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별로 큰돈도 아니에요, 몇십만 원밖에 안 돼요. 어차피 이연이 엄마한테 돈 줬으니, 그 돈으로 대신 갚아주면 돼요. 앞으로 우리도 더 이상 빚질 일 없을 거예요.” “빚을 갚으라고? 절대 못해!” 황신옥은 코웃음을 치며 이강의 다친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걔네들이 널 이렇게 다치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돈을 갚아줬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니야, 아들아, 걱정 마. 내가 오히려 걔네들한테서 보상금을 받아낼 거니까!” “그게 가능하겠어요...?” 이강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원아가 성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T그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가며 원아는 이 시간쯤이면 소남도 이미 식사를 마쳤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나서 식사를 하러 내려갈 참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원아는 비서실을 힐끗 보았다. 장성은과 이수혁은 자리에 없었다. 이미 점심을 먹으러 간 모양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있는 소남이 눈에 들어왔다. 원아는 잠시 멈칫했다. “문 대표님, 왜...” 원아의 시선은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
원아는 그의 반응을 보고 말했다. “대표님, 가보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그래요.” 소남은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빠르게 나갔다. 원아는 소남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문을 닫았다. 그가 핸드폰 화면을 보고 인상을 쓴 것이 신경 쓰였다. 평소 차분한 소남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걸까?’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탁자 위의 도시락과 일회용 식기를 정리한 후,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데이터를 확인했다. 오전 시간에 이연과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
비록 소남이 통역사를 붙여주긴 했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는 나라에 있으면 장인숙이 말썽을 덜 부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병원도 그녀를 몇 개월 정도만 진정시킬 수 있을 뿐이었다. 이제 장인숙도 결국 불만을 터뜨렸다. [다른 나라로 가라고? 내가 듣기로는 H국 성형 기술이 세계 최고라던데, 네가 나를 다른 나라로 보내려는 건, 나를 멀리 떼어놓으려는 속셈 아니야? 마치 네가 원아를 대하던 것처럼 말이야. 지금 원아를 해외로 내쫓아 놓고, 새 애인을 만들었잖아. 지금 나한테도 똑같이 하려는 거지? 그리고 채은서 그 여자
“H국이어야 해. 그 외는 상관없어.”소남은 덧붙였다. H국을 선택한 건 그가 아니라 장인숙이었다. 기왕 장인숙이 더 멀리 떨어진 나라로 가지 않으려 하니, 그저 그 뜻대로 해준 것이다. 많은 사람들은 ‘원아’가 해외에서 돌아오지 않는 이유가 돌아오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돌아올 수 없기 때문이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장인숙도 마찬가지였다. 사실 이런 여러 가지 추측들은 모두 근거가 없었다. 소남은 지금까지 오직 임영은만을 강제로 해외에 머무르게 했을 뿐이다. 그리고 설령 그 가짜 ‘원아’가 정말 아직 살아 있
“응, 가자.” 소남은 원아의 손을 잡고 아래로 내려가려 했다. 하지만 원아는 그 자리에 멈춰서 살짝 손을 빼며 고개를 저었다. “먼저 내려가세요.” 그녀는 아이들이 자신과 소남이 지나치게 친밀한 모습을 보면 불편해할까 봐 걱정이 되었다. 아이들의 머릿속에는 아직 ‘엄마’라는 존재가 남아 있었기 때문에, 만약 아빠가 ‘다른 여자’의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지 알 수 없었다. 아이들은 감정적으로 섬세하기 때문에 원아는 아이들이 혼란스러워지지 않게 조심하고 싶었다. 비록 매일 밤 소남과 같은
“푸흐흐...” “누나랑 형은 나한테 너무 심해! 진짜 우리 누나랑 형 맞아?” 헨리는 입을 삐쭉거리며 서운해했다. “어쨌든 네가 방해꾼이 되면 안돼.” 원원은 헨리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경고하듯 말했다. 하지만 헨리는 여전히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난 그냥 누나가 좋은데, 누나랑 같이 있으면 안 되는 거야?” “안 돼, 오늘은 우리 말 들어.” 원원은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들은 아빠를 도와야 했고, 그렇지 않으면 언제쯤 자신들이 엄마와 재회할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알겠어...”
미아는 웃으며 말했다. “복고풍의 공작부인 스타일이군요? 염 교수님의 외모와 분위기에 정말 잘 어울리실 것 같아요.” 원아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미아는 이미 메이크업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소남이 자신에게 좋아하는 스타일을 고르라고 했을 때, 그게 실제로 자신이 사진을 찍는 것일 줄은 몰랐다. 만약 미리 알았다면, 좀 더 단순한 스타일을 선택했을 것이다. 공작부인 스타일은 화려한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데, 그런 드레스는 상반신을 드러내는 디자인이 많기 때문이다. 예전에 몸매를 강조하는 옷을 입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