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조할아버지댁에서 무슨 일이 좀 생겼어.” 소남은 아이들에게 장인숙의 일을 말하지 않고, 그저 대충 변명했다. “증조할아버지한테 무슨 일 생긴 거예요?” 헨리는 긴장하며 물었다. “아니, 집에 일이 좀 있어서 내일 돌아가야 해.” 소남은 엄숙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오늘 바로 돌아가면 A시에 도착하는 시간이 밤이 될 것 같아서 그는 내일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장인숙이 이렇게까지 소란을 피울 줄은 몰랐다.세 아이는 소남의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송현욱과 이연은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말을 아꼈다.
소남은 말했다. 장인숙이 사기를 당하긴 했지만, 결국 필요한 건 당장 자기가 생활할 수 있는 돈이 없기 때문이었다. 장인숙에게 돈만 주면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을 것이다.사실 문현만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채은서가 너무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었고, 만약 문현만이 장인숙을 도와줬다는 사실을 채은서가 알게 되는 날엔 문씨 가문에 평화는 사라질 것이었다.“그럴만하네요.” 원아는 소남의 무력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장 여사가 사고를 치면 어쩔 수 없이 소남 씨가 나설 수밖에 없어... 이런 상황에서 내가 도울 수
현욱의 손이 이연의 허리에 닿더니, 힘껏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너무 꽉 끌어안잖아요, 왜 그래요?” 이연은 허리에 전해지는 힘을 느끼며 고개를 숙여 그의 손을 보았다. “뭐야 그 표정? 내 앞에서 다른 남자를 불쌍히 여기지 말란 말이야.” 현욱은 단호하게 말했다. 이연은 황당하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웃어버렸다.“그건 당신하고 가장 진한 형, 문소남 대표님이라 그런 거죠! 게다가 불쌍하다고 한 것도 아니고, 그냥 한숨만 쉬었을 뿐이잖아요.” 이연은 현욱이 왜 질투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한숨도
오현자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원아는 현관 쪽으로 가서 바깥을 내다보았는데, 소남은 이미 아이들을 데리고 떠났다. ...소남은 아이들과 함께 본가에 도착했다. 아이들은 도착하자마자 문현만을 둘러싸고 며칠 동안의 일들과 경험을 재잘거리며 이야기했다. 문현만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X시는 정말 좋은 곳이구나. 연말이 지나고 춥지 않으면 나도 한 번 가봐야겠어.” 옆에 있던 채은서는 이 말을 듣자마자 얼른 말을 받았다. “아버님, 가실 때 저도 따라가고 싶어요. 저도 X시의 멋진 풍경을 보
“이유는 필요 없으니까, 도대체 얼마나 투자했어요?” 소남이 물었다. “네가 매달 주는 생활비 전부를 넣었어...” 장인숙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그녀는 상대방이 일주일 안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준다고 했기에, 많이 넣으면 넣을수록 이자를 더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장인숙에게는 저축한 돈도 없었고, 그 돈은 한 달 생활비 전부였다. 소남은 대략적인 금액을 파악하고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신고했어요?” “아직... 신고는 안 했어요.” 장인숙은 주저하며 말했고 소남에게는 그 돈이 큰 금액도 아
소남은 냉정하게 말하며 장인숙이 사기를 당한 것에 대해 그는 조금도 동정심을 느끼지 않았다.만약 장인숙이 조용히 그 돈을 가지고 H국에 돌아가서 수술을 받았다면, 그 돈으로 수술을 받고도 생활하기에 이미 충분했을 것이다. “네가 그냥 먼저 돈을 미리 줄 수는 없는 거야?” 장인숙은 어떻게 든 그 별장을 소남에게 넘기고 싶지 않았다. 이 별장은 그녀의 유일한 고정 자산이었다. 만약 그것마저 없어진다면, H국에서 돌아올 때 거주할 곳이 없기 때문이다. “엄마가 그 별장을 너에게 넘기면, 나중에 A시에 돌아오면 어디서 살
“어머니는 동의할 겁니다.” 소남은 확신에 차서 대답했다. 어제 문현만에서 온 메시지를 받은 이후, 소남은 이미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실제로 사람을 시켜 장인숙의 별장의 감정을 의뢰했고, 현재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가로 책정했다. 가격이 좋고, 장인숙이 곧바로 돈을 받을 수 있다면, 그녀는 결국 동의할 것이다. 게다가 단지 별장의 소유주 이름만 바뀌는 것이고, 장인숙이 거주하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문현만은 소남이 이처럼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보고, 손자가 돌아오기 전부터 이미
다른 한편. 장인숙은 협약서를 들고 분노에 가득 차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우정희가 장인숙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곧바로 핸드폰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사모님, 얘기는 잘...” 말을 하며 장인숙을 처다 보니 그녀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말을 멈췄다.‘문소남이 장인숙의 뜻을 받아 주지 않은 모양인데.’ “아! 정말 되는 일이 하나도 없어! 정말 미쳐버리겠네!” 장인숙은 협약서를 소파 위에 던지며 소리쳤다. 정희는 의아하게 협약서를 집어 들고 내용을 확인했다. “대표님이 사모님의 별장을 원하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