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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지킨 은밀한 관계
아들이 지킨 은밀한 관계
Author: 고스

제1화

수현이와 이혼하던 날, 법원에서 나올 때 하늘은 당장에라도 비를 쏟을 것처럼 어두웠다.

“정아야.”

수현이는 조수석 문을 열며 말했다.

“집까지 데려다줄게.”

아직 대답도 하지 않았는데, 뒷좌석에서 다람이가 손목시계를 내밀었다.

“아빠, 이모가 오늘 저녁에 탕수육 해주신다고 했잖아. 장 봐서 집 앞에 계신대.”

수현이는 미간을 찌푸리며 다림이를 힐끗 봤다.

“먼저 타.”

다람이는 나를 잠깐 흘겨보고 억울한 표정으로 차에 올라탔다.

“괜찮아.”

난 단호히 말했다.

“너희 방해하고 싶지 않아.”

수현이는 고개를 숙인 채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저녁에 네가 제일 좋아하는 샤브샤브 먹으러 가도 돼...”

“수현아.”

난 부드럽게 말을 끊었다.

“우리 이혼했어.”

수현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보다가 잠시 눈가가 붉어지더니 금세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

“그래... 근데 헤어져도 잘 지내자고. 게다가 우리 세 식구가 오랫동안...”

“그 식당 두 달 전에 문 닫았어.”

난 차분하게 대답했다.

“내가 그때 얘기했었잖아.”

그 식당은 우리가 대학 시절부터 자주 가던 곳이었다.

두 달 전, 가게 주인이 문을 닫는다는 소식을 SNS에 올렸을 때도 난 두 번이나 말했다.

하지만 수현이는 바빴다.

그리고 수현이가 시간이 생겼을 때는 이미 가게는 문을 닫았고, 우리 9년의 관계도 그 사이 끝나버렸다.

“수현아, 너랑 다람이 잘 지내. 더는 방해하지 않을게.”

그 말을 남기고 난 짐을 챙겨 택시에 올랐다.

짐은 많지 않았지만, 몸과 마음은 상처투성이였다.

그렇게 난 경주를 떠났다.

수현이의 외도를 처음 알게 된 건 동창 모임 이후였다.

우스운 건 그 상대가 다름 아닌 대학 시절 내 룸메이트였던 지아였다는 사실이다.

집에 도착했을 때, 이미 일을 끝낸 상태였다.

수현이는 욕실에서 샤워를 하고 있었고, 지아는 내 아들과 함께 레고를 맞추고 있었다.

마침 해적선의 마지막 조각을 끼우던 다람이는 지아의 얼굴에 뽀뽀하며 신 나게 말했다.

“이모 최고예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모예요!”

지아는 흐뭇하게 웃으며 다람이를 안으려다 내가 돌아온 걸 보고 팔을 내리며 멈칫했다.

“정아야?”

지아는 억지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오늘 안 온다고 하지 않았어?”

난 가방을 내려놓고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원래는 더 놀다 오려고 했는데, 다람이가 신경 쓰여서 왔어.”

남편 혼자 아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할까 봐 지아를 불렀던 건 맞다.

그런데 카메라 속에서 그 둘은 침대에 누워있었고, 다람이는 옆에서 문을 지켜주고 있었다.

이때 수현이는 샤워를 마치고 물기 어린 머리를 헝클어진 채 내리고 있었다.

닦지 않은 물방울이 수현이의 등을 타고 흘러내려 수건에 스며들고 있었다.

수현이는 나를 보자 잠시 멈칫하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컵을 들었다.

“왔네. 잘 놀다 왔어?”

난 수현이와 지아 사이에 흐르는 기묘한 공기를 깨지 않고 담담하게 대답했다.

“응, 나쁘지 않았어.”

지아는 당황해 일어서다 발로 쓰레기통을 차버렸다.

그 안에서 몇 개의 사용된 콘돔이 굴러 나왔다.

지아는 얼굴이 새하얗게 질리며 서둘러 쓰레기를 주워담았다.

“정아야, 네가 왔으니 이제 가볼게. 쓰레기는 내가 버릴게.”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다람이가 지아의 손을 붙잡고 애원했다.

“이모 가지 마세요. 나 아직 이모랑 더 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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