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30분 넘게 정성스럽게 사진을 고른 끝에, 채은서는 마침내 수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사진들을 확정했다. 가족사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신의 사진만 선택했다.사진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왔고, 상업계와 정계 인사들의 사진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가족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사진만 고르는 사람은 처음이야...’사진 선택이 끝나자, 사진사는 노트북을 정리하며 일어나 말했다.“사모님, 사진 선택 작업은 완료되었습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수정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닐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드레이는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안드레이가 떠난 후, 다닐은 먼 곳에 놓인 현미경을 바라보았다. 그 현미경은 원아가 연구에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녀가 공포의 섬을 떠난 이후로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이제는 먼지만 쌓여 있었다. 방금 다닐이 했던 말은 자신의 실험을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원아에게 기회를 준 셈이었다. 다닐도 A시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서 그곳 사람들이 설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설날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로, 타지 생활로
소남은 사진을 저장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너도 말이 많다.” “제가 언제는 말이 적었어요?”예성이 웃으며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쭉 형 뒤에서 재잘거렸잖아요. 형도 이제 익숙해졌을 텐데요.”예성이 태어났을 때 이미 소남은 문씨 가문에 들어와 있었다. 채은서가 소남을 예성의 적으로 여기도록 가르쳤지만, 예성은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 형을 동경했다. 어릴 때부터 소남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장난과 놀이에만 집중했기에 소남의 진짜 장점을 온전히 배우지는 못했다.“맞아, 넌 할머니처럼 끊임없이 떠들어대. 아, 그
소남은 눈살을 찌푸렸다.‘남궁산이 왜 비비안과 관련된 일을 신경 쓰는 거지?’귀국하고부터 소남은 공포의 섬을 조사하는 일에 매달리느라 남궁산과 비비안의 이혼 문제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페트르의 움직임을 감시해야 하기도 해서 정신이 없었다. 이미 비비안이 마음을 정리한 상황에서 남궁산은 무슨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소남은 남궁산이 비비안을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시 레이에게 답장을 보냈다.[걱정 마, 비밀로 할게.]점심시간이 되자, 여느 때처럼 오현자가 도시락을 가져왔다.소남은 도시락을
성은은 ‘피식’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염초설’의 사무실 안. 소남은 정성껏 음식을 담은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받아요.” 원아는 그릇을 받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소남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바로 식사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그날 받은 사진을 원아에게 전송했다. “톡으로 사진 세 장 보냈으니까 한번 봐봐요.” 원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소남과 함께 찍힌 사진들이 나타났다. 원아는 사진을 보며 놀란 눈빛으로 소남을 바라봤다. “
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비비안 씨가 스스로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거니까, 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그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교수님한테 많이 의지할 것 같아요. 저는 A시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많은 일을 교수님과 문 대표님께 부탁드리게 될 것 같아요.]비비안이 말했다.그녀는 A시에서 학교에 다니며 학업에 전념하려 마음을 먹었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지내고 싶었다.비비안은 학우들이 자신이 도서관을 후원한 일에 대해 알지 않기를 바랐고, 경호원이 따라다녀 자
원아는 잠시 생각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 임영은 씨의 몸 상태는 천천히 조절해야 해요. 바로 좋아지긴 힘들겠지만, 규칙적으로 약 먹고 치료받으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배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런데 영은이가 그런 걸 가장 싫어하잖아. 내가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 초설아, 너라면 몸을 케어 할 좋은 방법을 잘 알고 있지 않니?]주희진은 물었다.그녀는 한방으로 몸을 케어하는 것이 서양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병원 한의사들도 훌륭했지만, 주희진은 경험을 통해 ‘초설’이 가장
헨리는 닭날개를 집어 한 입 베어 물고는 곧바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정말 맛있어요!”“맛있으면 많이 먹어.”원아는 헨리에게 닭날개를 하나 더 집어주었다. 그러고는 젓가락을 들고 아직 음식을 먹지 않고 있는 소남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한번 드셔보세요.”“네.”소남은 평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원아가 만든 음식이라면 달랐다. 그는 젓가락을 들어 닭날개 하나를 천천히 맛보았다.원아는 다시 시선을 돌려 생선살을 한 점 집어 느긋하게 먹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병원에 좀 다녀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