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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내가 떠나려 할 때, 수현이가 입을 열었다.

“한 번만 더 생각해봐. 이 나이의 아이는 엄마가 없으면 안 돼. 그리고...”

수현이의 눈빛이 마치 내 약점을 정확히 짚어내는 듯 반짝였다.

“다람이를 떠나면 네 마음도 편할 것 같아?”

순간 잠시 멈춰 서서 생각해 봤다.

하지만 머릿속을 떠올리는 건 전부 희연이와 관련된 기억뿐이었다.

희연이가 제일 좋아하는 채소는 토마토와 감자였다.

음식을 가리는 법이 없었지만 유독 생강만은 손도 대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없었다.

나도 생강을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희연이의 최애 색깔은 파란색.

사실 바지보다 치마를 더 좋아하지만, 자존심이 세서 그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가 다람이와는 아무 관련도 없었다.

난 고개를 들어 자연스럽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마워, 네 덕분에 확실히 깨달았어. 이제 가야겠어. 우리 딸이 아직 밥도 못 먹었거든.”

수현이는 믿기지 않는다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고, 난 그 눈빛을 뒤로한 채 문을 열고 차에 올라 집으로 향했다.

집에 도착하니 희연이는 이미 숙제를 끝내고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

내가 돌아오자 희연이는 작은 다리를 쭉 뻗으며 부엌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나에게 따뜻한 죽 한 그릇을 내밀었다.

“고마워.”

난 죽 냄새를 맡으며 희연이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장난스럽게 물었다.

“뭐 안 물어볼 거야?”

“뭐를요?”

희연이는 TV에서 눈을 떼며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예를 들어, 그 애 때문에 널 버리지 않겠냐는 거?”

“엄마가 그럴 거예요?”

희연이는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말에 오히려 내가 당황해버렸다.

“아니, 그럴 리 없지.”

희연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요. 저 이제 잘게요.”

난 살짝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 내 품에 안겨서 같이 울어야 하는 거 아니야? TV에선 다 그렇게 하던데.”

이미 침실로 들어간 희연이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엄마, 차라리 공포영화를 보는 게 더 나을 것 같아요.”

학교에서 열린 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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