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숙은 나갈 준비를 마치고 뒤돌아보았는데 아직도 먹고 있는 정희를 보고는 얼굴을 찌푸리며 재촉했다. “빨리 안 따라오고 뭐 해?”“알겠어요, 사모님.” 정희는 휴지로 입을 닦고 서둘러 장인숙을 따라갔다....두 사람은 곧바로 문씨 가문의 본가에 도착했다. 고택 앞에 서 있던 정희는 채은서 생각에 마음이 불편해서 문 앞에 멈춰 서서 불안한 마음으로 물었다. “사모님, 정말로 들어가실 거예요?”“물론이지. 지금은 아버님을 통해서만 소남이한테 연락할 수 있으니까.” 장인숙은 카드키를 꺼내 문을 열었다.“혹시 어르신께
장인숙은 눈살을 찌푸리며 매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정말 먹을 게 이런 것밖에 없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집에 고기 살 돈도 없는 줄 알겠네요.”“작은 사모님, 오늘은 채식하는 날이라 이런 것밖에 없습니다.” 김 집사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인숙의 불멘 소리에도 김 집사는 어쩔 수 없었다. 냉장고에는 다른 식재료들도 있었지만, 오늘은 문현만이 정해 놓은 채식의 날이라 특별 대우를 해줄 수는 없었다. 만약 문현만이 알게 된다면 크게 화를 낼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오늘 다른 곳에 있는 문씨 가문의 사람들은 고
장인숙은 소파에 앉아 다리를 우아하게 꼬았다. 그녀는 마치 귀부인처럼 앉아 있었지만, 얼굴의 사악한 표정 때문에 조금도 귀부인답게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사모님, 전 그냥 물어본 것뿐이에요.” 정희는 다급히 변명하며 자신의 속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장인숙에게 들켜버린 것을 후회했다.장인숙은 미소를 지었고, 얼굴의 주름들이 한데 모였다. 잠시 후 김 집사가 아침 식사를 가져왔고, 정희에게도 커피 한 잔을 건네주었다. 그는 말없이 내려놓은 후, 떠나려 하자 장인숙이 말했다. “아버님 돌아오시면 나한테 바로 알려줘요.”
“일단은 알리지 말게.” 문현만은 즉시 말하며 곁에 있는 채은서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만큼이라도 좀 조용하게 점심을 해야지!’ “알겠습니다.” 김 집사는 문현만의 의도를 눈치채고 대답했다. 채은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아.’ 이 기간 동안 집에 많은 손님들이 방문했고, 채은서는 문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우아하고 품위 있게 손님들을 대접하며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문현만도 그녀를 조금은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이제는 아버님이 확
채은서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예성 이 녀석은 대체 누가 자기 친엄마인 거야?’ 문현만은 채은서를 아랑곳하지 않고,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채은서는 문현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문예성을 노려보았다. “넌 왜 꼭 끼어들어서 방해를 하니? 이 엄마가 장인숙이 곤란해하는 모습 한 번 보면서 재미 좀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문예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작은어머니 곤란한 일이 생겨서 왔다는 걸 엄마가 어떻게 아세요?” 채은서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굴리고 나서 말
“사기를 당한 건 네 잘못이지, 소남이하고 무슨 상관이야. 소남이가 너한테 그 돈을 가지고 투자하라고 한 적도 없잖아.”문현만은 장인숙의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장인숙은 순간 멍해졌고, 마치 목에 뭔가 걸린 듯 답답했다. 예상치 못하게 문현만이 이렇게까지 소남을 두둔하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저... 그게...” “비록 지금 너랑 소남이 사이가 좋지 않지만, 그 아이는 생활비를 네게 아낌없이 줬잖아. H국에서 네가 받은 치료비 역시 소남이가 전부 부담하고 있지 않니? 그런데 그 돈을 엉뚱한 사람한테 투자를 해 놓고
장인숙이 본가에서 머물게 된다면, 또다시 이 집안은 분명 매일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문현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었다.“일단 돌아가거라. 소남이한테 연락해 볼 테니.” 문현만은 말했다. 비록 장인숙의 위협이 불쾌하긴 했지만, 그 또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채은서와 장인숙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싸울 것이 분명했다.문현만이 바로 소남에게 연락을 하지 않자 장인숙이 말을 했다.“아버님, 왜 지금 바로 연락하시지 않으세요?” 장인숙은 문현만이 연락하는 것을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네가 뭔 상관인데? 꺼져!” 장인숙은 결국 채은서가 자신의 아픈 곳을 건드리자,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외쳤다. 채은서는 장인숙의 무서운 표정에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채은서는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꺼져야 할 사람은 너지! 너야말로 남의 가정을 깨뜨린, 세컨드 불륜녀 주제에 어디서 큰소리야!” 장인숙은 손을 들어 앞에서 깡충깡충 대는 채은서를 한 대 때리려 했다. 채은서는 한발 물러서며 옆에 있던 집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아버님 불러와. 이 미친 여자를 당장 쫓아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