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은 알리지 말게.” 문현만은 즉시 말하며 곁에 있는 채은서가 눈에 들어왔다. ‘오늘만큼이라도 좀 조용하게 점심을 해야지!’ “알겠습니다.” 김 집사는 문현만의 의도를 눈치채고 대답했다. 채은서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동안의 내 노력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 같아.’ 이 기간 동안 집에 많은 손님들이 방문했고, 채은서는 문씨 가문의 안주인으로서 우아하고 품위 있게 손님들을 대접하며 좋은 평판을 얻었다. 그래서인지 문현만도 그녀를 조금은 달리 평가하게 되었다.‘이제는 아버님이 확
채은서는 마음속으로 불만이 가득했다. ‘예성 이 녀석은 대체 누가 자기 친엄마인 거야?’ 문현만은 채은서를 아랑곳하지 않고, 집사의 부축을 받으며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채은서는 문현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며 문예성을 노려보았다. “넌 왜 꼭 끼어들어서 방해를 하니? 이 엄마가 장인숙이 곤란해하는 모습 한 번 보면서 재미 좀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이야?” 문예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물었다. “작은어머니 곤란한 일이 생겨서 왔다는 걸 엄마가 어떻게 아세요?” 채은서는 한숨을 내쉬며 눈을 굴리고 나서 말
“사기를 당한 건 네 잘못이지, 소남이하고 무슨 상관이야. 소남이가 너한테 그 돈을 가지고 투자하라고 한 적도 없잖아.”문현만은 장인숙의 말을 듣고 더욱 불쾌해졌다.장인숙은 순간 멍해졌고, 마치 목에 뭔가 걸린 듯 답답했다. 예상치 못하게 문현만이 이렇게까지 소남을 두둔하는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저... 그게...” “비록 지금 너랑 소남이 사이가 좋지 않지만, 그 아이는 생활비를 네게 아낌없이 줬잖아. H국에서 네가 받은 치료비 역시 소남이가 전부 부담하고 있지 않니? 그런데 그 돈을 엉뚱한 사람한테 투자를 해 놓고
장인숙이 본가에서 머물게 된다면, 또다시 이 집안은 분명 매일 바람 잘 날 없이 시끄러워질 것이다. 문현만이 제일 싫어하는 것이었다.“일단 돌아가거라. 소남이한테 연락해 볼 테니.” 문현만은 말했다. 비록 장인숙의 위협이 불쾌하긴 했지만, 그 또한 집안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바라지 않았다. 채은서와 장인숙은 쉬지 않고 끊임없이 싸울 것이 분명했다.문현만이 바로 소남에게 연락을 하지 않자 장인숙이 말을 했다.“아버님, 왜 지금 바로 연락하시지 않으세요?” 장인숙은 문현만이 연락하는 것을 직접 확인해야 안심이 될 것 같았다
“네가 뭔 상관인데? 꺼져!” 장인숙은 결국 채은서가 자신의 아픈 곳을 건드리자, 핏발 선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외쳤다. 채은서는 장인숙의 무서운 표정에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린 채은서는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꺼져야 할 사람은 너지! 너야말로 남의 가정을 깨뜨린, 세컨드 불륜녀 주제에 어디서 큰소리야!” 장인숙은 손을 들어 앞에서 깡충깡충 대는 채은서를 한 대 때리려 했다. 채은서는 한발 물러서며 옆에 있던 집사를 향해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아버님 불러와. 이 미친 여자를 당장 쫓아내라
장인숙은 채은서를 노려보며, 당장이라도 상대방의 얼굴을 긁어버리고 싶었다. 즉, 손톱으로 채은서의 얼굴에 상처를 내, 자신이 받은 고통을 똑같이 겪게 하고 싶었다. “채은서, 네 얼굴에 내가 칼로 난도질해줄까? 어때? 너도 내 고통 한 번 체험해 볼래?” 채은서는 장인숙의 위협에 깜짝 놀랐다. 장인숙의 표정은 마치 더 이상 잃을 게 없다는 듯했고, 정말로 칼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그을 것만 같았다. 채은서는 한발 물러서며 소리쳤다. “미쳤구나! 너, 성형외과 의사가 필요한 게 아니라 정신과 의사가 필요하겠어. 네
“증조할아버지댁에서 무슨 일이 좀 생겼어.” 소남은 아이들에게 장인숙의 일을 말하지 않고, 그저 대충 변명했다. “증조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긴 거예요?” 헨리는 긴장하며 물었다. “아니, 집에 일이 좀 있어서 내일 돌아가야 해.” 소남은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 바로 돌아가면 A시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이 될 것 같아서 그는 내일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장인숙이 이렇게까지 소란을 피울 줄은 몰랐다.세 아이는 소남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송현욱과 이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말을 아꼈다.
소남은 말했다. 장인숙이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결국 필요한 건 당장 자기가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이었다. 장인숙에게 돈만 주면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사실 문현만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채은서가 너무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고, 만약 문현만이 장인숙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채은서가 알게 되는 날엔 문씨 가문에 평화는 사라질 것이었다.“그럴만하네요.” 원아는 소남의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장 여사가 사고를 치면 어쩔 수 없이 소남 씨가 나설 수밖에 없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도울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