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만약 엄마가 오빠를 이대로 계속 방치하고, 오빠도 지금처럼 무절제하게 돈을 쓴다면, 이 5억도 금방 사라질 거야.’ ‘어쨌든 나와 현욱 씨는 우리 엄마와 오빠를 위해 할 만큼 했어. 이제 남은 건 엄마의 선택이야. 엄마가 아들을 끝까지 감싸며 돈을 펑펑 쓸지, 아니면 돈을 잘 관리해서 노후를 보낼지는 엄마에게 달렸어...’“연아, 이제 그 두 사람은 잊어버리고 우리 미래를 생각하자.” 현욱은 이연의 찡그린 미간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연은 자신이 아직도 황신
황신옥은 은행에서 모든 일을 다 마치고, ATM 화면에 찍힌 금액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병인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아들 병실로 갑시다. 내가 우리 아들을 지켜야 하니까.”간병인은 황신옥을 보며 의아해했다. ‘딸과 관계를 끊었는데 이렇게 기뻐할 수가 있을까?’‘돈을 계좌에 넣자마자 곧바로 아들만 생각하네? 5억을 받고 딸과 관계를 끊었으면서, 정말 이상한 어머니야.’황신옥은 오랜 병중에도 이연이 대부분의 일을 맡아 돌봐왔다. 직접적으로 병간호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연은 할 수 있는 모든
황신옥은 침대 옆에서 눈물을 닦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이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많이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아픈 거야? 내가 의사선생님 불러올게. 진통제 주사 맞으면 좀 괜찮아질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급하게 침대 위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다. 이강은 말리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어제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은 ‘코브라’라는 놈들에게 얻어맞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핸드폰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었다. 결국 쓰레기 더
“안 오는 게 잘된 거야. 앞으로 이연은 없는 셈 칠 거야. 너도 마찬가지야. 이연은 더 이상 네 여동생이 아니야.” 황신옥은 혼자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옆에 있던 간병인은 황신옥 모자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눈을 굴리며 속으로 비웃었다. ‘역시 돈을 쥐고 나니 이제는 딸까지 모른 척하는군. ‘돈 앞에서는 가족도 없다’라는 말이 딱 황신옥 같은 사람을 두고 한 말이겠지. 돈 때문에 가족을 버리는 황신옥에게 정말 딱 맞는 표현일 거야.’“엄마, 지금 무슨 생각이에요? 이연이 돈을 안 주면 우리는 앞으로 어떻게 살라고요?
이연은 모른다 쳐도 송현욱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는 변호사까지 동원해 계약서를 준비한 사람이다. 이강은 황신옥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보며 불안함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뭔가 잘못된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잡혔다. 황신옥은 이강의 표정을 눈치채고 말했다. “아들, 이제 우리도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 수 있게 된 건데, 왜 그렇게 찡그리고 있어?” 이강은 물었다. “엄마, 그 계약서 좀 보여 줘요.” “계약서? 무슨 계약서?” 황신옥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강이 무슨 계약서를 말하는지 깨달
이강은 갑자기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별로 큰돈도 아니에요, 몇십만 원밖에 안 돼요. 어차피 이연이 엄마한테 돈 줬으니, 그 돈으로 대신 갚아주면 돼요. 앞으로 우리도 더 이상 빚질 일 없을 거예요.” “빚을 갚으라고? 절대 못해!” 황신옥은 코웃음을 치며 이강의 다친 모습을 안타까워했다. “걔네들이 널 이렇게 다치게 하지 않았다면 내가 돈을 갚아줬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아니야, 아들아, 걱정 마. 내가 오히려 걔네들한테서 보상금을 받아낼 거니까!” “그게 가능하겠어요...?” 이강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물었다.
원아가 성준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T그룹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서둘러 사무실로 올라가며 원아는 이 시간쯤이면 소남도 이미 식사를 마쳤을 거라 생각했다. 그녀는 가방을 내려놓고 나서 식사를 하러 내려갈 참이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원아는 비서실을 힐끗 보았다. 장성은과 이수혁은 자리에 없었다. 이미 점심을 먹으러 간 모양이었다. 사무실로 돌아와 문을 열자, 소파에 앉아 있는 소남이 눈에 들어왔다. 원아는 잠시 멈칫했다. “문 대표님, 왜...” 원아의 시선은 탁자 위에 놓인 도시락
원아는 그의 반응을 보고 말했다. “대표님, 가보세요. 제가 정리할게요.” “그래요.” 소남은 핸드폰을 들고 사무실을 빠르게 나갔다. 원아는 소남이 나가는 뒷모습을 보며 문을 닫았다. 그가 핸드폰 화면을 보고 인상을 쓴 것이 신경 쓰였다. 평소 차분한 소남이 그런 반응을 보이는 건 흔한 일이 아니었다. ‘혹시 무슨 안 좋은 일이 생긴 걸까?’ 원아는 고개를 저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 탁자 위의 도시락과 일회용 식기를 정리한 후, 다시 책상으로 돌아가 데이터를 확인했다. 오전 시간에 이연과 함께 있었기에 그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