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신옥은 침대 옆에서 눈물을 닦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이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많이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아픈 거야? 내가 의사선생님 불러올게. 진통제 주사 맞으면 좀 괜찮아질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급하게 침대 위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다. 이강은 말리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어제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은 ‘코브라’라는 놈들에게 얻어맞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핸드폰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었다. 결국 쓰레기 더
“안 오는 게 잘된 거야. 앞으로 이연은 없는 셈 칠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이연은 더 이상 네 여동생이 아니야.” 황신옥은 혼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옆에 있던 간병인은 황신옥 모자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눈을 굴리며 속으로 비웃었다. ‘역시 돈을 쥐고 나니 이제는 딸까지 모른 척하는군. ‘돈 앞에서는 가족도 없다’라는 말이 딱 황신옥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겠지. 돈 때문에 가족을 버리는 황신옥에게 정말 딱 맞는 표현일 거야.’“엄마, 지금 무슨 생각이에요? 이연이 돈을 안 주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이연은 모른다 쳐도 송현욱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변호사까지 동원해 계약서를 준비한 사람이다. 이강은 황신옥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며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황신옥은 이강의 표정을 눈치채고 말했다. “아들, 이제 우리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건데, 왜 그렇게 찡그리고 있어?” 이강은 물었다. “엄마, 그 계약서 좀 보여 줘요.” “계약서? 무슨 계약서?” 황신옥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강이 무슨 계약서를 말하는지 깨달
이강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별로 큰돈도 아니에요, 몇십만 원밖에 안 돼요. 어차피 이연이 엄마한테 돈 줬으니, 그 돈으로 대신 갚아주면 돼요. 앞으로 우리도 더 이상 빚질 일 없을 거예요.” “빚을 갚으라고? 절대 못해!” 황신옥은 코웃음을 치며 이강의 다친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걔네들이 널 이렇게 다치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돈을 갚아줬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니야, 아들아, 걱정 마. 내가 오히려 걔네들한테서 보상금을 받아낼 거니까!” “그게 가능하겠어요...?” 이강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원아가 성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T그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가며 원아는 이 시간쯤이면 소남도 이미 식사를 마쳤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나서 식사를 하러 내려갈 참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원아는 비서실을 힐끗 보았다. 장성은과 이수혁은 자리에 없었다. 이미 점심을 먹으러 간 모양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있는 소남이 눈에 들어왔다. 원아는 잠시 멈칫했다. “문 대표님, 왜...” 원아의 시선은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
원아는 그의 반응을 보고 말했다. “대표님, 가보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그래요.” 소남은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빠르게 나갔다. 원아는 소남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문을 닫았다. 그가 핸드폰 화면을 보고 인상을 쓴 것이 신경 쓰였다. 평소 차분한 소남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걸까?’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탁자 위의 도시락과 일회용 식기를 정리한 후,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데이터를 확인했다. 오전 시간에 이연과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비록 소남이 통역사를 붙여주긴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 있으면 장인숙이 말썽을 덜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병원도 그녀를 몇 개월 정도만 진정시킬 수 있을 뿐이었다. 이제 장인숙도 결국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나라로 가라고? 내가 듣기로는 H국 성형 기술이 세계 최고라던데, 네가 나를 다른 나라로 보내려는 건, 나를 멀리 떼어놓으려는 속셈 아니야? 마치 네가 원아를 대하던 것처럼 말이야. 지금 원아를 해외로 내쫓아 놓고, 새 애인을 만들었잖아. 지금 나한테도 똑같이 하려는 거지? 그리고 채은서 그 여자
“H국이어야 해. 그 외는 상관없어.”소남은 덧붙였다. H국을 선택한 건 그가 아니라 장인숙이었다. 기왕 장인숙이 더 멀리 떨어진 나라로 가지 않으려 하니, 그저 그 뜻대로 해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원아’가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장인숙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런 여러 가지 추측들은 모두 근거가 없었다. 소남은 지금까지 오직 임영은만을 강제로 해외에 머무르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설령 그 가짜 ‘원아’가 정말 아직 살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