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은 눈살을 찌푸렸다.‘남궁산이 왜 비비안과 관련된 일을 신경 쓰는 거지?’귀국하고부터 소남은 공포의 섬을 조사하는 일에 매달리느라 남궁산과 비비안의 이혼 문제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페트르의 움직임을 감시해야 하기도 해서 정신이 없었다. 이미 비비안이 마음을 정리한 상황에서 남궁산은 무슨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소남은 남궁산이 비비안을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시 레이에게 답장을 보냈다.[걱정 마, 비밀로 할게.]점심시간이 되자, 여느 때처럼 오현자가 도시락을 가져왔다.소남은 도시락을
성은은 ‘피식’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염초설’의 사무실 안. 소남은 정성껏 음식을 담은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받아요.” 원아는 그릇을 받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소남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바로 식사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그날 받은 사진을 원아에게 전송했다. “톡으로 사진 세 장 보냈으니까 한번 봐봐요.” 원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소남과 함께 찍힌 사진들이 나타났다. 원아는 사진을 보며 놀란 눈빛으로 소남을 바라봤다. “
원아는 미소를 지으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비비안 씨가 스스로 그 어려운 시기를 이겨낸 거니까, 나한테 감사할 필요 없어요.”[아니에요. 그래도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교수님한테 많이 의지할 것 같아요. 저는 A시에 아는 사람이 없어서 많은 일을 교수님과 문 대표님께 부탁드리게 될 것 같아요.]비비안이 말했다.그녀는 A시에서 학교에 다니며 학업에 전념하려 마음을 먹었고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지내고 싶었다.비비안은 학우들이 자신이 도서관을 후원한 일에 대해 알지 않기를 바랐고, 경호원이 따라다녀 자
원아는 잠시 생각한 뒤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이모, 임영은 씨의 몸 상태는 천천히 조절해야 해요. 바로 좋아지긴 힘들겠지만, 규칙적으로 약 먹고 치료받으면 큰 문제는 없을 거예요.”[배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어. 그런데 영은이가 그런 걸 가장 싫어하잖아. 내가 어떻게 해줄 방법이 없어. 초설아, 너라면 몸을 케어 할 좋은 방법을 잘 알고 있지 않니?]주희진은 물었다.그녀는 한방으로 몸을 케어하는 것이 서양 약물보다 부작용이 적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병원 한의사들도 훌륭했지만, 주희진은 경험을 통해 ‘초설’이 가장
헨리는 닭날개를 집어 한 입 베어 물고는 곧바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말했다.“정말 맛있어요!”“맛있으면 많이 먹어.”원아는 헨리에게 닭날개를 하나 더 집어주었다. 그러고는 젓가락을 들고 아직 음식을 먹지 않고 있는 소남을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한번 드셔보세요.”“네.”소남은 평소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에는 큰 관심이 없었지만, 원아가 만든 음식이라면 달랐다. 그는 젓가락을 들어 닭날개 하나를 천천히 맛보았다.원아는 다시 시선을 돌려 생선살을 한 점 집어 느긋하게 먹으며 말했다.“잠시 후에 병원에 좀 다녀와야
영은은 투덜거리며 문을 바라봤지만 아무런 움직임이 없자 짜증이 났다.주희진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다.“그때는 초설이가 감기에 걸려서 못 온 거잖아? 너한테 혹시라도 감기 옮길까 봐. 걱정 마, 이번엔 분명히 올 거야.”“정말 올 거였다면 왜 아직까지 안 왔겠어요? 엄마는 왜 맨날 남의 편만 들어요?”영은은 짜증스럽게 이마를 찌푸렸다.‘내 엄마면서 왜 자꾸 쓸데없이 남의 편을 드는 거야!’주희진은 딸의 이런 모습을 보며 몸이 아직 회복되지 않아 감정 기복이 심한 탓이라고 생각했다. 간호사들도 병원에서 환자들이 일반적으
원아는 처음엔 참으려고 했다. 영은이 한두 마디 하는 걸로 끝난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영은의 태도를 보니,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원아는 진료차트를 원래 자리에 돌려놓고 차가운 얼굴로 영은을 바라보며 말했다. “임영은 씨, 제가 늦은 건 맞지만, 차가 중간에 고장이 난 건 제 의도와 상관없는 일이 잖아요. 만약 제가 임영은 씨의 쉬는 시간을 낭비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냥 돌아갈게요.”주희진은 인상을 찌푸리며 서둘러 원아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 “초설아, 영은이가 하는 말을 너무 신경 쓰지 마. 영은이
주희진의 손바닥이 영은의 뺨을 정확하게 후려쳤다.귀청이 찢어질 듯한 소리에 임영은은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옆으로 고개가 돌아간 채, 뺨은 이미 붉게 부어올랐다. 주희진도 자신이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정말 참다못해 자기도 모르게 손이 나갔다.주희진은 한 발짝 물러섰다. 임영은은 어릴 때부터 거의 맞은 적이 없었다. 이 딸을 아끼느라 웬만해선 혼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 임영은이 내뱉은 말들은 너무나도 못돼 먹은 말들이었다. 주희진은 그 순간, ‘초설’이 너무 안타깝고 안쓰러워지는 바람에 결국 참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