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재수 없는 계집애야!! 어떻게 친오빠한테 그런 저주를 해! 네가 내 딸이 맞긴 하니!!!” 황신옥은 분노에 몸을 떨며 소리쳤고 이연의 말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내가 오빠를 저주했어요? 엄마, 지금 오빠는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에요. 그럼 차라리 엄마가 오빠를 불구로 만들어요. 그러면 제가 180만 원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오빠를 책임질게요.” 이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리 없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황
이연은 황신옥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어머니가 맞는 걸까?’이연이 어릴 때만 해도 황신옥은 이강을 편애하긴 했지만, 최소한 이연에게도 필요한 건 챙겨주었었다. 물론 이강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연은 어머니의 편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편애는 있었지만 지금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황신옥이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야, 이 계집애야, 내가 그걸 알아야 하니? 그리고 네가 정말 나랑 모녀 관계를 끊을 생각이구나? 좋아, 네가 정
황신옥의 눈에 잠시 계산적인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현욱이 이렇게 쉽게 동의하는 걸 보니, 조금만 더 요구하면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아예 돈을 받지 못할 위험도 있었다. 사실 황신옥은 알고 있었다. 법적으로 이연에게는 이강을 돌볼 의무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신옥은 고집스럽게도 이연이 이강을 돌봐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번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이상, 이강이 다시 이연에게 의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안 돼. 아직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어. 그리고 그 ‘임대관의 일’에 대해서 이연이 책임지기로 한 조항은 확실히 포함돼 있는 거지?”장 변호사가 조용히 답했다. “그 부분은 11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이연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현욱 씨가 이런 조항까지 준비했다는 건, 이전에 내가 했던 말들도 들었다는 건데?’ 황신옥은 더 확인할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알겠어, 서명할게.” 황신옥은 장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장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송 대
평소라면 10만 원은 큰돈일 수도 있었지만, 5억 앞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금액이 아니었다. 황신옥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가져가. 웃기지도 않네. SJ그룹 대표가 고작 10만 원을 가지고 이렇게 따지다니.”현욱은 차가운 얼굴로 이연을 향해 물었다. “황 여사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은 네가 가지고 있니?”“네, 가지고 있어요.” 병원에서 언제든 진료비를 납부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이연은 황신옥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늘 가지고 있었다.“지금 다 황 여사에게 돌려줘. 이제부터는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현욱이 황신옥을 은근히 골탕먹인 셈이었다. “이건 다 소남 형님한테 배운 거예요. 형님은 저보다 훨씬 독한 분이죠.” 현욱이 담담하게 말했다.원아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생각했다. ‘소남 씨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붙인다고? 상상이 안 돼. 소남 씨는 보통 정면승부를 하는 사람이잖아, 이렇게 교묘한 방법을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장 변호사가 먼저 내리며 말했다. “송 대표님, 더 이상 일 없으시면 저는 먼저 로펌으로 돌아가겠습니다.”“그래,
이연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만약 엄마가 오빠를 이대로 계속 방치하고, 오빠도 지금처럼 무절제하게 돈을 쓴다면, 이 5억도 금방 사라질 거야.’ ‘어쨌든 나와 현욱 씨는 우리 엄마와 오빠를 위해 할 만큼 했어. 이제 남은 건 엄마의 선택이야. 엄마가 아들을 끝까지 감싸며 돈을 펑펑 쓸지, 아니면 돈을 잘 관리해서 노후를 보낼지는 엄마에게 달렸어...’“연아, 이제 그 두 사람은 잊어버리고 우리 미래를 생각하자.” 현욱은 이연의 찡그린 미간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연은 자신이 아직도 황신
황신옥은 은행에서 모든 일을 다 마치고, ATM 화면에 찍힌 금액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병인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아들 병실로 갑시다. 내가 우리 아들을 지켜야 하니까.”간병인은 황신옥을 보며 의아해했다. ‘딸과 관계를 끊었는데 이렇게 기뻐할 수가 있을까?’‘돈을 계좌에 넣자마자 곧바로 아들만 생각하네? 5억을 받고 딸과 관계를 끊었으면서, 정말 이상한 어머니야.’황신옥은 오랜 병중에도 이연이 대부분의 일을 맡아 돌봐왔다. 직접적으로 병간호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연은 할 수 있는 모든
소남의 앞에서 원아는 아무 일도 없는 듯 자연스럽게 행동할 수 없었다.“출근하기 싫은 거예요?”소남은 그녀의 말을 겉으로는 믿는 척하며 물었다. 하지만 그는 속으로 원아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전날부터 출근 준비를 했던 그녀가, 단순히 출근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었다.‘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것 같아. 하지만 아침부터 무슨 일이 생긴 거지?’소남은 속으로 궁금해하면서도 원아를 더 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원아는 내 앞에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굳이 진실을 캐
“이건 장기적인 투자예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거고, 게다가 당신이 진행 중인 연구도 이제 상용화될 때가 됐어요.” 소남은 원아의 귀에 대고 속삭이며, 살짝 감정이 실린 목소리로 말했다.원아가 진행한 연구는 몇 차례의 임상 실험을 통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었다. 그 후 회사의 마케팅팀이 시장 조사를 했고, 적절한 가격 조건만 맞으면 대부분의 의료 기관이 그 약품을 대량으로 구입하여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장에 대한 걱정은 없었다.원아는 소남의 가까운 존재감에 살짝 혼란스러워하며 나지막이
소남은 설계 도면을 디스크에 저장한 후, 모든 자료를 서류 봉투에 넣었다. 모든 작업을 마친 그는 원아도 샤워를 끝냈을 것이라고 짐작하며 그녀의 방으로 향했다.그는 문을 열고 들어갔고, 원아는 이미 샤워를 마치고 화장대 앞에서 꼼꼼하게 스킨케어를 하고 있었다.원아가 고개를 돌려 소남을 보며 말했다. “다 출력했어요?”“다 출력했어요.” 소남이 대답하며 다가 갔고 원아가 일어서자 그녀를 안으며 말했다. “아까 에런한테서 전화가 왔어요.”“무슨 일이죠...” 원아는 갑작스러운 불안감을 느꼈다. 이런 시간에 에런이 전화를
원아는 설계도를 꼼꼼히 살펴보았다.ML그룹의 입찰 이후, 소남이 이렇게 공들여 건축 설계도를 완성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설계도의 세부 사항 하나하나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대표님, 이 설계도 정말 멋져요!” 원아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런데 이 말을 하고 나서야 그녀는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원아는 생물제약 분야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금은 소남의 건축 설계도에 감탄하고 있는 자신이 이상하게 느껴졌다.‘소남 씨가 방금 내가 한 말을 듣고, 내가 그냥 기분 좋으라고 한 말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텐데. 안 그러면
눈이 녹으면서 날씨는 평소보다 더 쌀쌀해졌지만, 이연의 마음은 따뜻했다.예전에는 이연이 감히 송씨 가문 사람들을 마주할 용기도 없었고, 이런 일들을 처리할 결심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현욱의 사랑이 이연의 결심을 굳건하게 해주었다. 즉,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현욱 씨...” 이연이 나지막이 말했다.“난 항상 여기 있어.” 현욱은 그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다.“혹시 내가 도울 일이 생기면 꼭 말해줘요.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똑똑하지 않지만, 최선을 다해 당신을 도울 거예요.” 이연은 결심하
현욱이 그런 표정을 짓는 일은 드물었다. 그래서 원아는 그가 무언가 중요한 일에 직면해 있음을 직감했다.“그렇겠죠.” 비비안도 원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2층.현욱은 소남을 찾아가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했다. 소남은 현욱의 계획을 듣고 나서 얼굴이 굳어졌다.“알겠어. 앞으로 내가 도울 일이 있으면 언제든 말해.”“이번에는 형님의 도움이 정말 필요해요. 저도 이번만큼은 절대로 사양하지 않을 거예요. 형님은 제 편에 단단히 서주기만 하면 돼요.” 현욱은 말했다.소남의 지지가 있다면, SJ그룹은 쉽게 무너지지 않
막 앉았을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는 윤수정에게서 온 것이었다. 재훈은 전화를 받지 않고, 대신 윤수정에게 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다.[형이 확실히 모든 개인 서류들을 전부 다시 발급한 것 같아요. 그 시기가 꽤 이른 편이었는데, 그때는 우리가 이연을 경계하지 않았을 때였죠.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할아버지가 이 문제를 잘 처리하실 거예요.]메시지를 보내고 나서 재훈은 핸드폰을 아무렇게나 내려놓고 소파에 몸을 던졌다.‘송현욱과 이연... 너희 둘이 결혼을 했다고 해도, 내가 너희들을 행복하게 내버려 둘 것 같아!’‘
“할아버지, 지금 금고에 있는 형의 모든 개인 서류를 가지고 한 번 확인해 보세요. 아마 지금은 사용할 수 없는 서류들뿐일 거예요. 할아버지께서 형한테 정략결혼을 추진하실 때, 형은 이미 그때 모든 개인 서류를 다시 재발급 신청을 해서 새롭게 발급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재훈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최대한 차분하게 송상철에게 이 사실을 전했다.송상철의 얼굴은 화가 난 나머지 핏발이 부풀어 올랐고, 유 집사를 바라보며 말했다. “현욱이 이 녀석 당장 데려와.”“예, 어르신.” 유 집사는 이번 일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재훈이 지난번 T그룹의 입찰사업계획서를 훔치려다 실패한 일이 있었고, 그는 그 책임을 부하에게 돌렸지만, 송상철은 여전히 그 일을 부끄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재훈은 지금 자신이 직접 모든 것을 다시 확인할 필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럼 네 엄마는 깨어나긴 한 거야?” 송상철이 다시 물었다.“예, 깨어나셨어요.” 재훈은 거실에서 최대한 인내심을 갖고 서 있었다. 송상철이 모든 질문을 끝내야만 재훈이 서재로 가서 금고를 열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재훈은 송상철의 모든 질문이 끝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며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