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은은 투덜거리며 문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짜증이 났다.주희진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때는 초설이가 감기에 걸려서 못 온 거잖아? 너한테 혹시라도 감기 옮길까 봐. 걱정 마, 이번엔 분명히 올 거야.”“정말 올 거였다면 왜 아직까지 안 왔겠어요? 엄마는 왜 맨날 남의 편만 들어요?”영은은 짜증스럽게 이마를 찌푸렸다.‘내 엄마면서 왜 자꾸 쓸데없이 남의 편을 드는 거야!’주희진은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며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감정 기복이 심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간호사들도 병원에서 환자들이 일반적으
원아는 처음엔 참으려고 했다. 영은이 한두 마디 하는 걸로 끝난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영은의 태도를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원아는 진료차트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차가운 얼굴로 영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임영은 씨, 제가 늦은 건 맞지만, 차가 중간에 고장이 난 건 제 의도와 상관없는 일이 잖아요. 만약 제가 임영은 씨의 쉬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돌아갈게요.”주희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서둘러 원아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초설아, 영은이가 하는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마. 영은이
주희진의 손바닥이 영은의 뺨을 정확하게 후려쳤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임영은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으로 고개가 돌아간 채, 뺨은 이미 붉게 부어올랐다. 주희진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정말 참다못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주희진은 한 발짝 물러섰다. 임영은은 어릴 때부터 거의 맞은 적이 없었다. 이 딸을 아끼느라 웬만해선 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임영은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도 못돼 먹은 말들이었다. 주희진은 그 순간, ‘초설’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지는 바람에 결국 참지 못했다.
페트르는 영은을 의심스럽게 바라보며 그녀의 말을 믿지 않았다.‘이렇게 감정을 숨기지도 못하고, 염초설에게 악의만 품은 사람이 정말 나에게 도움이 될까?’세아는 페트르 곁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그가 영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하지만 영은은 세아가 추천한 인물이었기에 세아는 페트르를 설득했다.“페트르 사장님, 임영은이 할 수 있다고 했으니 분명 해낼 겁니다. 저는 그녀를 믿어요.”페트르는 세아를 잠시 바라보더니, 다시 영상 속 영은에게 시선을 돌리고는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이번 한 번만 믿어
“당신은 아예 처음부터 임영은의 몸 상태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었어요. 우리 집에 가요. 이제 임영은 일은 신경 쓰지 마요.”소남은 차 시동을 걸며 말했다.원아는 그의 말을 듣고 놀란 듯 쳐다보았다.‘지금 이 사람, 날 위해서 이렇게 화를 내고 날 감싸는 거야?’원아는 이유 모를 감동이 밀려왔다.‘소남 씨가 날 보호하려고 하는 거구나...’원아는 고개를 숙이며, 감동에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네, 집으로 가요...”소남은 차를 몰고 집으로 향했다.가는 길은 순조로웠다. 시간이 늦어 길도 막히지 않았고, 차
“응.”소남은 의사는 아니었지만, 지금 영은이 자극을 받으면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었다.[그래도 정말 이렇게 할 거예요?]사윤은 다시 한번 소남에게 확인하며 속으로는 궁금했다. 임영은이 또 무슨 일을 저질렀길래 소남이 이렇게까지 나서는 걸까? 그리고 그녀가 소남을 상대할 여력이 없었을 텐데...“임영은이 이곳에 돌아와서 그동안 너무 편하게 지냈어.”소남이 말했다. 그의 눈에 비친 임영은은, 자신이 임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너무 당연하게 여기며 문제를 일으키고 있었다. 원아처럼 성격 좋은 사람마저 참을 수 없게 만든다면,
원아는 스스로를 다잡았다.‘소남 씨와 함께 지낸 시간이 얼마인데, 이런 모습을 본 게 처음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러지?’부끄러움을 숨기고 화장대 앞에 앉아 스킨케어를 시작했다.소남은 그런 그녀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조용히 그녀의 움직임을 지켜봤다.원아는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걸 알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원아의 스킨케어 제품은 많지 않았고, 관리 단계도 간단했다. 스킨케어를 마친 원아는 화장대의 등을 끄고 침대로 돌아왔다.이불을 걷고 자리에 앉아 옆에 있는 소남을 슬쩍 쳐다봤다.소남은 이미 책을 내려
“자요, 이제 자요. 너무 많은 생각은 하지 말고, 일이 어떻게 되든 당신이 신경 쓸 필요는 없어요.”소남은 원아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그가 미리 이런 얘기를 한 이유는 내일 임영은이 자극을 받게 되면 그 소식이 곧바로 원아에게도 전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미리 말해주면 원아가 덜 긴장할 것 같았다.원아가 긴장하는 건 임영은 보다도 주희진 때문일 것이다. 임영은이 자극을 받으면 주희진이 원아를 찾아올지도 몰랐다.소남은 원아가 더 이상 임영은에게 신경 쓰지 않길 바랐다.“알겠어요.”원아는 그의 품에 기대며 안심했다.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