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로 들어선 원아는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아메리카노에 우유 조금 넣었어요.” 원아는 이연이 커피에 우유를 3분의 1 정도 섞어 마시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연의 습관이었다.“고마워요.” 이연은 커피를 받아들고, 억지로 웃음을 지었지만, 그 미소는 울음보다 더 괴로워 보였다.“웃고 싶지 않으면 억지로 웃지 마요.” 원아는 이연 옆에 앉으며 말했다.“방금 엄마한테 오빠가 맞았다는 것을 전했어요.” 이연은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무덤덤하게 말했다. 마치 아무 상관없는 사람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원아는 놀라서 이연
“엄마 아들이 사채를 쓰고 갚지 못해서 이렇게 된 건데 그게 왜 내 탓이에요?” 이연은 눈살을 찌푸렸다.황신옥의 편애는 이연을 점점 궁지로 몰아넣고 있었다. “네가 돈을 줬더라면, 네 오빠도 사채를 쓸 일은 없었겠지. 이건 다 네가 만든 일이야. 불쌍한 우리 아들... 네가 무슨 일이라도 당하면 나도 너랑 같이 죽을 거야!” 황신옥은 이강을 끌어안고 흐느끼며 말했다. 아들의 처참한 모습을 보니 그녀는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옆 병상에 있던 환자는 이 상황이 불편했는지, 말없이 병실을 나갔다. 황신옥의 울음소리는 너무 날
하지만 황신옥은 결국 마음을 굳히고 114 전화번호 안내 서비스를 이용해 신문사의 전화번호를 조회하려 했다.“황 여사님, 만약 기자에게 이 일을 폭로해서 연이 씨를 망신 주려고 한다면, 송씨 가문 사람들은 연이 씨를 더 이상 받아주지 않을 거예요. 연이 씨가 정말 송 대표님과 헤어지면 좀 어때요? 다른 도시로 가서 새출발을 하면 되죠. 연이 씨는 학력도 좋고 경력도 뛰어나서, 좋은 직장을 못 구할 리가 없어요. 그런데 황 여사님은요? 연이 씨가 떠난 후 황 여사님의 연금과 이강 씨가 경비로 벌어오는 돈으로 황 여사님의 병원비와 생
“야!! 이 재수 없는 계집애야!! 어떻게 친오빠한테 그런 저주를 해! 네가 내 딸이 맞긴 하니!!!” 황신옥은 분노에 몸을 떨며 소리쳤고 이연의 말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내가 오빠를 저주했어요? 엄마, 지금 오빠는 사지가 멀쩡한 사람이에요. 그럼 차라리 엄마가 오빠를 불구로 만들어요. 그러면 제가 180만 원이 아니라 죽을 때까지 오빠를 책임질게요.” 이연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그녀는 자신의 가족에 대한 증오가 극에 달한 상태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말을 할 리 없었다.“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 황
이연은 황신옥을 노려보며 말했다. ‘내 눈앞의 이 사람이 정말 내 어릴 적 기억 속의 어머니가 맞는 걸까?’이연이 어릴 때만 해도 황신옥은 이강을 편애하긴 했지만, 최소한 이연에게도 필요한 건 챙겨주었었다. 물론 이강이 더 많은 것을 차지하긴 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이연은 어머니의 편애를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편애는 있었지만 지금 이 정도로 심하진 않았다. 그런데 대체 언제부터 황신옥이 이렇게 변해버린 걸까?“야, 이 계집애야, 내가 그걸 알아야 하니? 그리고 네가 정말 나랑 모녀 관계를 끊을 생각이구나? 좋아, 네가 정
황신옥의 눈에 잠시 계산적인 빛이 스쳐 지나갔다. 그녀는 고민에 빠졌다. 현욱이 이렇게 쉽게 동의하는 걸 보니, 조금만 더 요구하면 더 많은 돈을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반대로, 아예 돈을 받지 못할 위험도 있었다. 사실 황신옥은 알고 있었다. 법적으로 이연에게는 이강을 돌볼 의무가 없다는 것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황신옥은 고집스럽게도 이연이 이강을 돌봐야 한다고 믿고 있었다. 이번에 관계가 완전히 틀어진 이상, 이강이 다시 이연에게 의지하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그래서 돈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더라도,
“안 돼. 아직 계약서를 제대로 읽어보지 않았어. 그리고 그 ‘임대관의 일’에 대해서 이연이 책임지기로 한 조항은 확실히 포함돼 있는 거지?”장 변호사가 조용히 답했다. “그 부분은 11조에 명시되어 있습니다.”이연은 그 말을 듣고 더욱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현욱 씨가 이런 조항까지 준비했다는 건, 이전에 내가 했던 말들도 들었다는 건데?’ 황신옥은 더 확인할 필요 없다는 듯 말했다. “알겠어, 서명할게.” 황신옥은 장 변호사의 지시에 따라 이름을 적고 지장을 찍었다.장 변호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송 대
평소라면 10만 원은 큰돈일 수도 있었지만, 5억 앞에서는 그다지 중요한 금액이 아니었다. 황신옥은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그럼 가져가. 웃기지도 않네. SJ그룹 대표가 고작 10만 원을 가지고 이렇게 따지다니.”현욱은 차가운 얼굴로 이연을 향해 물었다. “황 여사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은 네가 가지고 있니?”“네, 가지고 있어요.” 병원에서 언제든 진료비를 납부해야 할 상황에 대비해, 이연은 황신옥의 건강보험증과 신분증을 늘 가지고 있었다.“지금 다 황 여사에게 돌려줘. 이제부터는 너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