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연은 황신옥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어머니가 맞는 걸까?’이연이 어릴 때만 해도 황신옥은 이강을 편애하긴 했지만, 최소한 이연에게도 필요한 건 챙겨주었었다. 물론 이강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연은 어머니의 편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편애는 있었지만 지금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황신옥이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야, 이 계집애야, 내가 그걸 알아야 하니? 그리고 네가 정말 나랑 모녀 관계를 끊을 생각이구나? 좋아, 네가 정
황신옥의 눈에 잠시 계산적인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현욱이 이렇게 쉽게 동의하는 걸 보니, 조금만 더 요구하면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아예 돈을 받지 못할 위험도 있었다. 사실 황신옥은 알고 있었다. 법적으로 이연에게는 이강을 돌볼 의무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신옥은 고집스럽게도 이연이 이강을 돌봐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번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이상, 이강이 다시 이연에게 의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안 돼. 아직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어. 그리고 그 ‘임대관의 일’에 대해서 이연이 책임지기로 한 조항은 확실히 포함돼 있는 거지?”장 변호사가 조용히 답했다. “그 부분은 11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이연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현욱 씨가 이런 조항까지 준비했다는 건, 이전에 내가 했던 말들도 들었다는 건데?’ 황신옥은 더 확인할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알겠어, 서명할게.” 황신옥은 장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장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송 대
평소라면 10만 원은 큰돈일 수도 있었지만, 5억 앞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금액이 아니었다. 황신옥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가져가. 웃기지도 않네. SJ그룹 대표가 고작 10만 원을 가지고 이렇게 따지다니.”현욱은 차가운 얼굴로 이연을 향해 물었다. “황 여사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은 네가 가지고 있니?”“네, 가지고 있어요.” 병원에서 언제든 진료비를 납부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이연은 황신옥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늘 가지고 있었다.“지금 다 황 여사에게 돌려줘. 이제부터는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
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사실 현욱이 황신옥을 은근히 골탕먹인 셈이었다. “이건 다 소남 형님한테 배운 거예요. 형님은 저보다 훨씬 독한 분이죠.” 현욱이 담담하게 말했다.원아는 눈썹을 치켜 올리며 생각했다. ‘소남 씨가 이런 식으로 사람을 몰아붙인다고? 상상이 안 돼. 소남 씨는 보통 정면승부를 하는 사람이잖아, 이렇게 교묘한 방법을 쓰는 스타일이 아닌데.'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장 변호사가 먼저 내리며 말했다. “송 대표님, 더 이상 일 없으시면 저는 먼저 로펌으로 돌아가겠습니다.”“그래,
이연은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만약 엄마가 오빠를 이대로 계속 방치하고, 오빠도 지금처럼 무절제하게 돈을 쓴다면, 이 5억도 금방 사라질 거야.’ ‘어쨌든 나와 현욱 씨는 우리 엄마와 오빠를 위해 할 만큼 했어. 이제 남은 건 엄마의 선택이야. 엄마가 아들을 끝까지 감싸며 돈을 펑펑 쓸지, 아니면 돈을 잘 관리해서 노후를 보낼지는 엄마에게 달렸어...’“연아, 이제 그 두 사람은 잊어버리고 우리 미래를 생각하자.” 현욱은 이연의 찡그린 미간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이연은 자신이 아직도 황신
황신옥은 은행에서 모든 일을 다 마치고, ATM 화면에 찍힌 금액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간병인에게 말했다. “이제 우리 아들 병실로 갑시다. 내가 우리 아들을 지켜야 하니까.”간병인은 황신옥을 보며 의아해했다. ‘딸과 관계를 끊었는데 이렇게 기뻐할 수가 있을까?’‘돈을 계좌에 넣자마자 곧바로 아들만 생각하네? 5억을 받고 딸과 관계를 끊었으면서, 정말 이상한 어머니야.’황신옥은 오랜 병중에도 이연이 대부분의 일을 맡아 돌봐왔다. 직접적으로 병간호를 하지는 않았지만 이연은 할 수 있는 모든
황신옥은 침대 옆에서 눈물을 닦으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아무 말 없이 눈을 감고 있는 이강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아들이 많이 아파서 그런 줄 알고 조심스레 물었다. “많이 아픈 거야? 내가 의사선생님 불러올게. 진통제 주사 맞으면 좀 괜찮아질 거야.”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급하게 침대 위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다. 이강은 말리지 않고 눈을 감은 채 어제의 일을 떠올려 보았다. 자신은 ‘코브라’라는 놈들에게 얻어맞았다. 온몸에 힘이 빠지고, 핸드폰도 어디에 있는지 몰라 도움을 요청할 길이 없었다. 결국 쓰레기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