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연이 씨가 예뻐서 계속 본 거예요.”원아는 농담하듯 이연을 위로했다.“초설 씨, 그만해요. 사람들이 저를 쳐다보는 이유는 그 기사 때문이잖아요.”이연은 속으로 잘 알고 있었다. 그 기사는 비록 현욱이 인맥을 써서 지웠지만, 자신의 과거가 이미 모두에게 드러났다는 사실을. 지금 현욱과 함께 있는 것도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깃거리가 될 뿐이었다.“연이 씨랑 송 대표님 사이가 좋으니까 다른 사람들 시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요.”원아는 진심으로 이연을 위로했다.“고마워요.”이연은 미소를 지으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멀리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윤수정은 분노에 치를 떨며, 실크 테이블보를 꽉 움켜쥐고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녀는 현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연이 이 자리에 온 것은 분명 현욱이 무언가 특별한 조치를 취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하지만 문현만의 행동은 그녀의 모든 추측을 단번에 뒤집었다. 오늘같이 중요한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문현만에게 아부하려 애썼지만, 문현만은 대부분 형식적인 인사만 건넸고, 중요한 일들은 소남에게 맡겼다. 그런데 이연에게만 웃음을 건네며 따뜻하게 대했던 것이다!현욱은 윤수정의 심정을 뻔히 알면
그 장면을 떠올리며 원아는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소남은 매우 바빴기 때문에 원아는 모든 손님이 떠날 때까지 인내심 있게 기다렸다. 마침내 손님들이 모두 떠나자 소남이 원아에게 다가왔다.옆에 있던 채은서는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소남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는 소남의 뒷모습을 보며 불만이 가득했다.“엄마, 손님들이 다 갔으니 이제 호텔 잔금을 결제하러 다녀올게요.”예성은 손님들이 모두 떠난 것을 확인하고 계산하러 가려 했다.“넌 왜 그런 자잘한 일만 하고 있는 거야? 정말 너 때문에 속 터져.”채은서는 예성을 나무라
소남은 채은서의 비꼬는 말투를 듣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채은서는 소남의 기세에 눌려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며, 자신이 그 기세에 겁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소남은 미소를 지으며 채은서가 비꼬고 독설을 내뱉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방금 문예성이 또 한바탕 꾸중을 들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소남이 짧게 인사했다.“조심히 가세요.”하늘은 서둘러 말했다.소남과 원아가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난 뒤, 채은서는 불만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소남이 비위를 맞춰?”“어
원아의 마음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이 따뜻하고 묘한 분위기가 아니라면, 소남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술에 취해 추궁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부드러운 피아노 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원아는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며 소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묻지 않고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긴장이 풀리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와인을 몇 잔 더 마셨고, 취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소남은 원아의 붉어진 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 바른 블러셔보다 훨씬 더 붉고 아름다웠다. 소남은 이 아름
원아도 별다른 말 없이 외투를 벗고 잠옷 차림이 되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소남은 여느 때처럼 그녀를 품에 안았고, 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원아도 이제는 소남의 품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져,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 깊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문씨 고택.채은서는 소파에 앉아 사진사가 보내온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이 사진사는 예성이 어제 따로 고용한 촬영작가로, 이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채은서는 TV 화면에 출력된 자신의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사진사의 촬영 기술이 훌륭해 그녀의 모습
한 30분 넘게 정성스럽게 사진을 고른 끝에, 채은서는 마침내 수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사진들을 확정했다. 가족사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신의 사진만 선택했다.사진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왔고, 상업계와 정계 인사들의 사진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가족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사진만 고르는 사람은 처음이야...’사진 선택이 끝나자, 사진사는 노트북을 정리하며 일어나 말했다.“사모님, 사진 선택 작업은 완료되었습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수정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닐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드레이는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안드레이가 떠난 후, 다닐은 먼 곳에 놓인 현미경을 바라보았다. 그 현미경은 원아가 연구에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녀가 공포의 섬을 떠난 이후로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이제는 먼지만 쌓여 있었다. 방금 다닐이 했던 말은 자신의 실험을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원아에게 기회를 준 셈이었다. 다닐도 A시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서 그곳 사람들이 설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설날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로, 타지 생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