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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난 수현이의 속마음을 모른 척하며 물었다.

“왜? 혹시 이 차 조수석에 다른 여자가 앉은 적이라도 있어? 지아인가?”

수현이는 당황한 듯 고개를 돌리며 답했다.

“정아야, 내가 잘못했어. 근데 나한테 기회를 한 번도 안 줄 수는 없잖아.”

“지난 2년 동안, 나도 많이 반성했어. 그리고 다람이도 이제 예전처럼 고집 세지 않아. 그래서...”

“그래서 2년이 지난 지금도 지아가 케이크를 들고 경주에서 여기까지 와서 다람이 생일을 챙겨준 건 다 지아 혼자만의 착각이란 말이야?”

수현이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목이 메는 것 같았다.

“그날 이후로, 지아는 내 아이를 가졌어.”

“근데 난 지아한테 낙태하라고 했어.”

난 그 말을 듣고 눈이 크게 떠지더니 속에서 울컥하는 느낌이 몰려왔다.

처음으로 9년 동안 수현이를 사랑했던 그 정아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근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하는 건데? 내가 그때 받은 상처를 다시 떠올리라는 거야?”

“아니면 다른 여자의 불행을 끌어와서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려고 하는 거야?”

“아니야.”

수현이는 고개를 저으며 말끝을 흐렸다.

“난 그냥 네 자리를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걸 말하고 싶었을 뿐이야.”

난 비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

“그러니까 나만이 네 아이를 낳을 자격이 있다는 뜻이야?”

수현이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멍하니 답했다.

“내가 너한테 다람이를 낳게 해선 안 됐어. 그때 강하게 밀고 나갔어야 했어.”

그 순간, 오래전 다람이를 임신했을 때 유산 위기를 겪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병원에서 의사가 나한테 낙태약을 먹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난 내 아이를 해치려는 마음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단호히 말했다.

다람이를 낳고 나서 난 수현이에게 이 아이의 이름을 무엇으로 할 거냐고 물었다.

수현이는 다람이를 보는 눈빛에 아무런 온기가 없었다.

그러고는 아주 무심하게 말했다.

“다람, 진다람.”

난 당황하며 물었다.

“이름이 너무 성의 없지 않아?”

“이름은 예쁘잖아.”

난 수현이의 말을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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