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맞아요. 연이 씨가 말해준 거 아니라면 그걸 제가 어떻게 알겠어요?” 원아는 고집스럽게 말했다. 그리곤 레몬티를 한 모금 마시며 속마음을 감추었다.“그래요? 아마 제가 잊어버렸나 보네요...”이연은 ‘초설’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 것 같았지만, 이전에 ‘초설’에게 이강에 대해 불평한 적이 많아, 너무 많이 말해서 기억하지 못하는 걸까 생각했다.“그런 것 같아요. 요즘 연이 씨가 너무 피곤해서 이런 작은 일들은 잊어버리는 건 당연한 거죠.”원아는 말하며 레몬티 빨대를 입에 물고 고개를 숙였다. 두 사람은 그대로
[그래, 초설아. 언제든지 괜찮으니까, 먼저 초설이 네 건강부터 잘 챙기거라.]주희진은 ‘초설’이 승낙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초설아, 그럼 더 이상 방해하지 않을게. 하던 일 계속 해.]“네, 알겠습니다.”원아는 전화를 끊고 핸드폰을 한쪽에 놓았다.“초설 씨, 방금 말한 ‘희진 이모’, 혹시 임 지사님 사모님이세요?”이연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네.”원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들리는 말로는 임영은이 몰래 A시에 돌아왔는데 병이 심각애서 병원에 입원까지 했다고 하던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것 같
이수혁은 원아가 목소리만 약간 쉰 것 외에는 상태가 크게 나쁘지 않다는 것을 보고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쨌든 원아는 상사였고, 상사가 괜찮다고 하면 부하 직원들은 그저 상사의 명령에 따르기만 하면 되니까.원아는 자신의 자리로 돌아와 데이터를 확인하려는 찰나, 한 연구원이 두꺼운 서류 뭉치를 들고 실험실로 들어와 그녀 옆으로 다가왔다.“염 교수님, 3차 임상 연구 데이터가 나왔습니다.”“이렇게 빨리요?”원아는 서류를 받으며, 연휴가 끝난 후에야 정리될 거라 생각했었다.“네, 연말이라 데이터 정리가 빨라진 것 같습
원아는 의심을 품고 되물었다.김태식은 원래 연구팀을 담당하는 사람이 아니었다.전에 조재하 교수 사건에 휘말린 후, 소남이 인사팀을 통해 사장 김태식을 새로 고용했는데, 회사의 일상 업무를 관리하도록 맡긴 자리였다. 일상 업무를 관리하는 사람이 연구를 알 리가 없었다.원아도 김태식에게 신약 연구에 대해 알린 적은 없었다.김태식은 원아가 이렇게 반문할 줄은 몰랐는지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했다.[나도 우리 회사 실적에 신경 쓰는 것뿐이니까요. 염 교수님, 파일 좀 보내주세요.]원아는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김태식이 누구 쪽의 사
소남은 밥이 담긴 그릇을 원아에게 건네며 말했다.“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먼저 밥부터 먹어요.”원아는 표정을 가다듬고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대표님, 정말로 서두르지 않아도 괜찮아요?”비록 서두인 교수의 일은 원아가 자료를 유출한 것이었지만, 지금 HS제약의 사장인 김태식 역시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원아가 더 빨리 손을 써서 김태식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을 뿐이었다.“때가 되면 누구나 꼬리가 드러나게 되어 있어요. 그 전에, 당신 생각엔 김태식이 어떻게 할 것 같아요?” 소남이 물었다.“큰일 났
“여러분, 제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습니까?” 소남이 다시 물었다.“네, 알겠습니다.” 연구원들이 일제히 대답했다.소남은 원아를 바라보며, 이렇게 하면 충분할 거라는 눈빛을 보냈다.원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 추가로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없어요. 나머지는 팀원들끼리 얘기하세요.” 소남은 원아가 연구원들에게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자리에서 일어나 뒤돌아 나갔다.소남이 회의실을 나가자, 몇몇 연구원들은 눈에 띄게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소남의 강렬한 기운에 다들 신경이 곤두서고 몸이 굳
“당신이 걱정하는 일은 이미 해결됐으니까, 이제 편하게 밥 먹어요.”소남이 말했다.원아는 더 이상 이 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다.‘지금 소남 씨도 HS제약 쪽의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을 테고, 내가 아무리 말해도 소남 씨의 처리 방식은 변하지 않을 거야.’점심시간이 끝난 후, 원아는 실험실 연구원들과 함께 회의를 준비하며 신약 출시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다.회의가 시작되기 전, 그녀는 서둘러 데이터를 검토했고, 임상 데이터가 예상보다 더 좋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데이터의 대부분은 다닐의 노력이 깃든 것이었고, 이러한 결
임창만 교수의 칭찬을 들으며, 원아는 평온한 표정을 유지했다.그 칭찬에는 몇 분의 진심과 함께 약간의 부러움, 심지어는 질투도 섞여 있었다.원아는 그 칭찬들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았다. 왜냐하면 연구의 초반부의 노력은 모두 다닐의 것이었고, 자신은 후반부에 팀을 이끌고 연구를 이어갔기 때문이었다.즉, 앞에서 기초가 잘 닦여 있었기에, 후반부는 상대적으로 더 쉬웠던 것이다. 그래서 원아는 자신이 자랑스러워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고, 자신의 능력은 다닐에 비해 한참 부족했기 때문이다.임창만 교수가 다시 말을 꺼냈다.“염 교수님