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남은 채은서의 비꼬는 말투를 듣고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채은서는 소남의 기세에 눌려 본능적으로 한 발짝 물러서며, 자신이 그 기세에 겁먹었다는 것을 깨달았다.소남은 미소를 지으며 채은서가 비꼬고 독설을 내뱉는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방금 문예성이 또 한바탕 꾸중을 들었을 거라는 것을 그는 짐작할 수 있었다.“저희 먼저 가보겠습니다.”소남이 짧게 인사했다.“조심히 가세요.”하늘은 서둘러 말했다.소남과 원아가 아이들과 함께 자리를 떠난 뒤, 채은서는 불만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았다.“왜 그렇게 소남이 비위를 맞춰?”“어
원아의 마음이 순간 ‘쿵’ 하고 내려앉았다. 지금 이 따뜻하고 묘한 분위기가 아니라면, 소남이 무언가를 눈치채고 술에 취해 추궁하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부드러운 피아노 곡이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자, 원아는 자연스럽게 긴장이 풀리며 소남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묻지 않고 조용히 음악에 귀를 기울였다.긴장이 풀리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와인을 몇 잔 더 마셨고, 취기가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다.소남은 원아의 붉어진 볼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아까 바른 블러셔보다 훨씬 더 붉고 아름다웠다. 소남은 이 아름
원아도 별다른 말 없이 외투를 벗고 잠옷 차림이 되었다. 두 사람은 나란히 침대에 누웠다. 소남은 여느 때처럼 그녀를 품에 안았고, 더 이상의 행동은 하지 않았다.원아도 이제는 소남의 품에서 자는 것에 익숙해져, 그의 품에 가만히 안겨 깊이 잠들었다....다음 날 아침, 문씨 고택.채은서는 소파에 앉아 사진사가 보내온 사진들을 보고 있었다. 이 사진사는 예성이 어제 따로 고용한 촬영작가로, 이 지역에서 유명한 사람이었다. 채은서는 TV 화면에 출력된 자신의 사진을 보며 만족스러워했다.사진사의 촬영 기술이 훌륭해 그녀의 모습
한 30분 넘게 정성스럽게 사진을 고른 끝에, 채은서는 마침내 수정 작업을 진행해야 할 사진들을 확정했다. 가족사진을 제외하고 대부분 자신의 사진만 선택했다.사진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내가 지금까지 이렇게 많은 손님들의 사진을 찍어왔고, 상업계와 정계 인사들의 사진도 있었지만, 이렇게 다른 가족들에게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고 자기 사진만 고르는 사람은 처음이야...’사진 선택이 끝나자, 사진사는 노트북을 정리하며 일어나 말했다.“사모님, 사진 선택 작업은 완료되었습니다. 대략 일주일 정도 수정 시간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닐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안드레이는 한 번 약속하면 반드시 지키는 사람이었다. 안드레이가 떠난 후, 다닐은 먼 곳에 놓인 현미경을 바라보았다. 그 현미경은 원아가 연구에 사용하던 것이었다. 그녀가 공포의 섬을 떠난 이후로는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고, 이제는 먼지만 쌓여 있었다. 방금 다닐이 했던 말은 자신의 실험을 위한 것이었지만, 동시에 원아에게 기회를 준 셈이었다. 다닐도 A시에서 살아본 적이 있어서 그곳 사람들이 설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잘 알고 있었다. 설날은 가족들이 모이는 날로, 타지 생활로
소남은 사진을 저장하며 담담하게 말했다. “오늘 너도 말이 많다.” “제가 언제는 말이 적었어요?”예성이 웃으며 말했다.“어렸을 때부터 쭉 형 뒤에서 재잘거렸잖아요. 형도 이제 익숙해졌을 텐데요.”예성이 태어났을 때 이미 소남은 문씨 가문에 들어와 있었다. 채은서가 소남을 예성의 적으로 여기도록 가르쳤지만, 예성은 그런 말에 아랑곳하지 않고 늘 형을 동경했다. 어릴 때부터 소남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지만 장난과 놀이에만 집중했기에 소남의 진짜 장점을 온전히 배우지는 못했다.“맞아, 넌 할머니처럼 끊임없이 떠들어대. 아, 그
소남은 눈살을 찌푸렸다.‘남궁산이 왜 비비안과 관련된 일을 신경 쓰는 거지?’귀국하고부터 소남은 공포의 섬을 조사하는 일에 매달리느라 남궁산과 비비안의 이혼 문제에는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 게다가 페트르의 움직임을 감시해야 하기도 해서 정신이 없었다. 이미 비비안이 마음을 정리한 상황에서 남궁산은 무슨 이유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까?소남은 남궁산이 비비안을 찾을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그는 다시 레이에게 답장을 보냈다.[걱정 마, 비밀로 할게.]점심시간이 되자, 여느 때처럼 오현자가 도시락을 가져왔다.소남은 도시락을
성은은 ‘피식’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염초설’의 사무실 안. 소남은 정성껏 음식을 담은 그릇을 건네며 말했다. “이거 받아요.” 원아는 그릇을 받으며 고마움을 표했다. “고마워요.” “아니에요.”소남은 가볍게 대답했다.그는 바로 식사하지 않고, 핸드폰을 꺼내 그날 받은 사진을 원아에게 전송했다. “톡으로 사진 세 장 보냈으니까 한번 봐봐요.” 원아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핸드폰을 집어 메시지를 확인했다. 화면에는 소남과 함께 찍힌 사진들이 나타났다. 원아는 사진을 보며 놀란 눈빛으로 소남을 바라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