을 돌렸다....약품감독관리국 대문 앞 1층 로비.진시우, 담비강 그리고 소천경이 함께 걸어 들어갔다.로비 안내원이 그들을 가로막았다.“무슨 일이십니까?”소천경이 예의 바르게 답했다.“약품 심사를 받으려요.”안내원이 물었다.“개인? 아니면 기업이십니까?”“기업 심사입니다.”“처음인가요? 아니면 이미 제출하신 거예요?”“제출했습니다.”“어느 회사세요? 신청자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영양제약이고요, 신청자는 담비강입니다.”안내원이 그들을 안내하려고 하는데 계단에서 한 남자가 눈을 가늘게 뜨고 다가왔다.“잠깐만!”남자는 담담하게 안내원을 제
“자꾸 저희 약품이 유해하다는데 증거가 있나요?”조민철은 듣자마자 안색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지금 나를 의심하는 겁니까? 아니면 내가 없는 일을 꾸며댄다는 말이예요?”담비강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런 뜻이 아니라 증거를 보고 싶을 뿐입니다.”조민철이 도도한 자세를 보였다.“내 담당인 부분인데 무슨 증거가 필요해요. 내 말이 곧 증거예요! 내가 안되다면 안되는 거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조민철의 목소리가 점점 커졌다.“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것은 당신들의 체면을 지켜주기 위해서 그런 거니까 기억해두고, 얼른 물러가요.”“내가 하루에 보는 신청서만 얼마인데, 당신들이 뭔데 내 아까운 시간을 내서 당신들을 모함해야 하죠?”“난 그럴 여유 없다고요!”이쪽 상황은 로비의 다른 사람들 시선도 끌어들였다.조민철은 남들이 보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 온 사람들의 대부분이 조민철의 눈치를 봐야 해서 아무도 감히 뭐라고 말할 수가 없었다.따끔하게 욕을 먹은 담비강이 안색은 더없이 나빠졌다.“영양제약의 담 대표 맞죠?”“그런 것 같아요... 영양제약 제품 요즘 잘나가잖아요!”“매출이 엄청나다고 들었어요.”“에이, 잘나가면 뭐해요. 그것도 한때예요.”“영양제약이 새로운 걸 만들어낸 것 같은데, 어떻게 조 팀장 눈에 찍혔는지...”담비강의 안색이 매우 나빠졌다. 여기에 모인 사람들 대부분 이 바닥 사람들이기 밖에 얼굴을 내비친 사람으로서 이런 시선들 속에서 조민철과 말다툼을 하고 싶지 않았다.이때 진시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그쪽이 말한 것에 대한 증거를 보여주시죠.”조민철은 순간에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빈정거리며 답했다.“당신이 뭔데, 내가 왜 그쪽 말을 들어야죠?”진시우가 말했다.“우리 회사 제품이 유해하다고 하였으니 그건 분명 누군가 써보고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요?”“나 의사예요. 누구인지 보여주시죠.”“저희 회사 제품 때문이라면 무료로 치료해드리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겠습니다.”조민철은 비꼬며
조민철은 진시우의 대답을 듣고 그 자리에서 화를 냈다. 아까 잠시라도 믿은 자신이 바보인 것 같았다.‘받은 지 얼마되지 않아서 서류가 내려오지 않았다고? 무슨 개소리, 네가 부서장이면 내가 서장이다.’담비강이 화내며 말했다.“거짓말 아니에요. 어제 본국 양정국 서장님이랑 식사하면서 서장님이 직접 말한 거예요.”조민철이 차갑게 웃었다.“이 사람 날 바보로 생각하나, 그런 개소리 누가 믿어!”“본국 서장님께서 오셨으면 내가 왜 모르겠어!”조민철은 진정하고 그들 말의 거짓을 집어냈다.그 자리 있던 다른 사람들도 서로를 쳐다보더니 빈정거리기 시작했다.“영양제약의 담 대표가 이렇게 머리가 나쁜 사람일 줄이야.”“글쎄요, 명예 부서장라는 직함까지 지어내서, 거기에 상대가 저런 젊은이라니.”“너무 웃겨요, 저 같으면 못 믿겠어요.”담비강은 도저히 화를 참을 수가 없었다. 마음 같았으면 바로 전화해서 양정국을 오게 하고 싶지만 아쉽게도 번호가 없었다.“좋은 말 할 때 얼른 썩 꺼져!”조민철의 매섭게 호통쳤다.“앞으로 다시 내 눈앞에 나타나면 이대로 끝나지 않을 거니까!” 조민철은 방금 겁을 먹은 자신에 치욕을 느꼈다.상황을 지켜보던 진시우가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증거를 내놓지도 않고, 사람은 병원에 보냈다고 핑계를 대고, 진실이 어떠한 지는 아마 그쪽이 잘 알 것 같은데, 한 번만 기회를 더 드리죠. 이번 기회도 날려버리면 당신도 대가를 치르게 할 겁니다.”주위 사람들이 모두 놀라는 기색이었다.‘이 녀석은 도대체 누구야?’‘감히 조민철에게 이렇게 말하다니, 수습 못하면 어떡하려고?조민철의 직급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그의 눈에 찍히기만 하면 때로는 윤정민 같은 서장급보다 더 골치 아플 수가 있다.그가 건드릴 수 없는 몇 사람을 제외하고 이 바닥에서 두려운 것들이 없어 진시우의 말에 아주 불쾌하였다.“이 자식이, 내 말 안 들려? 경비 어디 있어, 얼른 치워!”조민철의 명령이 떨어지자 경비원도 다가와 진시우를 보며
조민철이 사납게 소리쳤다.“경비 어디 있어! 얼른 저 사람들 쫓아내지 않고 뭐해!”경비원이 즉시 앞으로 다가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진시우도 두 경비원을 훑어보았다.두 경비원은 갑자기 흠칫거리더니 의아해하는 눈길로 진시우를 쳐다보았다.진시우의 몸에서 그들은 무서운 기운을 느꼈다.얼른 쫓아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진시우의 눈을 쳐다보며 감히 움직이지 못했다.“뭐 하는 짓이야!”그때 나지막한 외침이 울려 퍼졌다.돌아보니 윤정민이 계단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다른 약품감독관리국 직원이었다.조민철은 상황을 보고 급히 다가가 억울한 듯 방금의 일을 말했다.윤정민은 콧방귀를 뀌더니 노기가 가득한 눈으로 담비강을 바라보았다.“담 대표, 여기까지 와서 소란을 피워? 어젯밤에 당신들을 거절해서 급했나 보네.”담비강이 답답함을 참으며 말했다.“저희 처방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는데 이렇게 트집을 잡으시니 참을 수가 있어야죠.”윤정민이 차갑게 말했다.“문제가 있으니까 조 팀장도 그렇게 말한 거 아니야?”진시우가 말을 들은 후 담담하게 말했다.“그럼 우리 제품을 썼다가 문제가 생긴 사람이 누구인지 알려주시죠. 잘 검사하고 치료해주게. 제가 의사거든요. 정말 문제가 있다면 제가 치료해드릴 수 있어요.”윤정민은 비꼬는 듯한 냉소를 흘렸다.“좋아, 그럼 이 사람을 불러주지.”이 말을 들은 담비강과 소천경은 마음속으로 왠지 당황해지기 시작했다.윤정민의 말투는 정말 누군가 그들의 제품을 사용하고 잘못된 것 같은 말투였다. 하지만 진시우와 회사 연구원 사람들에게 짙은 신뢰를 준 두 사람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굳게 믿고 싶었다. 윤정민이 막연하게 말했다.“조 팀장, 왜 예진 씨를 부르지 않았어?”조민철은 윤정민의 마음을 터득하고 답했다.“예진 씨가 영양제약 사람들을 보고 이성을 잃을까 봐요.”“아마 이 사람들 죽이려고 덮쳐들 거예요.”윤정민이 그럴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말도 맞아, 내 생각이 짧았어.”“그런데 일이
영양제약이 뒤집히고 시장 점유율을 비워서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 구경꾼들은 기대하고 있었다.예전 원양약품의 몫을 거의 그대로 대체한 영양제약이라 그 누구도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하지만 빽도 없고 자금도 없어서 감히 손을 쓰지 못하고 있을 때 오늘 같은 기회가 생긴 것이다.로비 전체가 조용해졌다.담비강은 소천경을 따라 진시우 옆으로 다가왔다. 두 사람 모두 긴장한 기색이었다.그러나 진시우의 무덤덤한 표정을 본 후 두 사람도 조금씩 안정을 찾았다.‘진 선생님이 침착하다는 건 윤정민의 말이 모함이라는 뜻이겠지?’10분 후 얼굴을 가린 젊은 여자가 조민철을 따라 걸어왔다.담비강을 본 그 젊은 여인은 순간적으로 감정이 격해졌고 눈빛에도 원한이 가득 찼다.진시우는 그녀를 한 번 훑어보고 나서 속으로 짐작이 갔다.“여기 너희들이 원하던 증거야!”담비강을 비웃으며 조민철은 젊은 여인에게 말했다.“예진 씨, 이 사람들이 바로 당신 얼굴을 망가뜨린 영양제약 담 대표예요!”그 말을 듣고 김예진은 원한이 가득한 눈으로 얼굴을 가린 마스트를 벗고 화염 반점이 가득한 왼쪽 얼굴을 드러냈다.“당신들 때문에 내 얼굴이 이 지경이 됐어!”“따지지 않기로 했는데 이제 와서 또 뭘 하려고!”김예진은 화내며 담비강을 향해 손가락질했다.“너희들 같은 회사 지옥 가야 돼! 양심도 없는 놈들!”담비강은 상대방 얼굴의 붉은 반점을 보고 얼굴색이 나빠졌다.그리고 어쩔 수 없이 진시우를 향해 도움을 청했다.진시우가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여사님, 다시 한번 묻고 싶은데 지금 얼굴의 그 반점, 정말 저희 회사 샘플 때문에 생긴 것이 맞습니까?”갑작스러운 질문에 김에진은 약간 넋이 나갔다.그러자 윤정민이 말했다.“예진 씨, 여기 약품감독관리국이예요. 사실대로 말하면 됩니다. 무서워하지 말고요!”“오늘 누가 와도 진실을 지울 수 없으니까요.”순간 힘이 솟은 김예진이 매섭게 말했다.“맞아! 당신들이 보내준 샘플 때문에 내 얼굴이 이렇게 됐어!”진시우는 화내지
김예진은 잠시 진정하고 진시우를 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시우는 소천경이 동영상을 켠 뒤 김예진에게 다시 물었다.김예진의 답은 아까와 다름이 없었다. 진시우는 소천경에게 핸드폰을 닫으라고 지시했다.그리고 김예진에게 말했다.“저 그 얼굴 반점을 치료해드릴 수 있습니다.”김예진은 잠시 멍하니 있더니 놀라며 되물었다.“정말?!”김예진의 말투는 격앙되었고 윤정민과 조민철은 금세 문제를 알아차렸다.“예진 씨! 믿지 마세요!”윤정민이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렸다.“이 사람들 샘플로 얼굴이 그렇게 되었잖아요.”“그래도 믿을 거예요. 그럼 우리도 예진 씨를 도와드릴 수가 없어요.”김예진은 다시 정신을 차리고 진시우를 보면서 마음속으로 망설였다.‘이 사람 정말 나를 고쳐줄 수 있을까?’김예진은 이미 수없이 많은 치료를 받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줄곧 이렇게 보기 흉한 붉은 반점으로 일자리도 찾기 어려웠다.약품감독관리국도 사실 부모의 도움으로 들어오게 된 것이다.그러나 낙하산이라 해도 여기에서 단지 후방 근무만 할 수 있었다.작은 주인급 인물로도 꼽히지만 아랫사람들 사이에서는 외모로 말이 많았다.못생긴 편은 아니라 만약 얼굴에 반점이 없으면 예뻤을 것이다.그래서 진시우의 치료해준다는 말을 듣고 마음속 기쁨을 억누를 수가 없었다.근데 진시우는 보기에 너무 어려서 실력이 있는 의사 같지 않았다.만약 믿고 치료되지 않으면 집에서 어렵게 마련해 준 일도 버려야 했다.“나, 나 당신을 믿지 못하겠어.”김예진은 이를 악물고 윤정민을 믿기로 결정했다.여러 번의 실패로 다시 실패를 볼까 봐 두려웠다.윤정민과 조민철 모두 냉소하였다.진시우가 말했다.“괜찮아요. 딴 건 바라지 않고, 그냥 치료해 주고 싶은 마음이예요.”“제 치료를 받아 보시죠.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잖아요, 근데 만약 성공하면 예진 씨에게는 큰 선물 아닌가요?”김예진은 그 말이 그럴 듯 도리가 있어 보였다.그리고 마음속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윤정민과 조민철은 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