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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출발하기 직전, 다람이가 창문에 얼굴을 붙인 채 조용히 눈이 빨갛게 충혈된 상태로 나를 바라봤다.

“엄마, 나중에 엄마가 보고 싶으면 전화해도 돼요? 엄마가 많이 바쁘면 한 달에 한 번만 할게요.”

그 순간, 난 다람이를 외면할 수 없었다.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며 그 마음을 받아들였다.

수현이의 아버지가 벌을 받은 건지 모르겠지만, 손자 중에는 다람이가 유일했다.

이번에 돌아가는 것도 다람이를 진씨 가문의 후계자로 제대로 키우기 위한 것이다.

차라리 진씨 가문에서 자라는 것이 다람이에게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차는 점점 멀어지다가 다른 차들 속으로 사라져 더는 보이지 않았다.

그때 희연이가 고개를 들어 나를 보며 말했다.

“엄마, 진다람이 레고 일부러 부쉈어요. 내가 봤어요.”

난 잠시 멍해졌지만 곧 알겠다는 듯이 미소를 지었다.

“그 녀석, 아버지보다는 똑똑하네.”

“역시 내 유전자가 섞인 덕이지.”

희연이는 어이없다는 듯 입술을 삐죽이며 물었다.

“저녁은 뭐 먹어요?”

“마라탕.”

“그건 절대 싫어요!”

진수현의 이야기.

어머니가 투신하던 날, 난 바로 그 아래에 있었다.

내 눈앞에서 한 사람이 순식간에 고깃덩이로 변하는 모습을 똑똑히 봤다.

사람들은 모두 어머니가 진 사모님에게 시달리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난 어머니를 죽인 것은 나라고 생각했다.

진 사모님은 돈을 주며 어머니에게 나를 진씨 가문에 남겨두고 해외로 떠나라고 했지만 어머니는 그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사흘 동안 울기만 했고 눈은 토끼처럼 벌겋게 충혈되어 있었다.

“수현아, 엄마는 너 없으면 못 살아.”

난 여러 번 어머니를 설득했다.

내가 돈을 벌면 어머니를 데려올 거라고, 이건 잠깐의 선택일 뿐이라고.

어머니를 혼자 외국에 두고 내버려둘 리 없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어머니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그럼 나도 어쩔 수 없어.”

내가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고, 그렇게 난 말을 남기고 나섰다.

그리고 다시 어머니를 본 건 68층 건물 옥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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