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예쁘게 꾸며놨네요.”“그러게요.”원아도 동의했다. 만약 ‘Happy Birthday’라는 글씨가 없었다면, 이곳이 결혼식장인 줄 알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 장식은 문예성과 이하늘의 계획이 아닌 채은서의 요구였을 것이다.하지만 채은서의 취향이 언제 이렇게 변했을까? 너무 사치스럽고 생일 연회와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었다.원원은 고개를 들어 원아를 바라보며 말했다.“언니, 여기가 꼭 결혼식장 같아요.”“쉿, 하지만 여긴 너희 큰할머니 생일 연회장이야.”원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원원의 손을 살짝 쥐었다. 아이의 솔직한
채은서가 이렇게까지 대놓고 ‘염초설’을 무시하는 모습을 보자 소남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다. 소남은 채은서가 염초설에게 적대감을 보이는 이유가 단지 ‘채은서’ 때문만이 아니라 자신이 채은서와 가까이 지내기 때문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소남은 염초설이 된 원아가 이런 수모를 겪게 두지 않기로 결심했다.소남이 막 입을 열려던 찰나, 예성이 빠르게 나서서 원아의 생신 축하금을 받아들고 축의금 박스에 넣었다.“감사합니다, 염 교수님. 안으로 들어가시죠.”“네.”원아는 예성에게 감사의 미소를 보냈다. 이 축하금이 자신의 손에 오
‘나도 비싼 드레스를 입고 작은 왕관까지 썼는데, 네가 원원보다 뭐가 부족한데!!’송희는 속으로 억울했지만, 증조할아버지 앞에서는 감히 나쁜 행동을 할 수 없었다.원원은 웃으며 문현만 옆에 다가앉았다.“증조할아버지, 이 머리 언니가 해줬어요. 예쁘죠? 언니 머리랑 제 머리랑 똑같아요!”“그래서 더 예뻐졌구나. 어쩐지 예전보다 더 예뻐졌더라니. 초설이가 해준 거구나. 그럼 초설이는 어디 있니?”문현만은 궁금해하며 소남을 바라보았다.“저기 있습니다.”소남은 손가락으로 원아가 있는 방향을 가리켰다.문현만은 미간을 살짝 좁히
“사람들이 연이 씨가 예뻐서 계속 본 거예요.”원아는 농담하듯 이연을 위로했다.“초설 씨, 그만해요.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이유는 그 기사 때문이잖아요.”이연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 기사는 비록 현욱이 인맥을 써서 지웠지만, 자신의 과거가 이미 모두에게 드러났다는 사실을. 지금 현욱과 함께 있는 것도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뿐이었다.“연이 씨랑 송 대표님 사이가 좋으니까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원아는 진심으로 이연을 위로했다.“고마워요.”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수정은 분노에 치를 떨며, 실크 테이블보를 꽉 움켜쥐고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녀는 현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연이 이 자리에 온 것은 분명 현욱이 무언가 특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하지만 문현만의 행동은 그녀의 모든 추측을 단번에 뒤집었다. 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현만에게 아부하려 애썼지만, 문현만은 대부분 형식적인 인사만 건넸고, 중요한 일들은 소남에게 맡겼다. 그런데 이연에게만 웃음을 건네며 따뜻하게 대했던 것이다!현욱은 윤수정의 심정을 뻔히 알면
그 장면을 떠올리며 원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소남은 매우 바빴기 때문에 원아는 모든 손님이 떠날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마침내 손님들이 모두 떠나자 소남이 원아에게 다가왔다.옆에 있던 채은서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소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소남의 뒷모습을 보며 불만이 가득했다.“엄마, 손님들이 다 갔으니 이제 호텔 잔금을 결제하러 다녀올게요.”예성은 손님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고 계산하러 가려 했다.“넌 왜 그런 자잘한 일만 하고 있는 거야? 정말 너 때문에 속 터져.”채은서는 예성을 나무라
소남은 채은서의 비꼬는 말투를 듣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채은서는 소남의 기세에 눌려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며, 자신이 그 기세에 겁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소남은 미소를 지으며 채은서가 비꼬고 독설을 내뱉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방금 문예성이 또 한바탕 꾸중을 들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소남이 짧게 인사했다.“조심히 가세요.”하늘은 서둘러 말했다.소남과 원아가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난 뒤, 채은서는 불만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소남이 비위를 맞춰?”“어
원아의 마음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이 따뜻하고 묘한 분위기가 아니라면, 소남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술에 취해 추궁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부드러운 피아노 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원아는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며 소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묻지 않고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긴장이 풀리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와인을 몇 잔 더 마셨고, 취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소남은 원아의 붉어진 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 바른 블러셔보다 훨씬 더 붉고 아름다웠다. 소남은 이 아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